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감독은 늘 독특한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곤 한다. 뻔히 스토리가 잡혀있는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서도 그는 그만의 시각으로 초콜렛 공장을 해석하기도 했고, <배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과 같은 수많은 작품들에서 자신만의 감성으로 영화를 만들어내곤 했다. 사실 팀버튼 감독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감독은 흔치 않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슬픔을 안고 있다. (최근 작품들에서 그 슬픔이 좀 순화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여튼, 이 영화 <유령신부>에서도 팀 버튼 감독의 슬픔이라는 정서와 함께 특유의 장난스러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는 둘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안끼리의 결혼을 성사시키려는 두 가문이 등장한다. 귀족이지만 돈이 똑 떨어진 이름만 귀족인 빅토리아의 가족, 그리고 생선장수지만 부를 축적한 빅터의 가족. 그 둘은 결혼식 전날 리허설을 위해 처음 만나 다행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소심한 빅터는 결혼 선언문을 제대로 낭독하지 못해 신부로 부터 완벽하게 외워오기전에 결혼식을 해주지 않겠노라는 엄포를 듣고 아무도 없는 묘지 근처에 가서 혼자 맹세의 말을 연습한다. 하지만 일이 어떻게 꼬인 것인지 그는 에밀리란 여자 유령과 결혼하게 되버리고, 그녀를 따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빨려간다. 과연 그는 다시 돌아와 사랑하는 빅토리아와 결혼할 수 있게 될까.

  빅터는 에밀리때문에 죽은자들의 세계에 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해골일지언정 행복해보인다. 현실세계에서의 암울함과는 달리 사후세계는 오히려 컬러풀한 느낌을 준다. 현실세계의 사람들은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서로에게 칼날을 세우고 있다면 사후세계의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을 뿐이다. 팀버튼의 관점에서 사후세계라고 해서 결코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일까. 가끔씩은 노래하고 춤추는 해골들이 귀엽게 보일 때도 있었으니 "해골=무서운 것"이라는 공식은 저 구석에 치워둬도 좋을 듯.

  하지만, 이런 현실과 사후세계의 대비적 모습보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자하는 주 내용은 사랑에 대한 슬픔, 배신에 대한 아픔, 그리고 믿음과 같은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에밀리, 그리고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긴 하지만 빅토리아를 그리워하는 빅터. 둘 사이에서 그는 결국 사후세계에 남아 에밀리의 진짜 남편이 되어주려고 한다. 물론, 최후의 결정은 이후에 에밀리가 하게 되지만. 소심한 빅터, 슬픔을 가지고 있지만 능동적인 에밀리, 소심과 능동성 그 중간에 있는 빅토리아. 이 세 명의 관계는 묘하기만 한데...

  일반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때문에 손이 가긴해도 그나마 할만한 작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는 1초짜리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 모형을 무려 24번이나 움직여야 한다. 1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화를 제작하려면 얼마나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내야하고 시간이 걸리는 지는 말할 것도 없다. 팀 버튼 감독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애정이 없었더라면 지난 번 <크리스마스 악몽>만 만들고 다시는 이런 영화를 안 만들었지도 모르겠다. (사실 때문에 <크리스마스 악몽>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글들도 많이 봤지만 난 두 영화가 개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이런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한 번쯤은 더 이런 식으로 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아이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 영화는 아이, 어른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때로는 흥겨운 음악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때로는 주인공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때로는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였다. (뭐 내가 아이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이들이 해골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게 어떠냐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물들이 말하는거나 해골이 말하는 거나 둘 다 비현실적인 것이련만. 게다가 이 영화에서 해골은 결코 잔인하거나 무섭지 않은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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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구판절판


아버지, 오빠나 엄마한테 바보 바보 하면서 업신여기는데요, 바보라고 하는 인간이 바보인 거라고요. -16쪽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49쪽

"와타베 씨의 부친이 전부터 말했거든.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 건..." 스키타가 대답했다. "상식이나 법률이 아니라..." 그러곤 말을 끊고, 아이가 장난치는 듯한 표정으로 "얼마나 유쾌하게 사느냐, 라고 말이야."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130쪽

"책이란 건, 목욕탕 곰팡이 같아서 그냥 두면 차츰 늘어나서 처치 곤란하다니까." 엄마가 한숨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빈자리가 있으면 착착 채워 넣거든. 미치, 두고 보렴, 끝없이 불어날 테니까."
-136쪽

