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온다 리쿠의 소설에 빠져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새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나오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온다 리쿠에 질려버린 느낌도 있어서 왠지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읽게 된 <불안한 동화>.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라는 말에 끌려 보게 됐는데, 어느 정도 온다 리쿠 작품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맛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었다. 

  우연히 노리코라는 여류 작가의 유작전에 찾아간 마유코. 그녀는 전시회장에서 불쾌한 기분을 느끼다가 급기야 노리코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경험하고 기절하고 만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 앞에 한 남자(뵤)가 나타나 자신의 어머니인 노리코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유코가 어머니의 환생인 것 같다고, 함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꺼렸지만, 부모도 없이 혼자 남은 뵤가 불쌍해 결국 노리코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마유코. 한 명 한 명 만나며 마유코는 전생을 떠올리게 되고 조금씩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듯 보이는데...

  온다 리쿠 식의 미스터리는 어딘가 미스터리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판타지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학원 로맨스같기도 한. 좋게 말하면 다양한 장르를 한 책에서 만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 장르가 짬뽕인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어느 정도 정통 미스터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꽤 본격적(?)이다. 물론, 환생이라는 다소 판타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25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노리코라는 인물의 재구성에 있다. 이래저래 찔러보지 않고 직선으로 쭉 파고들어가는 것이 <불안한 동화>의 장점이랄까.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으며 그럭저럭 괜찮다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밤의 피크닉> 이후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찾기 힘들었고, 고만고만한 이야기에 질리는 참이었는데 이 작품만큼은 고만고만한 작품 가운데 살짝 괜찮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물론, 반전이라는 것이 그리 독특한 맛이 없고, 마지막에 사족이 붙은 것 같아 찝찝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런대로 '온다 리쿠도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호러'적인 느낌도 별로 없었고, '미스터리'한 구석도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책. 언제쯤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같은 임팩트를 안겨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이상하게 자꾸 자꾸 온다 리쿠의 작품은 읽게 되는듯. 이것도 온다 리쿠의 힘이라면 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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