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 녀석이 보내온 메일에 우리 과의 노래가 실려있다.

<산공인의 노래>

연지 찍고 분 바르고 예쁘게 하고서

산공과에 몸을  바친 여대생 미스리 미스리~

때때로 멘스때는 짜증도 내지만

산공과가 부른다면 맨발의 선착순 선착순~

 

체육대회니 개강파티니 하는 행사가 있을때마다 지겹도록 부르던 노래이다. 가사에서 유추되듯이 공대 여대생의 존재는 희박했었나보다. 입학 당시 100명중에 2명이었고 과 전체를 통틀어 3명이었다. 한 학기가 지나기 전에 남성화로의 훌륭한(?) 탈바꿈을 시도해버렸지만... 문득 얼굴이 잠시 떠오른다. 이제는 모두 애엄마가 되어있을텐데, 다시 만난다면 이 노래를 힘차게 불러줄라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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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5-2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노래가 거시기요~~!! ㅋ
간만에...서재나들이 나왔습니다~~!! 잉크 냄새 님 서재부터 코멘트 시작~!

Laika 2004-05-2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공대다운 노래입니다.

갈대 2004-05-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업들어가기 싫겠다.... 남자들만 있으면 홀아비냄새 나는데...--;

호밀밭 2004-05-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궁금해지는 노래네요. 참참참, 가사 매우 도전적인듯 하면서도 재미있네요.

잉크냄새 2004-05-2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가사가 좀 거시기하긴 하죠.^^
근데 음 붙여서 들으면 경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설마 발라드 음이라고 상상은 안하시겠죠?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 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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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물만두 2004-05-2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갑자기 눈물이...

잉크냄새 2004-05-2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글프게도 둘다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치는 그 천년을 또 기다려야하나 봅니다.

비로그인 2004-05-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연이라..인연은 우연인가요, 필연인가요? -.-a

잉크냄새 2004-05-2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년을 기다린 인연이 우연이라 하면 너무 측은하잖아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요...어깨 한번 툭~

잉크냄새 2004-05-2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우연치고는 대단하네요. 서로 2000이라니...
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icaru 2004-05-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인연이라는 것은 때론 서로의 서재에 이천번째 방문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이천번째 방문자는 어떤 아무개였을까?? 문득 궁금함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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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한 망각이란 없겠지. 단지 가슴속 무의식의 저편에 있을뿐이지.

미네르바 2004-05-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많이 공감하는 글이네요. 그 열가지....... 다 품고 있었던 것인데...
그래도 사랑했던 기억만큼은 버리고 싶지 않군요. 저 퍼갈게요.

물만두 2004-05-2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안되는 전 참 헛 살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을 해보긴 한 건지 참...

tnr830 2004-05-2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찔리는 말이 좀 있네요
그래도 나를 오래도록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못버릴거 같아요...
퍼갈께요^^

비로그인 2004-05-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저도....버려야 할 것보단 아직....모아야 할 것이 많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오만과 편견>에 대한 신문의 소개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어느 소년이 동네에서 친해진 친구를 어머니에게 소개하려고 했다. 어머니와 같이 친구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자전거를 탄 친구가 멀리서 보인다. 어머니의 저 흑인 아이가 친구니? 라고 묻는 물음에 소년이 아니! 저기 자전거 탄 아이야! 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인간이 가진 편견에 대하여 말한 글이 있었다. 세상을 자신의 입장으로만 바라보고, 세상의 가치를 비판없이 수용하고, 타성에 젖어 스스로의 사고의 자유로움을 잃어버린 상태 그것이 편견일 것이다.

