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공제控除의 비망록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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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 계절이 진다. 영원할 것만 같은 기쁨의 순간은 한순간일 뿐. 그 순간에서 배운다. 산책하고 일식하고 읽고 쓴다. 나(자아)의 소멸을 통해 자아를 찾고 공간의 개입을 통해 장소화 하고 쓸고 닦는다.  

그만의 단어인 줄, 처음엔 굳이 이런 화법을 쓰나 했더니 끈질기다. 우리 고유어와 한자어, 더 풍부한 의미를 지닌 단어를 사용한 글이 단정하다. 매력적이다. 봄날을 보내는 자신의 일상을 썼다고 하는데 글의 자리마다 몸에 배인 수행이 보인다. 생각을 생활 속의 실천을 통해 공부로 내려 앉게 하라고 한다. 간결한 글이 시처럼 운율이 느껴지기도 하고 깊은 우물의 청량함이 배움을 준다. 

공제(控除)의 비망록

그의 글처럼 살 수는 없어도 그의 글이 그린 풍경 같은 삶의 모습을 그려는 보고 싶다. 그런데 한번 물어보자. ㅎ 유머가 깃든 그의 글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자기네들끼리만 호독(好讀)한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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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개정판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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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이게 뭔가 싶을 때가 있다. 소설 읽기가 그럴 때가 있는데 이런 이상하고 고 불편하고 황당한 이야기에 나는 왜 시간을 들여 가며 어느새 이해하려 하고 동지애까지 느끼면서 읽고 있는가.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뭔가 흥미롭고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에 이로운 것은 아니고 때로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전개에 못마땅해 하며 한숨을 쉰다. 그래서 어떻게 된단 말인데 라는 답답함을 풀기 위해 또다시 이어가는 소설 읽기.

김영하의 읽다 4장에 그 대답이 있다. 

소설은 일종의 자연입니다. 독자는 그것의 일점일획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자연을 탐험하면서 독자는 고통과 즐거움을 모두 느낍니다.

소설 읽기는 산이 좋아 산에 가는 사람처럼 거기 소설이 있어 읽게 되는게 그 소설 속에서 탐험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때문이란다. 뭐 맞는 말인 듯하다. 창조된 허구의 인물이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 실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며 공감하고 평가하며 욕하고 흥미를 잃기도 한다. 그것이 두번째 삶이라면 현실에서의 삶이 첫번째이고 소설은 두번째 삶..나는 소설 안에서 인생을 경험한다.

김영하는 자신의 많은 경험들은 책을 통해서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면 일점 부분 타당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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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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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경제학과 같은 수준 높은 인문서가 아니라 버지니아울프의 '소설'을 읽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소설, 특히 우리가 명명한 '고전'을 읽는 행위가 노동 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은 생활의 유지를 위해 특정한 대상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가리키는데 '델러웨이 부인'을 읽으면서 독자는 적정량의 노동을 경험해야만 소설 읽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잠깐 한눈을 팔거나 지루한 끝에 몇 장을 넘기면 런던의 거리에 갑자기 등장한 낯선 인물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찬찬히 인내심으로 읽다 보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한 내면을 마주할 수 있다. 이것이 노동을 통해 마침내 얻게 되는 결과물이다.

 

그녀 -델러웨이부인 -가 걷는다. 웨스터민스터에서 빅토리아 거리, 피카딜리를 지나 본드 스트리트에 있는 꽃집을 향해 경쾌한 발걸음을 뗀다. 걷는다는 행위는 살아있는 즐거움을 만끽한다는것이고, 삶을 향해 힘차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는 표현이다. 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이고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은 1920년대 초반이다. 클라리사 델레웨이 역시 스페인 독감을 앓았고 그 후유증으로 몸은 연약해지고 얼굴은 창백하다. 그럼에도 살아남았기에 지금 이 순간, 여기, 자신의 시선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두 소중하다. 길을 걸으며 아는 사람을 만나고 모르는  사람을 스치고 사물과도 관계한다. 그런 사람들과  사물들은 서로의 일부로서 거기에 존재한다. 영국의 최고위층인 여왕 또는 수상의 행차와 일상은 런던의 빈민층부터 귀족 계급층까지 고르게 관심을 받는다. 런던의 사람들은 이런 뭔가를 공유하며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델러웨이 부인이 무조건 삶을 긍정하지는 못한다. 그 모든 다가오는 것들의 연결은 아주 약하고 모두들 각자 자신만의 생활과 생각으로 하루를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 따라 뻥 뚫린 가슴에 차오르는 공허함. 클라리사는 오찬에 초대 받지 못했고 아름다운 과거는 지나가 버렸다. 젊은 시절 함께했던 피터월시와 샐리시튼도 기억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 새롭게 만난 지금은 어색하기만하다.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고 흩어진다. 마치 빅벤의 종소리가 런던 전역에 울려 퍼지며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여운만 남기고 사라지듯이. 

