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자밀라 - 돈가스집 삽살개 치우 이야기
이해선 글.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삽살개의 환한 모습이 그려진 책이지만 책의 내용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김훈의 <개>처럼 이 책은 삽살개 치우가 돈가스집에서 살면서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우와 주인님의 우정을 나눈 이야기일 것이라고 섣불리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이 책 속에는 소외된 사람, 생명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밀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여성이다. 남편과 떨어져 한국에 홀로 와 돈가스집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치우다. 일은 잘하지만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자밀라가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심지어 그녀가 상전노릇을 하는 것을 못참겠다고 일을 관두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하나의 시민으로 취급받을 수 있었던 자밀라는 낯선 땅 한국에서 이렇게 무시당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일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이어 한국으로 들어온 자밀라의 남편은 화학약품 중독때문에 몸이 망가지지만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몫까지 더 열심히 돈을 벌던 자밀라는 결국 비자기간을 넘기고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다.

  한편, 돈가스집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머리아파형'이라 불리는 영우라는 인물은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주문을 잘못 전달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 때문에 영우를 관두게 하지만 영우는 치우를 만나기 위해 매일매일 돈가스집에 와서 일을 돕는다. 그리고 뒤늦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다는 영우의 사연. 주인은 계속 영우를 써주게 되고 영우는 어느날 버려지게 될 강아지를 안고 가서 그 뒤로 가게에 오지 않는다. 이 외에 치우를 통해 마음을 열게 된 사람들은 더 많다. 자폐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상재, 아빠가 죽고 엄마는 집을 떠나버린 순지와의 이야기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이 책 속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다른 축에는 상처받은 동물들도 있다. 큰소리로 짖어댄다고 페트병으로 머리를 쥐어박히는 모습이나 사람들이 변형을 해서 싸움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개 농장의 투견견들의 모습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열등한 것이 있으면 상대를 누르고 이기려는 태도는 어떻게 보면 비열하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대하면서 비열한 태도를 취한다. 강자 앞에서는 약하지만 약자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아무런 편견없는 치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때문에 별 거부감없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면 자칫하면 '동정'의 시각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삽살개 치우의 관점으로 바라보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 정도의 시각을 유지해서 독자에게 문제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줄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이 결코 무거운 것은 아니다. 삽살개 치우의 순박한 웃음과 그를 둘러썬 소박하고 소소한 웃음이 이 책에는 녹아있다. 더불어 치우의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의 상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진짜 명품 삽살개는 아니지만 명품보다 더 명품같은 마음을 가진 치우같은 개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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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 책 읽으셨군요 반갑습니다. 어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정말 무겁진 않은 책이었어요. 님 말씀대로 치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겠지요

이매지 2006-11-1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분께서 보내주셔서 읽게 됐는데 괜찮더라구요^^ 괜찮은 책인데 생각보다 성적이 부진한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