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구판절판


아버지, 오빠나 엄마한테 바보 바보 하면서 업신여기는데요, 바보라고 하는 인간이 바보인 거라고요. -16쪽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49쪽

"와타베 씨의 부친이 전부터 말했거든.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 건..." 스키타가 대답했다. "상식이나 법률이 아니라..." 그러곤 말을 끊고, 아이가 장난치는 듯한 표정으로 "얼마나 유쾌하게 사느냐, 라고 말이야."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130쪽

"책이란 건, 목욕탕 곰팡이 같아서 그냥 두면 차츰 늘어나서 처치 곤란하다니까." 엄마가 한숨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빈자리가 있으면 착착 채워 넣거든. 미치, 두고 보렴, 끝없이 불어날 테니까."
-136쪽

공부 책상에 앉았다. '공부 책상'이라는 이름이 억지로 용도를 한정시킨 것 같아 왠지 우스꽝스럽다. 책상 앞 벽지로 시선을 주었다. 압정으로 고정시킨 조금 큰 종이에 내가 쓴 글씨가 쓰여 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내가 곧잘 쓰던 방법이다. 일상에 쫓겨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어두운 길 앞에 작은 가로등을 켜는 기분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두었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초조해지더라도 그걸 보면 침착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렴. 한 가지를 마치면 다음 것이 보일 테니까, 허둥대지 말고."엄마가 곧잘 해주던 말이다. -137쪽

"용서하느냐 못하느냐, 그런 게 아니에요" 나는 지난 4년 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을 입 밖으로 냈다. "예컨대, 벚꽃이 짧은 기간 밖에 피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용서할 수 없다고 화를 내진 않잖아요."
"벚꽃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거하고 마찬가지 느낌이에요, 왠지" 나는 말했다. "아빠하고 엄마가 죽었다. 그렇지만 원래 그런 걸 거예요, 틀림없이."
-168쪽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엔 흥미 없습니다. 수학에 약하기도 하고요. 때문에 몇 전 몇 승 몇 패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본래, 이기고 지는 것이란 시합의 결과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합을 끝까지 본 관객들의 기분이라든가 나 자신의 기분이라든가,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이겨야 합니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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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는 제가 실수하면 바보라고 저자신을 부르는데, 그런 불림을 당하는 저보단 바보라고 말하는 제가 바보인거지요. 그럼 바보 맞는거네요 =..= (16페이지 이사카 고타로의 문장에서 치명적 논리오류 발견!!!!근데 기분이 찝찝하네요 =..=)

이매지 2007-07-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나 저러나 바보가 되버리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