 

시간은 흐른다. 런던의 시계 빅벤이 30분마다 소리를 내어 분명한 시각을 알려준다. 그리고 바깥으로 흐르는 시간은 인물들의 시간을 과거로 이끈다.

 

또 다른 인물 샙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전쟁의 상흔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다. 부모와 함께하던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온 그는 수많은 스미스 씨들에게 묻혀서 익명의 존재가 되었다. 런던에서 부동산을 하는 브루어 씨에게 능력을 인정 받아 도시에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역사의 강물은 그의 인생을 바꿔 버렸다. 전선에서 가장 가까웠고 서로 의지했던 동료의 죽음은 삶에 대한 비관이 아니라  더할 수 없는 삶의 무의미와 무감각한 상태로 그를 내던졌다. 그는 이 삶을 견딜 수 없다. 의사들의 진단과 충고조차 가식으로 느껴진다.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한 셉티머스는 자신의 창문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한다. 소설은 인물들의 시선을 교차하고 내면을 비추면서 불붙은 폭탄을 돌리듯이 바쁘게 이런저런 인물들의 나레이션 - 내면 들여다 보기 -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마치 클라리사 델러웨이 부인이 삶을 향해 걸어가고 셉티머스가 죽음을 향해 목숨을 던지듯이 밝음과 어둠을 교차한다. 생과 사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물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우리의 하루, 우리의 일생처럼 말이다.

 

클라리사의 파티는 성사되었고 예전의 친구들은 클라리사의 집에서 담소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가 아름답지만은 않았으나 삶을 향해 꽃을 바치고 파티를 여는 클라리사의 모습은 여주인답게 여유롭고 온화하다. 파티는 끝나가고 사람들은 떠나고 방은 차츰 비어간다. 그렇게 다들  자기만의 방을 찾아 각각 사라진다.

그는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내고, 여자를 만들어 내고, 짜릿한 재미도, 그보다 더한 것도 만들어 내는 거지.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 이 모든 건 아무와도 나눌 수가 없어. - P75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을 수는 없었다. 고통을 영속시킬 수도 없고 이 탐욕스러운 짐승들, 지속적인 감정이라고는 없고 변덕과 허영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짐승들의 자손을 늘릴 수도 없다. - P120

부모가 손에 쥐어 준 이 인생이라는 것을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 평온하게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에 덮쳐 오는 무력감.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끔찍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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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하트 2021-01-3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버니지아 울프 오랜만에 만나네요^^
‘기억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 새로 만난 지금은 어색하기만 하다‘라는 말이 와 닿네요
 
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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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의 시작에 '나는 글쓰기를 독학으로 배웠다.' 라는 문장이 무슨 선언처럼 멋지다. 필명도 멋지다. 글은 더욱 멋지다. 그녀의 진심은 프롤로그에서 다 느껴진다. 글이 그녀를 어떻게 위로하고 끌어 주어 성장하였는지 과정도 솔직하다. 사변적인 글이 아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까지도 구석구석 드러내어 삶을 끌어 안을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그녀의 강한 의지가 투명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다른 글을 통해서도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글에 대한 의지.  글을 사랑하여 글쓰기를 실천하고 글을 통해 자신의 심연을 살피고 삶을 표현하여 나누고 연대하고자 하는 그녀가 '쓰기의 말들 - 쓰기의 기본에 관한 지침이 되는 문구'를 모았다. 평소에도 책의 한 페이지를 읽고 좋은 문장을 모은다는 그녀는 이 쓰기의 말들을 지표로 하여 쓰기에 관한 훈수를 진지하면서도 편안하게 제시하였다. 글에 대한 자기 욕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한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쓰기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책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그녀의 책과 더불어 글쓰기 전도사, 강사가 된 그녀의 꾸준한 노력들이 빛난다. 하루하루 흩어지며 사라지는 시간의 허망함 속에서 글쓰기는 자신을 지상으로 수렴하여 구체성을 지니도록 도와준다. 구체성을 띤 나는 강한 생명력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삶의 이면에 있는 쾌와 불쾌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글쓰기를 선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글을 모았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니체의 문장부터 최근에 내가  팬이 된 일본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문장까지 글쓰기를 위한 문장을 망라하였다. 쓰기의 말들을 만들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쓰기를 자극하는 말들의 모음집이다. 사이즈가 한 손에 딱 들어올 만큼 귀엽고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라 아무나 누구나 읽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문장들은 깊이와 울림이 대단하여 읽고 읽고 또 읽는다. 그녀의 고민과 생활의 발견과 깨달음과 글에 대한 조언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그리하여 은유씨, 무척이나 고마워요 ~

읽으면 읽을수록 쓰기를 자극했다. 독서가 독학으로 무르익으면 내가 읽은 모든 문장이 쓰기의 말들로 다가온 것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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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트 2021-01-2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극 받은 만큼 쓰기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햇살가득 2021-01-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 고마워용, 올해도 더욱 건강하세용
 
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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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위대한 탄생

