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무슨 내용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내 무덤에서 춤을 추라니, 일종의 의식인가 싶어지기도 하면서 놀리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의 제목이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인지 알게되면서 저 대사가 등장인물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과 짜릿함을 쫓는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의 친구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져갔다.

  이런 저런 고민을 안고 있던 핼은 바람을 쐬기 위해 바다로 가지만 오히려 그 곳에서 배가 뒤집히는 일을 겪는다. 곤란한 그의 앞에 배리가 등장하고 핼은 배리의 집에 가서 잠시 신세를 진다. 그렇게 알게된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쌓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의 앞에 한 여자아이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가기 시작한다. 배리와 핼은 크게 다투고, 그 후 50분 후 배리는 사고로 죽는다. 친구(혹은 연인)의 죽음 앞에 충격을 받은 핼. 그는 우여곡절 끝에 배리의 무덤 앞에 서게 되고 춤을 춘다. 그렇지만 왜? 핼은 왜 춤을 춘 것일까?

  이 책은 핼이 배리의 무덤 앞에서 춤을 춘 사건을 다룬 기사로 시작된다. 핼이 왜 춤을 췄는지 의문에 쌓여있지만 핼은 선뜻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은 핼이 직접 쓴 배리와의 일들, 법원에서 파견된 사회복지사의 글, 관련 기사로 이루어져 있어 사건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 또, 핼의 글도 독특한 구석이 있어서 신선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핼은 죽음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다. 예외 없이 모두에게. 당신에게도'라고 생각하면서도 배리의 죽음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배리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배리에게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항상 '부점 프렌드'를 찾아 헤맸던 핼에게 배리는 단 한 명의 사람이었다. 핼에게 철저하고 완전한 친구, 각자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가 각자를 위하는 친구,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가 바로 배리였던 것이다. 물론, 둘은 우정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것은 동성애라고 치부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들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 있었고 어쩌다보니 그 대상이 동성이었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꼭 동성애가 아니라고 해도 동성의 친구에게 집착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이나 우정에 목매는 모습 등이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일들이라 공감이 갔다. 동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외설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아서 별 거부감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이 책 외에도 에이단 체임버스의 다른 댄스시리즈도 나온다고 하는데 과연 그 책에서는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 지 궁금해졌다.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지루한 책은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을 듯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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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민중입니다.

이매지 2007-04-2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 알려주시면 착불로 보내드릴께요 ㅎㅎ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등장한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와 관련이 있어서 더 구미가 당긴다. 2월의 마지막 날에 전학을 온 리세. 그리고 그녀와 함께 생활을 하는 패밀리의 이야기를 다룬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읽고 마지막에 실린 역자후기를 보면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 대한 미처 풀지 못한 궁금증은 리세가 고등학생이 되어 등장하는 <황혼의 백합의 뼈>를 통해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빨리 읽어봐야지~


얼마 전 <프레젠트>와 <인생 베스트 텐>을 보면서 나름 관심을 갖게 된 작가 가쿠타 미쓰요. 단편집인 이 작품은 독특하게 첫번째 이야기에 조연으로 나오는 인물이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두번째 이야기의 조연은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열 다섯 명의 인물을 다루기엔 좀 얇지 않을까 싶은 책인데 과연 어떨런지. 기존의 책을 보면서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일본의 여자 작가들보다 나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은 어떨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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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구판절판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다. 예외 없이 모두에게. 당신에게도. -44쪽

사실 나는 사람의 실제 모습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생각해 낸 이론은 아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올여름 내내 읽고 있는 커트 보네거트의 책 어딘가에서 나온 말이다. 그 이론은 이렇다. 내가 만약 187센티미터 키에 파란 눈을 한 미남이며 세상 누구보다 멋진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천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나는 미남에 187센티미터 기타 등등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160센티미터 키에 점토빛 눈을 한 못생긴 팝콘들이 세상 곳곳의 무대에서 몸을 비틀고 우쭐대고 안달하면서, 사인을 받고자 몰려드는 팬과 얼른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주고자 안달하는 매니저를 갈망하는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겉으로 시늉하는 존재가 된다고, 그러므로 어떤 존재를 시늉할 지 주의해야 한다고 보네거트는 말한다. -45~6쪽

나에게 진실로 놀라웠던 건 '부점 프렌드'라는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관념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원하던 것을 말로 옮긴 것이다. 철저하고 완전한 친구, 각자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가 각자를 위하는 친구,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 그렇다고 애완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59쪽

