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업 굿모닝 독학 일본어 첫걸음 (무료 동영상 강의, MP3 무료 다운로드, 워크북, 핸드북) - 최신 개정판
정선영 지음, 오현정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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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떤 교재가 괜찮을까 살펴보다가 평도 좋고, 무엇보다 무료 동영상이 제공된다는 점에 끌려서 이 책을 구입했어요. 일단 책을 받아서 몇 장 넘겨보니 컬러풀한 편집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다만 '초보자'를 위한 '독학' 교재라서 그런지 한글독음이 달려 있는데 이 부분은 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구입 전에도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어서 망설였는데, '한글 독음을 제외하면 알찬 책이라 추천한다'는 평이 많이 보여서 결국 그냥 다소 번거롭더라도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볼 생각을 하고 샀어요. 뭐 처음에 한 번 정도는 지우면서 보고 지웠더니 별로 지저분하지 않아서 좋네요. (종이질 자체가 흰색이라 더 티가 덜 난 듯.)

  이 책의 장점인 '동영상'은 일단 화질이 깨끗해서 좋네요. HD 버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동영상을 만날 수 있어요. 전체화면으로 봐도 선명해서 좋네요. 강의를 맡고 있는 조승연 선생님도 열의가 느껴지시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듣게 되더라구요. 맨날 히라가나, 가타카나만 몇 번 써보다가 그만 뒀는데 약 2시간 30분 동안 쓰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쓰는 방법, 발음, 단어 등을 통해서 익히니까 혼자 끙끙거리며 외우는 것보다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았어요. 이어지는 본문 강의는 한 챕터를 간단한 대화를 통해 문형을 익히는 강의 하나(대략 30분 분량)와 실전회화, 연습문제(대략 15분 분량)로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이었어요. 동영상을 듣기 전에는 한국인 선생님이라 현지인의 발음을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동영상 끝 부분에 현지인이 한 번씩 읽어주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보완이 되는 것 같았어요. 동영상의 강의가 쌩초보가 접하기에 완전 쉬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처음이라 그런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한 번 쭉 들으면서 감을 잡은 다음에 반복학습을 통해 익히려구요.

  MP3와 쓰기 노트 등 필요한 모든 부속(?)을 제공해줘서 좋네요. 펜맨십 책을 따로 구매했는데, 일단 이 책에 딸려온 쓰기 노트를 써보면서 감을 익히고 있어요. 핸디한 사이즈로 현지회화만 따로 정리된 부분은 출퇴근시간에 보기 편할 것 같네요. 어쨌거나, 시간이 없어서 학원에 가지 못하고 독학을 하는 분들께는 꽤 도움이 될만한 교재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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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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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카라'를 두고 흔히들 '생계형 아이돌'이라 칭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숙소에 TV도 없이 지내던 아이들이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아득바득 근성을 갖고 일한다는 의미로 그런 별명이 붙었다는데, 뜬금 없이 <렛미인>을 보며 '생계형 뱀파이어'라는 말이 떠올랐다. 뱀파이어 소설이라면 대개 비정상적인 존재인 뱀파이어가 정상인을 혼돈과 공포 속에 빠트리고, 영웅적인 주인공이 뱀파이어를 무찌른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뱀파이어를 그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오스카르. 지옥 같은 현실을 소소한 좀도둑질과 나무를 찌르는 일을 통해 겨우겨우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카르가 살고 있는 블라케베리와 머지 않은 벨링뷔에서 한 소년이 목이 따인 채 거꾸로 매달려 피가 남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다. 이에 경찰은 제의적 살인자를 잡기 위해 애쓰지만 괴상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편, 오스카르는 옆집에 이사온 엘리는 비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 두 주인공은 철저히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오스카르가 욘니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전교생이 모두 알고 있지만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생님, 심지어 부모 조차도 오스카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는 오스카르에게 옆집에 이사온 미소녀 엘리는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 엘리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 자신을 추종하는 호칸을 이용해 피를 공급받고 있기는 하나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살아온다. 그런 엘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오스카르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오스카르는 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게 되고, 둘의 우정은 무너질 뻔하나,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다는 엘리의 말에, 너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누군가를 죽이지 않겠냐는 엘리의 말에 오스카르는 엘리를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쾌락을 위한 살인(혹은 흡혈)이 아닌, '생존'을 위한 흡혈이라는 말을 들으며 뱀파이어의 본질적인 번뇌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남을 죽이고, 남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엘리의 모습은 어쩌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고 밟고 올라가는 인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 '고기'를 먹는다는 1차원적인 대립은 논외로 하더라도.)

