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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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도 준치라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을 때면 기복은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백야행>과 같은 월척도 있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하지만 뭐 다른 작가와 비교했을 때는 중간 이상을 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 <회랑정 살인사건>은 굳이 따지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worst에 넣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역시 다른 작가와 비교한다면 그래도 중간 이상은 가지 않을까 싶었다. 

  지성은 충만하지만 미모는 박한 주인공 기리유 에리코. 평생 사랑한 번 못 해보고 죽을 것 같았던 삼십대의 그녀 앞에 허우대 멀쩡하고 성격도 괜찮은 한 남자가 나타나고 기적같이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회랑정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도 죽을 뻔한 에리코. 반 년 후 그녀는 회랑정에 일흔이 넘은 노파로 분장하고 돌아가 반 년 전 화재사건 때 묵었던 이치가하라 가 사람들 가운데 누가 진범인지 밝혀 복수하려고 하는데...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는 결말부가 너무 흐지부지 하다는 것이다. 애써 반전을 만들려고 필요없는 부분을 끼워넣어 독자들에게 '어때? 좀 놀랐지?'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거북감이 들었다.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흥. 회랑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인 반 년 전의 화재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가 궁금해서 읽었지만 결말은 너무 찝찝했다. 뭐 결말보다는 30대의 여성이 화장술을 총동원해서 70세로 변장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거 자체가 좀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었지만. (아예 얼굴에 뭘 붙이면 모를까 단순히 화장만으로 원래의 얼굴을 감출 수 있을까 싶기도.) 읽으면서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계속 읽었지만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처럼 속고 나서 유쾌하거나 감탄을 하는 게 아니라 찝찝함과 짜증이 남았던 소설. 결말만 제외하면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심리 묘사는 괜찮았는데 이래저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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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9-19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리뷰 제목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알라딘 대문에서도 꽤 선전 많이 하던데 별로군요 ㅎㅎㅎ

보석 2008-09-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읽진 않았지만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습니다. ㅎㅎ

이매지 2008-09-1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 사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 보니까 대개가 별넷, 다섯.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이런 반응들인데 전 완전 별로였어요. 솔직히 별도 둘과 셋에서 엄청 고민.

보석님 / 이렇게 실망해놓고 오늘 <탐정 갈릴레오>를 빌려왔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인연을 끊기 힘들군요 ㅋ
 
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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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온다 리쿠의 소설에 빠져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새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나오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온다 리쿠에 질려버린 느낌도 있어서 왠지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읽게 된 <불안한 동화>.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라는 말에 끌려 보게 됐는데, 어느 정도 온다 리쿠 작품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맛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었다. 

  우연히 노리코라는 여류 작가의 유작전에 찾아간 마유코. 그녀는 전시회장에서 불쾌한 기분을 느끼다가 급기야 노리코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경험하고 기절하고 만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 앞에 한 남자(뵤)가 나타나 자신의 어머니인 노리코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유코가 어머니의 환생인 것 같다고, 함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꺼렸지만, 부모도 없이 혼자 남은 뵤가 불쌍해 결국 노리코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마유코. 한 명 한 명 만나며 마유코는 전생을 떠올리게 되고 조금씩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듯 보이는데...

  온다 리쿠 식의 미스터리는 어딘가 미스터리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판타지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학원 로맨스같기도 한. 좋게 말하면 다양한 장르를 한 책에서 만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 장르가 짬뽕인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어느 정도 정통 미스터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꽤 본격적(?)이다. 물론, 환생이라는 다소 판타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25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노리코라는 인물의 재구성에 있다. 이래저래 찔러보지 않고 직선으로 쭉 파고들어가는 것이 <불안한 동화>의 장점이랄까.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으며 그럭저럭 괜찮다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밤의 피크닉> 이후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찾기 힘들었고, 고만고만한 이야기에 질리는 참이었는데 이 작품만큼은 고만고만한 작품 가운데 살짝 괜찮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물론, 반전이라는 것이 그리 독특한 맛이 없고, 마지막에 사족이 붙은 것 같아 찝찝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런대로 '온다 리쿠도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호러'적인 느낌도 별로 없었고, '미스터리'한 구석도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책. 언제쯤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같은 임팩트를 안겨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이상하게 자꾸 자꾸 온다 리쿠의 작품은 읽게 되는듯. 이것도 온다 리쿠의 힘이라면 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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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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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의 소설은 퍽 좋아하지만 그에 반해 산문집들은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또 그 나름의 묘한 중독성이 있어 읽으며 실망하게 될지언정 결국 읽고 마는 것이 성석제 이야기의 매력이랄까. 이번에 나온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또한 본능적으로 잡아 읽기 시작했다. 

  '카메라'라는 제목때문에 성석제가 찍은 사진이 다수 수록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나의 이야기에 한 페이지 남짓의 사진만 수록되어 있어서 예상했던 '사진 에세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사진들, 예를 들어 시계라던지, 대학 시절 지리산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조금 더 성석제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제목인 '농담하는'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책 속에서 성석제는 자신의 농담 유전자를 마음껏 발휘한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해학과는 달리, 일상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들에 대해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유쾌함을 경험했다. 특히 산에서 왕파리와 만났을 때의 일화와 어린이날의 외출, 파이에 얽힌 사연, 바둑과 관련된 이야기, 지리산 첫 종주 등이 기억에 남았다.

