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

허우적 허우적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보아야 했던 그 시절엔 상처 하나 가만 두지 못했다. 자꾸 긁고 딱지를 떼어 또 다시 검붉은 핏자욱을 보고 말았다.

피가 괴고 고름이 차던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난 아침, 난 비로소 내 상처를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에 상처 하나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를 바라보고 그들의 상처를 안을 수 있었다.

가슴속에 커다란 상처 하나 없는 이 어디 있으랴! 커다란 상처에 꽃향기 가득 머금은 이들과 이 세상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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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7-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들려 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인용해도 되겠지요~~!!

로드무비 2004-07-3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익은 상처에선 정말 꽃향기가 날까요?^^
 


옛날 가방을 정리하다 편지가 한장 떨어졌어요.

아, 이것을 뭐라고 이름붙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다른 학교의 같은 반 같은 번호에게 편지를 보내던 것 말이죠. 그해 봄날에 아마 54장의 편지가 저희 반에 배달되었을 겁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옆 여학교 24번이 저한테 보내온 편지네요. 그때 내 번호가 24번이었구나!

음~ 답장을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 당시에 참 수줍음이 많아서 머뭇머뭇하다 답장을 한것 같기도 하네요.^^

꽃다운 나이 18세란 표현도 있네요. 그런 시절도 있긴 있었나봐요.

추억은 억지로 끄집어내는 것은 아닌가봐요. 10년이 훨씬 지난 이 편지가 오늘 저녁 저 앞에 우연히 나타난 걸 보니까요.

아마 추억도 오래된 친구처럼 어느 날 문득 저를 찾아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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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7-2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낭만이네요. 심하게 부럽습니다^^

Laika 2004-07-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From 24 " - ^^ .....그 24번 여학생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요? 재밌는 추억이네요...전 저렇것도 한번 못해보고 졸업하다니.....

비로그인 2004-07-2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또라고 했었던가요? -.-a
그건 그렇고, 갈대 님 말씀처럼...아~ 학창 시절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보물이네요.
근데, 편지 내용이 너무 재밌어요. 꼭 왕년의 펜팔(?) 편지 같은..... ^^
근데 겨우 한 번의 편지 왕래로 끝난 건 아니겠죠? 그죠? ^^


잉크냄새 2004-07-2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즐거운 한때였지요. 낭만이니 뭐니 하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에는 좀 그렇고요.
편지 왕래...글쎄요 한번 하고 말았던것 같은데요.^^

stella.K 2004-07-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번요? 그때 키가 별로 크시지 않으셨나 보네. 그때 그 여학생은 좋은 추억을 만들뻔한 기회를 놓친 것 같네요. 그 여학생 지금이라도 알리딘 회원되지...

icaru 2004-07-2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음...
내 추억인것마냥...잠시...그 시절로 돌아가봤습니다~~ 님 덕분에...

잉크냄새 2004-07-2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내비추시는 속내들이 한번쯤 경험이 있으신듯 싶은데...
정확한 명칭이 뭔지는 모르시나 봅니다...
냉열사님의 마니또는 닭고기 상표명이 아닌가요?

icaru 2004-07-2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날로 늘어나는 잉크 냄새 님의 입담 .. 게그...

미네르바 2004-07-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님, 멋진 추억을 갖고 계시는군요. 정말, 추억은 억지로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닌가봐요. 시간이 흐를수록 잉크냄새님의 이야기 보따리는 더욱 풍성해지는 듯 해요.

잉크냄새 2004-07-2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보따리 바닥날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땐 개그로 한판?
 

처음 집을 사러 다닐때 나름대로 조건으로 잡은 것이 햇볕이 잘 드는 구조와 앞이 트인 구조였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비록 아파트이지만 베란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광경은 그나마 대자연의 푸르름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한 부분만 놓고 본다면 대관령의 목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록 밭작물이지만 6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을 그려볼수도 있고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그리기에도 손색이 없다.

