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퍼온글] 세상에서가장 행복한분

안녕하세요?

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서른아홉살 주부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저의 다리가 되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한살때 열병으로 소아마비를 앓은 후

장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멋진 글귀로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제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통해서입니다.


지난 1983년

우연히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밖 출입을 못하며 살고 있는

저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그당시 제주도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던

지금의 남편이 제이야기를 듣다가

들고 있던 펜으로 무심코

저의 주소를 적었답니다.



남편은 그 다음날 바로 저에게 편지를 했지만

저는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글을 잘 몰랐던 탓도 있었지만,

남자를 사귄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남편은 답장도 없는 편지를
1년 가까이 1주일에 한 번씩 계속 보내왔고,

저는 여전히 답장 한통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그 먼 곳에서

서울 금호동의 저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장애자인 제 사정상 반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사람이기에

손수 정성껏 식사대접을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만나고 제주도로 돌아간 남편은

그날부터 1주일에 한통씩 보내던 편지를

거의 매일 일기처럼

적어 보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포가 하나 왔는데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걷지도 못하는 저에게

1,000개의 날개를 달아

이 세상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보내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남편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국 직장을 포기하면서

저를 보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왔고,

3년에 걸친 청혼 끝에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85년 7월17일,

저희는 마침내 부부가 되었습니다.


★내 삶의 날개가 되어주는 당신께★


여보, 지금 시간이 새벽 5시30분이네요.

이 시간이면

깨어있는 사람보다 아직 따뜻 한 이불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집을 나서

살 얼음같은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그리고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당신.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도

늘 힘겹기만한 우리 생활이

당신을 많이 지치게 하고 있네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장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질 수 있으련만,



평생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럴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10원이라도 아껴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 하고,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입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데


어머니께 딸인 나보다

더 잘하는 당신이지요.


이런 당신께

자꾸 어리광이 늘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

높은 연세탓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속이 상하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남 모르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답니다.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 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평생 걷지 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

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혹 들킬까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당신을 따라 나섰지요.

하루종일 빗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게 되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거리에서 마침 그곳을 지나던

우리 부부 나이 정도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자꾸 밀어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 파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어떤 글귀로도 !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그때 나는 다시는 비 내리는 날,

당신을 따라 나서지 않겠노라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답니다.



그리고 여보,



지난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당신은 결혼때 패물 한가지도 못해줬다며

당신이 오래도록 잡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나에게 조그마 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었지요.



그때 내가 너무도 기뻐했는데,

그 반지를 얼마 못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 다시 팔아야 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어요.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신은 그때 일을 마음 아파 하는데,

그러지 말아요.



그까짓 반지 없으면 어때요.



이미 그 반지는

내 가슴 속에 영원히 퇴색되지 않게 새겨놓았으니,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3년 전 당신은

여덟시간에 걸쳐 신경수술을 받아야 했었지요.

그때 마취에서 깨어나는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구었어요.



그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 라고.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나의 곁에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어린 시절 가난과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늘 소원 했던 공부를 시작했지요.



적지않은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어머니 저녁 챙겨주고

집안청소까지 깨끗이 해 놓고



또 다시 학교가 끝날 시간

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 주는 당신.



난 그런 당신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가 너무도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도 흘렸는데

이제서야 그 꿈을 이루었어요.

바로 당신이 나의 꿈을 이루어주었지요.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 ?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예요.



여보,
한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



***************************************



[취재수첩]“다시 태어나면 제가 당신을 도울 게요”







- 17년째 자신의 발이 되어준 남편에게



‘사부곡’(思夫曲)을 보내온 임영자씨(39)는



서울 금호동의 조그만 주택에서



남편 김석진씨(45)와 중3인 딸 한나,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호세아와 함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집안 거실로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것이 싱크대입니다.



소아마비로 항상 앉아있거나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임씨가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싱크대의 다리를 없애고



바닥에 붙박이로 만든 것입니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병든 어머니와 남편,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주부로서의



알뜰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남편이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해진 사연만으로 알게 된 임씨에게



어떻게 3년에 걸쳐 변함없이 구애를 펼 수 있었는지,



참으로 남편의 천사같은 마음씨가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김씨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고



오히려 이를 묻는 기자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장애자와 비장애자를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까?



