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추
- 백창우 -
나를
옭아매는 것이
내 몸의 단추만큼은 될거다
희망을 박탈당한
불쌍한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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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 소리로 맞이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여미면서부터다. 빗질을 하고 서둘러 나서는 현관문, 고요한 아침이 무색한 출근길의 클락션소리, 가벼운 눈웃음마저 사치스러운 호기가 되어버린 아침의 근무풍경, 타다다닥 자판위를 움직이는 공식화된 손놀림, 사각의 틀에 갇혀버린 창밖의 하늘, 노을이 붉은색임을 어느덧 잊어버린 퇴근길 발놀림, 하루종일 육중한 무게를 지탱한 현관문을 열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하루가 마무리되곤 한다.
내 스스로 여미는 단추에 의해 나를 가두고 그렇게 여미어진 단추안의 일상은 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것이라 스스로를 애써 자조하며 단추너머의 바다를 꿈꾸곤 했다. 단추를 풀어헤친 어느날 곱게 여미어진 단추속의 나의 모습에 익숙해진 일상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단추가 있어야할 단추구멍은 오히려 공허함과 나태함이 묻어날 뿐이다. 일상의 나의 모습에 익숙한 내가 주저앉는 소리, 그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오늘도 와이셔츠의 단추를 여미며 생각한다. 단추, 그것은 옭아맴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내 모습이다. 죽는날까지 단추너머의 바다를 꿈꾸겠지만 단추안의 세상, 내 삶이 되어버린 소중한 일상의 흔적들을 또한 바다만큼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