봄이 지나 낮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 베란다이다. 퇴근후 책 한권을 들고 노을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다. 중학교 시절 배운 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나 또한 노을을 바라보며 글을 읽고 있다. (다만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아쉽게도 옆 건물에 가려지고 만다.) 예전에 낚시 다닐때 가지고 다니던 긴 등받이 의자를 설치하고 탁자 비슷한 것도 하나 구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한낮의 빨래의 하늘거림 속에서 읽는 책의 맛도 좋고 저녁 노을 속에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깨어나는 경험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일찍 잠이 깬 새벽녘의 몽롱한 안개 속에서 읽는 책도 묘미가 있다.

이 곳은 특히 안개가 심하다. 평균 열흘에 한번 정도로 자욱한 안개가 새벽녘에 온 천지를 뒤덮곤 한다. 출근하는 날의 안개는 출근의 적과도 같지만 휴일 새벽의 안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울림을 담아내곤 한다. 얼마전에도 새벽녘에 잠이 깨어 바라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책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아침 햇살에 안개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책을 읽었다. 이것이 도원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풋~ 하고 웃으며 들어왔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밭이다. 얼마전 할머니들이 무엇인가를 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푸르른 들판을 만들어 버렸다.


이곳은 안개가 심하다. 앞을 가늠할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자주 낀다. 휴일날의 안개는 또 다른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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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잉크 냄새 님은 참 행복한 분이시네요. 냉열사 집 배란다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아파트 신축 공사가 만들어 놓는 살풍경 그 자체랍니다..
사진을 보니 제 맘이 다 탁 트여 지네요...베란다에서 책 한 권 들고 책 읽으시는 모습...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네요. ^^

호밀밭 2004-07-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가 가진 신비한 느낌 좋아해요. 멋진 풍경이 보이시는 곳에서 사시는군요. 베란다에 의자가 있다니 좋으시겠어요.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서 좋은 풍경도 바라보시고, 멋진 배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드셔도 좋겠네요. 쉬는 날 안개를 보게 되면 몽롱하면서도 편안해져서 현실을 조금은 잊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04-07-1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은 어디 사시길래 베란다에 나서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거죠? 정말 베란다에서 책을 읽으시는 님의 모습이 퍽이나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럽습니다.
저의 집은 사방이 건물로 둘러쳐져 있을뿐인데...그나마 길건너에 숲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되네요. 잘은 안가지만...

ceylontea 2004-07-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놀이터가 보여요...^^
잉크냄새님.. 베란다에서 밖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겠어요...

水巖 2004-07-19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풍경을 보면서 사십니다. 부럽습니다. 우리 아파트도 옆에 신축 아파트를 짓는 바람에 그나마 손주올때 같이 보던 기차며 전철도 못 보게 되었답니다.
탁 트인 베란다에 흔들의자를 놓고 책을 보거나, 아니면 앙증맞은 티 테이블에서 커피 한잔 마셔도 좋으련만.....

잉크냄새 2004-07-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기도 이천입니다. 이곳은 예전부터 지하수와 관개수로가 발달하여 물과 흙이 좋고 쌀과 도자기가 유명하죠. 호수가 없음에도 안개가 많은 것은 지하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얼마후면 지하철이 이곳까지 연장된다고 하던데, 그때는 아마 이곳도 살벌한 풍경이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icaru 2004-07-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란다로 보이는 풍경이 저러하다면..음...저같으면 집밖으로 도통 나가려 하지 않을 듯 합니다...

메시지 2004-07-1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저희 집도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고 매미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만 잉크냄새님댁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네요.