 초반에는 낯선 지명과 이름 때문에 느릿느릿 읽어갔는데, 뒤로 갈수록 오스카르와 엘리, 호칸, 톰미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톰미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의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이야기지만 그런 어둠을 절망스럽지 않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가는 저자의 따스함과 재치에 반했다. 이제 원작을 봤으니 영화로는 오스카르와 엘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갔을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봐야겠다. 저자가 다음 작품인 <언데드 다루는 법>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 지 기대된다. 그때까지 <렛미인>의 여운을 곱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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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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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이 절반을 차지하는 여행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종 여행을 위한 책인지 책을 위한 여행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보다 나는 여행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종 자신을 위한 여행인지 타인을 위한 여행인지 헷갈리게 한다. 여행을 과시하는 사람은 진짜 가진 게 없어서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 기념품도 사지 않는다. 그건 여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여행은 자유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글을 쓰는 건 좋아한다. 글은 사진이나 기념품보다 덜 사치스럽고 진지하고 사려깊다. 여행지에서 쓴 글은 거짓이 아니고, 그때의 글은 과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자기를 들여다보고 돌보기 위함이다. 우리의 삶 중 머리와 가슴이 가장 열려 있을 때는 여행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곤 한다. -13쪽

절망하는, 절망했던 청춘은 어딘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 앞에 놓인 절망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쉬었다 가실 거예요, 주무시고 가실 거예요?"처럼. 물론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모텔 카운터 앞에서처럼 절망의 종류를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한 가지뿐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선택이라는 골치 아픈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란, 눈 딱 감고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18쪽

나도 이 여행이 이렇게까지 길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길어봐야 한두 달 정도면 끝날 거라 예상했다. 여행이 길어진 건 다 편지 때문이었다. 나한테 온 답장을 읽기 위해서라도, 답장에 또다시 답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일찍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집으로 도착한 답장은 한 통도 없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갈 이유 또한 아직은 생기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는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라는 오기가 발동해 지금까지 오게 된 것도 있었다. -78~9쪽

"그때는 왜 장사꾼이라고 했어요?"
"난 틀린 말 안 했어. 소설가도 결국 자기 소설을 팔아야 하는 장사꾼이야.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 좋은 품질의 소설을 써내야 하고,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하지. 예술을 가장했다는 차이밖에는 없어."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왜 직접 자기 소설을 파는데요? 서점에 맡기면 알아서 다 팔아주잖아요."
자기가 자기 소설을 파는 일은 자기가 자기 몸을 파는 것만큼 힘든 일 같다. 내가 그 말을 꺼낸다면 여자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기가 만든 빵이나 김밥을 자기가 파는 거랑 뭐가 달라? 그러나 누구도 김밥을 사면서 그 김밥을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김밥이란 원래 자기가 만들어서 자기가 파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만들었지만 남의 손에 의해 팔려나가야 품위가 손상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상업적인 이미지와 결합할수록 천박하다는 누명을 쓴다. 자기 소설을 자기가 팔아야 한다면 과연 누가 소설을 쓰려고 할까?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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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0-07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보고 싶어요.

이매지 2009-10-07 09:4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훨씬 괜찮아요.
하늘바람님도 어여 보세요 ~

다락방 2009-10-0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던 책인데 이매지님이 밑줄 그으신 부분이 다 와닿네요. 특히 13쪽에 '나는 여행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종 자신을 위한 여행인지 타인을 위한 여행인지 헷갈리게 한다.' 하는 부분요. 가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남에게 말하기 위해서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는 이미지를 받거든요.

보고싶은 책이 또 한권 늘었어요. 조용히 담아갑니다.

이매지 2009-10-07 09:44   좋아요 0 | URL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한 책이예요 ㅎㅎ
오늘 다 읽었는데 다락방님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은 책이었어요~

미미달 2009-10-0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책 한 권이 일주일 걸리는데.

이매지 2009-10-08 13: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책은 열심히 해치우고 있는데,
리뷰 쓸 시간이 없어서 밀린 리뷰가;;;
그리고 미미달님은 영어로! 책 읽으시잖아요~
 