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하비에게 실망했다. 단짝 친구에 대한 하비의 생각은 하비를 위한 것일 뿐 나를 함께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희생적으로 봉사하면 하비가 진실하고 영원한 우정을 깨닫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그 이기적인 녀석의 온갖 요구를 들어 주었다. 하지만 내가 비위를 맞출수록 녀석은 나를 부리는 데 맛이 들 뿐이었다. 그때 이후 나는 많은 친구 관계가 그런 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우정이란 이기주의자의 졸개가 되는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하비의 집 앞에서 싸움질을 벌이는 요란한 소동 끝에 헤어졌고, 그 뒤로 지독한 원수가 되었다. -62쪽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 분 만에 알 수 있는 걸까? 이 사람하고는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그런 일이 해다마 마주치는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하고는 왜 안 일어나는 걸까? 나는 이 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보았지만 아직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얼굴 생김이나 몸매에 그치는 게 아니고, 심지어 그의 삶의 방식도 다가 아니니 말이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고, 그게 무언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누군가 좋아지면,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될 뿐이다. 그게 전부다. -74쪽

모든 일에는 어떤 순간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 한 걸음 더 내디디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지금 나는 그것을 안다. -113쪽

경험은 은행에 돈이 쌓이듯 우리 안에 쌓이는 걸까? 거기에 이자도 붙어서 나중에 그걸로 어떤 근사한 것을 살 수 있게 될까? 거대한 초신성 같은 경험을 가지고?
나는 그렇게 저축한 경험을 가지고 무엇을 사게 될까? 우리의 모든 과거를 가지고?
아직 내게는 현재인 그것. 내 안에서는. 내 머릿속에서는. -25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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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종류의 영화는 크게 두 가지 구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애초에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적을 따라가고 왜 그들이 범행을 저지르는지 보여주는 것, 또 하나는 범인은 사건 후반에 정체가 드러나고 자백을 통해 그가 왜 범행을 저지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첫번째 경우인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때문에 잔인한 범행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범인의 잔인성을 강조하고, 한 편으로는 범인의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연이은 살인사건에 붙어있는 오로라 공주의 스티커. 피해자들은 저마다 공통점은 하나도 없어보이는 사람들. 그 수법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범인인 정순정, 그녀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딸아이의 죽음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딸아이와 죽은 사람들은 어떤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그간 배우로 활동해온 방은진의 데뷔작이다. 배우로는 경력이 오래됐지만 감독으로는 초보인 그녀. 그녀는 초보답지 않게 이야기를 나름대로 매끄럽게 끌어갔다. '모정'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복수'를 이어가는 모습은 얼핏얼핏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금자씨>의 스토리보다는 <오로라 공주>쪽의 스토리나 개연성이 더 깔끔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은 나름대로 금자씨를 통해 복수를 해석하고 있지만, 방은진감독은 그저 정순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판단은 관객의 것으로 돌렸다랄까.



  스릴러가 가질 수 있는 미덕을 가지고 있지만 정순정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춰줬더라면 좀 더 영화가 극적으로 치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감독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 첫 작품이지만 어눌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싱글즈>, <홍반장>,<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거치며 엄정화의 캐릭터가 너무 고정되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캐릭터 다양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엄정화, 방은진 두 여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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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좋았던 영화예요. 엄정화씨 연기는 물론이구요. ^^

이매지 2007-04-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정화씨는 가수는 가수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어울려요. 그죠? ㅎ

프레이야 2007-04-2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을 것 같아 미뤄뒀는데 봐야겠어요. ^^

이매지 2007-04-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장면이 좀 있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보셔요^^
생각보다 괜찮답니다^^
 



  때를 잘못만나, 혹은 너무 큰 작품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들이 종종있다. 이 영화 LA 컨피덴셜도 타이타닉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타이타닉보다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97년에 나온 이 작품에는 스타급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다. 러셀 크로우를 비롯하여 케빈 스페이시, 킴 베신저 등등. 그들의 매끈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가 결합되어 이 영화는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약 30분간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영화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는 숨고르기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때가 오자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LA의 최대 범죄 조직인 미키 코헨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 사이를 틈타 그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미키 코헨의 부하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해 희생된다. 이에 이어 한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죽은 사람들 속에는 퇴직 형사인 스탠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참 형사인 에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스탠스의 파트너였던 버드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단독 수사에 나서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실로 발걸음을 향한다. 



  천사의 도시라 불리는 LA.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 그리고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롤로 토마시의 정체.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강요하지 않는 구성, 정교한 스토리 등이 긴장감을 유발하여 헐리우드식 느와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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