우물

 

고여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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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17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물
자꾸만 떠먹어도 시원해지고,
돌아서면 그리워 들여다보고,
그곳이 사랑의 원천인 줄 몰랐더냐.

무릇 사랑의 깊이를 잴 수는 없다지만
'뚝뚝 떼어' 퍼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인 걸 모르느냐

그렇게 '넘치도록 담아주며'
그렇게 '세상 안에서 출렁'이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의 비결임을
진정 몰랐더냐.
 

10월 12일

네가 여러 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여러 죽음을 겪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죽기를 걱정하는가?

그 모든 죽음들이 진짜 상실이었던가?

지금 네가 입고 있는 몸에

특별히 매달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모든 죽음이 너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데

어째서 연금술사를 신뢰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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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1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지금 '내'가 죽으라는 말씀이시지요?
여전히 내가 죽지 못하니, 그 분의 뜻이 나를 통해 현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가 죽습니다. 하지만,
죽음으로하여 더 나은 삶이 온다는 분명한 진실을 믿기에
좌절하지는 않겠습니다. 오늘도 읊조립니다. "I'm nothing!"
 

1. 밥을 밥을 주신 예수님

   동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이 자리가 기쁨의 자리

   되게 하소서

 

2. 밥은 밥은 내 것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것

    이 자리가 밥을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3. 밥을 밥을 서로 나눔은

    동무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이 밥을 통해 한 자녀

    되게 하소서

 

_찬양집 <농부 하나님>에 있는 노래다. 곡조도 좋고, 동요같으니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노랫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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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1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문득 밥 퍼주는 최일도 목사가 생각납니다.
오래전 그분의 수기책를 읽은 적이 있어요. 밥, 한솥밥, 밥 한숟가락의 힘.
쉽고 간결한 노랫말이 참 아름답습니다.^^

바람결 2007-10-13 08:56   좋아요 0 | URL
혜경님, 최일도 목사님을 아시는군요.ㅎㅎ
저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고
말했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떠올렸답니다.

오늘도 밥을 통해 사랑 나누는,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프레이야 2007-10-13 23:01   좋아요 0 | URL
장일순 선생님은 전 처음 들어봐요^^
그분의 좋은책 한두 권 권해주시겠어요?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
오늘 문우들과 가야문화쪽으로 다녀왔어요. 전에 갔던 곳이지만 다시요.
120명이 함께 밥을 먹었어요. 밥을 많이 드시는 선생님에게 먼저 한 술
더 덜어드리기도 하고, 웃고 떠들고, 소박한 반찬에 다들 맛나게 먹었지요.
가을이 참 좋습니다. 내일 주일 은혜로이 보내시길요.^^

바람결 2007-10-13 23:23   좋아요 0 | URL
미소와 웃음을 반찬 삼아 나누는 밥상은,
'함께'라는 이유로 그저 기쁘고 행복한 것이지요.
오늘 그렇게 맛난 밥상 나누셨다니 참 좋은 날이셨군요.
저는 아마도 내일이 그러할 것 같은데요?
가까운 산으로 야외예배 가거든요.
벌써부터 몇 분 성도님들은 잡채며, 사라다며 맛난 음식들
준비하셨다고 하네요. 제 생각엔 그저 간결하고, 소박하게
먹었으면 싶은데, 저희 교회는 어딜가나 잔치를 벌인답니다.ㅎㅎ

그나저나 장일순 선생님께서는 살아 생전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으신 분이에요. 다만 그와 막역한 사이였던 김지하, 이현주, 김종철, 리영희 등등의 분들이 그간 소개하려 애를 써왔는데요. 제 생각엔 <좁쌀 한 알>이라는 책이 무위당 선생님의 일화들과 말씀들을 비교적 충실하게 실었구요,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책은 선생님의 강연이나 인터뷰 등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는 선생님을 기리는 분들이 모여 집필한 회고록이란 점에서 특색이 있습니다. 또한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라는 책 또한 빼놓을 수 없겠어요. 저는 지금 그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는 중인데, 선생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 좋답니다. 무튼 제 마음에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랍니다.^^ 혜경님도 책을 읽다보면 많은 깨달음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구, 말이 많았습니다. 혜경님도 기쁘고, 행복한 주일 되시기 빕니다.^^;

2007-10-14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4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4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월 11일

네가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연금술사는 너를 영구적으로 고정된

한 형태에 버려두지 않고

수천 가지 형상으로 끊임없이

너를 진화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모든 변화가 연금술사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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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1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오늘 하루 넉넉하셨는지요?
변하는 건 미덕이라 여깁니다. 어떻게 변하니?,가 아니라 그렇게 변해가야해,가
우리를 키우는 힘 같습니다. 모든 고정관념, 정체, 불변보다는 생각의 진화, 흔들림,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무한한 흡수,가 젊음의 비결
같다구요. 배척이나 배격보다는 열어두고 싶어요. 변화는 열림 같아요.
님이 올린 지혜의 글귀로 한번더 생각합니다.^^

바람결 2007-10-12 22:28   좋아요 0 | URL
네, 오늘만큼은 넉넉한 하루였어요.^^
혜경님도 좋은 하루보내셨나요?

연금술사인 '그 분'의 선물이 바로 오늘의 나, 맞겠지요?
인생에 찾아드는 상처, 그로 인한 아픔과 슬픔도 결국은
묵정밭같은 우리네 삶을 일구는 것 같습니다.
혜경님, '변화는 열림'이라고 하셨지요?
그래요. 변화를 두려워말고, 받아들여야겠어요.
연금술사, 그 분의 선물임을 믿으면서요.^^

비로그인 2007-10-1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루미의 말보다 혜경님의 말이 더 멋져요.^^
바람결님, 좋은 리뷰도 읽고 여기에 발자국 찍고 갑니다. ^^

바람결 2007-10-14 22: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어쩔때는 루미보다 혜경님 말씀에 더 많은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니까요.^^

알리샤님 오랜만에 들르셨어요. 그러니 더욱 반가운 걸요. 이 가을은 평안히 보내고 계신가요? 님 서재 들를 때마다 얼른 건강해지시길 빌고 오는데요, 몸이건 마음이건 치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저와 님이 잇닿아 있지 싶어요. 모쪼록 치유에서 자유로 우리 인생이 저물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듭니다...
 

10월 10일

인생이 고요한 호수 같든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격류 같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언제고 끝나버릴 인생인 걸.

수많은 동물들이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간다.

비둘기는 오늘 밤에

먹을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서

그래도 노래를 계속한다.

코끼리에서 각다귀까지

모두가 하나님의 가족.

거대한 자양분 공급자이신

그분을 기대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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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언제고 끝나버릴 인생임을 간파하고,
고요도 격정도 상관없다고 일갈해버린 루미는 얼마나 자유한 사람인가?
오래 전에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의 신명난 춤을 묘사하면서
진정한 자유혼을 노래하였으니, 그대 언제고 끝날 이 인생을
더는 걱정말고, 그저 푸성지게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