  육체적으로 불편하다고 그게 장애자는 아닙니다.



  장애자 역시 따뜻한 마음이 있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어요.





  저는 아내에게 처음 편지를 쓰고 또 만났을 때도



  아내가 장애자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아내를



  장애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내가 있어



  더 행복합니다”.





현재 임씨는 매주 3일 정립회관에서 운영하는



'노들장애인! 야학’에 나가



하루 4시간씩 공부를 합니다.





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초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내친 김에 대학까지 진학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임씨와 결혼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제주에서 아내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12년 째 봉고차를 몰며 행상을 하고 있는 김씨.





바쁜 와중에도 남편은



뒤늦게 ‘초등학생’이 된 아내가 안쓰러워



늘 아내의 발이 되어준답니다.



정말 이런 남편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늘 사랑을 받고만 있는 자신이 미안하다며



울먹입니다.





“여보, 나의 소원이 무엇인지 모르지요?



  내 소원은 높은 구두 신고



  당신 팔짱을 끼고 걸어보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아 힘겹게 살고는 있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랍니다.





  다만 한가지 유일한 소망은



  우리 부부가 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 나는 건강한 사람,



  당신은 조금 불편한 장애인으로 만나



  다시 부부가 되는 거예요.





  그때는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인가 해줄 수 있을 테니 말이예요”.





지난 연말 경향신문사로 우송돼온 임씨의 사부곡을 새해



벽두에 소개하게 된 것은,



조그마한 갈등과 불화를 극복하지 못해



갈라섰거나 갈라서려는 많은 부부들에게



이들의 변함없는 러브스토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04년 03월 07일이인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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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6-1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기 위해
비는 아침부터 그렇게 내렸나보다.

stella.K 2004-06-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런 사람, 이런 부부가 있네요.
그런데 세상엔 결혼조건이 왜 이리도 평범한 거죠?
아직도 신체건강, 학력, 학벌, 나이, 재산 정도이 이리도 만감하니...

水巖 2004-06-1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는 오랜만에요. 이 글 참 좋죠? 내 옛친구 옷거리님의 서재에서 퍼 온 글이랍니다. 이인창 장노님, 이분과 저는 초등학교 친구랍니다.

잉크냄새 2004-06-1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 할아버님! 오랫만에 뵙네요.
올리시는 좋은 시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2004-06-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눈앞이 자꾸 자꾸 뿌예지고, 콧등은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울컥해지고...
이런 삶도 있군요. 이렇게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도 있군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의 <인연>의 마지막 구절중 하나이다. 중학교때 배운 글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그 당시 가슴에 남은 교과목에 실린 글로는 황순원의 <소나기> , 알퐁스 도데의 < 별> 과 함께  피천득의 <인연>이다. 그 당시 무슨 의미로 이 구절을 받아들였을까? 시의 한구절마냥 외워버렸던 구절, 시보다 더 시적이었고 구절,  그냥 가슴의 울림에 귀기울여 좋아했던것 같다. 목련꽃과도 같은 아사코의 이미지와 동일시하여 얼굴 붉히며 읽어내려갔겠지. 그 당시는 이 구절을 이리도 절실히 느끼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을....이 말은 참 많이 써먹었던것 같다. 짝사랑한 사람을 만난 친구에게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누군가를 다시 만난 사람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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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6-1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며칠 전 피천득의 <인연>책 중에서 '인연' 이 부분만 다시 읽었어요. 아니 만나는 것이 더 좋은 인연...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냥, 가슴 속에 그리움과 추억만 남기고 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인연... 그런데 사람인지라 그리워 했던 사람은 다시 보고 싶은 게지요. 그리움과 추억만 갖고 살기엔 인간은 늘 허기져 있는 게지요.

잉크냄새 2004-06-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움과 추억만 갖고 살기엔 인간은 늘 허기져 있는게지요]
그래서 늘 배가 고팠나 봅니다.^^

갈대 2004-06-1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그리운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만나기 힘든 건지... 혼자만의 그리움이기 때문일지도...

