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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질링 살인사건 ㅣ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한나 스웬슨 시리즈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끈 탓인지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나 커피하우스 시리즈 등 코지 미스터리도 쏠쏠하게 출간되는 것 같아서 반갑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코지 미스터리류가 많지만, 그 중에서 원서의 표지를 보며 가장 혹했던 작품은 바로 이 tea shop 시리즈였다. 번역서의 표지는 너무 만화같은 느낌이라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용은 어떨까 기대를 하며 읽어나갔다.
예스런 운치가 있는 상점가에 위치한 인디고 찻집. 평화롭기만 하던 찻집은 램프라이터 투어(2주간 열리는 도보 투어)를 하며 바빠진다. 지난 해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처치 스트리트에 유치했다는 기쁨도 잠시, 티파티에서 한 남자가 차를 마시다 죽은 채로 발견되고 이에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한다. 이에 찻집의 명예를 위해 진범을 찾기 시작하는 주인 시어도시아. 과연 시어도시아는 범인을 체포하고, 찻집의 명성도 되돌릴 수 있을까?
기본적인 플롯은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한나 스웬슨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한나보다 시어도시아 쪽이 좀 더 아마추어틱하다고 할까 뭔가 더 어설픈 느낌을 풍기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한나의 경우에는 경찰에도 끈이 있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에, 시어도시아는 끈도 없고, 그냥 일단 부딪혀보는 스타일. 그렇기때문에 더 일반인같은 느낌을 풍겨줬다. 단순히 용의자 선상에 죽은 사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올려놨다는 것도 꽤 단순했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도 논리적인 추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격이라 어설픔의 극치랄까. 뭐 이런 부분이 코지 미스터리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홍차를 마시고 있어서 중간중간에 맛있는 홍차를 우려내는 법, 홍차의 등급, 홍차의 종류, 필요한 기구와 도구 등의 내용이 담긴 '잠깐! 깜짝 홍차 상식'을 비롯해 간간이 소개되는 차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책 날개에 보니 찻집 미스터리도 더 출간될 것 같고, 미식가 탐정 시리즈(어째 식탐정이 살짝 생각나는)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코지 미스터리물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대됐다.
덧) 왠만하면 번역에 대해서는 태클을 걸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몇 번이나 번역때문에 짜증이 났다. 역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소설 번역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은데, 혼자서 한 생각을 언급할 때도 큰 따옴표를 쓰지를 않나(원래는 작은 따옴표 사용), 시제나 시점이 섞이기도 하고(원작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어려운 용어로 번역을 하지 않나, 게다가 "매매가 어떻다는 둥 이야기했대요. 게다가 어느 쪽인가가 약속을 취소(리니그)했다든지, 해지(리신드)하고 싶다는 둥 말하고 있었대요." 들레인은 대답했다. "어쩌면, 복수(리밴지)하고 싶다고 했을지도 몰라요."와 같은 식으로 괄호 안에 영어 발음을 그대로 적는 일도 몇 번이나 등장. (뭐 이 부분은 언어유희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