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죠, 왓슨 박사님, 전 박사님 이야기를 통해 홈즈가 되어보곤 한답니다.""그것도 독서의 일부죠. 독자들은 탐정과 동시에 수사를 벌여야 하고 탐정보다 먼저 해답을 찾아내려고 애써야 해요.""그렇습니다. 제가 셜록 홈즈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분이 쓴 논물을 연구함으로써 어쩌면 그분을 더 잘 흉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전 경찰수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제가 홈즈 씨를 위해 이걸 갖고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요."-43쪽
"아닙니다, 박사님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하십니다. 박사님은 따분한 삶에 마법과 신비를 불어넣을 줄 아세요. 저 역시 습작을 해보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독자의 심금을 울려야 하며, 신빙성 있는 인물과 상황을 창조해 끊임없이 독자들을 놀래게 만들어야 하죠. 이 모든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는 아주 드물어요. 반면 저 같은 사람은 진지한 출판사라면 십중팔구 퇴짜를 놓을 시시한 일화나 끼적거릴 뿐이죠."그가 쏟아놓는 찬사는 곧바로 내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전 우리들 각자가 나름대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약간의 시간과 적당한 기회만 주어지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죠. 전 그 두 가지 행운을 모두 누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46쪽
홈즈가 귀가 먹은 듯한 비인간적인 관료들에 맞서 비장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용의자들을 변호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신속한 판결과 본보기용 처벌을 원했다. 이로 인해 부실재판과 약식처형이 남발되었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이중의 대량학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인범에 의해 자행된 살육에 사법당국에 의해 계획, 실행된 살육이 더해졌다. 홈즈가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러 명의 용의자들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의 범인으로 몰려 처형되고 있었다.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들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재판을 기다리며 끔찍한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266쪽
성룡이나 이연걸이나 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영화. 하지만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영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손오공으로 등장하는 이연걸이나 전당포 할아버지로 등장하는 성룡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지만, 쿵푸를 좋아하는 소년이 엉겁결에 손오공에게 여의봉을 전달하는 임무를 떠맡아서 낯선 세계로 떨어져 쿵푸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영화 초반에 기존에 등장했던 중국 무협 영화의 히로인들을 연상시키는 영상이 등장해 한 편으로는 중국 무협 영화들을 떠올려볼 수도 있었지만, 시작부터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차라리 엔딩에 이 부분을 넣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시간 아깝지는 않을 듯.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는 없다지만, 한 영화에서 두 배우의 대결을 보는 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쿵푸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던 영화. 죽어가는 중국 무협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짝이라도 엿본 느낌이 들었다.
해문에서 나온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이왕이면 출간순서대로 나왔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점이다. 순서상으로 볼 때는 마지막 작품인 이 작품이 전집 61번에 위치해있는 탓에 벌써 마지막 작품을 읽는 아쉬움(?)을 느끼며 읽었다. 자신이 죽은 뒤에 발표하기로 한 작품이니만큼 당시로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팬들에게는 하나의 선물로 다가갔을 것 같은 작품. <커튼>에서는 포와로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미스 마플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시원섭섭했다. 뉴질랜드에서 쭉 살다가 결혼과 함께 영국에 온 그웬다. 몇 주 도착할 남편을 대신해 함께 살만한 집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음에 꼭 드는 집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자신만의 신혼집을 꾸미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처음 와 본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벽지나 숨겨진 문 등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심지어는 계단에서 죽은 여자의 모습과 이름을 기억해내기에 이른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새어머니임을 알게 된 그웬다는 남편과 함께 18년 전 사라진 새어머니 헬렌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에 우연히 알게 된 미스 마플도 가세하게 되고, 조용히 잠자고 있던 살인사건을 이들은 깨우기 시작하는데... 흔히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그들의 활약상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심리일텐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미스 마플의 활약상을 찾기는 힘들다. 위험에 처한 주인공을 가까스로 구해준다는 점과 범인의 정체를 간파하고 마무리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미스 마플의 역량을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탐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설프고, 인간을 쉽게 믿어버리는 그웬다와 그의 남편 가일스의 추적이 대부분이다. 뛰어난 추리력이 없기 때문에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이니만큼 뭔가 큰 거 하나 터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범인의 존재를 찝어내는 과정보다는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위험한 사건을 파헤치는 그웬다와 가일스의 무모함, 그리고 평범한 이들이 펼치는 탐정놀이(?)에 초점을 맞춘다면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범인의 존재자체는 너무 쉽게 드러나는듯.)
질투란 건 꼭 무슨 이유나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건 좀더-뭐라고 해야 할까? - 좀더 근본적인 것에 뿌리를 둔 감정이니까요. 질투의 근본은 사랑을 보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앎으로 해서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지켜보고 기대하죠...사랑하는 사람이 누구 다른 사람에게 기울어지길 말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도 그런 일은 거듭거듭 되풀이되지요. 어스킨 부인도 그렇게 해서 남편의 인생을 지옥처럼 만들어 버린 거랍니다. 남편인 어스킨 소령 역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인생을 지옥처럼 만들어버린 거고요. 하지만 제일 고통받는 건 역시 그녀 쪽이라고 생각해요.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