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5월까지 수목원에서, 여행 길가에서 하나 둘씩 찍어두었던 야생화입니다. 꽃이름은 나름대로 이름붙인 제일 처음의 <계란후라이꽃>을 빼고는 모르겠네요.

서재를 돌아다니며 살펴본 바에 의하면, 방학을 맞아 국도변으로 들꽃여행을 떠나 어느 길에서 슬며시 꽃들을 바라보고 계실 미네르바님,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여 작은 소리로 곱디고운 야생화의 이름을 부르신 냉.열.사님, 삶 자체가 왠지 야생화를 닮아가고 계실것 같은 파란여우님은 꽃이름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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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1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뻐요. 이걸 다 잉크님이 찍으셨단 말여요? 너무 멋집니다!!
나 같은 문외한이야 보고 그냥 좋아하면 그만이지만, 파란여우님하고 얘기가 잘 통하실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08-1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파란여우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스텔라님 저 또한 문외한인지라 이 아름다운 이름들을 알지 못하고 지냈네요. 야생화 이름들이 참 재미있고 뭔가 사연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호밀밭 2004-08-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후라이꽃 예쁘네요. 아무리 계란후라이를 닮았다지만 그렇게 딱 어울리는 이름을 지었는지 신기하네요. 야생화들이 온실 속의 꽃처럼 조신해 보이고 예뻐요. 청순한 꽃들이네요.

Laika 2004-08-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본듯한 꽃들도 몇 있네요...한번도 이름을 알고자 하지 않았다니....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더욱 새롭기만 하네요...^^
잉크님 휴가 끝났다고 그새 얼굴을 바꾸셨군요....

잉크냄새 2004-08-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 진짜로 계란후라이꽃이라 생각하시는건 아니죠? 그건 제가 지어낸 이름입니다. 본명은 개망초라네요. 삿갓 복장은 휴가 전용 복장이고 이제 예전의 앞모습을 드러내야죠.^^

미네르바 2004-08-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생화 수석 부위원장인 미네르바 등장하였사옵나이다. 저 꽃들에 홀려서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볼수록 예쁘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꽃이에요. 역시 파란 여우님은 야생화 수석 위원장 답습니다. 그리고 잉크님은 행동대장 답구요. 님이 저에게 주신 왼쪽 맨 마지막 꽃은 산수국이라고 하죠. 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예쁘네요. 오른쪽 맨 끝의 꽃은 '꿩의 비름'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맨 위의 꽃은 패랭이가 아닌 듯,비슷하지만 좀 다르네요 변종인가?(정확히 알아볼게요) 왼쪽 다섯번째 꽃은 애기똥풀하고 비슷하나 잎사귀가 틀리네요. 줄기나 잎사귀로 보아 미나리아재비가 아닐지(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오른쪽 네번째는 '바위말발도리'군요. 그리고 오른쪽 맨 밑에 있는 꽃은 노루 오줌이 아니라 '꿩의 비름'같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정말 모르겠어요. 곧 알아보도록 하지요. 그나 저나 너무 예쁜 꽃이어서 제가 퍼갈게요.

미네르바 2004-08-1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란 여우님, 감히 부위원장인 주제에 위원장님께 의심을 품다니... 용서해 주세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의심을 품었나이다. 오른쪽 두번째 꽃을 알았나이다. 천상초라고 하는군요. 정말 예쁘죠? 왠지 파란 여우 님은 들꽃 같은 여인 같아요.아름답고, 향기로운 여인^^*

잉크냄새 2004-08-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분 모두 알라딘 야생화학회 총수님들다운 면모십니다. 제가 이 페이퍼 올리면서 분명 답이 나올거라 예상했죠.^^
그럼 정리하자면 이렇군요.
(왼쪽): 개망초 / 앵초 / 뱀무 / 하얀할미꽃(희귀종) / 애기똥풀 / 눈괴불주머니 / 백당나무꽃
(오른쪽) : 패랭이 / 천상초 / 옥잠화 / 바위말발도리 / 매발톱꽃 / 엉겅퀴 / 꿩의 비름
꽃이름들이 참 이쁘네요.^^

