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 필 때 - 오광수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날까요

호호 입으로 불고 옷에다 닦아서
당신을 가득 묻혀 내게 준 만년필은
몇 번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고
아픈 가슴만 망울졌습니다

이젠 당신의 얼굴을 그리려해도
짓궂은 세월이
기억하는 얼굴을 흩으면서
아내와 비슷한 얼굴로 만듭니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올해도 나를 꿈의 기억으로 보냅니다
혼자서 하얀 꽃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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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23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올해는 아카시아꽃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찾아다녀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눈을 들어보니 어느덧 아카시아 색이 누렇게 바래고 있었다.
이 배경음악을 계속 들었다. 다시금 하얀 꿈을 피울것 같은 느낌. 글도 사진도 음악도 창으로 들어오는 아카시아향보다 진했다.

icaru 2004-05-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시아는 번식력이 무척 강해서...내지는 독성이 있어설까...아카시아 나무 근처에는 풀이나 꽃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한대요~!

얼마 전 관악산엘 갔는데... 등반로 중에...아카시아 숲이 있어서...향기에 한껏 취하면서 산을 올랐답니다.... 그때 그 향과..소금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