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일본드라마에 빠져 지내던 중, '결혼 못 하는 남자'를 보고 아베 히로시에게 반해 그가 나온 드라마를 찾아보던 중에 드라마 '트릭'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일본드라마 입문(?)하던 시절에도 이름은 들어봤더랬는데 왠지 마술의 트릭을 밝혀내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땡기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이 드라마는 인기가 별로 없는 마술사 야마다 나오코와 대학의 물리학 부교수로 있는 야마다가 영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실상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이 제법 재미있어서 꽤 정을 붙이고 봤는데, 사실 영화로 만든 트릭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드라마가 좀 더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이.



  여전히 관객도 별로 끌어들이지 못해 짤린 나오코. 그녀 앞에 왠 남녀 두 사람이 나타나서는 자신들의 마을에는 300년에 한 번씩 재앙이 찾아오는데 마을에 와서 신 행세를 해 사람들을 안심시켜달라고 한다. 돈이 궁했던 나오코는 그들과 함께 마을로 가 마술을 자신의 능력인 척하고 선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알고보니 마을에는 이미 나오코 외에도 신을 자청한 3명의 사람들이 왔던 것. 마을 사람들은 진짜 신을 찾아내기 위해 각 신들을 대결시킨다. 이 때 돈도코이 3편을 취재하기 위해 온 우에다와 만나게 된 나오코. 그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며 간신히 다른 신들을 모두 이긴다. 하지만 나오코를 제외한 신 행세를 하던 사람들은 다 죽은채로 발견되고, 서서히 거북신의 저주가 다가오는 듯 하다. 과연 이 마을에 감춰진 트릭은 무엇일까?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야베와 이시하라 콤비의 엉뚱함이 꽤 재미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들이 크게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이 들었다. 우에다와 나오코가 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살짝 보여서 이어지는 트릭 3기에서는 과연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도 살짝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좀 엉뚱하게 이어져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트릭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TV판보다는 재미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아베 히로시 만세! 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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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5-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기미만 풍기고 끝나는군요. 바보커플이라는 말들이 있던데 뭐 나름대로 어리버리하긴 하지만 바보까지는 아닌 듯 ㅎㅎ

이매지 2007-05-0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는 짓이 바보 같다고 바보커플이라고 하더라구요 ㅎㅎㅎ

푸른신기루 2007-05-0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3기 마지막회에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 알게 되지 않나요?? 오래 전에 봐서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이매지 2007-05-0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그런가요? 전 아직 3기를 못 봐서^^
 
Eddie Higgins Trio - A Fine Romance &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 - 로맨스 4부작 중 1, 2번째 시리즈
에디 히긴스 트리오 (Eddie Higgins Trio) 연주 / 지니뮤직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재즈에 ㅈ자도 모르던 시절에 우연히 에디 히긴스의 음악을 듣게 되면서 재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재즈아티스트보다도 에디 히긴스의 앨범이 나오면 가장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 같아요.

  이 음반은 비너스 레코드 전속 10주년, 음악 경력 50주년을 기념하는 로맨스 4부작 중 1,2,번째 시리즈로 나온 음반이예요.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곡들을 에디 히긴스의 방식으로 연주한 음반인데 원곡을 모르고 들었는데도 느낌이 참 좋았어요. 첫 곡인 concentrate on you에서 상큼한 느낌을 줬다가 이어지는 yesterdays에서는 차분한 느낌으로 진행되고, 또 다시 사랑스럽게, 차분하게 변해가며 이어지는 느낌이 마치 갓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처럼 변해가는 것 같아요. 

  너무 좋은 앨범이라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여운이 남아서 듣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음반이네요. 겨울에 나올 예정인 로맨스 3,4번째 음반도 기대가 되네요.  얼마 전 마지막 내한공연을 하셨더랬는데 그 때 가보지 못한 게 너무 후회가 되네요.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음반으로나마 조금 더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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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 동생 타게루. 그는 도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마음내키는대로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된 그는 그 곳에서 아버지와 형인 미노루를 다시 만난다. 아버지를 도와 주유소 운영을 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미노루, 그리고 동생인 타게루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와 함께 인근 계곡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치에코는 흔들다리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본 타게루는 형이 치에코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인지 갈팡질팡하며 형과 자신의 우애를 심판대에 올리는데...


  이 영화는 일본영화 특유의 서정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형과 아우의 애증관계.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실은 서로의 모습을 부러워한 형제의 모습이 드러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빼앗으려 하는 동생, 그런 동생을 받아들이는 착한 형. 둘은 성격은 정 반대이지만 서로를 벗어날 수 없는 관계에 묶여있는 듯 하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통할 수 밖에 없는 사이.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 놓여 누가 먼저 떨어질 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 그리고 뻗는 손길. 이 영화는 흔들다리의 아슬아슬한 흔들림처럼 두 형제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흔들림은 불안불안하면서도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흔들림이었다. 



