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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모래와 별들 ㅣ 청목 스테디북스 63
생 텍쥐페리 지음, 김채영 옮김 / 청목(청목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사막을 동경의 대상으로 가슴속에 품었을 것이다.사막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샘물,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 태양, 눈을 뜰 수 없는 모래바람, 지평선으로 그려지는 신기루, 사막의 밤. 불완전하고 절망적인 사막이 인간의 가슴속에 그토록 자리잡는 것은 그 불완전과 절망이 불행의 소산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불행마저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만들만큼 커다란 삶의 진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막을 동경하는 것도 가장 불완전하고 절망적인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만나 진정한 자신을 대면하기 위해 설정하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비행기 우편배달부의 삶을 살던 생 텍쥐베리가 비행사로서의 자신의 삶과 사막에 불시착한 이후 느끼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과 그 속에서 찾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19시간, 인간이 물 없이 사막에서 살아날수 있는 시간이다. 머리만을 내어놓고 모래에 몸을 묻고 갈증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무렵에도 그는 19시간의 시간보다는 오히려 완전히 벌거벗은 자신과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은 사물과 직접 맞닥뜨려야 자신의 참 능력과 진실을 측정할수 있는 것이다.
갈증으로 죽음의 문턱을 바라보는 그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사막의 신기루이다. 황혼이 접어들면 신기루는 사라진다. 그러나 그는 자연현상의 신기루가 사라진 자리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 자기 내면의 신기루를 따라 다시 걷는다. 자포자기의 영혼이 그의 몸을 가득 메울때 비로소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의 친구가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러나 허황된 허상에 불과한 신기루가 그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진리였던 것이다.
삶의 진리란 증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진리를 자기옆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흙 한 무더기 속에서 오렌지 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오렌지 나무에게는 흙 한 무더기가 진리인 것이다. 종교, 문화, 가치, 행동양식이 한 인간에게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