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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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대개 명탐정이라 불리는 이들이 등장한다. 포와로, 미스 마플, 파커 파인, 토미-터펜스 부부 등의 탐정들은 자신들의 두뇌와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하지만 때로는 정상적인 사람을 뛰어넘는 그들의 능력에 다소 주눅이 들기도 한다. 작가도 그랬던 것인지 명탐정이 아닌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이다. (작품 해설에서 보니 애거사 크리스티의 66권의 장편 중에서 14편만이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이 책은 로즈메리라는 인물을 두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생각한 바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보여주며 시작된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을 두고 6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한 번 짚어보며 진짜 로즈메리의 모습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겉은 예쁘지만 함께 말을 나누다보면 매력이 반감되는 스타일의 로즈메리. 그런 그녀가 생일 파티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죽는다. 독감 후 우울증이라는 원인도 있었고, 유서 비슷한 편지도 남아있어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난다. 그 뒤로 1년. 아내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품은 조지 바턴은 진범을 밝혀내기 위해 1년 전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한 사람이 죽게 되고, 1년 전의 사건과 연결해 재수사를 시작한다. 샴페인 속에 독약을 넣을 기회를 가진 사람은 없어보이고, 모두에게 동기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이고 왜 범행을 저질렀을까?

  '기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로즈메리처럼 이 책 속의 로즈메리도 죽은 뒤에도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동생인 아이리스의 눈에는 적이라고는 없어보였던 언니였지만 실상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사고 있었던 그녀. (본인은 자신이 원한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듯) 생일 파티 날 죽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놓은 남편이었지만 결국 그 함정에 빠진 것은 범인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알고보니 남편이 파놓은 함정은 너무 어설펐던 느낌이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몰입력이 강해서 끝까지 긴장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트릭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심리 트릭이었지만 단순히 트릭에 놀라기보다는 범행을 저지른 범인에 대한 놀라움이 강했다. (범인의 정체를 보고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던) 의식의 흐름 기법때문에 도서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의 범행 동기에 대한 부분이 드러난 것 같아 흥미로웠던 책.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책들에 비해 크게 유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 외로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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