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고여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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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17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물
자꾸만 떠먹어도 시원해지고,
돌아서면 그리워 들여다보고,
그곳이 사랑의 원천인 줄 몰랐더냐.

무릇 사랑의 깊이를 잴 수는 없다지만
'뚝뚝 떼어' 퍼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인 걸 모르느냐

그렇게 '넘치도록 담아주며'
그렇게 '세상 안에서 출렁'이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의 비결임을
진정 몰랐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