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것은 91년도이다. 당시 인천 부평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조조할인시간에 들어가서 상영시간 224분의 대작을 무려 세번을 보고 나왔다. 두번째부터는 한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무언가에 흘린듯 보았다. 그때도 이 영화의 OST <존덴버의 테마>가 머릿속에 가득 남아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도 머릿속은 온통 이 음악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OST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OST이다.

인디언을 다룬 영화는 몇편 있었다. 버트 랭카스터 주연의 <아파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라스트 모히칸> 그러나 그 영화속의 인디언은 전사였다. 그들은 목적의 정당성을 떠나서 일단은 도끼와 총을 둘러멘 전사였다.<늑대와 춤을>의 수우족들의 삶처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는 아니었다.이 영화는 나름대로 인디언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던것 같다. 잔인한 전사나 무식한 야만인이 아닌 자연에 동화되어 사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있다. 인디언의 삶처럼 남북전쟁의 영웅 존 덴버 중위가 수우족 인디언 "늑대와 춤을"로 점차 동화되어 가는 순간 그 넓은 평원 어디에도 영웅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늑대와 춤을"만이 있을뿐...

케빈 코스트너는 이 영화를 본 이후 상당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보디가드> <JFK> <로빈훗>등의 영화에서 전성기를 누렸으나 <워터월드> <포스트맨>의 참패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특히  <3000마일>속의 그의 모습은 왠지 그의 이미지와는 너무 동떨어진것 같아 아쉬웠다.

Dances with wolves, Kicking Bird, Wind in his head, Ten bears, Stand with a fist....문득 이런 류의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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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2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인디언들이 한 겨울에 백인들의 추격을 피하여 거주지 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을 보면서 서부의 역사는 다시 씌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백인들의 인디언 침략사는 이런 영화를 낳았지만 인디언들의 서러운 패전사는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 아이러니 이지요.

stella.K 2004-08-2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본 것 같은데, 왜 기억이 없을까요? 음악 정말 좋으네요.^^

잉크냄새 2004-08-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케빈 코스트너가 마지막 장면에서 파란여우님이 이야기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백인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늑대와 춤을"이 수우족에게 구출되어 결국은 백인도 수우족도 아닌 곳으로 떠나는 것이 서로 동화되지 못하고 결국은 백인의 침략으로 마무리짓는 잔혹한 침략사를 표현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미네르바 2004-08-23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 생각나요. 아주 오래 되었지만 그 분위기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인디언 얘기 나오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책이 생각나요. 인디언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태도, 자연을 대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가슴을 적시는 것 같아요. 저도 인디언식 이름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오늘 밤 멋진 이름 하나 더 지어야겠네요.^^

호밀밭 2004-08-2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와 춤을 전 대한극장에서 보았어요. 그 당시에는 화면이 가장 큰 극장이었어요. 중간 고사 끝나던 날 친구들과 가서 보았던 생각이 나요. 보고 나서 마음이 참 막막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후로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본 적이 없네요. 저도 이 음악 좋아해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CD를 사서 자주 듣고요. 음악, 화면 모두가 잘 조화된 영화였는데 그립네요.

잉크냄새 2004-08-2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버팔로가 달려갈때는 극장 전체가 떠날갈것 같았던 착각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상영시간이 너무 길어 다시 보는 것이 쉽지는 않을것 같아요. 그래도 하루 날잡아서 봐도 그 감동은 여전할것 같네요.

icaru 2004-08-2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이 고등학교 2학년였죠...음...그랬어요... 애들이랑 "늑대와 춤을 이랑 주먹쥐고 일어서랑...둘이..야한 씬 하나 있어..." 그럼서..보러간다 어쩐다 그럼서..하하하...
그때...모여서 수다떨던 친구들....웅남이 순희 소란이 보연이...경애...효숙이... 그 그리운 이름들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잉크냄새 2004-08-2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와 춤을과 주먹쥐고 일어서의 야한 씬...저도 그 장면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고 보았죠.^^
 
 전출처 : stella.K > 디카가 없는 것이 아쉽다.

