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온 김훈의 소설.
<강산무진>에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진행되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병자년 겨울.
청나라 10여만 대군이 남한산성을 에워쌌을 때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소설이라고.

갇힌 장소에서 삶과 죽음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과연 그 안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을까.

왠지 소개문만 봤을 때는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표지는 그와는 반대로 샤방샤방한 봄분위기가 완연.
오랜만에 만난 김훈의 소설이라 반가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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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기루 2007-04-1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샤방샤방하군요..ㅋㅋ 내용이 너무 묵직해서 일부러 그런게 아닐까요
47일간 성 안에서 일어났을 일들.. 재밌겠어요ㅎㅎ

이매지 2007-04-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럴까요?
왠지 <칼의 노래>처럼 뭔가 비장한 느낌도 풍길 것 같은데 말이죠.

마노아 2007-04-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여행에서 남한산성에 대한 소회를 담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의 확장판인가 봐요. 역사소설이라고 한다면 저는 더 환영이에요^^

이매지 2007-04-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왠지 김훈과 어울릴 것 같은 소재이기도 해요^^
 
슬롯 - 2007년 제3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7년 2월
품절


근대 이후의 모든 학문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었듯, 확률 역시 역사 발전에서 한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확률이라는 정보가 정작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돈을 걸고 동전을 던져 보면 알게 된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동전의 앞면 때론 뒷면이 떨어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카바나(Kavanagh, T.M.)가 지적했듯, 확률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예측을 할 수는 있짐나 가장 결정적인 것, 즉 구체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못한다. 확률은 다음에 실제로 무엇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영원히 침묵을 지킨다. -12~3쪽

인간은 타인의 행복과 운을 부러워하지만 존중해 주지는 않는다. 돌아서서 시기하며 공평하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을 것이다. -84쪽

하필이면 일기를 써오지 않은 날에 일기장 검사를 받는 것처럼. 살다 보면 그런 억울한 일은 종종 일어난다. 그렇다고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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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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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8세기에는 무언가에 단단히 미친 사람이 많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몰두와 집착을 그들 스스로는 몹시 자랑스럽게 여겼다. 벽이 없는 인간과는 사귀지도 말라고 했고, 벽이 없는 인간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벽은 확실히 이 시기 지식인들을 특징짓는 중요한 코드였다. -20쪽

이 시기에는 이렇듯 백과전서적 지식 경영이 크게 성행했다. 주제와 목표만 정해지면 이들은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고 편집해냈다. -25쪽

18세기는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질이 문제되는 시대였다. 산만하고 무질서한 정보들이 우수한 편집자의 솜씨를 거쳐 새로운 저작으로 재탄생했다.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일상의 허접스런 놀이나 풍습, 시정의 이야기도 중요하다고만 생각되면 지체없이 편집되었다. 모든 지식이 편집되고 재배열되었다. -26쪽

그들의 자의식이 지향하는 가치는 옛날이 아니라 지금이었다. 중국이 아니라 조선, 관념적 도덕이 아니라 눈앞의 진실이었다. 이덕무는 자신의 시에서 "나는 지금 사람이라 또한 지금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옛것을 따르느라 참됨을 잃기보다, 눈앞의 진실을 따르겠다는 으미다. 그러자 정약용이 "나는 조선 사람이니 즐겨 조선의 시를 짓겠다"고 화답했다. 박지원은 조선 사람은 조선풍의 시를 짓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31쪽

박지원의 생각에 눈 뜬 장님은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었다. 눈만 뜨면 뭣 하는가? 정작 자아의 주체를 세울 수 없다면 눈을 뜬 기쁨은 새로운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길 잃고 헤매지 않으려거든 도로 눈을 감아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라. 좌표축을 세워 출발하라. 확장된 세계, 혼돈스런 정보 앞에서 주체의 확립보다 절박한 건 없다. '나' 없는 세계는 카오스일 뿐이다. 이 점은 인터넷 시대라고 다를 게 없다. -32쪽

잊는다(忘)는 것은 돌아보거나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될지, 출세에 보탬이 될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냥 무조건 좋아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18세기 정신사와 예술사의 발흥 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어느 한 분야에 이유 없이 미쳤던 마니아 집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몰두의 바깥에는, 인간의 존재를 질곡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강한 분노와 반감이 교체하고 있었다. -108쪽

18세기 시단은 이러한 환경 아래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정겹게 포착했다. 시 속에 인간의 체취가 스며들고 그 시대의 풍경이 떠올랐다. 일그러지면 일그러진 대로 진솔했고, 눈물겨우면 눈물겨운 대로 고마웠다. 분노를 굳이 감정의 체로 거르지도 않았다. 변치 않을 도(道)는 눈앞의 진(眞)으로 바뀌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무슨 구호처럼 유행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니, 남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두보나 소동파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것보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생각이 새롭고 보니, 실험도 자유로웠다. 듣도 보도 못한 육언시를 다투어 지었다. 칠언율시의 삼엄한 형식미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다. 그 자리를 산문투에 가까운 오언절구가 차지했다. 시는 관념적 풍경을 복제하지 않았다. 눈앞의 광경, 살아 숨쉬는 인간들을 관찰했다. 사진사처럼 그 시대의 장면들을 찍어내고, 역사가처럼 꼼꼼한 필치로 재현했다. 추한 것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았다. 겉꾸민 아름다움은 더럽다고 외면했다. 전통적인 형식에는 미련이 없었다. 꼭 해야 할 말이라면 틀을 깨고라도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광기와 열정이 문단을 떠돌았다.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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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4-0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서설 밖에 보지 않았는데, (전문적이긴 하지만)제법 흥미로운 것 같더라구요.:)