공부 책상에 앉았다. '공부 책상'이라는 이름이 억지로 용도를 한정시킨 것 같아 왠지 우스꽝스럽다. 책상 앞 벽지로 시선을 주었다. 압정으로 고정시킨 조금 큰 종이에 내가 쓴 글씨가 쓰여 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내가 곧잘 쓰던 방법이다. 일상에 쫓겨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어두운 길 앞에 작은 가로등을 켜는 기분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두었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초조해지더라도 그걸 보면 침착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렴. 한 가지를 마치면 다음 것이 보일 테니까, 허둥대지 말고."엄마가 곧잘 해주던 말이다. -137쪽

"용서하느냐 못하느냐, 그런 게 아니에요" 나는 지난 4년 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을 입 밖으로 냈다. "예컨대, 벚꽃이 짧은 기간 밖에 피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용서할 수 없다고 화를 내진 않잖아요."
"벚꽃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거하고 마찬가지 느낌이에요, 왠지" 나는 말했다. "아빠하고 엄마가 죽었다. 그렇지만 원래 그런 걸 거예요, 틀림없이."
-168쪽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엔 흥미 없습니다. 수학에 약하기도 하고요. 때문에 몇 전 몇 승 몇 패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본래, 이기고 지는 것이란 시합의 결과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합을 끝까지 본 관객들의 기분이라든가 나 자신의 기분이라든가,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이겨야 합니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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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는 제가 실수하면 바보라고 저자신을 부르는데, 그런 불림을 당하는 저보단 바보라고 말하는 제가 바보인거지요. 그럼 바보 맞는거네요 =..= (16페이지 이사카 고타로의 문장에서 치명적 논리오류 발견!!!!근데 기분이 찝찝하네요 =..=)

이매지 2007-07-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나 저러나 바보가 되버리는군요 ㅎㅎㅎ
 
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구판절판


미치지 않은 인간은 아무리 교묘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천재는 아니지. 그러니까 미친 인간이 만든 것은 어딘가가 확연히 다르거든. 어디가 다르냐 하면 말이지. (중략) 기운(氣韻)이 있다는 말이야. 기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사전에서 기운이라는 말을 찾아보렴. 그것은 기품이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기품이 있고, 그 기품이 작품에 생생하게 나타나 있는 것을 말한단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보통 사람은 절대로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인간은 천재야.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도 천재란다. 그러니까 나는 천재지, 기운이 있거든. -41쪽

노력은 개체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발육하거나, 형태와 생리가 변화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무익하지. 왜냐하면 변화는 개체가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익한 일을 우리들 교사가, 아니 교육 자체가 사토에게 강요했기 때문에 사토는 대학과, 사회에서 계속 버티다가 결국 부서진 것이고, 그 결과 가까스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겠지. 하지만 그 변화는 남자의 욕망에 맞추는 잔혹한 것이었어. -417쪽

밀도가 낮아지면 생물은 단독 생활을 하는 고독상이 되고, 밀도가 높아지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집단으로 사는 군생상이 된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고독상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생존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야. 성적, 성격, 경제적 기반뿐이라면 또 모를까, 무엇보다도 타고난 외모라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복잡한 양상으로 뒤엉켜서 하나에서 이기면 다른 것에서는 지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내가 직접 히라타라는 슈퍼급 여학생을 집어넣은 것이다. -418쪽

실은 나는 학교에서 진실을 가르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닻'을 마음에 묻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가 없다. 그것은 타인보다 우수하다는 절대적인 가치관이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세뇌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력을 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학생은 '닻'이라는 존재 때문에 평생 괴롭힘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토 가즈에가 그렇지 않았을까? 혹은 히라타의 언니가? 그녀들은 평범하지는 않았으나 학업에서는 너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묻어놓은 '닻'까지도 파괴하는 어떤 본질 앞에서는 더욱 무력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노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타고난 '아름다움'이다.
미쓰루야, 너는 옥중에서 보낸 편지에서 옛날에 나에게 호의를 품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기쁘면서도 놀랐다. 실은 난 그때 너희를 가르치면서도, 아름다운 히라타 유리코에세 마음을 거의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인보다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닻'을 무력하게, 아니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 때문에 인간은 타고난 '아름다움'을 펄쩍 뛰면서 부정하고, '닻'을 강화하겨 하지. 즉,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히라타 유리코는 존재 자체만으로 미움을 받고, 학교에서 추방된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드는구나. 그리고 '아름다움'을 욕되게 하면서 따돌린 쪽도 '닻'을 풀 수 없어서 바다 속 깊이 '닻'을 가라앉힌 채, 바다 위에서 큰 파도에 농락당하고 있는 것 아닐까? -420~1쪽