난 어쩌자고 디카 하나 없을까? 물만두님은 자기가 알라딘 사람들한테 선물 받은 거 디카로 찍어 올려놓곤 하던데...나도 그러고 싶다!

오늘 잉크냄새님으로 부터 선물이 도착했다. 잉크님은 본인이 미적감각이 별로라서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말하는 사람 안 믿는다.

받는 순간 포장지는 고급 한지로 싸였고, 우리 똘똘이 뭐든 네모나고 각진 건 모조리부터 뜯을려고 달려드는 경향이 있어, 녀석의 공격으로부터 선물을 지켜내드라 정말 육탄 방어전을 방불했다. 그리고 조용히 뜯는데, 아, 정말 아무리 이벤트 당첨되서 받는 선물이라곤 하지만, 과연 내가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 싶게 약간은 투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손잡이가 달린 컵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잉크님, 나 글쓰는 줄 알고(요즘엔 전혀 못 쓰고 있는데)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글쓰라고 보내신 거란다. 이제 꼼짝없이 다시 글 써야겠다.

그것도 모자라, 이건 도저히 기계로 찍어 냈을리 없는, 한지로 직접 손으로 제작했을 법한 수첩과 나무 무늬 몽당연필도 보내 주셨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있나 싶을 정도다. 수첩 겉표지에 꽃잎 장식이 무척 예쁘고 인상적이다. 너무 행복했다. 내가 남자들 선물을 받아봐서 알지만 이 정도의 선물은 나로선 꿈도 못꿔 볼 선물이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하지만,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달리질 수 있는 게 음식이라 했거늘, 당장 이 컵에 커피를 타서 먹어 보았더니 장난 아니게 맛있다. 우리 엄마도 큼지막 해서 좋다고, 좋아하셨다.   이 기쁨은 받아 본 사람 만이 안다.

잉크님 또 이벤트 안 하시나? 그땐 아쉽지만 난 참여 안 할까 한다. 왜냐하면 다른 분도 잉크님이 선물 받아 보면, 잉크님이 얼마나 멋지고 감각있으신 분인지 알아야 하니까. 그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려는 것이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잉크님, 이렇게 페이퍼 올렸다고 화내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늘 보잘 것 없는 내 서재에 오셔서 댓글 달아 주시고, 지난 봄 내가 봄을 타는 관계로 한참 우울해 할 때 앤티크님과 함께 위로해 주시고, 나 하려는 일에 격려해 주시는 잉크님과의 인연이 참 소중하단 생각이 든다. 정말 이 글을 빌어 잉크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잉크님, 고마워요. 제 맘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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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쑥쓰럽지만 퍼오다.^^

다연엉가 2004-08-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보고 싶어요...저도 오늘은 좀 예쁜 컵에 커피를 마실랍니다.^^^^

호밀밭 2004-08-2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컵, 수첩, 몽당연필까지. 정말 섬세한 선물이네요. 혹시 님, 몽당연필을 모으시는 것 아닌가요. 저도 예전에 잠깐 모으려고 했었는데 연필이 닳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다 지쳐서 모으지를 못했어요. 님, 이벤트 제가 너무 생각없이 담을 써서 조금 후회되네요. 남은 일요일 잘 보내시고 좋은 한 주 맞으세요.

2004-08-22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4-08-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또 작은 선물 드릴수 있는 기회가 있을겁니다.^^
남자분한테는 책을, 여자분한테는 잔과 수첩을 드린것이 오히려 잘된것 같네요.^^

진주 2004-08-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심껏 선물을 포장하시는 얼굴 모르는 잉크님도 상상해보고, 강아지가 팔딱거리는 배경으로 선물풀며 감동하는 스텔라님도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서운한 맘 뒤로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서재의 여러 님들도 상상해봅니다.선물을 주신 분도, 받으신 분도, 지켜 보는 분들도 모두 모두 귀하단 생각이 듭니다. /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제 서재도 곧 777명 되던데 이벤트 준비할 걸 그랬어요^^;

