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이상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따른 저항 발열로 유리 막대기 자체가 계속 열을 내게 돼. 그래서 외부에서 열을 공급하지 않아도 전류는 계속 흘러."
"와! 범죄를 계속 저지르는 인간의 심리하고 똑같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어떤 동기가 있어. 그 동기 때문에 화가 나서 범죄를 저지르지. 그런데 한번 저지른 그 범죄 때문에 또 열이 올라 앞뒤 가리지 않고 다음 범죄를 저질러. 악순환의 표본이라고 할까. 불현듯 정신을 차려 보면 최초의 동기 같은 건 어디로 가 버렸는지 흔적도 없다는 거지."
하하하, 유가와는 웃었다.
"그래, 정말 닮았어."
"어디서 스위치를 끊으면 좋을까?"
"스위치를 끊지 않으면 이렇게 되지."
유가와는 유리 막대기를 가리켰다. 빨갛게 달아올라 빛을 내던 유리 막대기는 이윽고 스스로의 열에 녹아 버렸다. 그러자 전구의 불도 꺼졌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파멸시키고 마는군."-14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