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었고(그 때 왜 안봤을꼬), 오다기리 조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화 <도쿄타워>. 엄마와 아들 간의 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지만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역시 너무 긴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좀처럼 가정에 정착을 못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참고 살았지만 결국 아버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고향인 탄광촌으로 아들을 데리고 간 어머니.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평온한 생활을 보내던 그는 갑자기 미술공부를 하겠다며 미술고 입시를 준비한다. 다행히 합격해 홀로 떠나 생활하게 된 그.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그는 자제력을 잃고 방탕한 생활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하고 합격을 한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도쿄생활. 도시인만큼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찬 그 곳에서 그는 또 다시 빈둥거리는 생활을 하게 되고, 점점 빚만 쌓여간다. 마침내 졸업할 때가 됐지만,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아 유급을 당하게 된 그. 그런 그를 어머니는 묵묵히 뒷바라지해주며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암때문에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조금씩 생활을 안정되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 엄마를 도쿄로 모시고 오게 된 그.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엄마에게 암이 다시 찾아오고, 모자 간에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는데...

  점점 커가면서 아버지와 닮아가는 아들. 기껏 아버지를 벗어났지만 또 다시 아들이라는 짐을 얹고 살아가는 엄마. 하지만 그런 엄마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밥을 대접하기 좋아하고, 친구들 앞에서도 자신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엄마. 엄마는 항상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밝음만을 남긴다. 암에 걸려 수술을 했을 때에도, 또 다시 암 때문에 죽어갈 때도 엄마는 자신의 일보다 아들을 걱정한다. 정신을 잃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도 엄마는 눈을 뜨고 아들에게 가지된장국이 있다고, 챙겨먹으라는 말을 할 뿐 자신의 아픔은 드러내지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자신의 행복이 곧 자식의 행복이라는 생각, 그리고 자신은 고되고 배고플지라도 자식에겐 배고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 국경을 초월해 모정은 끈끈하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엄마의 정을,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렸고, 그 때문에 한 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 세상은 좀 더 열심히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 삶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 위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부모님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영화지만, 혹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없다고 해도 이 영화를 보고 따뜻한 안부 전화 한 통을 한다면 그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가까이 있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그걸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드라마와 원작 소설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이 내용을 풀어갔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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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7-11-0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소설만 봤어요. 저도 오다기리 죠 나와서 나중에 보게 될 거 같아요. ^^
가슴 한켠 아리면서도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에 또 한번 감동하고, 느끼게 되겠지요.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기네요. 길어지면 집중력 저하되는데요.

이매지 2007-11-04 22:48   좋아요 0 | URL
확실히 너무 기니까 집중력이 떨어지더라구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호흡이었으면 좋았을 듯.
오다기리 죠의 매력도 느끼실 수 있어요 ~ㅎㅎ

웽스북스 2007-11-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닝타임 진짜 기네요- 나는 이거 지하철에서 보다가 혼자 울면서 매우 챙피했던 기억 ㅋ 사람들이 저런 유치찬란한 표지의 책을 보면서 우는 저 아가씨는 뭘까 했을 거에요- ㅋㅋ

이매지 2007-11-04 22:48   좋아요 0 | URL
표지만 봐서는 그렇게 슬픈 내용같지 않았는데
지난 번에 드라마할 때도 슬펐다는 리뷰들이 많아서 머뭇했어요.
영화보고나니 이거 드라마 밖에서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물론 책도^^;

세실 2007-11-0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은데 청주엔 하는 곳이 없어요. 이런....
가을에 어울리는 따뜻한 영화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매지 2007-11-06 01:13   좋아요 0 | URL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았어요.
배경은 겨울부터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이었지만요.
청주엔 하는 곳이 없다니 안타깝네요 ㅠ_ㅠ
저처럼 어둠의 경로라도 ㅠ_ㅠ
 
