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데뷔작. <진주 귀고리 소녀>와 <여인과 일각수>로 이어지는 여성 3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한 소설이다.

제목 '버진 블루'는 '성모의 파란색'을 뜻한다. 중세 서양에서 파란색 물감은 청금석이 함유되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의 옷처럼 소중한 대상을 그리는 데만 썼다고 한다. 소설에서 '버진 블루'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뒤 이방인으로서의 소외와 남편과의 소통 부재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현대 미국 여성 엘라 터너와 16세기 종교개혁의 시기 성모의 빨강머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고난의 세월을 살았던 프랑스 여성 이자벨을 이어주는 상징적 매개이다.

16세기 이자벨의 이야기와 20세기 엘라의 이야기가 장(章)을 바꾸며 번갈아 전개되다가 이윽고 소설의 결미에서 엘라가 이자벨의 운명을 껴안고 자신의 상처와 화해하기까지, 수백년 세월을 사이에 둔 두 고독한 여성의 영혼을 교감시키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역사를 슈발리에 특유의 상상력으로 치밀하고 유려하게 복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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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덴마크어로 출간된 이래 전세계 33개국에 번역되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덴마크 올해의 작가상(1992), 덴마크 비평가상(1993), 전영 추리작가 협회 실버대거상(1994), 독일 추리 협회상(1995), 이탈리아 방카렐라상(1995) 등을 수상했으며 1993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고요하고 깊은 이해와 성찰이 담긴, 진심으로 일독을 권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국내에서는 1996년 '까치글방'에서 출간, 소개되었으나 책의 진가가 충분히 알려지기 전에 절판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한 입소문을 타는 가운데, '재출간 희망 리스트 1순위'로 손꼽혀온 작품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필립 말로 시리즈를 완역한 박현주씨가 새로 번역을 맡았으며, Delta사의 『Smilla's Sense of Snow』영역본을 기반으로 Rosinante사의 『Frøkens Smillas Fornemmelse for Snow』덴마크본을 교차 참조했다. 교정시에는 The Harvill Press사의 『Miss Smilla's Felling for Snow』영역본을 참고했다.

차가운 미지의 땅을 배경으로 얼음과 눈, 숫자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주인공이 어린 소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얼음처럼 단단하고 차가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추리소설'의 범주에 속하지만 이 소설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풍성한 컨텍스트는 딱히 어떤 장르로 분류하기 힘들 정도.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 문명 비판, 철학적 통찰 등의 여러 요소를 적재적소에 구현하고 있다.

소설가 김연수가 "스밀라.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매력이란 깊은 존경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세상에는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뺏어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 리스트를 뽑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리스트의 제일 마지막 책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면, 더이상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이란 없다."라고 강력 추천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코펜하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하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스밀라는 소년의 죽음이 사고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특유의 관찰력으로 소년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밀라는 죽은 소년의 집에서 발견해낸 편지와 아이가 비밀장소에 남긴 녹음 테이프 등을 단서 삼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이웃에 살던 '수리공'이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파트너로 등장한 가운데, 아이의 죽음이 '빙정석 주식회사'의 그린란드 탐사에서 사망한 아이 아버지와 관계된 일임이 밝혀진다.

 



페터 회 (Peter Hoeg) - 195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저술에 전념하기 전에는 직업무용수, 배우, 펜싱선수, 등산가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클래식 발레는 전문 무용수로서 몇 년간 계속했다고 한다.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무용을 그만둔 다음에 쓴, 덴마크 한 가족의 역사를 400여 년에 걸쳐서 더듬어본 처녀작 <덴마크 꿈의 역사>가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세번째 저서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경계선에 선 사람들>등은 영역되어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들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케냐 출신 무용수인 아내와 역시 무용 지망생인 외동딸과 함께 코펜하겐에 거주하고 있다.

박현주 -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쳤다. 2005년 현재 일리노이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에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화용론>(공역), <셜록 홈스 걸작선>, <세상의 생일 - 21세기 SF 도서관>, <빅 슬립>, <하이 윈도>, <안녕 내 사랑>, <호수의 여인>, <리틀 시스터>, <기나긴 이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이 있다.

작가 페터 회는 이 한 권의 책에서 한 아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추리 퍼즐, 문명과 자연에 대한 통찰, 해양 스릴러, 사랑과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 도덕적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많은 서평자들이 평했듯이 존 르 카레와 그레이엄 그린의 전통을 따른 스릴러면서도 읽는 이의 마음에 도덕적이고도 사회적인 삶에 대한 깨달음을 던져주는 문학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 박현주 (옮긴이)



스밀라.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매력이란 깊은 존경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스밀라가 내게 보여주는 세상은 구름과 눈과 얼음의 세계다. 음악처럼 언어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 세계를 스밀라는 내게 보여준다. 나는 스밀라가 보여주는 세계를 마음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럴 때, 나 역시 스밀라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늘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몇몇의 순간의 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이 책을 펼친 당신 역시 그렇지 않겠는가.