2004-08-1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13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8-1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생물학과 나왔는데도 잘 모르겠다..^^;; 역시 자주 보는게 중요해!(실은 도감 살 돈이 없어서 더 몰라요. ㅜㅜ.. 교양 빼고 3년동안 교과서 한 번 안 사고-빌려서 보거나 대출로 버티면서- 제일 낮은 거지만 성적우수 장학금은 받았는디..^^;) 이름은 거의 다 들어 본 거네요. ^^*

잉크냄새 2004-08-1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은 생물학과시구나. 생물학과 여대생들이 참 이뻤다는데...ㅎ
 

여기 고통 받는 한 사람의 의식을 살펴보자. 그가 태어났을 때 고통에 찬 현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 현실 속에서 자라나면서 그는 그 현실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하여 자신에게 강요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사실은 바로 ‘인간’이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똑히 보지 못하게 된다. 이 거대한 힘에 비하여 볼 때, 자기 자신은 너무나도 약하고 초라하고 무력한 존재로 느껴진다. 조만간에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현실의 사회 구조와 질서 앞에 무조건 머리를 수그리고 거기에 순응해야만 생존이 보장된다고 느끼게 되며, 따라서 현실 앞에서 위축되고 기가 죽어서 비굴해진다. 현실에 대한 모든 비판은 그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무모한 짓으로 되며, 자신에 대해서는 불성실하게 되고 나중에는 부도덕으로까지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비판 정신의 싹은 자신의 의식 속에 싹트기도 전에 잘라버리고, 사회가 강요하는 모든 명령, 모든 가치관, 모든 선전을 받아들여 순한 양이 된다.

 

전태일이 위대한 것은 순한 양이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든 가정에서 자랐으면서도, 스스로 “불행한 과거를 원망한다면 그 과거는 너의 영역에서 영원한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로 불우한 환경 때문에 좌절하거나 타락하지 않고 오히려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그들의 처지를 개선해주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복순이 언니님의 전태일 평전 리뷰 <가장 인간적일때 가장 진보적이 된다> 中

================================================================================

세상을 지배한다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세상은 이러이러 해야만 한다는 명제속에 나도 어느덧 익숙해져버린것은 아닌가, 리뷰의 제목처럼 가장 인간적인 희망과 꿈이 살아야 우리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현실을 둘러싼 모든 껍데기를 벗을 용기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진실로 나아가는 길에 대한 희망함을 포기하지 않고 바라볼수 있는 가슴을 가진 그런 삶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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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1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리뷰 읽어었죠. 리뷰 제목이 참 멋있어요.^^

잉크냄새 2004-08-1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읽었군요. 제가 알라딘 모든 리뷰를 읽는것은 아니지만 04년 상반기에 제가 읽은 최고의 리뷰라고 봅니다. 제가 눈여겨보았던 한부분만을 가져온것이라 전체 맥락을 읽는것에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죠. 그래도 이 카테고리 목적이 그런거라...

icaru 2004-10-0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저것은...제가 한 말들이 아니라...저자 권영래가 한말을 인용해온 것입니다요...
밝혀야 겠네요... 마치 제가 쫘라락 피력한 글인양...되어버렸어용...

모...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실로 나아가는 길에 대한 희망함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잉크냄새 2004-10-0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그래도 저자의 글을 느낄수 있는 님의 영혼이 오히려 감동적인 것이랍니다.^^

icaru 2004-10-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음.....고대로 인용한 것은 아니고...조금 제가 재편집한 것이긴 해요..(주저리주저리...변명조...) ^^

즐거운 명절 보내셨지요?
 


언제부터인가 수신 메일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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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8-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에 들어오기 전에 메일에서 확인하고 들어오는 편인데 메일의 대부분이 코멘트일 때도 있어요. 전에는 엉뚱한 메일이 많이 와서 짜증도 났는데 서재 활동을 한 후부터는 기분 좋은 메일이 많이 도착하네요^^.

