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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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시작부터 어디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배경은 '침니스 저택'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도 중복되는 인물이 몇 되기때문에 <침니스의 비밀>이라는 작품을 읽고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재미가 2배가 될 듯 싶었다.

  아침을 먹으러 오는건지 점심을 먹으러 오는건지 맨날 느즈막히 일어나는 잠꾸러기 웨이드. 친구들은 그를 골려주기 위해서 8개의 알람시계를 사서 그의 주위에 놓아둔다. 하지만 다음 날 웨이드는 일찍 일어나지 않고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나란히 늘어진 7개의 시계. 우연히 그가 남긴 편지를 번들이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세븐 다이얼스'라는 말이 나오고, 번들이 차를 몰고 가다가 칠 뻔한 남자는 죽으면서(그 남자는 이미 총에 맞아있었다) '세븐다이얼스'와 한 남자의 이름을 남긴다. 호기심이 발동한 번들은 모험을 향해 또 한 번 뛰어들게 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책에는 '탐정'이 없다. 대신에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할 뿐이다. 때문에 기존의 애거사 크리스티의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을 듯 싶다. 초반에 친구들이 웨이드를 골려주기 위해서 작전을 짜는 모습이나 중반에 번들과 친구들의 모험부분은 재미있었지만 마지막에 '세븐 다이얼스'의 정체가 밝혀질 때쯤에는 솔직히 좀 지루한 감도 없지않았다. 약간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랄까?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구석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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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자밀라 - 돈가스집 삽살개 치우 이야기
이해선 글.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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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살개의 환한 모습이 그려진 책이지만 책의 내용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김훈의 <개>처럼 이 책은 삽살개 치우가 돈가스집에서 살면서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우와 주인님의 우정을 나눈 이야기일 것이라고 섣불리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이 책 속에는 소외된 사람, 생명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밀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여성이다. 남편과 떨어져 한국에 홀로 와 돈가스집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치우다. 일은 잘하지만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자밀라가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심지어 그녀가 상전노릇을 하는 것을 못참겠다고 일을 관두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하나의 시민으로 취급받을 수 있었던 자밀라는 낯선 땅 한국에서 이렇게 무시당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일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이어 한국으로 들어온 자밀라의 남편은 화학약품 중독때문에 몸이 망가지지만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몫까지 더 열심히 돈을 벌던 자밀라는 결국 비자기간을 넘기고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다.

  한편, 돈가스집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머리아파형'이라 불리는 영우라는 인물은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주문을 잘못 전달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 때문에 영우를 관두게 하지만 영우는 치우를 만나기 위해 매일매일 돈가스집에 와서 일을 돕는다. 그리고 뒤늦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다는 영우의 사연. 주인은 계속 영우를 써주게 되고 영우는 어느날 버려지게 될 강아지를 안고 가서 그 뒤로 가게에 오지 않는다. 이 외에 치우를 통해 마음을 열게 된 사람들은 더 많다. 자폐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상재, 아빠가 죽고 엄마는 집을 떠나버린 순지와의 이야기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이 책 속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다른 축에는 상처받은 동물들도 있다. 큰소리로 짖어댄다고 페트병으로 머리를 쥐어박히는 모습이나 사람들이 변형을 해서 싸움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개 농장의 투견견들의 모습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열등한 것이 있으면 상대를 누르고 이기려는 태도는 어떻게 보면 비열하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대하면서 비열한 태도를 취한다. 강자 앞에서는 약하지만 약자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아무런 편견없는 치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때문에 별 거부감없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면 자칫하면 '동정'의 시각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삽살개 치우의 관점으로 바라보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 정도의 시각을 유지해서 독자에게 문제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줄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이 결코 무거운 것은 아니다. 삽살개 치우의 순박한 웃음과 그를 둘러썬 소박하고 소소한 웃음이 이 책에는 녹아있다. 더불어 치우의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의 상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진짜 명품 삽살개는 아니지만 명품보다 더 명품같은 마음을 가진 치우같은 개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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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 책 읽으셨군요 반갑습니다. 어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정말 무겁진 않은 책이었어요. 님 말씀대로 치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겠지요

이매지 2006-11-1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분께서 보내주셔서 읽게 됐는데 괜찮더라구요^^ 괜찮은 책인데 생각보다 성적이 부진한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구판절판