도그지어(dog's ear)라는 건 개의 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문자를, 그리고 문자로 표현되는 세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예의바른 행동이다. 도그지어라는 건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는 일을 뜻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접어놓는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접어놓은 삼각형들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밀라를 읽는 일은 그 일이 얼마나 깊은 사랑에서 비롯하는 것인지 이해한다는 뜻이다.

스밀라의 세계로 초대받는 자들이 결국 알게 되는 것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그토록 깊은 이해다. 인간이란, 이 세계란, 도대체 우리란 과연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 세계를 둘러싼 음모나 투쟁 따위는 스밀라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 아이가 지붕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점뿐이다. 자신이 읽은 눈(雪)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아이의 죽음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스밀라는 길을 떠난다. 그 사소한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서. 그럴 줄 알았더라면 북극해로 들어가기 전에 그 '차가운 여자'에게 입이라도 맞춰줄 것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신도 나처럼 스밀라에게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여행자의 숙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파트에 돌아와 이 우주에 크레머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만큼 아름다운 것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스밀라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영하 40도에서도 얼어붙지 않는 구름 속의 물방울들처럼 역경에 그런 식으로 대처하고 싶다고 말하는 스밀라에게 마음이 뺏기지 않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에서는 없다.

물론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뺏어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 리스트를 뽑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리스트의 제일 마지막 책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면, 더이상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이란 없다. 죽기 싫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다시 스밀라에게 매혹되는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우리가 한번 더, 이번에는 좀더 깊이 인간을 이해하게 될 때까지.

스밀라를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그녀에게 더 많이 더 자주 입을 맞춰 주기를. 마땅히 인간이라면 그러하겠지만. 부디.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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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유작 <명암>이 한국어 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소세키의 병사에 의해 미완으로 종결된 이 소설은 1916년 188회에 걸쳐서 도쿄 아사히신문과 오사카 아사히신문에 발표되었다. '츠다'와 '노부'라고 하는 한 쌍의 부부 이야기를 통해, 에고이즘과 사랑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

자존심 강한 에고이스트 츠다와 사랑에 대한 허영심으로 가득찬 노부. 이야기는 부부의 경제적인 문제와 남편 츠다의 옛 여인 문제,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긴장, 해소의 과정을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188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작품 내에서의 시간은 2주간에도 못 미치는 단기간의 경로를 통해 진행된다. 소세키의 소설이 주로 남성의 눈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그리는 데 몰두해온 것에 반해, <명암>에는 여성의 시점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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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긴 한데 범우사에서 나왔다는게 왠지 맘에 걸린다. <맨스필드파크>에서 번역때문에 엄청나게 짜증났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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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과 괴담은 한낱 이상하고 괴상한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기담 괴담 속에 마음의 거울을 감추어놓고는 우리 삶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비춰보게 했다.
단지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사리 분별과 권선징악의 교훈을 일깨우는 삶의 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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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갈무리해 엮었다. 영화인, 소설가를 비롯한 50여 명의 필자들이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 영화를 보며 느꼈던 삶의 진실을 들려준다. 영화가 삶에 각인된 순간, 영화로 인해 삶이 뒤바뀐 사연이 감각 있는 필치 속에 담겨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드러내며 영화를 말한다. 지루하게 질주하던 젊음의 찰나. 그들을 눈물 고이게 했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캄캄한 어둠 속 극장에서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강헌 l '대부'의 진실을 말해볼까? - 대부
공지영 l 지금은, 슬픈 귀를 닫을 때 - 닥터 지바고
권병철 l 내 인생의 여자 - 올리브 나무 사이로
김기덕 l 우리 안의 바리케이드를 위하여 - 바리케이드
김대우 l '공원의 살인'이 부른 영화 욕망 - 욕망
김동원 l 사이먼 앤 가펑클 뒤의 현실 - 졸업
김병욱 l 내 삶의 마지막 풍경 - 월하의 공동묘지 / 흐르는 강물처럼
김선구 l 길 잃으면 고양이버스 불러줘! - 이웃집 토토로
김유준 l 머, 아홉 번 봤다꼬? 제정신이가? - 타워링 / 사운드 오브 뮤직
김정영 l 튜니티처럼, 주성치처럼 - 내 이름은 튜니티 / 서유기 선리기연

김지운 l 에스프레소 향 풍기는 갱스터 무비 - 글로리아
김해곤 l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우묵배미의 사랑
김현진 l 불러본다, 나의 J.D.를 - 헤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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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l 청춘이여, 안녕 - 복수의 립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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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 l 단절 이후 다가온 불온한 천국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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