Laika 2004-08-0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갑긴한데, 너무 많아지니, 언제부턴가는 메일 수신이 안되게 설정해놓는데.....잉크님 스팸메일은 없고, 깨끗하게 알라딘....메일로 가득 차있으시네요...^^

아영엄마 2004-08-0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메일함에 알라딘에서 날아온 메일들이 대부분이에요.. 보면 뿌듯한거 있죠~ 서재에 먼저 들어와서 다 아는 코멘트들일지라도 다시 한 번 보고 나서 지운답니다.. 하루에 100여개가 넘는 코멘트 메일이 달린 분들도 있다잖아요!!

잉크냄새 2004-08-0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도 스팸메일이 새벽에만 집중적으로 오더군요. 그래서 낮시간에는 깨끗한 알라딘 메일만 그득하답니다. 메일 수신 안되게 설정하지 못하는 것은 가끔 옛 페이퍼나 리뷰에 글을 쓰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수신한답니다.

비로그인 2004-08-0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얼마전부터 알라딘 코멘트를 이메일로 수신하게 됐답니다.
그간 알라딘에 제 이메일 주소 "~.net" 을 "~.com"이라고 잘못 입력해 놓았었나봐요..(며칠 전에야 알았다는... ^^*)
오늘 제 이 메일을 확인하러 들어가 봤더니 여러 님들의 코멘트가 이 메일로 들어와 있더군요.
정말 님 말씀처럼 정겨운 이메일입니다~ ^^

잉크냄새 2004-08-1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냉.열.사님도 그런 실수를 하시구나!!!

미네르바 2004-08-1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겨운 메일이지요. 저도 먼저 메일함에 들어가서 읽어본답니다. 그러면 두번 읽게 되는데도 반갑더라구요. 하루에 100개 이상씩 오는 사람은 어찌 감당할까요?

잉크냄새 2004-08-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메일은 꼭 우표가 붙은 편지를 한통 받은 느낌이더군요.^^
 

단 추

- 백창우 -

나를
옭아매는 것이
내 몸의 단추만큼은 될거다
희망을 박탈당한
불쌍한 사내

=============================================================================

자명종 소리로 맞이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여미면서부터다. 빗질을 하고 서둘러 나서는 현관문, 고요한 아침이 무색한 출근길의 클락션소리,  가벼운 눈웃음마저 사치스러운 호기가 되어버린 아침의 근무풍경, 타다다닥 자판위를 움직이는 공식화된 손놀림, 사각의 틀에 갇혀버린 창밖의 하늘, 노을이 붉은색임을 어느덧 잊어버린 퇴근길 발놀림, 하루종일 육중한 무게를 지탱한 현관문을 열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하루가 마무리되곤 한다.

내 스스로 여미는 단추에 의해 나를 가두고 그렇게 여미어진 단추안의 일상은 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것이라 스스로를 애써 자조하며 단추너머의 바다를 꿈꾸곤 했다. 단추를 풀어헤친 어느날 곱게 여미어진 단추속의 나의 모습에 익숙해진 일상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단추가 있어야할 단추구멍은 오히려 공허함과 나태함이 묻어날 뿐이다. 일상의 나의 모습에 익숙한 내가 주저앉는 소리, 그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오늘도 와이셔츠의 단추를 여미며 생각한다. 단추, 그것은 옭아맴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내 모습이다. 죽는날까지 단추너머의 바다를 꿈꾸겠지만 단추안의 세상, 내 삶이 되어버린 소중한 일상의 흔적들을 또한 바다만큼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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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0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요. 잉크님 휴가 후유증인 거. 힘 내십시오. 홧팅! 아자!

