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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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 허우적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보아야 했던 그 시절엔 상처 하나 가만 두지 못했다. 자꾸 긁고 딱지를 떼어 또 다시 검붉은 핏자욱을 보고 말았다.
피가 괴고 고름이 차던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난 아침, 난 비로소 내 상처를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에 상처 하나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를 바라보고 그들의 상처를 안을 수 있었다.
가슴속에 커다란 상처 하나 없는 이 어디 있으랴! 커다란 상처에 꽃향기 가득 머금은 이들과 이 세상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