호밀밭 2004-06-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워하는데 한 번도 못보는 게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좋은 듯 싶어요. 그냥 삶의 여운 같은 게 느껴지잖아요. <인연> 요즘도 교과서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전에 국어 시간에 빨리 <인연>을 배웠으면 싶었었거든요.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알지 못하는 그들을 멍하니 그리워했고 <스물 셋이 넘기전에 인생의 목표를 이루어야한다>는 랭보의 글귀를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읽고 스물 세살의 마지막 밤을 술로 지새웠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고백한 김광석의 노래속에서 내 사랑의 아픔을 가늠해보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는 유치환 시인의 싯구에서 잠시나마 자조섞인 행복을 맛보곤 했다. 청련거사 이백을 술대작 친구로 마주한 어느 산기슭의 남루한 술집에서 별들 사이로 잠적한 생 텍쥐베리를 떠올리다 괜시리 정지상의 <송인>의 마지막 싯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를 나즈막하게 읊조리며 어두운 밤하늘에 눈물을 더하곤 했다. 내 푸르른 청춘의 나날에...

서른 중반에 접어든 작가가 그의 청춘을 사로잡은 한시와 하이쿠와 문장들을 그의 추억 한자락과 더불어 풀어내고 있다.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젊음의 피를 끓게 만드는 그 시절의 아련한 이야기들을 때론 격하게 때론 유머섞인 웃음으로 때론 서글프게 들려주고 있다. 청춘이기에 품을 수 있는 커다란 이상과 뜨거운 정열, 눈시울이 젖은채로 죽고 싶었던 호사로운 취기와 허허로운 웃음으로 버릴 수 있었던 기억의 편린들이 나의 추억인양 그렇게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은 그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화살같이 우리를 이곳까지 흘러보낸 세월이 아닐까? 세월의 흐름속에 자리잡은 청춘의 추억은 잠시 머문 우리 삶의 나루터와도 같다.

1급수에 사는 열목어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에 영원히 푸르른 곳에서 살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차피 앞으로 나아가도록 운명지어졌다. 고단한 행로에서 많은 것을 상실하며 나아간다. 그러한 삶속에서도 연어처럼 삶의 여울로 한번쯤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의 회귀본능이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고향의 여울에 육신의 고단함을 씻어내듯이 청춘의 추억들은 우리 영혼이 발 담글 우리 삶의 여울인 것이다. 청춘, 삶의 여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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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6-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청춘의 저는 그런 깊이는 없지만, 현실이 어렵다보니 계속 옛날만 생각하게 된답니다. 메말라버린 가슴에 이제는 간직하고 있는 싯구도 없고.. 갑자기 우울해집니다...ㅠ.ㅠ

갈대 2004-06-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셋... 이 리뷰 왠지 저 보라고 쓰신 것 같아요
곁다리 - 보통 스물 셋이면 대한민국 남아라면 군대에 있을...-_-;;

잉크냄새 2004-06-1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청춘도 그와 같아 그 당시에는 우리 삶의 얼마나 큰 특권이었는지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것 같아요.

호밀밭 2004-06-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일 때도 그 좋은 시기를 느끼지 못한 것 같고, 지금은 청춘이라는 시기가 지난 게 분명한 듯해서 안타깝네요. 김연수가 쓴 거라는데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책이에요. 표지도 마음에 들고요. 저 표지 색을 파란색으로 하거나 흰 색으로 했다면 왠지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청춘의 색이 연두색, 초록색이 아닐까 싶네요.

icaru 2004-06-1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도입 부분...절절하네요^^

책에 대한 평가도 별 다섯이구요~!! 아음~~!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잉크냄새 2004-06-2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과 초록은 동색이 아닐까요?
초록이 금방 묻어날것 같듯이 청춘 또한 그러한 느낌이 드는 색일것 같아요.

햇살가득 2005-08-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송인>은 정지용이 아니라, 정지상이 지은 한시인데..
죄송합니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님의 착각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잉크냄새 2005-09-0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이라니 당치도 않지요 지적 감사합니다.
 


 

인연 잎사귀

- 이 해인 -



나는 하늘을 향해 미소지으며

당신 생각에 행복합니다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두고두고 떠 올리며

소식 알고 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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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6-1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근사해요. 창으로 저런 잎사귀가 보인다면 창밖 풍경이 안 보여도 좋을 것 같아요. 시도 제가 좋아하는 이해인님의 시네요.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거나 그런 사람을 갖는 것,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 것 같네요.