Laika 2004-08-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글 읽다가 "단추너머 바다"를 보려는듯 저도 모르게 창밖을 보는데...하늘이 안보여요....
저 창밖 건물 안의 누군가도 지금쯤 바다를 꿈꾸며 자판을 두들기고 있겠죠.....
"소중한 일상의 흔적들"을 사랑하며...오늘도 야근을....^^

호밀밭 2004-08-0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추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늘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졌다가도 가끔은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늘 앉아 있는 사무실 의자를 벗어나면 어떤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은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시도 님의 글도 좋네요.

잉크냄새 2004-08-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밖에 하늘은 안보여도 잉크 뱃사공이 보이지 않나요? 푸른 창공을 노저어가는 뱃사공...음 어쩌면 삶도 여행과 같아서 결국은 떠남이 아닌 돌아옴인것 같아요.
 

1일 - 춘장대 일몰이 지고

서해, 해안선의 단조로움과 파도가 쉽게 연상되지 않는 바다로 인해 그 동안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곳이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로 잡은 것은 원래의 계획이 서해를 따라 제주도로 넘어가고자 하는 이유였지만 중간에 제주도 계획이 무산되었다. 고속도로의 정체를 예상하여 이천,안산,예산을 잇는 국도를 거쳐 모세의 기적이 존재한다는 무창포로 향했지만 너무 과도한 인파와 바가지 숙박비로 인해 더 아래에 자리한 춘장대로 옮겨가다. 십만원이 넘는 숙박비를 피해 어느 허름한 식당에 여장을 푼후 바로 바다로 달려가다.

처음 가본 서해 바다의 매력은 갯벌의 생명력과 수평선위로 지는 일몰이 아닌가 싶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멀리 들락날락거리는 작은 물결, 갯벌 생물들의 작은 움직임을 무한한 대자연의 생명력처럼 느끼면서 갯벌을 걷다.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위의 일몰과 푸르른 하늘위를 날으는 갈매기, 그것은 차라리 한폭의 그림이었다.


춘장대의 일몰, 바다의 일몰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춘장대 갈매기, 춘장대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2일 - 선운사의 밤, 복분자에 취하고

선운사는 몇년전 동백꽃 축제에 다녀온적이 있다. 그 당시 다 떨어진 동백꽃을 뒤로 아쉽게 돌아섰는데 이번에 다시 고창 선운사를 찾아간 것은 고창에 사는 회사 후배가 대접한다는 복분자의 유혹 때문이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즈넉한 산세의 고창 읍성, 그리고 녹음이 묻어나는 선운사의 산책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고창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는 듯 고창 주변의 친구들을 불러 후배가 가져온 복분자에 기분좋게 취해 잠이 들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고창 고인돌 유적


낙안 읍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고창 읍성

3일 - 동해안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리

당초 전라남도 광주에서 합류하기로 한 일행 한명을 대구로 내려오게 하고 전남 담양에서 88고속도로로 접어들다. 막 개이기 시작한 고속도로위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 끝이 동해의 푸르른 바다임을 알리려는듯 푸르른 하늘은 끝이 없었다.대구에서 다시 동해로 국도를 접어들어 달렸다. 동해안에서부터 전국일주를 시작한 후배들과 월포 해수욕장에서 합류하여 여장을 풀다.

바닷가에 자리한 앞이 훤히 트인 간이 식당의 인상이 참 좋은 아주머니와 바닷가 특유의 거친 사투리가 묻어나는 아저씨의 넉살속에 바다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다. 나중에는 주인 아저씨까지 합류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이 깊어갔다. 간간이 들여오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는 암흑을 저 멀리 밀어내듯 마음속의 어둠을 그렇게 밀어내고 있었다. 


동해안의 해안선 풍경 하나

 4일 - 7번 국도의 아름다움을 따라 소금강으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해안선에 자리한 7번 국도만큼 아름다운 도로는 없을 것이다. 바닷가를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속을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작년 여름에도 이 길을 마지막으로 달렸고 올해도 마지막 종착지인 소금강을 향해 7번 국도를 달렸다. 몇번을 멈추어서 7번 국도변에 자리한 풍경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소금강에 도착하다.

