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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케 3 - 고양이 할멈 ㅣ 샤바케 3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요괴들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가는 병약한 부잣집 도련님이 갖가지 사건을 풀어가는 샤바케 시리즈가 벌써 세번째다. 2권이 단편집이라서 3권은 장편이었으면하고 기대했는데 또 다시 단편이라 아쉽긴했지만 여전히 과보호를 받고 있는 도련님과 도련님 앞에서는 껌뻑죽는 두 행수, 그리고 귀여운 야나리를 다시 만나서 즐거웠다.
첫 이야기인 <차행주 달걀>에서는 갑자기 급건강해진 도련님의 모습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본인도, 행수들도 놀라고 건강해진 원인을 나름대로 파악해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배다른 형에게 중매가 들어왔던 여자가 갑자기 살해당하고, 이에 도련님은 건강한 김에 모처럼 밖으로 나가 수사에 참가한다. 가까스로 건강을 찾은 도련님이었지만 한 인물이 떠나며 다시 비실비실해져서 좋았다 말았지만 짧지만 활기찬 도련님의 모습을 본 것도 나쁘지 않은 듯 싶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꽃비녀>에서는 우연히 에도 거리에서 만난 미아의 집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아이가 "집에 돌아가면 죽게 될꺼야"라고하자 말하자 이 말이 마음에 걸렸던 도련님이 아이의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가 겁을 먹고 죽음 운운하는 게 걱정됐지만, 진상을 알게되고는 되려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던 이야기였다. 도련님의 바람처럼 아이가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 도련님과 인연이 생기는 것도 좋을 듯)
세번째 이야기인 <고양이 할멈>은 조금만 더 있으면 요괴가 될 고양이 할멈이 요괴 퇴치로 유명한 스님이 있는 절에 갇혀있다는 얘기를 듣고 고양이 할멈을 구하기 위해 절에 갔다가 우연히 스님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고양이 할멈과 사건의 조사를 교환하는 이야기이다. 겉으로 보기엔 돈이나 밝히는 것처럼 보였던 스님의 실체나 기묘한 살인 사건의 진상이 나름대로 흥미롭게 그려졌다. 표제작이라 가장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짧은 이야기 속에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다른 단편보다는 살짝 긴 느낌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네번째 이야기인 <고향>에서는 이누가미인 사스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2권에서는 니키치의 과거 이야기가 살짝 등장해서 사스케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왠지 더 반가운 느낌. 사실 처음에는 과거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어서 도련님이 위험에 빠진건가하고 속았는데 읽다보니 과거 이야기라 한숨 놓았다. 사스케의 과거와 현재가 대비되면서 더욱 재미를 더해준 것 같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방울이오 방울>에서는 친구인 이치타로의 여동생(오타루)에게 들어온 혼사에 대해 묘한 책임감을 가지고 조사를 하는 도련님이 겪는 모험(?)이 그려진다. 처음엔 방탕하게 지내보겠다고 얘길하길래 대체 도련님이 어떻게 방탕하게라고 생각했고, 한 남자의 뒷조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알고보니 오타루의 혼사를 위해 나섰던 것. 그 와중에 그 남자와 함께 위험에 빠지고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한다. 그야말로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도련님이 아나리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오타루의 혼사도 무사히 치러지는 걸보고 이제 도련님에게도 슬슬 짝이 나타나야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련님도 이제 슬슬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샤바케 시리즈의 아기자기한 맛은 간직하고 있으면서 도련님이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던 책이었다. 물론 과보호 덕에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도련님의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반복되는 설정이라 다소 결말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고, 이야기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처럼 일일이 도련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이제는 빼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3권이라고 떡하니 써있는데 대개는 1권부터 읽지 않을까?) 방에서 요괴들이 얻어오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발로 뛰는 도련님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더욱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도련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4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