  요새 <시효경찰>로 부쩍 빠져지내는 오다기리 죠와 예전에 <언페어>에서 인상깊게 나왔던 카가와 테루유키가 형제로 나오고 있는데 외관상 전혀 닮은 구석이 없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극중의 인물들을 잘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의 그 미묘한 변화가 지나치게 잔잔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지루한 감도 없잖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구석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인상깊게 본 영화였다. 오다기리 죠의 다양한 모습에 내심 감탄하며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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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5-05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는 못 보고 OST만 들었어요. 음악도 참 좋은데. 잊고 있었는데 꼭 챙겨야겠다는 결심을. (제가 인사 드린 적 있던가요? 늘 기웃대긴 했는데...혹시 모르니까, 안녕하세요?)

이매지 2007-05-0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디 서재에서 네꼬님을 뵌 적이 있는데 제 서재에서는 처음 뵙는듯^^;
자주자주 흔적도 남겨주셔요 ㅎㅎㅎ
영화 ost도 잔잔한 분위기가 많을 것 같은^^
 
러브마크: 브랜드의 미래
케빈 로버츠 지음, 양준희 옮김, 이상민 감수 / 서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색 표지에 매력적인 폰트로 lovemarks라고 쓰여진 이 책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담고 있지 않다. 이 책은 브랜드와 고객 간의 사랑에 담고 있는 책이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브랜드는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저자는 풍부한 예시를 통해 계단을 올라가듯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브랜드의 시대는 끝난다고 하며 이제는 러브마크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러브마크는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이성과 감성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성은 결론을 낳는 데 반해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는 점이다"라고 얘기하며 러브마크는 단순히 고객의 이성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고, 그것을 통해 고객이 그 사물(혹은 사람)을 자신의 러브마크로 생각하게 되고 전폭적인 지지와 존중,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러브마크는 개인적이다. 그리고 사람, 국가, 자동차, 단체 등 무엇이든 러브마크가 될 수 있다. 러브마크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맹렬하게 지키려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브랜드다. 이것은 누구라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하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을 몇 가지 들어보자면 구글, 디즈니, 바디샵, 코카콜라, 할리 데이비슨, 애플 등이 러브마크에 속한다.

  단순히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격이나 품질은 거의 비슷비슷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소비자는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것을 선택하게 되고, 그것이 다른 선택사항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 해도 선뜻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이 밥 값과 비슷하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굳이 저렴한 자판기 커피보다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먹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또 같은 가격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한다면 몇 군데의 다른 인터넷 서점보다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를 한다.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DVD가 나오면 저렴한 일반판이 나오기 전에 감독판이나 한정판을 구매하여 소장하는 것도 러브마크와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책을 구성하고 있는 편집방식도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이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같이 마케팅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덧) 책의 후반부에 러브마크 사이트(www.lovemarks.com)에서 소비자들이 올린 러브마크들에 대해 실어놓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상품들(버켄스탁)에 대해서 원래 발음대로(비르겐스탁) 표기를 해놓아서 헷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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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왜 저는 '키스마크'가 떠오르는 것일까요. (긁적)

이매지 2007-05-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엘신님도 참 ㅎㅎ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접한 김훈의 장편소설. 그것도 <강산무진>에서 만난 단편들처럼 현대가 배경인 이야기가 아닌,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처럼 과거 속으로 거슬러올라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을 품고 보게 되었다. 남한산성을 떠올리면 여인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날라 함께 싸웠다는 내용이 가장 먼저 떠올랐기에 사실 처음에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남한산성 속에서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청나라 대군을 피해 강화도로 가려다 길이 막혀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인조와 대신들. 성 안에서 대신들은 임금에게 청과 맞서 싸우자고 하는 사람들과(주전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라고 하며 청과 화친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대립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군에 둘러싸인 임금과 대신들, 군사, 그리고 성 안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 그들은 47일간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장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성 안에 고립되어 있다. 그들의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는 상황. 그 상황을 김훈은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분홍빛 표지와는 달리 이 책은 답답하다. 남한산성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답답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기 살을 뜯어먹는 싸움이 답답했다. 결국은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언제, 어떻게 나갈 것인가를 두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마치 언 땅이 녹아내리듯이, 굳은 성벽이 조금씩 무너지듯이, 그렇게 조선이, 주전파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씁쓸함을 남겼다. 하지만 결국 칸에게 절을 하고 예를 갖추는 굴욕을 겪는 순간 조선은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잘 닦았더라면, 그 길을 제대로 찾았더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그렇지만 김훈의 소설은 녹록치않다. 그의 건조한 문체는 어쩌면 이런 식의 역사를 다룬 소설에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독성의 면에 있어서는 역시 수월치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꾸역꾸역 책장을 넘겨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책을 차마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김훈의 힘이리라. 이번 책에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특정하게 조명을 받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치욕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인조에게도, 한낱 대장장이 서날쇠에게도, 서로 대립된 입장에 서있는 김상헌과 최명길에게도, 그리고 아비를 찾아 성 안에 들어온 나루에게도 조명은 골고루 비춰진다. 하지만 그 모든 인물들에게 조명이 비춰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현의 노래>나 <칼의 노래>에서처럼 한 인물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서술을 했다면 오히려 더 생생하고 독자의 집중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훈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김훈다움에 조금은 실망했던 책이었다. 그가 다음에는 어떤 책을 들고 찾아올런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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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36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