잉크냄새 2004-08-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7이벤트 지금 달려갔더니 778이네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겠습니다.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원규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시인은 참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강원도 황지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낙동강 1,300리를 걷고, 지리산 아랫자락 850리를 도보순례하고, 백두대간 종주 1,500리 길을 걷고, 새만금 삼보일배 800리를 걸었습니다. 욕망의 무한질주가 아닌 사람의 걷는 속도로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걷는 목적마저도 잊어버리고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 시인은 무릎을 치며 깨닫습니다. 기다림이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을. 그 깨달음이 시인을 지리산 자락으로 데려간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몸을 눕힐만큼의 공간,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생활, 지리산을 닮은 이웃사람들, 저절로 삶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자연. 시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하더군요.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의 봄, 어름나무의 그늘속에서 보내는 여름, 낙엽을 쓸면서 바라보는 낙엽 하나하나의 손금에 얽힌 사연속의 가을, 지붕을 소복히 덮으며 고립무원의 절대고독을 선사하는 겨울, 그곳에 뿌리내린 그에게는 자연이 곧 삶이요 진리입니다.

그러나 여기 우리가 있는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시민의 삶이 그렇게 쉽게 그 자리를 옮길수는 없을겁니다. 가슴속에 무아지경의 도원경 하나 꿈꾸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뿌리를 들고 이 자리를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붙잡지요. 어쩌면 그 두려움이 삶을 이루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휴가철마다 꿈꾸어왔던 도원경으로 짧은 일탈을 감행하지만 결국은 작은 미련이나 애증조차도 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삶의 모습을 가꾸어가지요. 그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가꾸어가는 삶, 서로의 뿌리가 엉켜 잡아주고 서로의 그늘을 만들어가는 숲과 같은 삶, 전 그 삶 속에서 살기를 오히려 희망합니다.

그래도 올해 가을은 한번 걸어볼까 하고 꿈꾸어 봅니다. 단풍이 남하하는 속도를 따라 걸어간다면 하루 백리길, 해남의 땅끝 마을까지 단풍의 향연속에서 길을 걸을수 있을겁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길에서 만나는 들꽃의 키만큼만 사랑하고 생각하며 길을 걸어볼까 합니다. 모자라면 미련이 남고 넘치면 애증이 남는 것이라면 딱 그 키만큼만 사랑하고 생각할까 합니다. 어차피 돌아오는 길에는 여행길을 동행한 나의 그림자속에 미련과 애증의 그림자 또한 품고 돌아오겠지만 나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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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그 자리를 옮길수 없는 소시민의 삶" 이라 우린 여행에 더 목말라하는것 같네요.. 우리 국토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올해라서 이번 가을엔 저도 많이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04-08-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갈수도 있을텐데, 전 이렇게도 못 떠나는군요. 당장 정선에 언니가 살고 있는데도 못가니 말입니다. B형은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떠도는 뭔가가 있다는데, 전 그런 점에선 B형이 아닌듯도 하네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잉크님 글은 참 정갈해요. 특히 오늘 글은 더더욱. 두분이나 추천을 받으셨는데 저도하고 가요.^^

미네르바 2004-08-2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여행동안 참 많이 걸어보았어요. 물론 들꽃을 찾아 떠나는 목적있는 발걸음이지만, 한없이 길을 걷고, 또 걷다보면 목적은 사라지고 나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욕망들, 애증들 모두 벗어버리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참 정갈하게 쓰셨어요. 저도 단풍길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올 가을에는...

비로그인 2004-08-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겸손하면서도 행간 행간, 말로는 다 풀어 내지 못한 자연과 삶에 대한 감사함이 묻어 나오는 책이죠? ^^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만큼, 욕심 없이 자연에 귀 기울이며 사심 없이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그리하야 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길을 나서는 작가의 맘을 잘 대변해 주는 제목도 없을 듯 해요.
성큼 다가온 가을.. 님이 꿈꾸는 가을, 이루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잉크냄새 2004-08-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삶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함, 그런 가슴을 지닌 시인이 걸어간 길은 분명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삶이었을겁니다. 그런 시인에게 욕심없고 사심없는 삶이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저에게는 아직 지금의 삶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나 봅니다. 그래도 올해 가을은 단풍드는 숲으로 길을 나서고 싶네요.
 

