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발 4시 50분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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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딩턴발 4시 50분>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혹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처럼 열차 내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림짐작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열차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열차 내에서의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라, 한 노부인이 평행을 그리며 지나가는 열차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목격한다는 이야기를 다뤄서 왠지 흥미로운 구성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어갔다. 오랜만에 미스 마플을 만나게 됐지만, 생각보다 적은 출연에 다소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건너편 열차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목격했지만, 노부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목졸리고 있는 젊은 여자의 얼굴과 범인의 등 뿐. 기차에 내려 신고하지만 어디에도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저 노부인이 잠결에 헛것을 본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노부인은 자신의 친구 미스 마플에게 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미스 마플은 조사를 통해 시체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장소에 자신의 노쇠함을 대신해 뛰어줄 수 있는 아일리스배로 양을 그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여보낸다. 하나씩 정보를 수집해나가던 중 마침내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가족들의 생명도 위협받기 시작하는데...

  '억세게 재수 없는 범인'이라는 책 뒤표지에 있는 표현처럼 이 책 속의 범인은 정말 억세게 재수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필 그 때 노부인이 창 밖을 보고 있었고, 하필 그 때 목격자가 들어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다니. 이야기 자체가 논리적인 개연성보다는 우연의 일치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다소 황당한 결말에도 그냥 그러려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뭔가 읽고나니 찝찝한 기분. 가족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설정 자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들에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요컨대 공정하지 못한 느낌이었다랄까) 게다가 엄연히 미스 마플이 주인공이건만, 미스 마플의 역할은 시체가 있을 법한 장소를 추정해서 그 곳에 사람을 잠입시키는 것, 그리고 사건의 종결을 위해 찾아가 범인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뿐. 이거야 미스 마플이 등장한다는 것뿐 그녀 특유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해서 평소 미스 마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었다. 

  나란히 지나가는 열차에서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목격한다는 소재 자체는 뭔가 독특한 느낌이었지만(KTX처럼 빠른 기차라면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충분히 있을 법해서 더 그럴싸해보이고.) 전반적인 내용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약한 느낌이었다. 미스 마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가족의 비뚤어진 관계라는 상황을 좋아한다면, 매력이 넘치는 아일리스배로 양을 만나보고 싶다면 괜찮겠지만, 솔직히 다른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보다는 떨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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