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절판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다. 예외 없이 모두에게. 당신에게도. -44쪽

사실 나는 사람의 실제 모습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생각해 낸 이론은 아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올여름 내내 읽고 있는 커트 보네거트의 책 어딘가에서 나온 말이다. 그 이론은 이렇다. 내가 만약 187센티미터 키에 파란 눈을 한 미남이며 세상 누구보다 멋진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천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나는 미남에 187센티미터 기타 등등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160센티미터 키에 점토빛 눈을 한 못생긴 팝콘들이 세상 곳곳의 무대에서 몸을 비틀고 우쭐대고 안달하면서, 사인을 받고자 몰려드는 팬과 얼른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주고자 안달하는 매니저를 갈망하는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겉으로 시늉하는 존재가 된다고, 그러므로 어떤 존재를 시늉할 지 주의해야 한다고 보네거트는 말한다. -45~6쪽

나에게 진실로 놀라웠던 건 '부점 프렌드'라는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관념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원하던 것을 말로 옮긴 것이다. 철저하고 완전한 친구, 각자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가 각자를 위하는 친구,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 그렇다고 애완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59쪽

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하비에게 실망했다. 단짝 친구에 대한 하비의 생각은 하비를 위한 것일 뿐 나를 함께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희생적으로 봉사하면 하비가 진실하고 영원한 우정을 깨닫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그 이기적인 녀석의 온갖 요구를 들어 주었다. 하지만 내가 비위를 맞출수록 녀석은 나를 부리는 데 맛이 들 뿐이었다. 그때 이후 나는 많은 친구 관계가 그런 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우정이란 이기주의자의 졸개가 되는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하비의 집 앞에서 싸움질을 벌이는 요란한 소동 끝에 헤어졌고, 그 뒤로 지독한 원수가 되었다. -62쪽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 분 만에 알 수 있는 걸까? 이 사람하고는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그런 일이 해다마 마주치는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하고는 왜 안 일어나는 걸까? 나는 이 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보았지만 아직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얼굴 생김이나 몸매에 그치는 게 아니고, 심지어 그의 삶의 방식도 다가 아니니 말이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고, 그게 무언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누군가 좋아지면,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될 뿐이다. 그게 전부다. -74쪽

모든 일에는 어떤 순간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 한 걸음 더 내디디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지금 나는 그것을 안다. -113쪽

경험은 은행에 돈이 쌓이듯 우리 안에 쌓이는 걸까? 거기에 이자도 붙어서 나중에 그걸로 어떤 근사한 것을 살 수 있게 될까? 거대한 초신성 같은 경험을 가지고?
나는 그렇게 저축한 경험을 가지고 무엇을 사게 될까? 우리의 모든 과거를 가지고?
아직 내게는 현재인 그것. 내 안에서는. 내 머릿속에서는. -25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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