도서관은 혼자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저마다 자신과 관련한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의 공동체 속에서. -40쪽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47쪽

독자가 책에 쓰인 것을 그대로 믿고, 책과 현실을 똑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책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영혼의 양식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남은 마지막 광채조차 빼앗아가 삶을 초라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책은 삶이라는 험난한 항로에서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의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에 오히려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간다. 넘쳐나는 책 사태 속에서 올바른 책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기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필수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은 자아를 찾아가는 어려운 탐사 여행과 같은 것이 되었다. -18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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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1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182-3 내용. 공감되네. :)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드네. 리뷰도 써줘. 리뷰보고 사서볼까.. 고려해보려구. 으흐

이매지 2006-11-14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있어~ㅋㅋ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지만 부제인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라는 구절을 보면 이 책이 그렇게 '위험'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의 첫머리에 실린 저자의 '책 읽는 여자'와 '화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약간은 긴 듯한 글을 읽고 나면 본격적으로 책 읽는 여인들과, 그리고 독서의 역사와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예술가들의 손에서 소재로 택해진 책읽는여자. 수많은 예술가들이 접한 다양한 장소, 다양한 신분의 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엿본 것 같아 흥미롭게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독서의 역사에 관한 책이지만 많은 삽화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을 읽는 여자는 어떤 사람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 공간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독립적인 자존심 또한 얻게 되었기 때문에"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게 취급됐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들이 '독서'를 함에 따라 자유로워질 수 있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기에 '더 위험'해져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한 행복한 고립. 그리고 그 고립을 벗어나 책을 통해 얻은 생각들로 좀 더 자신답게,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독서하는 자의 특권이자 권리가 아닐까?  

  자율적인 독서보다 강제적인(억지로 하는) 독서도 많이 행해지는 요즘이지만(논술때문에 억지로 책을 읽는 경우도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면 옆에서 누군가 '시간 낭비이고 게으름뱅이나 하는 나쁜 습관'이며 '다독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니 가끔가다가 이상한 구절(번역이 이상했던 경우)도 있었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다소 부족한 듯 느껴졌던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독서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좀 더 위험해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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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매지 2006-11-11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은 이제 그만 위험해지세요! ㅋㅋ
 
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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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피터팬, 웬디, 그리고 후크선장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영원히 자라지 않고 어린 모습으로 남아있는 피터팬. 어린 시절 그와 함께 네버랜드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잠자고 있던 피터팬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태어난 피터팬의 속편인 이 작품은 원작자의 증조카라로부터 "J.M.베리, 그 분이 살아 돌아오셨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라고 극찬을 받는다. 정말 이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네버랜드를 떠나와 이제는 어른이 된 웬디와 나이든 소년들. 그들의 꿈에 갑자기 네버랜드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꿈에서 깨고나면 꿈에서 접한 물건들이 자신의 주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뭔가 심상찮은 일이 네버랜드에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그들은 우여곡절끝에 요정을 찾게 되고 요정의 도움으로 다시 아이가 되어 네버랜드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만난 피터팬은 예전의 그 피터팬이 아니었다.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버린 피터팬. 그뿐만 아니라 늘 여름이었던 네버랜드에도 겨울이 찾아온다. 대체 그들이 떠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를 미처 알기도 전에 피터팬은 친구들과 함께 후크선장의 배를 타고 보물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후크선장의 검은 그림자.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네버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함께 피터팬에 대해, 웬디에 대해, 함께 모험을 한 소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린시절에는 마냥 동경의 대상으로 느껴졌던 피터팬을 어른이 되서 다시 접하게 되니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린이적인 행동이 눈에 들어와 재미있기도 하면서 왠지 모를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피터팬 증후군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무책임하고 자아도취에 빠져있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피터팬의 모습이 어린 시절에는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저자가 속편을 짓기 전에 원작을 여러번 읽어봤기때문인지 단순히 피터팬의 주인공들을 다시 등장시키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잘 녹여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분량이 좀 더 적었으면 좀 더 박진감있는 이야기가 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중간에 살짝 느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제법 괜찮은 속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챕터가 시작될 때 나오는 그림자같은 그림들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 듯 싶다. 피터팬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원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한 번 읽어봄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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