학창시절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중 한곳이 다방이었다. 다방은 보통 2층에 위치했다. 좁고 경사가 급한 아두컴컴한 시멘트 계단을 따라 보이던 작은 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전까지 그 앞을 지나며 흘낏 쳐다보던 그 길은 미지였고 선망이었고 동경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까지. 그 당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란 소설 제목을 떠올리면 정류장옆 2층의 <솔다방>으로 들어가던 그 어두컴컴하던 계단이 떠오르곤 했다.

1. 개구장이의 시절

국민학교 시절 콩알탄이 있었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 건드려도 터지고 밟아도 터지고 던져도 터진다 ]는 글이 포장지에 적혀있었던것 같다. 다방으로 들어가는 그 계단 하나하나에 콩알탄을 두어발씩 놓아두고 누군가 밟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곤 했다.  짧은 비명과 뒤섞인 폭음소리에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달아나곤 했다. "요놈들~" 하고 소리치며 뽀족구두 소리를 "따닥따닥" 내며 따라오던 아가씨를 뒤로하고 우리는 학교로 혹은 집으로 달아나곤 했다. 누군가 한번 잡힌 적이 있는데 꿀밤 몇대와 더불어 풍선껌을 받았다. 잠시 나도 잡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도 잡힌적은 없었다. 아마도 고향에 두고온 막내동생을 떠올리고 화를 속으로 죽이며 가벼운 꿀밤 몇대와 풍선껌을 건네주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2. 학창 시절

나이를 좀더 먹으면서부터는 그런 장난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나가다 2층 창문을 흘낏 흘낏 처다보면 창문밖으로 빠알간 립스틱을 바른 아가씨들이 보이곤 했다. 그리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 학생들! 커피 한잔 하고 가!" 라고 웃으며 소리치곤 했다. "공짜로요?"라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서로 그냥 웃을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먼산을 바라보곤 했다. 하교시간 교복을 입고 그들앞을 우루루 지나가던 우리를 자주 쳐다보곤 했다. 아마도 학업을 뒤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든 그 곳에서 이제는 자신의 추억이 될수 없는 교복을 참 많이 원망도 하고 부러워도 했던것은 아닌가 싶다. 

3. 졸업후

대학을 들어간후 고향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바로 그 다방에서 약속을 한 적이 몇번 있다. 벽 한켠을 차지한 커다란 그림 몇점,  레코드 판에서 울려퍼지는 지나간 유행가 몇소절, 담배불 자국이 몇개씩 남아있는 소파, 작은 나무 탁자, 둥그런 통성냥, 군데군데 태워진 재떨이, 하얗고 야트마한 크림잔과 각설탕 몇개... 두근거리며 처음 들어간 그곳은 우리의 선망과 동경을 채우기에는 이미 너무 낡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렇게 몇차례 약속을 위해 들리고는 다시는 가지 않게 되었다.

4. 그리고 지금

그때 이후 다방을 간 기억은 없다. 일부러 피한것은 아니지만 다방을 약속장소로 잡거나 커피를 마시러 다닌 경험은 없다. 지금도 고향에 들러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도중 고향의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언덕위의 천주교 성당, 6.25당시 지어진 수용소로 칭하여지던 판자집 동네의 골목길,  가장 오래된 하얀 등대, 갑판으로 얼음을 나르고 부수던 옛 얼음파쇄기, 국민학교 운동장에 자리한 백년이 넘은 향나무....그리고 정류장 한켠 2층에 자리한 <솔다방>. 어느새 고향의 한 귀퉁이를 자리한 곳이 되고 말았다. 간판도 창문위에 덧붙인 그림도 낡어버렸지만 기억속 고향의 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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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8-2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간 커피숖.......저는 고3 홍역같은 대입시험을 치룬 후 갔었지요. 그 때가 또 첫 미팅이었구요*^^*;; 처음간 터라 신기해서 친구들과 함께 그 커피숖 메뉴에 있는 커피를 종류대로 다 시켰던 기억이 나요.비엔나커피, 아이스커피,블루마운틴, 카푸치노...... 돌려가며 조금씩 맛 보며 마냥 들떴던 기분~ 지금 생각해도 설레네요^^