  성석제의 여느 산문집처럼 팍하고 꽂히는 느낌이나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다는 몰입은 없었지만 가끔 생각날 때 한 번씩 들춰보며 키득거리기 좋은 책이었다. 작가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녹아있는 책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일들도 많아서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풍>에서도 느꼈지만 음식에 대한 성석제의 무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냉면이나 먹으러 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최근에는 어째 소설보다 산문집이 더 자주 나오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나는 성석제도 역시 나쁘지 않은 듯. (하지만 빨리 소설집 좀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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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9-1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석제 소설을 퍽 좋아해서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쩐지 기운 빠질 것 같아서 산문집은 뒤로 미루어두었다능. (일설에 의하면 조만간 소설집이 나온대요. 같이 기다려보아요.)

이매지 2008-09-16 21:52   좋아요 0 | URL
그간 여기저기에 실린 분량이라면 한 권 나올 때가 되긴 됐죠 ㅎ
무슨 무슨 문학상 수상집 이런 류의 책들로 보는 것보다
그냥 한 권으로 묶어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더 힘든 것 같아요.
산문집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긴 한데 소설보다는 좀 덜해요. ㅎ

Kitty 2008-09-1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풍을 너무 좋아해서 (힘든 타지 생활에 친구가 되어주는 책...;; 하도 읽어서 너덜너덜 -_-;;) 이 책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저는 생각보다 그저 그랬어요 ㅠㅠ
이야기 박물지도 사가지고 왔는데 이 책보다 낫기를 바랄뿐입니다.

이매지 2008-09-17 00:15   좋아요 0 | URL
전 소풍보다는 이게 나았던 것 같아요.
이야기 박물지는 그야말로 박물지예요.
그냥 고만고만해요 ㅎ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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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 아니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왕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없이 세종대왕을 꼽을 것이다. 오죽하면 '세종'이 아니라 '세종대왕'이라 부를까. 한글 창제를 비롯해서 4군 6진의 개척, 측우기 등 과학 기술의 발달 등 세종 때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자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 그런 세종을 실록에서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세종하면 훈민정음이 먼저 떠올라서인지 그간 '세종=애민정신'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한글창제에 대해서는 그런 점이 있었지만, 6진의 개척을 위해 사민정책을 펴는 모습이나 화폐의 사용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 등을 보며 애민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대 정책을 고수하는 모습이나 신하들의 비리를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는 모습 등에서는 실망스러운 감정도 들었다. 단순히 어릴 때 읽어왔던 위인전의 모습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세종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랄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세종에게도 그림자는 있다는 걸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많은 분야에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춘 점이나 신하들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하여도 수용하는 점 등은 분명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에 대한 깨달음 외에 얻은 것은 황희 정승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간 황희 정승하면 두루뭉실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청렴결백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실록 속의 황희는 매관매직과 부정축재는 기본에 박포의 아내와 간통을 저지르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면에 있어서는 꽝이다. '계란유골'이라는 고사성어 속의 황희는 그저 야사에서 만들어진 것일뿐, 별다른 재산이 없었던 황희(와 그의 가족, 친척들)는 큰 부를 축적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세종과 황희에 대한 알지 못했던 일면을 깨닫게 해줘서 고마웠던 책이었다. 1~3권과 두께는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세종에 대해서는 얽힌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글씨가 좀 많아진 듯 싶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준비된 왕인 문종이 어린 단종을 혼자 남겨두고 떠나며 끝난 4권. 이어질 5권에서의 문종과 세조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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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1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화로 보는 조선 역사'에서 땅 투기하는 황희 정승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나요. 청렴은 개뿔...(ㅡㅡ;;;)

이매지 2008-09-15 11:54   좋아요 0 | URL
계란유골에 얽힌 사연은 대체 뭔가 싶더군요 -_-;
 


루나파크 예판이 시작됐다. 예판을 하면 부록 스티커가 증정되고, 초판 한정 포스터형 달력(!)도 따라온다고. 루나파크에 루나님이 설명해놓은 걸 보니 눈코입 스티커 심히 귀여울듯. (일명 지켜보고 있다 스티커) 노트북이 없어 쓰지는 못하겠지면 그래도 슬며시 관심이. 이번 권에는 미공개 컨텐츠들도 잔뜩 넣으려고 노력중이라는 루나님의 소식도 있었으니 2권도 기대해볼만한듯. 어여 만나고 싶구나 :)





제목을 보고 얼핏 게임이 떠올랐으나;;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일단 기본은 해주는 작가이기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좋아하지만, 정말 꾸준히 출간된다는 생각밖에는. 한 권 읽어 치우면 한 권이 또 덤비는 판이니. 4분기에 우리 니노가 나오는 <유성의 인연>이나 출간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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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9-1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예판 시작됐군요, 안그래도 사이트에서 책준비중이라는 얘기 듣고 반가웠는데. 아, 너무 귀여워 귀여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늦게까지 못논다라니, 완전 공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매지 2008-09-11 00:4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웬디양님도 엄청 기대하실 것 같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