잉크냄새 2004-06-1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
어느날 풀잎같은 입술로 그대 이름을 부르면
햇살에 반짝이는 녹음짙은 잎사귀처럼
그렇게 내 창으로 들어오길 바람입니다.

icaru 2004-06-1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님이 찍으신 건가요?? 오홋...멋지네요...!!

stella.K 2004-06-14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하 동문. 퍼가요.^^

잉크냄새 2004-06-1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죠? 인터넷에서 건져올린 사진입니다.^^

비로그인 2004-06-1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뭐가 그리 바쁜지 밀린 숙제 이제서야 하느라 코멘트도 지금에서야 올립니다. ^^
 
바람과 모래와 별들 청목 스테디북스 63
생 텍쥐페리 지음, 김채영 옮김 / 청목(청목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사막을 동경의 대상으로 가슴속에 품었을 것이다.사막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샘물,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 태양, 눈을 뜰 수 없는 모래바람, 지평선으로 그려지는 신기루, 사막의 밤. 불완전하고 절망적인 사막이 인간의 가슴속에 그토록 자리잡는 것은 그 불완전과 절망이 불행의 소산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불행마저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만들만큼 커다란 삶의 진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막을 동경하는 것도 가장 불완전하고 절망적인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만나 진정한 자신을 대면하기 위해 설정하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비행기 우편배달부의 삶을 살던 생 텍쥐베리가 비행사로서의 자신의 삶과 사막에 불시착한 이후 느끼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과 그 속에서 찾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19시간, 인간이 물 없이 사막에서 살아날수 있는 시간이다. 머리만을 내어놓고 모래에 몸을 묻고 갈증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무렵에도 그는 19시간의 시간보다는 오히려 완전히 벌거벗은 자신과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은 사물과 직접 맞닥뜨려야 자신의 참 능력과 진실을 측정할수 있는 것이다.


갈증으로 죽음의 문턱을 바라보는 그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사막의 신기루이다. 황혼이 접어들면 신기루는 사라진다. 그러나 그는 자연현상의 신기루가 사라진 자리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 자기 내면의 신기루를 따라 다시 걷는다. 자포자기의 영혼이 그의 몸을 가득 메울때 비로소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의 친구가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러나 허황된 허상에 불과한 신기루가 그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진리였던 것이다.


삶의 진리란 증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진리를 자기옆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흙 한 무더기 속에서 오렌지 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오렌지 나무에게는 흙 한 무더기가 진리인 것이다. 종교, 문화, 가치, 행동양식이 한 인간에게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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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6-1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떽쥐베리를 참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어 보았지요.(그러나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네요.) 아마, 어린 왕자 때문이기도 하고, 사막에 대한 동경과 어린왕자처럼 사라져 버린 그의 생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막... 결코 환상을 품을 만한 곳이 아니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동경하지요. 아마,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오아시스 때문은 아닐는지요. (물론 진짜 오아시스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비록 사라져버릴 신기루일지라도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이 사막 같은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삶의 진리란 증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 문화, 가치 행동양식이 한 인간에게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 말 저도 동감합니다. 이 책도 읽어보아야겠네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호밀밭 2004-06-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생 텍쥐페리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어른이지만 소년 같은 어른일 거라는. 가끔 사막에 갇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것도 환상이겠지만요. 이런 환상은 사막을 고난을 주는 장소가 아니라 낭만적인 공간으로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삶의 진리란 증명될 수 없다는 말 좋은데요. 요즘은 명확한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뭐든 좀 둥글게 다가오는 게 좋더라고요. 리뷰 잘 읽고 가요.

잉크냄새 2004-06-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 텍쥐베리에 대한 환상과 동경은 누구나 한번쯤은 품었을것 같아요. 그를 어린왕자와 동일시하기에 그는 항상 소년으로 남아있는것 같군요. 얼마전 지중해에서 그의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속으로 아니기를 바란것은 아마도 그가 영원히 별들사이로 잠적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어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것 같아요.
세상은 진리를 논리와 혼동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삶마저도 논리적으로 풀어헤쳐야 속이 시원한 모양입니다. 가끔은 내 안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 의미있는 것임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