1930년대 남부 알라배마주의 메이콤 군을 배경으로 한 하퍼 리 여사의 이 소설은 1930년대의 경제적 공황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남부 알라배마주라는 노예 제도의 잔재가 의식속에 박혀있는 공간적 배경속에서 자연스럽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단순히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룬듯이 보이지만 스카웃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핀치 변호사의 딸을 통하여 편견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소녀의 눈으로 인종차별보다 더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의 관점에서 부 래들리는 성장의 과정에 거치는 통과의례적인 인물이다. 스카웃의 눈에 부 래들리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하나의 의미로 자리잡는다. 우리의 사춘기를 관통한 그런 의식의 순차적인 전환 그것이 부 래들리로 상징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 그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스카웃이 그 동안 자신의 집에서만 바라보던 동네를 부 래들리의 집에서 바라보며 '나도 나이가 부쩍 든것 같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으로 서게 된 소녀의 내면적 성숙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속에서 앵무새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르다는 세상의 편견속에 소외되고 고통받고 목숨을 잃는 상징이다. 부 래들리는 성장기의 상처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로 소외되고 고통받으며 톰 로빈슨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단의 편견속에 목숨을 잃는다.

이 소설이 반세기 동안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지켜온 것은 우리 사회속에 아직 앵무새 죽이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고정관념,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의 부재, 지독한 타성에 젖은 사고가 존재하는 한 세상의 앵무새 죽이기는 서글프게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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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24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찜해놓고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저도 이책 읽고 리뷰를 무지 잘 쓰고 싶었는데...실력이 워낙 부족해서리...님은 참 잘 쓰셨네요. ^^ 종종 들리지요.

미네르바 2004-05-2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7년 전 쯤, 언니의 권유로 읽게 된 책이에요. 오래전에 읽었는데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꽤나 가슴을 흔들었던 책이죠. 숨막히도록 뜨거운 여름날의 재판이라던가, 부 래들리와 소녀가 차츰 차츰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도 우리 안에 있는 그러한 편견이,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는 한 이 책은 계속 읽혀져야겠지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이기에 더 진솔하게 다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너무 감동적인 책은 오히려 리뷰 쓰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감동을 글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잉크냄새 2004-05-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완전히 버린다는 것은 힘든 일인것 같아요. 법정스님이나 다른 성현들처럼 자신을 완전하게 다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요. 다만 자신의 그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네요.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날 그런 사고에서 조금은 빗겨서있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겠죠.

비로그인 2004-05-2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잘 알려져, 오히려 기피해 왔던 책이예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의 베스트 셀러라는 훈장을 달고 있는 책...그것은 아무리 유명하단 책이라도 자연스레 한곁으로 제쳐 버리는, 이것 역시 책 선택에 있어서의 저의 편견이겠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생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것은 자꾸만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신 그 자리에는 현상만으로, 현상에 치우치는 편협한 시각들과 의식들이 자리할 뿐이죠. 편견과 성장......이라..어째 앵무새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나 모색해 볼랍니다. ^^* 잘 읽고 가요. 님~

icaru 2004-05-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디어 앵무새를 찾으셨군요..........다음과 같이요....
"소설속에서 앵무새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르다는 세상의 편견속에 소외되고 고통받고 목숨을 잃는 상징이다."

저두 잘 읽고 가요~!

잉크냄새 2004-05-2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의 책선택의 편견을 뒤엎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편견과 성장이란 두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허전하군요. 복순이 언니님은 아직 기억하고 계시네요.제가 책을 읽기전 궁금해하던 앵무새의 의미.
 


 아카시아 꽃 필 때 - 오광수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날까요

호호 입으로 불고 옷에다 닦아서
당신을 가득 묻혀 내게 준 만년필은
몇 번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고
아픈 가슴만 망울졌습니다

이젠 당신의 얼굴을 그리려해도
짓궂은 세월이
기억하는 얼굴을 흩으면서
아내와 비슷한 얼굴로 만듭니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올해도 나를 꿈의 기억으로 보냅니다
혼자서 하얀 꽃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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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23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올해는 아카시아꽃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찾아다녀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눈을 들어보니 어느덧 아카시아 색이 누렇게 바래고 있었다.
이 배경음악을 계속 들었다. 다시금 하얀 꿈을 피울것 같은 느낌. 글도 사진도 음악도 창으로 들어오는 아카시아향보다 진했다.

icaru 2004-05-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시아는 번식력이 무척 강해서...내지는 독성이 있어설까...아카시아 나무 근처에는 풀이나 꽃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한대요~!

얼마 전 관악산엘 갔는데... 등반로 중에...아카시아 숲이 있어서...향기에 한껏 취하면서 산을 올랐답니다.... 그때 그 향과..소금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