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결제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의지도 일지 않는다. 감사한 마음도 일지 않는다. 사람들을 뵙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즐겁지도 않다. 또래가 있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스치고.

새벽부터 일어나 선방으로 갔다가 큰 절로... 춥다는 예보에 결국 내복을 꺼내 입었다. 내복 입었는데도 춥다. 추워서 어깨가 굳는다. 조실스님 법문하신다. 졸린다. 말이 하고 싶지가 않다. 하여 가고 오는 내내 저절로 묵언...

언짢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어두워진 것도 아니다. 그냥 담담하다. 그냥 담담한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인사 나누고, 공양하고, 설거지 하고...

떨어지는 잎이나 지나는 새를 가만히 본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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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추천만!^^

비로그인 2005-11-1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금살금 추천만!^^

이누아 2005-11-1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솔직히 추천할 만한 내용은 아니잖아요.^^;;

글샘 2005-11-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안거라니, 겨울이 온 듯 하네요.
가만히... 보신다는 데 부러움을 나타내서 추천하신 듯. ㅋㅋ
설겆이가 89년부터 설거지로 맞춤법이 바뀌었어요. 맘에 안들지만.
동안거동안 내내 평화롭게 가만히 보세요. 새소리 들으면... 얼마나 가만한지요.

이누아 2005-11-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맞춤법 바뀐 걸 알고 있었는데도 습관의 힘이 놀라워서. 수정했습니다. 뜨끈한 겨울,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