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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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건, 영화건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다시 텍스트로 읽는 일은 사실 조금은 심심한 일이다. 여느 소설이라면 원작과 영상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추리물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추리물의 핵심은 '트릭'에 있는데 이미 트릭을 알고 있는 사건은 그 매력이 반감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라는 드라마로 먼저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도 그 때문에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유가와와 구사나기가 또 한 번 등장하는 <예지몽>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다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술술 넘어가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면이 느껴져 정신없이 읽었다.

  총 5편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모두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접한 이야기라 색다를 것은 없었지만 몇몇 설정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특히 창 밖에 서 있는 여자를 본 시각 그 여자가 다른 장소에서 살해를 당했다는 설정의 '영을 보다'의 경우에는 드라마와는 세부 설정이 크게 달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던 사건을 물리학 교수인 유가와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밝혀낸다는 설정이지만, 그런 것에 비해서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 영상으로 만들어지면서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을 읽으면서는 되려 드라마가 원작을 더 재미있게 각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갈릴레오>를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딱히 드라마를 먼저 접하지 않았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을 찾는 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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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7-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케이블에서 몇편 봤는데 언제 끝났는지 당최 찾을길이 없더군요^^

이매지 2010-07-15 22:52   좋아요 0 | URL
ㅎㅎ끝난지는 꽤 됐죠.
드라마가 일본에서 히트하니까 그 여파로 <용의자 X의 헌신>이 영화화됐었죠.
 
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 - 초보가 베테랑이 되는 상큼한 야구 다이어리
김석류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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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이야 김석류 외에도 다른 여자 아나운서들도 스포츠 분야를 파고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김석류 아나운서의 인기는 꽤 높은 듯하다. 야구에 별 관심이 없을 때도 '석류 여신' 찬양은 몇 번이나 들었으니 그 인기는 미루어 짐작할 만.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야구 에세이+ 화보집인 <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출간했다.

  야구를 글로 배웠다는 김석류처럼 나도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야구를 보다가 야금야금 글로 야구의 룰이나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배웠다. 이전에 읽었던 <야구 아는 여자>가 2009년에 나온 책이라 일 년 새 바뀐 이야기를 담지 못했고, 기본적인 야구 룰은 설명하고 있었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라 아쉬웠다면 <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은 일단 가장 최근의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나 경기장 밖의 이야기(양준혁, 김현수 등 선수들의 인터뷰 뒷 이야기)나 야구장 규격에 대한 부분, 구질이나 공 그립에 대한 설명 등 궁금했던 내용들을 비교적 골고루 다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아, 그래도 구질 파악은 아직도 어렵다). <야구 아는 여자>가 에세이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기초 입문서에 더 가까운 듯했다. 

  중간중간 8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을 수록해 마치 화보집을 연상케하지만, 뭐 이 정도는 석류 여신 찬양을 외치는 이들을 위한 가벼운 팬 서비스로 여겨도 될 듯. 김병현이 스리런 홈런을 쳤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야구 일자무식이었던 그녀의 야구 이야기. 어렵지도 않고, 꽤 알차게 읽었다. 요즘도 남자친구를 따라 야구장에 와서 꼬치꼬치 질문을 던지는 여자들이 있는 듯한데, 이 책 한 권이면 어느 정도 으쓱으쓱하며 야구장 데이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역시 야구는 '실전'으로 배우는 게 최고인 듯. 이 책으로 가볍게 기초 지식을 쌓고 직접 경기를 보며 배워가는 것이 야구팬이 되는 느리지만 가장 빠른 지름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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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7-1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은 어느 방송국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시는지?
전 MBC-ESPN의 <야!>를 자주 보게 되더라구요. '변두리 야구'란 꼭지 재밌어요.
오늘 통산 4호 홈런을 친 이대형에게 최근 슬럼프(?)인 박병호와가 묻더군요,
박병-"형 홈런 어캐 치는거야?" ㅍㅎㅎㅎ

이매지 2010-07-15 09:37   좋아요 0 | URL
순간 오늘 또 깝대가 홈런 친 줄 안 ㅎㅎㅎ
박형호는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연습을 한다던데,
이제는 좀 터졌으면 좋겠어요.
전 집에 케이블 채널이 안나와서 하이라이트는 인터넷으로 띄엄띄엄 봐요 ㅎㅎ