갈대 2004-08-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 도시에서는 이제 찾기 힘든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흐르면 점차 사라지겠지요. 다방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다방아가씨입니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두 다리로 보자기에 싼 커피를 고정시킨 채 노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이요. 그네들을 보면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잉크냄새 2004-08-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숖, 다방....그 시절 왠지 모를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곳에 졸업후에는 특권이라도 부여받은 양 돌아다녔죠. 그러던 어느날인가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듯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낡은 호기심과 환상을 벗어버리고 부쩍 커버렸죠.

김여흔 2004-08-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다방뿐만 아니라 장미다방도 있지요. ^^

파란여우 2004-08-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전다방도 있어요..^^ 술집은 안주싼 '인하의 집'이 최고였죠?^^

김여흔 2004-08-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따라하지 마욧! ^^

호밀밭 2004-08-2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 이름은 참 단순한 것이 많아요. 솔다방도 그렇고 꽃다방도 본 적이 있어요. 다방에 아주 어릴 때에도 엄마와 간 적이 있었고, 놀러 가서도 춘천에서인가 다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다방에서 어항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가끔 다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내가 어떨지 궁금해서에요. 달력, 어항, 텔레비전, 커피잔 등 다방 특유의 느낌이 왠지 옛스러우면서도 관심이 가서요. 솔다방에 대한 추억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Laika 2004-08-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방에 가본적이 있는지 애써 기억해보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TV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란 동동 띄워준다는 차는 먹어보건 싶은데...^^

잉크냄새 2004-08-2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출근길에 호박다방도 보여요.^^
호밀밭님의 글을 보니 저도 어항 생각이 나네요. 다방에서 절대 빠질수 없는 소품이죠. 라이카님이 드시는 커피는 아마 다방에는 없다죠.^^

미네르바 2004-08-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이라는 말에는 촌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거기에는 왠지 낭만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때 언니 따라 다방에 처음 가 보았지요. 그 곳에서 본 어항이 아직도 기억에 나네요. 다방 이름이 '초원다방'이었지?

겨울 2004-08-2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두어 번인가 가 본 다방에서 누군가 우유를 시켜줘서 마신 기억이. 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신기한 눈으로 열심히 바라보았었죠. 다방하면 그립고 서글픈 느낌이 묻어나요.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친 다방아가씨가 내가 알던 누군가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을 때의 놀라움. 쫓아가 확인은 못했지만 쿵쿵 뛰는 가슴이라니.

잉크냄새 2004-08-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고 서글프고 왠지 낭만 한자락 남아있을것 같은 공간...그래서 고향 한켠에 남아있는 옛다방에서 고향의 냄새를 맡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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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8-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 때 친구와 커피가 있다면 위안이 되겠어요...

호밀밭 2004-08-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커피의 달짝지근한 맛과 뭉툭하고 야트마한 커피잔도 매력있어요. 예전에 어디를 놀러갔다가 시간 보낼 곳이 없어서 다방에 들어갔었는데 텔레비전도 틀어 놓고, 음악도 틀어 놓고 있는 풍경이 재미있더라고요. 요쿠르트도 서비스로 주었었는데. 저 두 아저씨들 중 우울해하셨던 아저씨 표정이 활짝 폈네요^^.

갈대 2004-08-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휴휴~ 다방커피 시켜본 적은 없는데 저럴 땐 한 번쯤...^^

잉크냄새 2004-08-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츠 머리 아저씨의 미소가 조인성이보다 근사하네요.
"우리땐 조인성이 미소는 미소축에도 못꼈어!!!"^^

waho 2004-08-2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전 벽다방(자파기) 커피가 달짝지근한것이 맛있던데.. 실제로 다방에 가본 일은 없어서 진짜 다방 커피 맛은 모르겠구요.... 참! 요즘 아이스커피믹스(네슬레에서 나온) 넘 맛있던데...드셔보셨나요?

잉크냄새 2004-08-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댁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님의 근황은 님의 서재에서 잠시 보았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의 글 전해주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