이매지 2007-04-0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설에 나온 부분이 바로 뒤 챕터에 또 반복되는 감이 없잖아요.
<미쳐야 미친다>와도 겹치는 부분이 꽤 되는 것 같구요. ^^;
 
통합 한국사 - 전3권 - 각종 공무원 시험대비, 2007 완결판
정재준 지음 / 고시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구입하고 나서 뒤늦게 찾아보니 통합한국사는 초심자들이 하기엔 적당하지 않다는 평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내심 좀 어렵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는데 정재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다보니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시대구분도 잘 되어 있고 테마별로도 잘 나와있는 것 같아요. (이제 막 공무원 시험을 시작한 왕초보입니다만)

  강의를 들어보니 이번 완결판을 내면서 초보자들도 볼 수 있도록 단순한 사건의 이름만 적어놓지 않고 설명도 실어놓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책 맨 앞에는 전체적인 시대구분과 함께 각 시대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실어놓아서 흐름을 잡는 데도 좋은 것 같아요. 정 어렵다하시는 분들은 국정교과서나 쉽게 나오는 한국사 책들을 몇 번 읽어서 대략적인 개념을 잡고 강의와 함께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책은 기본서 한 권과 기출문제집, 기본서의 테마별 내용대로 나온 문제집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들을 보는 것처럼 칼라풀하고 시각적인 자료들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컬러판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책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 다른 공무원 수험서들도 꽤 무겁지만 이 책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라고 생각될 정도. 결국 전 임진왜란쯤을 기준으로 책을 또 한 번 분권해버렸다는. 아예 기본서가 2권 정도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의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데 국사만큼은 샘플강의 듣고 바로 결정했을만큼 제 마음에 쏙 드네요. 그렇게 어렵지 않게 가르쳐주시면서도 간간히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핵심을 콕콕 찝어서 설명해주시고 자연스럽게 암기할 수 있게끔 수업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 갓 시작했을 뿐이지만 국사만큼은 끝까지 정재준 선생님과 함께 할 것 같은. 

  조금 무겁다는 점을 빼고는 내용이나 구성, 강의에 있어서 모두 만족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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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4-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도 공무원 준비하시나요?

이매지 2007-04-0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업의 길은 멀고도 험한지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을.
이제 막 시작해서 아직은 어리버리해요

가넷 2007-04-0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는 졸업하고 사서직공무원을 할려고 하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는 정말 안뽑더군요...ㅠ_ㅠ; 그래서 일단 행정직 준비를 할까 생각중이지요...(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만;) 나중에 본격적으로 시작 하면 물어보겠습니다.:)

이매지 2007-04-0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일반행정쪽을 많이 뽑더라구요. 사실 제가 탐났던 건 교육행정직이었는데 그쪽도 인원을 그리 많이 뽑는 편이 아니라^^; 7급 준비할까하다가 그냥 9급하기로 했어요. 졸업이 낼 모레라 마음이 급해서^^;; 나중에 혹 도와드릴 일 있으면 기꺼이 도와드릴께요^^

미미달 2007-04-0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무원 준비하시는군요. 'ㅁ'

이매지 2007-04-0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 살아아죠 ㅎㅎ 취업의 벽은 높더이다.

체리마루 2007-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유명하네요 ㅎㅅㅎ; ㅋㅋ 공무원 국사는 잘 모르지만, 국사 맥을 잡으시려면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국사" 한번 보셔요. 홍보는 아니구 ㅋㅋㅋ 대화체라 좋답니다.
 
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수업시간에 몇 번 윤대녕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선뜻 그의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았더랬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고 앞뒤 가리지 않고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윤대녕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한 작가와 코드가 맞는지 안 맞는지는 한 작품만 읽고 판단하긴 굉장히 힘들지만 윤대녕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 힘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가볍고 몽롱한 느낌의 뒤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작가가 하려는 말을 확실히 알아차리기엔 힌트가 부족한 것 같았지만 조금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어느 날 시청 앞 벤치에서 일어난 주인공.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을 증명해줄 만한 신분증은 이미 누군가 가져가버린 후. 시청과 광화문을 오가며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그는 방황한다. 그렇게 방황하던 주인공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우연히 편의점에서 키가 유난히 작은 한 여자와 알게 되고, 그녀와 몇 마디 말을 나눈다.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여자. 여차저차하다가 그는 결국 그녀의 집에 얹혀살게 되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공허함 속에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키 작은 여자가 남의 기억을 빌려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남자는 그녀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 살기로 결심한다. 이윽고 그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입력하게 되지만 자꾸만 그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의 여자가 떠오른다. 기억의 주인공의 여자와의 만남. 그리고 그 뒤엔...

  "따지고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단지 필요한 것 중 하나일 뿐이예요. 생필품처럼 말예요."라고 얘기하는 키 작은 여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과연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기억은 실재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의 신분증에 의해서 규정되는 삶,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삶. 그 속에 과연 진짜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 속에 내가 없다면 나의 본모습은 어디에 가서 찾을 수 있을 것일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은 좋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식상해져버린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이라 좀 아쉬웠다. SF 영화(가타카나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에서 한 번쯤은 접해봤음직한 이야기였다. 얼마 전, 기묘한 이야기 07년 봄 스페셜 가운데 '버츄얼 메모리'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와도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저장해놓은 것을 DVD처럼 빌려주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긴 했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 윤대녕의 다른 소설은 어떨까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이 작품만으로는 So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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