카스피 2010-07-1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TV를 거의 안보는데 김석류씨느 어느 방송국 아나운서인가요^^

이매지 2010-07-15 22:51   좋아요 0 | URL
KBS N스포츠요. 케이블이예요 ㅎㅎ
 

해마다 여름이 되면 TV나 드라마에서 쉽게 공포물을 만나게 된다. 올 여름만 해도 영화 <고사 2>를 비롯해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 같은 납량특집물들이 무더운 여름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저런 설정으로 포장하지만, 사실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 현대 공포물도 결국 고전 속 귀신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학원물로 포장을 해도, 아무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고 해도 결국 그 근본은 '귀신'이라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와 맞닿아 있다.

무더운 여름, 가슴 졸이는 추리소설보다, 긴장백배의 스릴러보다 더 매력적인 우리 옛 이야기 속 귀신인 처녀귀신과 도깨비를 책으로 만났다. 그 옛날 달리 오락거리가 없었던 사람들의 여름밤을 책임져줬던,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처녀귀신과 도깨비.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전설의 고향> 류의 이야기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는 처녀귀신이 아닐까 싶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 하얀 소복, 머리털이 곤두설 것 같이 흐느끼는 소리. 판에 박혀서 새삼스럽지도 않은 처녀귀신의 모습은 아무리 익숙하다 해도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하필 처녀귀신일까? 총각귀신도, 아줌마 귀신도 아닌, 처녀귀신. 대체 왜 처녀귀신은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이승을 떠돌며 여러 사람을 놀래키는 걸까? 그 답을 <처녀귀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죽어서도 관리로, 가정의 보호자로 자리매김 하는 남자 귀신과 달리 여자 귀신(특히 처녀귀신)은 구천을 떠도는 원귀가 되어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살아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던 여자들은 죽어서야 비로소 으스스한 귀곡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원한을 풀어주면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처녀귀신은 '복수'보다는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처녀귀신의 이야기가 향유되었던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에서 억눌릴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은 처녀귀신을 통해 흐느꼈다.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구애를 했다가 거절당해서, 혹은 겁탈을 당해 순결을 잃어서 억울한 죽음을 택했던 그녀들. 결국 처녀귀신이 유발하는 공포는 그 여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정절을 요구했던 사회,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순종적인 모습을 요구했던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간 구성원 개개인이 만든 것임이 드러난다.


처녀귀신이 목소리나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존재라면 도깨비는 조금 다르다. 가끔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도깨비불이라고 제보가 들어와 찾아가곤 하는데, 이렇듯 도깨비는 보통 형상 자체보다는 도깨비불이라는 알 수 없는 움직임으로 감지된다. 머리에 뿔을 달고 신기한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는 도깨비는 처녀귀신의 공포와 달리 어쩐지 사람을 골려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내려주고, 나쁜 사람은 혼내준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존재.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천방지축 같은 모습의 도깨비. 그런 도깨비를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에서 만날 수 있었다.

폐쇄적인 조선 사회가 낳은 비극적인 산물로 처녀귀신을 예로 들었던 것과 달리 도깨비는 한국인의 무의식을 반영한고 이야기한다.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는 한국인의 속내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도깨비라는 존재를 통해 표출된다고 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익살과 재치를 놓치 않는 모습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조금은 심술궂고, 조금은 극성이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게 하는 존재. 그런 존재가 도깨비이기에 우리는 도깨비는 어쩐지 친근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귀신과 도깨비. 소재는 다르지만 <처녀귀신>과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두 권의 책 모두 설화, 민화 등 우리 고유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된 소재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처음에는 그저 무섭게만 느껴졌지만, 사연을 듣고 나니 어쩐지 측은하게 느껴지는 처녀귀신도, 마냥 개구지게만 느껴지지만 한국인과 닮은 도깨비도, 결국 우리 문화의 한 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생명력을 갖고 등장하는 두 귀신. 무더운 여름밤, 마치 할머니집에 놀러가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대청마루에 누워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두 권의 책을 통해 옛 귀신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읽으며 즐기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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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뭐니해도 전설의 고향에서 한혜숙이 연기한 '구미호'가 끝짱이죠.

