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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 더 머니 ㅣ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출간됐을 때는 제목이 주는 느낌때문에 왠지 끌리지 않았었는데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며 얇으면서도 읽을만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다소 시큰둥하게 선택한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주인공인 스테파니 플럼이, 그리고 이 시리즈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류 란제리 회사에서 일하던 스테파니 플럼. 하지만 6개월 전 해고당하고 지금은 궁핍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경력으로 넣기엔 뭐하고, 신입으로 넣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집에 있는 가구나 가전제품들을 하나씩 내다팔며 버텨보려고 하지만 더이상 궁핍함을 견디지 못하던 차에 사촌이 일손을 구한다는 말을 듣곤 찾아가보지만 이미 일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 상황. 포기도 잠시, 스테파니는 사무직은 없지만 현상금 사냥꾼은 필요하다는 말에 앞뒤 안보고 현상금 사냥꾼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목표는 오래 전부터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직 경찰관이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조 모렐리. 원래 뛰어난 경찰이었기에 스테파니가 잡기엔 역부족인 상대지만 스테파니는 때로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배워가며 조 모렐리는 쫓기 시작하는데...
가벼운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정작 읽어보니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로맨틱 모험담에 더 가까울 것 같았다. 총도 쏠 줄 모르는 스테파니 플럼이 살인용의자를 잡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그를 잡기 전에 일단 먹고 살기 위해 몇몇 조무라기 범죄인들을 잡는 모습은 심각하다기보다는 '필사적'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던데 궁지에 몰린 스테파니는 조 모렐리에게도 마구 덤빈다. 안 그래도 조 모렐리를 못 잡아 곤란한 상황인 스테파니는 권투 챔피언인 라미레즈에게 스토킹까지 당하지만 어쨌거나 먹고 살겠다고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점점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해가는 그녀. 아직은 어리버리하지만 마구잡이로 돌진하는 그녀가 과연 조 모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며 꽤나 유쾌했다. 가벼운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다소 잔인한(?) 부분도 있어서 흠찟하기도 했지만 (다른 추리소설이었다면 흠찟하지 않았을텐데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보니 좀;)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기존에 추리소설에 등장했던 여자 주인공들은 대개 두뇌로 생각하는 타입이거나(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특기인 미스 마플) 전문가적인 태도(법의학자인 스카페타 박사)를 가지고 있다면 스테파니 플럼은 완전 초보자에다 평범한 30대 여성일 뿐이다. 물론 한나 스웬스 시리즈에서 쿠키가게를 하고 있는 평범한 30대 한나도 그런 류의 주인공이지만 한나가 호기심에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면 스페타니는 호기심이니 뭐니 그런 거 생각할 것도 없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태도나 조사 방법이 다르달까. 어쨌거나 기존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작가의 경력때문인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이 가미된 로맨스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코믹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어 우울한 날에 읽으면 순식간에 기분이 업!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12권까지 나온 책이지만 국내에선 나온 지 1년쯤 됐는데도 2권이 나오지 않아 더이상 안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최근에 2권이 출간되서 반가웠다. 생활은 어째 좀 괜찮아졌는지, 조 모렐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한게 잔뜩이라 2권도 빨리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