넌 아무 것도 모를 뿐만 아니라, 바보야. 공기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넌 공기만 한 것도 못 돼. 시대가 요청한 단순한 장식물일 뿐이야. 알리바이처럼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 자연스럽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말이야. 우리의 존재는 남자에게 필요불가결한거야. 물이나 공기 같은 것처럼 말이야. -49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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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리노 나쓰오 여사는 대단하긴 한데 읽고나면 음침하고 기분이 찝찝한 것이...그래도 저거 아직 안읽었어요.. 여하간, 전 가끔 제가 천재가 아닌지 자뻑하는데..그럴때 뭔가 저를 스캔해보면 평상시라 다른 아우라가 나올까요? (먼산)

이매지 2007-07-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번에 <아임소리마마>를 읽고 찝찝해서 다시는 안 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려구요 ㅎㅎ 이것도 찝찝할 것 같아요
 
지쿠호오 이야기 - 규슈 지쿠호오 탄광을 중심으로 한 격동의 민중사, 평화교육시리즈 03
오오노 세츠코 지음, 김병진 옮김 / 커뮤니티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일본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훌라걸즈>를 보며 왠지 가슴이 짠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검은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석탄을 캐며 한평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들린 탄광을 닫는다는 소식.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해온 사람들에게 주어진 건 달랑 퇴직안내서 한 장뿐이었다. <훌라걸즈>는 탄광촌을 살리기 위해 훌라춤을 추게 된 광부의 딸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 <지쿠호오이야기>는 좀 더 탄광의 역사와 실태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의 슬픈 삶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1,2장은 일본의 지쿠호오의 탄광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고, 3,4장은 어떻게 조선인들이 탄광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실상은 어땠는지, 그리고 식민지 상태에 놓인 조선, 그리고 중국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1,2장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슬펐지만, 식민지 지배 하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가슴 아팠다. "조선인은 때리고 부려라!"가 탄광측의 구호였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짜증이 겹쳐 기절할 때까지 가차 없이 얻어맞았습니다. 아이고(哀號)만이 일본인에게 통했습니다. 이렇듯 장시간 노동과 혹사로 말미암아 갱 밖으로 나올 때는 지팡이에 매달려 비틀비틀 겨우 올라오곤 했습니다(p.149) 와 같이 조선인 노동자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몸도,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게다가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군과 경찰이 의도적으로 흘린 유언비어때문에 자경단에 의해 6천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학살당하기까지 한다. 단지 일본 내에서 조선인들의 고난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식민지 상태의 조선을 쥐어짜고, 숱한 여성들을 일본 군의 성노리개로 강제로 데려가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 책은 한 페이지에는 그림이, 한 페이지에는 한글로 된 설명과 일본어로 된 설명이 함께 나오고 있어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때문에 쉽게 읽히고 또 책장도 금새 넘어간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무겁기만 했다. 물론 이 책의 내용 중 식민지 치하 조선의 생활상은 우리가 국사시간에 이미 배웠던 내용들이기에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이 시기 일본인들도 전쟁이니 뭐니해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전쟁에 휘말려 굶주림과 위험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결국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들의 야심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사실임을 애써 외면하려는 현재의 일본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일본인들이 읽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청소년들이 읽어도 크게 어렵지 않게 무난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때문인지 앞뒤의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느낌은 조금 덜해서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민중들의 애환에 대해 느낄 수 있어서 뜻깊은 독서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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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 일본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그들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일고는 있는 듯해요.. 작지 않은 소리인데 주류가 워낙 모든걸 장악하다보니 그러한듯합니다..

책이 쉽다니 더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

이매지 2007-07-09 00:30   좋아요 0 | URL
공짜로 받은 책을
이렇게 보고싶다고 하시면
전 그냥 착불로 보냅니다. ㅎㅎ
일본 내부에서도 물론 목소리는 나오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아직까지는 묻히는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7-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일본 우익의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역사란게 망각하지 말고 기억해서 실수를 하지 말자는 건데, 이들은 이걸 잘못 이용하더군요. 프랑스나 독일이나 일본이나 우익의 광기는 무서워요. 올바른 역사 인식과 반성이 필요한거죠.