악의 영혼 2 -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 문학은 왠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이 책도 읽기를 망설였었다. 특히나 평소 읽어오던 영미 작가의 스릴러가 아니라 프랑스 작가의, 그것도 이 작품이 처음인 작가의 책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호평들을 읽어가며 어쩌면 내 생각보다 괜찮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겨났고, 마침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니 무섭게 속도가 붙어 반나절도 되지 않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배경은 미국 포틀랜드였다. 어쩌면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니까 당연히 프랑스가 배경이겠지했던 나의 편견이 허를 찔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혹은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첫 페이지, 그리고 시작되는 하나의 연쇄 살인사건. 피해자의 팔을 절단해 포틀랜드 인간백정이라 이름지어진 연쇄살인범. 다행히 사건은 그가 새로운 범행을 저지르기 바로 직전에 현장을 덮침으로써 해결된다. 하지만 사건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정확히 1년 뒤, 포틀랜드 인간백정의 수법과 동일한 수법으로 새로운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현장에서는 1년 전 체포 시에 사살된 그의 DNA를 비롯한 증거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흑마술에 빠져있었다는 1년 전의 범인. 정말 그가 살아서 돌아온 것인가?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간단히 범인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는 책이라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었다. 책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인 변화에 속아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범인은 쉽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런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FBI에서 프로파일러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FBI에서 나와 경찰이 되서 현장에서 프로파일러로의 자질을 발휘하는 주인공 조슈아와 1년 전 사건의 생존자인 줄리에트의 미묘한 관계, 이 와중에 현장실습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검사보와 경찰들의 갈등, 범인이 경찰에 보내는 편지(단테의 <신곡>에서 인용한 글로 이뤄진 다소 퀴즈같은 편지)를 해독해가는 과정, 그리고 잔혹한 사건에 대한 묘사, 빠른 전개 등에서 이 책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재미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에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느낄 수 있어서 적당히 무게감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인 막심 샤탕은 조슈아를 주인공으로 한 악의 3부작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첫 편인 이 책을 읽고나니 벌써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인간의 악한 면을 보여줄 지 궁금해졌다. 너무도 생생한 묘사때문에 선혈이 난자하는 작품을 기피하는 분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스릴러를 좋아하고, 그동안 영미 스릴러를 읽어보며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권해보고 싶다. 문장을 읽어가며 눈 앞에 영상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던 작품이었다. 마무리가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오랜만에 긴장감있는 독서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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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품절


케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에게 쇼핑은 늘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결국은 비슷비슷한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거면서, 그 짓을 하자고 넓디넓은 매대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녀야 하다니... -12쪽

컴퓨터 모니터에 검은 글씨로 씌어진 그녀의 대화명이 빛났다. 줄리에트는 이 연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혀 모르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세상이었다. 그런 곳에서 대화명은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였다. 대화명은 인터넷상에서 그 사람을 보여주는 전부였다. -18~9쪽

스톡홀름 신드롬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중략)
첫 번째 단계는 나포(拿捕), 이때 인질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매우 커져서 대개 극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감금, 인질을 붙잡은 자들이 협박을 해오는 겁니다. 이 단계는 비인간화의 단계이기도 합니다. 인질의 존재가 상품으로 전락하는 거죠. 더욱이 바로 이 단계에서 인질과 범인의 동일시 현상이 나타납니다. 인질은 차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서 범인과 공감대를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후유(後遺)로, 이 단계에서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나타납니다.
-25~6쪽