이야기에 풍덩 빠질 수가 없다.  1부 260쪽까지 읽는데 굉장한 인내가 필요하다. 주인공 살림 시나이 어머니 아미나만큼의 성실성과  인내가 지금 꼭 필요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파드마가 도망갈 때까지  앞으로 계속해서 읽을지 말지,아마도 읽게는 되겠지만 이야기가 좀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맥락은 나의 탄생을 향해 나아가는데 그의 위대한 탄생을 듣기 위해 자주 샛길로 빠지고 인물들이 두서없이 등장하며 소개되고 인도의 모든 시간 역시 그의 탄생을 향해 흘러간다. 그런데 맥이 빠지는 것은 이 위대한 탄생조차 기대와 달리 삐긋대어 혈연의 유유한 흐름을 한순간에 멈추게 하면서 진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작가의 의도가 의심스러워진다.

작가 김연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그저 좋아서 내일이란 없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문장들을 읽어가다가는 결국 , 아아 제발 이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된다' 는 말로 책을 추천하였다. 그의 추천평이 소설을 읽으면서 멈출까를 망설이는 내게 계속 읽을 수 있도록 추진력이 되어 준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리달송한 것과 수다스럽다 싶을 만큼의 산만함을 작가가 언급해 주었으니 소설이란 것이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것과 그렇게 마지막까지 가 보면 소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노란색과 흰색,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인도의 국기를 그려보면서 영국의 식민지 시절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종교적 정치적 갈등 상황들을 통해 인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는 소설이기는 하다. 인도는 우리에게 사쟈한의 '타지마할' 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 '갠지즈' 정도로만 알려진 나라다. 새로운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는 즐거움은 있지만 어쩌면 기억하지 못할 길고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는 독자로서 듣는이로서 무력감에 젖어드는 지점이 있다. 이걸 이겨내 볼 일이다.

 

2. 살림의 성장과 인도의 역사

제1부의 고비를 넘기면 이야기의 형태와 살림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살림은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어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래서 굉장히 말이 많아진다. 끝을 앞둔 자는 바쁘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샛강들이 서로 만나 큰강의 물결이 되듯 하나로 모여 출렁이며 흘러간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간간이 질문하며 추임새를 넣는 파드마라는 여인과 독자는 하나가 된다.  외할아버지의 길다란 코와 자신의 코를 연관시키는 노력이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나 이효석의 '메밀꽃필 무렵'처럼 핏줄의 연관성을 찾아 가족의 역사가 이어지듯 인도의 역사가 흘러나온다. '한밤의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물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존재하는 사랑과 자부심 가득한 살림의 성장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후 내분으로 인한 갈등과 전쟁, 인구 증가와 빈부갈등으로 인해 질곡에 빠진 인도의 역사가 맞물린다. 아담 아지즈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돌아온 1915년부터 자신의 생이 다하는 1978년까지를 다룬다고 하는데 이 시기는 인도 역사상 가장 큰 격동기였다는 옮긴이의 해설도 도움이 된다.

아홉살 살림은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을 읽고 그 사람이 되어 인도 곳곳을 관광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마치 선지자 마호메트가 천사로부터 성령을 받듯이 살림 역시 대천사의 부름을 받는다. 그의 마술적 능력이 실현되는 단계이다. 살림은 부모로부터 인정은 받지 못하지만 자신에게로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의 모든 일들에 창조자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출생의 비밀과 오이코로 나타난 자신의 능력이 사라지고 섬세한 후각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들은 역사를 관통하며 살아간다. 같은 시대에서 서로 다른 운명과 역할로 분열하고 살림은 역사의 주인을 자청한다. 인도 아대륙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분열로 치닫는 시대를 안타까워 하며 그것을 기록할 살림이라는 화자를 등장시켰다. 그는 과거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도록 피클로 만들어 저장한다. 기억해야만 새로운 약속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한밤의 아이들. 시대의 주인이지만 시대의 제물이 되었던 한밤의 아이들은 또 태어나고 또 이어진다. 천 세대 그리고 또 한 세대 . 인도의 현대사는 우리의 현대사만큼이나 아픈 역사다. 너무 많은 희생과 갈등으로 살림의 뼈처럼 조각조각 균열되어 있다. 살림의 아들 아담 시나이의 귀~~ 아버지의 특이한 코보다 더 특이한 코끼리 귀~~ 그래도 다음 세대로의 희망은 듣는 귀, 신중한 입은 침착하게 때를 기다린다. 행동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막는다. 아버지 세대보다 더욱 강하고 단호하게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를.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만 한다.
나는 나보다 앞서 일어났던 모든 일, 내가 겪고 보고 행한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당한 모든 일의 총합이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나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이고 사건이다. 나는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모든 일이며 내가 죽은 뒤에도 나 때문에 일어날 모든 일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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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른도른 2021-01-3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기 힘든 책을 포기하지 않고
김연수 작가의 추천을 밑거름 삼아
끝까지 읽었다는게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