소금강,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 칭하여진다. 소금강 계곡 초입에 자리한 각종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차지한 공간이 자연보다 더 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숙박객들을 위해 급조한 시설이 아닌 그곳에 뿌리내려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에 그것은 그냥 자연속에 자리한 사람의 흔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신라시대 왕과 신하들이 포석정에서 물길에 술잔을 떠내려보내며 운치있게 술잔을 돌렸듯이 우리도 계곡속에서 동동주잔을 떠내려보내며 술을 비우곤 7번 국도의 운명과 사람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소금강의 밤을 맞았다.


7번 국도변의 풍경 한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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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0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네요.....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술집" -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잉크님 사진에선 여름 휴가의 복잡함은 안보여서 좋네요.......^^

갈대 2004-08-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에서 동해로 바다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네요. 며치간 안 보이시더니 휴가를..^^

호밀밭 2004-08-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휴가를 다녀오셨네요. 선운사는 전에 한 번 가 보았지만 다시 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소금강은 예전에 가족과 함께 피서를 갔었는데 계곡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자서 더 기억에 남아요. 밤에 별도 많이 있어서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곳이죠. 제가 뭔가 마음속에서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으로만 다녀 오셨네요. 휴가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한 주 맞이하세요.

stella.K 2004-08-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도 한 사진 하시네요. 멋있어요!! 근데 한창 때라 길 많이 막혔을 것 같은데, 사진은 그런 분위기 전혀 아니네요.^^

잉크냄새 2004-08-0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자세히 보아주어야 할것들을 간과할 수 있죠.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똥마른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답니다.
저번주가 여름휴가의 절정기였는데 길도 그렇고 다녀온 곳이 사람들이 별로 없었답니다. 호밀밭님 말대로 다음주부터 일상의 시작인데 몇일간은 휴가 휴유증에 시달려야할것 같아요.

icaru 2004-08-0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남한 땅의 해안들을 누비셨군요!!!
갈매기 사진 진짜 잘 찍으셨네요...정말 찍기 어렵던데...

비로그인 2004-08-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에 번쩍! 서에 번쩍~!! ^^
일주일 간의 휴가를 아주 알차게 보내신 것 같아요. 사진..그리고 훈훈한 인심과 객지에서의 낭만이 묻어나는 여행담...좋네요.
오랜 시간 동안 여행 계획하셨던 것 같아요. 제주도도 예정대로 다녀오셨으면 더 좋으셨을 텐데요. 하지만 다음 여행으로의 기약이 될 것이기에.. 아쉬움 달래실 수 있을 듯 해요. ^^
바다 사진 보니....당장이라도 달려 가고 싶네요. 특히 일몰의 바닷 풍경... 일출 때와는 확실히 다른...객창감이 절로 일 것만 같은 풍경이에요.
좋은 여행, 알찬 휴가 ... 아름다운 추억이 되셨으리라 생각해요. ^^

ceylontea 2004-08-0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셨군요...
전 파란여우님.. 서재에서 다녀왔다는 인사를 보고 어디 가셨나 했었는데... 휴가 시작일이 저랑 같으시네요..그래도 님은 긴 1주일... 전 아쉬운 3일로.. 지난 목요일 회사에 복귀하고 정신없이 바빴답니다.

잉크냄새 2004-08-0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홍길동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녔죠. 가보고 싶은곳은 많은데 시간이 없으니 다리품이라도 열심히 팔아야지요. 8월 첫째주 휴가가 많았던것 같아요. 복순이 언니님, 냉.열.사님, 실론티님도 거의 같은 시기네요. 혹시 모르겠네요. 어디선가 슬며시 스쳐지나갔는지도....

미네르바 2004-08-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몰시 사진이 정말 아름답네요. 저도 서해안으로 가서 저녁 노을을 보아야겠어요.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이 서해안의 매력인 것 같군요.

잉크냄새 2004-08-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의 일몰은 참 아름답더군요.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도 잘 어울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