더글러스는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힘든 점이, 살인자의 심리에 완전히 녹아들어 행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래서 범인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그 단계까지 이르려면 긴 호흡으로 일해야 했다. 프로파일러는 수사와 피해자들에 관해 모르는 게 없어야 했다. 밤이든 낮이든 살인자의 인간성이 손에 선명하게 '잡히는' 느낌이 올 때까지, 시체가 어떤 일을 당했을지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했다.
그 다음에 프로파일러는 살인자가 '되어야' 했다.
적어도 살인자의 행동, 특히 그가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범행 동기와 판타지, 욕구를 이해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범인의 프로필을 알 수가 있었다. 프로필을 알면 그의 욕구를 간파하고 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 것인지 예측이 가등했다. -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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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시게마츠 기요시의 책은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비타민 F>를 접한 적이 있는데 F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따뜻한 힘이 느껴졌었다.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 발행하는 페이퍼에도 비타민 F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 후로도 그의 책들은 몇 권이나 출간됐지만 계속 기회가 닿지 않아 미뤄왔는데 이번에 우연히 <졸업>을 만나게 되서 반가움이 더했다. 표지는 다소 밋밋한 느낌이라 머뭇거렸지만 일단 책장을 넘겨가니 그 속에 담긴 따뜻함과 주인공들의 경계선 속에서 나의 경계선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졸업'이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정규 교과과정을 마쳤다는 의미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졸업을 흔히 생각하겠지만, 이 책에서의 졸업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누구나 인생은 어떤 경험을 하기 전과 그 경험 이후로 삶이 바뀐다고 한다. 어떤 학교에 갔는지, 그리고 그 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됐는지,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지, 누구와 결혼하는지 등 우리 인생에는 다양한 갈림길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그 갈림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면, 어떤 이들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다른 길을 선택해야됐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의 졸업은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경계점(혹은 갈림길)에 얽매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마침내 남겨진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의 '졸업'인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내 인생의 최대 사건은 가까운 이의 죽음이다.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죽은 뒤 10년도 넘게 지나 자신을 찾아온 친구의 딸. 무작정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이에 친구와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동안 마음 속에 묻어왔던 그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내는 이야기('졸업')에서는 가족이 아닌 친구의 죽음이었다면 나머지 3편의 이야기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어린 시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던 여동생과 그런 여동생의 면도 수용했던 엄마의 일들을 돌아보며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아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이야기('행진곡')나 평생을 교사로 살았던 아버지와 아버지를 본받지 않겠다며 교사를 시작한 아들의 이야기('아버지의 마지막 수업'),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병으로 떠난 주인공이 병상에서 엄마가 쓴 일기를 보며 평생 엄마를 잊지 못하고, 새어머니와 다투며 커가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에세이로 쓰면서 마침내 새어머니와 화해하는 과정이 그려진 이야기('추신')까지 슬픔의 정도나 충격의 정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그들 모두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고, 가족의 죽음으로 삶의 진폭이 바뀐 것을 느낀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친밀하지만 때로는 어쩜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차갑다. 이 책은 가족 간에 벌어지는 그런 미묘한 부분을 잘 잡아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갔다.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인 '추신'의 경우에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조용히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인 중년을 살아가는 주인공들. 어쩌면 그들이 어느 정도 연륜이 쌓여가는 중년이었기 때문에 인생에 하나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졸업을 두고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야할 시간이 아닐까하고 책을 놓으며 조용히 생각해봤다. 나와 같이 과거에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주인공들과 같은 연령대인 30, 40대가 읽으면 좋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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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 더 머니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출간됐을 때는 제목이 주는 느낌때문에 왠지 끌리지 않았었는데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며 얇으면서도 읽을만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다소 시큰둥하게 선택한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주인공인 스테파니 플럼이, 그리고 이 시리즈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류 란제리 회사에서 일하던 스테파니 플럼. 하지만 6개월 전 해고당하고 지금은 궁핍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경력으로 넣기엔 뭐하고, 신입으로 넣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집에 있는 가구나 가전제품들을 하나씩 내다팔며 버텨보려고 하지만 더이상 궁핍함을 견디지 못하던 차에 사촌이 일손을 구한다는 말을 듣곤 찾아가보지만 이미 일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 상황. 포기도 잠시, 스테파니는 사무직은 없지만 현상금 사냥꾼은 필요하다는 말에 앞뒤 안보고 현상금 사냥꾼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목표는 오래 전부터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직 경찰관이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조 모렐리. 원래 뛰어난 경찰이었기에 스테파니가 잡기엔 역부족인 상대지만 스테파니는 때로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배워가며 조 모렐리는 쫓기 시작하는데...

  가벼운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정작 읽어보니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로맨틱 모험담에 더 가까울 것 같았다. 총도 쏠 줄 모르는 스테파니 플럼이 살인용의자를 잡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그를 잡기 전에 일단 먹고 살기 위해 몇몇 조무라기 범죄인들을 잡는 모습은 심각하다기보다는 '필사적'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던데 궁지에 몰린 스테파니는 조 모렐리에게도 마구 덤빈다. 안 그래도 조 모렐리를 못 잡아 곤란한 상황인 스테파니는 권투 챔피언인 라미레즈에게 스토킹까지 당하지만 어쨌거나 먹고 살겠다고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점점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해가는 그녀. 아직은 어리버리하지만 마구잡이로 돌진하는 그녀가 과연 조 모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며 꽤나 유쾌했다. 가벼운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다소 잔인한(?) 부분도 있어서 흠찟하기도 했지만 (다른 추리소설이었다면 흠찟하지 않았을텐데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보니 좀;)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기존에 추리소설에 등장했던 여자 주인공들은 대개 두뇌로 생각하는 타입이거나(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특기인 미스 마플) 전문가적인 태도(법의학자인 스카페타 박사)를 가지고 있다면 스테파니 플럼은 완전 초보자에다 평범한 30대 여성일 뿐이다. 물론 한나 스웬스 시리즈에서 쿠키가게를 하고 있는 평범한 30대 한나도 그런 류의 주인공이지만 한나가 호기심에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면 스페타니는 호기심이니 뭐니 그런 거 생각할 것도 없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태도나 조사 방법이 다르달까. 어쨌거나 기존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작가의 경력때문인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이 가미된 로맨스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코믹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어 우울한 날에 읽으면 순식간에 기분이 업!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12권까지 나온 책이지만 국내에선 나온 지 1년쯤 됐는데도 2권이 나오지 않아 더이상 안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최근에 2권이 출간되서 반가웠다. 생활은 어째 좀 괜찮아졌는지, 조 모렐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한게 잔뜩이라 2권도 빨리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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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2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2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