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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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이미 몇 권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은근한 입소문을 듣게 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호평을 들은 것은 <벽장 속의 치요>였지만, 입소문으로 먼저 알게된 만큼 <소문>이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표지를 보면서 대체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광고기획사 컴사이트와 도쿄 에이전시에서는 이제 막 일본에 론칭을 시작한 향수 '뮈리엘'의 홍보를 위해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데"라는 WOM(word of mouth)를 활용한다. 얼핏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뮈리엘은 10대 소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얼마 뒤, 그저 홍보를 위해 조작해냈던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하고, 어린 소녀들이 발목이 잘린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입소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긍정적인 소문보다는 부정적인 소문이 훨씬 더 빨리 퍼진다. 일례로 예전에 모 과자에서 쥐가 발견된 뒤 판매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하나의 소문은 판매를 좌지우지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입소문이 나기를 바라고, 되도록 자신들이 네거티브한 소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추세다. 상대방을 깎아내려 반사 이익을 얻는 방법이나 파워블로거들에게 상품을 무료로 제공해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동원해 기업은 한편으로는 소문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소문을 관리한다. 실제로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자는 이런 광고업계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미스터리에 적용시켜 오싹하게 보여준다. 그저 도시괴담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냥 듣고 흘리기엔 찝찝한 이야기. 그런 찝찝함이 뮈리엘이라는 향수의 판매를 낳고 결과적으로 약간의 장난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이룬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은 '소문을 실행에 옮긴 레인맨은 누구인가?'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니 레인맨의 존재를 밝혀내는 결말보다는 곁가지로 등장하는 상황들에 더 눈길이 갔다. 여고생인 딸과 둘이서 살아가는 고구레 형사와 딸의 대화라던지, 나이는 젊지만 고구레보다는 계급이 높은 (게다가 여자인) 나지마 경부보와 고구레라는 묘한 콤비,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린 구석이 있는 시부야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소녀들, 정체가 베일에 감춰진 광고기획사 컴사이트의 쓰에무라 등등 이 책은 누가 범인일까라는 목적을 깜빡할 정도로 잔재미가 풍부했다. 

  범인의 존재가 의외로 쉽게 드러나서 아쉬웠는데, 그런 아쉬움을 마지막의 한 줄로 달랬다. 물론 약간 사족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단순히 사건 자체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룬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범행 자체는 잔혹했고, 사이코적인 범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영 찝찝했지만 고구레와 나지마 콤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한 번 이 콤비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기와라 히로시와의 다음 만남에서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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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ㅣ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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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이 나올 때마다 관심은 가졌지만 정작 미우라 시온의 작품을 접한 것은 2006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밖에 없었다. 아직 한 권 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딱히 '이 작가의 스타일은 이것!'이라는 느낌은 서지 않았고 그저 청소년 소설 분위기의 밝고 가벼운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인식만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소개에 끌려 미우라 시온을 두번째로 만나게 됐다.

  도쿄 근교에 있는 작은 섬 미하마. 별다른 사건도 없이 평온하기만 한 이곳에 세 명의 아이가 있다. 섬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인 미카, 그런 미카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는 노부유키, 늘상 아버지에게 학대당하지만 노부유키에게 이상스럽게 애정을 보이는 다스쿠. 온통 일상으로 가득차 있어서 별다르게 기억할 만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이들은 어느 날 쓰나미를 경험한다. 섬에서 살아남은 것은 마침 밀회를 즐기기 위해 집을 나섰던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이들을 따라온 다스쿠, 누구보다 죽기를 바랐던 다스쿠의 아버지와 미카에게 은근한 눈길을 보냈던 관광객 뿐.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 이들. 예상치 않았던 폭력으로 짓밟힌 이들은 섬에서 나와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나영이 사건'이 떠올랐다. 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비참한 사건. <검은 빛> 속에 그려진 사건도 나영이 사건처럼 한없이 무겁고 절망적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는 아들, 다섯 살배기 아이가 너무 둔하다고 끊임없이 구박을 하는 엄마, 누군가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 아무렇지도 않게 협박을 일삼는 사람 등 책 속에는 온갖 폭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한 번 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고통은, 그 절망은, 그 폭력은 한 사람의 내면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끊임없이 그를 흔든다. 

  책 속에서 노부유키는 '폭력에 대항할 수단은 폭력 밖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정이나 애정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등장인물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도 그랬지만, 남겨진 노부유키의 딸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소설이지만 이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너무나 불편하고,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얼핏 소재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백야행>의 중심이 '사랑'에 있다면 <검은 빛>은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폭력'을 그려낸다. <백야행>과 <검은 빛>이라는 상반되는 제목처럼(白과 黑) 읽고나서의 느낌도 달랐던 책.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 글처럼 확실히 미우라 시온의 다른 작품과는 급이 다른 작품이었다. 밝고 가벼운 미우라 시온도 좋지만, 이런 식의 어둡고 무거운 미우라 시온도 괜찮은 것 같다. 아직 읽지 못했던 미우라 시온의다른 작품을 읽더라도 이 작품의 여운만은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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