겨울 2004-07-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창문을 여는 순간 참새 한 마리가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며 담장 위를 걸어가더군요. 총총 걸어가던 모양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잉크냄새님은 정말 근사한 곳에 사시네요. 도심 안에서는 저런 풍경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지요. 늘 지나는 길에 공한지가 있는데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께서 들깨며 상추며 열무를 심어 가꾸는 모습을 종종 보았죠. 무단으로 투기한 쓰레기들 옆에 무성히 자란 채소를 보는 일은 참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누군가 모조리 싹둑 베어버렸고 할머니는 그 옆에 서서 못된 사람들이라고 푸념을 하시더군요. 아마도 땅에 관련된 누군가가 그리한 듯. 근처에 잔뜩 버려진 쓰레기는 방치하면서 자라고 있는 채소를 그렇게 몰인정하게 짓밟다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Laika 2004-07-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잉크님이 산속에 사시는건가 생각 했답니다. 좋네요..저는 저런 풍경 안펼쳐지고 그냥 베란다만 있어도 좋겠어요. 저는 창문 열면 뒷집 빨간 벽돌만 보인답니다. 그래도 햇볓은 들어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잉크냄새 2004-07-2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 트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매미소리, 새소리 들리는 것도 좋고, 여름밤이면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소리 들리는 것도 좋고요. ^^

아영엄마 2004-07-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책을 읽다,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 눈이 피곤하거나 문득 하늘을 보고 싶을 때 눈을 돌렸을 때 볼 확 트인 공간과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자 행운이죠.. 잉크냄새가 저를 이끌어 왔더니 근사한 자연 풍경이 보이네요..^^*(저 아시죠? ^^;; 즐겨찾기 하나 늘면 그건 바로 저예요~~)
 

출처 - 엽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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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7-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Y.B 는 버스색이 아니랍니다.^^

미네르바 2004-07-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G.R.Y.B의 뜻이 무엇인지를 '지, 0, 0, 병'이라는 뜻을...^^ 한참 웃었습니다요.
서울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말 불편하겠어요.
그런데 다음엔 정말 무엇으로 국민을 괴롭힐 건지... 안타깝네요.

만월의꿈 2004-07-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학교에서 보고는 친구들이랑 심하게 웃었다죠-//
예, 그렇죠. G.R.Y.B의 뜻은 '0, 랄, 염, 0'이이죠-_-;;
 

1. 처음

자전거를 배운 것은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늦은 것은 학교에 들어가기전의 사건 때문이다. 자전거 뒤에 타고 있었는데 내리막길에서 바퀴살 속으로 왼발이 빨려들어가면서 심하게 다친 기억때문에 자전거를 상당히 꺼려했다.

처음 탄 자전거는 짐자전거이다. 그 묵중한 무게, 상당히 높은 안장, 하여간 쉽지 않은 대상이었다. 짐자전거는 그 당시의 키에 안장에 올라타서 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사용되는 기법이 자전거 안장 밑으로 한쪽 다리를 집어넣어 몸과 자전거의 무게중심에 의존해 비스듬하게 타던 방법이다. 지금 이름을 붙이자면 가위타기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축구의 가위차기와 비슷한 자세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그 당시의 클락숀은 태엽 형태였다. [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 한손으로 레버를 밀면 찌르릉 소리가 나던 방식. 지금은 보통 누르는 방식으로 소리도 다양하다.아마 지금  동요가 나온다면 [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 정도가 아닐까 싶다. 노래가 성립안되는군.

2. 놀이

고향집에서 소금강까지 자전거로 2시간 거리였다. 중학교 / 고등학교시절 주말에 친구들과 자전거로 소금강까지 올라간후 하던 놀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위험한 놀이였지만 그 당시 뭔가 신나고 자극적인 걸 원하던 시기에는 그런데로 재미있었던것 같다.

심한 경사와 구불구불한 커브길로 구성된 길은 올라가는데는 30분 정도 소모되지만 내려오는 것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기였다. 순전히 발만으로 브레이크를 대신하면서 내리막과 커브길을 내려오는 것이다. 그 위험성에 비해서 사고는 나지 않았다. 딱 한번 친구 녀석이 커브길 밖으로 날라갔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던것 같다.