비로그인 2007-07-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하간, 전 광산만 생각하면 폐쇄공포증이 걸리지 않을까...참 광산노동자분들이 안쓰러웠다는...

이매지 2007-07-0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정도를 지나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보니까 광산에서 짐을 끌기 위해서 말을 이용했는데, 말이 며칠만에 밖으로 한 번 나오면 들어갈 때는 애처롭게 울부짖는다는 내용이 있더라구요. 이렇게 일하는 말들은 다른 말들보다 수명도 더 짧았다고하구요. 안타까웠어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약 4년 전쯤에 읽었던 책인데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정겨운 느낌만은 남아있었다.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루다가 결국 4년이 지난 이제서야 읽게 된 책. 어쩌면 지난 학기에 미국학 수업을 들으며 인디언에 관한 수업을 받았던지라 이 책에 다시금 관심이 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업 시간에 본 자료 중에 인디언들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찍은 방송프로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든다. 눈물의 행렬이라고 불렸던 인디언 대 이동.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제대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인디언 보호구역은 말이 '보호'지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그들의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혼자 남겨진 아이(작은나무). 아이를 누가 데려갈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아이는 할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무 말없이 아이를 받아들인 할아버지. 아이는 그 때부터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비록 글자를 읽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은 나무에게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할머니는 아이에게 사전을 외우게 한다거나 책을 읽어주는 식으로 지식을 전달해준다. 나름대로의 교육을 통해 또래의 아이들보다 책임감을 가지며 자란 작은 나무. 하지만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무시하고, 그것을 없애야할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생활 방식을 그저 게으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취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인디언들이 돈만 밝히고 욕심만 많은 속세의 사람들보다 더 정신적으로는 풍부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생아라고 작은 나무를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인디언에다 사생아인 작은 나무는 무식해서 결국 소년원에 들어갈 운명이라고 섣불리 판단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경험을 통해 직접 작은 나무가 깨닫게 하는 방식에 반해, 고아원의 목사의 채찍질은 매섭기만 할 뿐 반성의 기회조차 남겨주지 않는다. 아직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야만적인 것일까 아니면 문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야만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이 더 야만적인 것일까? 이 책은 문명인이라 자부하며 자신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온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직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독자에게 돌리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을 통해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면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중반 이후까지 다소 소박한 에피소드들로 진행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인간미를 찾을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내게 더 소중한 것으로 남았다. 따뜻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일깨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뒤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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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7-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결심한지가 몇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읽고 있네요. ^^;;;
시험은 잘 치셨어요?

이매지 2007-07-08 20:59   좋아요 0 | URL
시험은 다른 과목은 난이도를 알 수 없고,
국어는 맞춤법 문제가 제법 많이 나와서 할만했고,
영어는 뭐 늘 어렵고 그랬어요.
이제 열심히 해야죠 :)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서류는 몇 군데 찔러보고 ^^;

홍수맘 2007-07-0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으로 기억되요.
방학 잘 지내시죠?

이매지 2007-07-09 13:39   좋아요 0 | URL
나중에 홍수가 크면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은 것 같았어요 :)
방학은 아직 성적이 다 나오지 않은 관계로 찝찝하게 보내고 있어요.
낼 모레 전에는 나오겠죠 ㅠ_ㅠ

비로그인 2007-07-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뭐냐 끼적거리기만 한 거라도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등을 보면, 과연 서양의 시점에서 이건 문명이고 저건 야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를 충격적으로 되집어 보고있더라구요. 저도 사실 서양적 시점에 물들고 있던 터라...생각외로 문화인류학이 인간역사에 있어 중요한 획을 그은거라는 것에 전 깜딱 놀랐어요. 하지만 가끔은 서양인들에 비해 보다 도, 명상 등의 개념에 가까운터라 광고문구보단 크게 감동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읽으면서 속도를 줄여가기엔 좋은 책 같아요 ^^

이매지 2007-07-0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슬픈 열대는 보다가 반납기한에 쫓겨 끝까지 못 읽었던.
빨리빨리 살아가는 게 능사가 아니죠 :)

나란히 2007-09-03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책입니다...

이매지 2007-09-04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