이매지 2010-07-13 1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한혜숙이 연기한 구미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네요~

비로그인 2010-07-13 15:32   좋아요 0 | URL
앗~이거 모르세요?...딱 하루만 참으면 되는데, 딱 하루만 넘겼어도 인간이 될 수 있는건데.... 이 남편이란 작자가 하룻밤을 앞두고 자기를 살려주었던 구미호와의 비밀을 털어놓는 거예요. 말을 할 때마다...백발의 구미호로 조금씩 변해가는데...그 원한서린 눈발이 압권이죠. 조금씩 돌아가는 눈꼬리...으윽~~~
한혜숙이 정말 이쁘구나~~~
어린 맘에도 정말 이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구미호는 구미호도 아니야!!

이매지 2010-07-13 16:17   좋아요 0 | URL
엌, 마기님 말씀 듣고 한혜숙 구미호로 검색해봤더니,
무려 1977년작.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로군요 ㅎㅎㅎ

다락방 2010-08-01 12:1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

L.SHIN 2010-07-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무서운 건 인간이에요. 인간의 그 어두운 면 말입니다.ㅎㅎ
그리고 아니러니하게도 제일 아름다운 것 또한 인간이죠. 인간의 그 밝은 면 말입니다.

이매지 2010-07-13 23:54   좋아요 0 | URL
결국 인간이 가장 오묘한(?) 존재예요.
그에 비하면 귀신은 참 단순하죠 ㅎㅎ
 
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절판


탐정소설가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사실적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발생한 범죄사건에 흥미를 갖고 그 사건에서 소설의 소재를 끌어내려는 작가다. 다른 한쪽은 공상적이라고나 할까, 황당무계한 창작물에만 흥미를 갖고 현실의 범죄사건 따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작가다. -11쪽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란 게 대부분 결말이 없는 만담 같은 이야기다. 출발점만 상당히 괴기적이지 그 진상은 마치 어린애 짓처럼 단순해 의외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우연과 발품이 중요한 요소일 뿐 순수한 추리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거의 없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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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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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살인 사건은 대체로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치밀한 계획 아래 벌어지는 게 아냐. 말다툼 끝에 꼭지가 돌아서 죽이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지. 살인이란 게 너무도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보니 일반인이 실행하려면 광기라든지 충동이라든지 그런 비일상적인 정신 상태가 필요한 것 아닐까? -88쪽

"어느 정도 이상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따른 저항 발열로 유리 막대기 자체가 계속 열을 내게 돼. 그래서 외부에서 열을 공급하지 않아도 전류는 계속 흘러."
"와! 범죄를 계속 저지르는 인간의 심리하고 똑같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어떤 동기가 있어. 그 동기 때문에 화가 나서 범죄를 저지르지. 그런데 한번 저지른 그 범죄 때문에 또 열이 올라 앞뒤 가리지 않고 다음 범죄를 저질러. 악순환의 표본이라고 할까. 불현듯 정신을 차려 보면 최초의 동기 같은 건 어디로 가 버렸는지 흔적도 없다는 거지."
하하하, 유가와는 웃었다.
"그래, 정말 닮았어."
"어디서 스위치를 끊으면 좋을까?"
"스위치를 끊지 않으면 이렇게 되지."
유가와는 유리 막대기를 가리켰다. 빨갛게 달아올라 빛을 내던 유리 막대기는 이윽고 스스로의 열에 녹아 버렸다. 그러자 전구의 불도 꺼졌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파멸시키고 마는군."-140~1쪽

"내 친구 가운데 추리 소설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유가와는 해삼을 입 안에 넣으면서 말했다.
"왜 싫어하느냐 하면 범인들이 너무 어리석기 때문이래. 그들은 경찰을 속이려고 교묘한 트릭을 생각해 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체를 숨기는 일에는 머리를 쓰지 않아. 시체만 완벽하게 처리해 버리면 애당초 사건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를 테니까 경찰이 수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야."-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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