3. 망신

고등학교 시절이다. 친구에게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간 적이 있다. 친구가 딱 한마디 하더군. [ 자전거 약간 고장났거든. 근데 조심하면 괜찮을꺼야 ] 사건은 이 고장의 명확한 의미를 몰랐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이 지나갔다. 바로 머리속에 발동하는 객기 (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정신없이 부리는 객기의 근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로 자전거 앞바퀴 들기였다. 시도는 훌륭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고장이란 것이 바로 앞바퀴 고정 나사가 없는 것이었다. 천천히 조심하면 충분히 탈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화에서 우당탕 쿵탕하고 난후 바퀴만 굴러가는 장면. 만화에서나 가능한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도 존재한다. 자전거 앞바퀴 들기를 시도하는 순간 눈 앞에 앞바퀴가 빠져서 저만치 굴러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다음은 설명안해도 뻔한 사실 아니겠는가 우당탕 쿵탕 사람 구르고 책가방 구르고 도시락 구르고 자전거 구르고.... 아픔보다도 망신살에 잽싸게 도망쳤다. 그 여학생이 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후 앞바퀴를 둘러메고 나타나 허탈하게 노을 속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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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1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가 보기는 좋아도 그렇게 안전한 물건은 못되나봐요.
그래도 그 여학생 앞에서 실수했어도 얼마든지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그 여학생 잉크님 마음을 정말 몰랐던건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없었던건지...
그래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클래식>에 나왔던 조승우가 생각나네요. 그 배우 꽤 괜찮던데...^^

갈대 2004-07-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부리는 객기에 대한 연구는 남성학 관련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포유류의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자신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과 같은(적어도 비슷한) 심리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잉크냄새님에게 그것은 <필살 자전거 앞바귀 들기>였군요. 확실히 여성은 쉽게 할 수 없는, 남자의 힘과 균형감각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기에 잘만 되었으면 호감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예측하지 못한 자전거의 결점으로 인해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미네르바 2004-07-1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그 객기가 성공했다면 생이 좀 달라졌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잉크님의 추억을 듣는(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즐겁게 살아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 소금강까지 두 시간 거리를 자전거로 갔다... 참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탔어요. 저희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워낙 독창적이신(?) 분이라 여자 중학생 아이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하고, 시험까지 보았으니까요. 그 덕분에 지금은 자전거도 탈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혹독한 시련이 주어졌지요. 빌려서 탄 자전거 페달을 부셔트리기도 하고, 이웃집 오빠의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손등에 크나큰 흉터를 남기기도 하고... 그러나 그 결과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어느해 어린이날, 여의도 광장에서 사이클을 탈 때, 여자 아이 중 유일하게 씩씩하게 사이클을 탔다죠?

호밀밭 2004-07-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몰라요. 어렸을 때 언니 키에 맞춘 자전거를 아빠가 사 오셔서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못 배웠어요. 그리고는 그냥그냥 미루다 보니 배우지 못했고, 타려고 하니 겁이 나서 못 탔어요.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 자전거는 참 위태위태해 보여서요. 그 때 여학생 앞에서 타다가 넘어지시고 그냥 한 번 뒤돌아 보시지 그러셨어요. 의외로 그 모습이 좋아 보였을 여학생도 있었을 텐데요.

겨울 2004-07-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맹이 시절에 오빠의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가 집 근처 논밭으로 굴러떨어진 기억이 여지껏 남아서 좀처럼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가 않아요. 훵 뚫린 운동장이나 사람도 차도 없는 길에서는 그럭저럭 타고 달리는데 막상 실전에서 사람과 차들 속으로 달리는 일이 어찌나 무서운지요. 탈 것 같은데.. 라는 남들의 말과는 달리 자전거를 못탄다고 극구 부인해야하는 겁장이죠.

잉크냄새 2004-07-1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를 타보신 분들은 한번쯤은 굴러떨어진 경험은 있을것 같아요. 특히 좁은 시골길을 달리다 논두렁에 굴러떨어진 경험이 많죠. 예전에 서부영화에 나오는 말타기 묘기처럼 흉내낸다고 연습도 많이 했어요. 달리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렸다가 다시 달려가 뛰어서 올라타고, 뭐 이런 허접한 연습도 그 시절에는 꽤나 했답니다.

ceylontea 2004-07-1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 탈 줄 몰라요...
정말 배우고 싶은 건데.. 이젠 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