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지금까지 계속 덥기는 했지만, 그냥 어떻게든 버티고 지나왔는데, 이번 일요일 밤에는 정말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냥 세상이 찜통처럼 느껴졌다. 습기와 열기 때문에 지구를 찜통 안에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밤이 되어도 열기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열대야. 오늘 나온 기사를 읽으니 7월 서울의 열대야 일수가 역대 가장 많은 21일이었다고 나왔다. 아직 7월이 다 지나지 않았고, 아마 오늘도 열대야가 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 기록을 갱신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이전에 가장 많은 날도 21일로 94년 7월의 기록이다. 나는 고3이었던 이 해 여름이 그렇게 이례적으로 더웠다는 기억은 없다. 그냥 여름이니 더웠지 하는 정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그 폭염에 대한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가장 더웠던 여름은 2018년이었다. 그 전에도 물론 덥기는 했지만, 그 해의 폭염은 정말 괴로웠다. 내 주위 아직 에어컨이 없던 많은 사람들이 그 여름을 겪고 나서 에어컨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작년과 작년도 유난히 견디기 힘들다고 느꼈다. 그리고 올해 아직도 7월 말 밖에 되지 않았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는 나처럼 아직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좀 있다. 요즘 안부 인사는 무조건 잠은 어떻게 잘 주무시나요? 라고 묻는다. 일단 나부터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양쪽에서 켜놓고, 자려고 누워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금방 땀 범벅이 되고, 그럼 다시 또 땀을 씻어내러 가야 한다. 어쩌다 너무 피곤해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긴 시간 잠을 자지 못하고 꼭 깬다. 깨보면 다시 온 몸은 땀에 젖어 있다. 다시 씻고 오면 또 더위에 괴로워하며 잠을 못 자는 것의 반복. 


사람은 잠을 자야 한다. 반드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이 즈음의 내가 딱 그렇다.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일요일 밤을 거의 잠들지 못하고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생각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열대야 피난처를 만들어야겠다.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일요일 밤에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다들 에어컨 없이 버티는 사람들. 일단 일터의 매니저님. 월요일 아침에 나를 만나자마자 "이사님, 어떻게 주무셨어요? 너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라고 했다. 당연히 나도 잠을 못 잤다고 말씀드렸다. 그날 저녁에 에어컨 없이 사는 친구 하나가 안부 전화를 걸어왔는데, 그도 "형, 요즘 잠은 잘 주무세요? 이 더위에 어떻게 살고 계세요?" 라고 물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또 다른 지인이 쓴 글을 읽었다. 그는 충청도 어디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마련한 사람으로, 평일에는 서울에서 일터에 출근하고, 금요일 밤에 퇴근해 내려갔다가 일요일 밤에 서울로 돌아오곤 한다. 이번 일요일 밤에 서울로 돌아와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잠을 청했는데, 더위와 외부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 상황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했더라. 읽으면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밤에 잠을 못 잔 사람이 엄청 많았던 것이다.


월요일 밤과 화요일 밤을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보냈다. 하지만 우리 집이 아닌 곳이라 사실 편히 자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찜통이 되어버린 집에서 아예 못 자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오늘 방은 또 어디로 피난을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방법을 찾아봐야지.


공급예비율과 전력 피크


폭염 때문에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력 사용량도 역대급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100기가와트시를 넘긴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읽었다. 그럼에도 공급예비율은 걱정이 없다고 했다. 태양광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2%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핵발전소 비중보다 더 높다. 핵은 거의 20%라서 드디어 태양광이 추월한 것이다. 여름이면 나는 자주 전력거래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살펴본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에너지 분야 활동가들이 여름에는 전력수급 현황을 자주 본다. 7월 초 아주 더웠던 어느 날, 어느 선배 활동가가 오후 1시 기준 수급현황을 캡쳐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렇게 더운 날에도 공급예비율이 50%가 넘는다고 알려줬다. 나도 다른 정보를 찾아보느라 페이스북에 접속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그 소식을 확인하고 전력거래서에 들어가봤다. 실제로 그랬다. 여름에 공급예비율이 이렇게 높은 건 본 적이 없었다. 가끔 봄, 가을에 공급예비율이 70%가 넘는 날이 있어서 그런 순간을 캡쳐해두고 나중에 강의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번 건도 일단 캡쳐를 잘 해뒀다.


1년 중에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은 때는 한여름, 가장 더운 날이다. 겨울에도 난방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지만, 여름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이 가장 더운 날 전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계속 신규 발전소를 짓는다. 2011년 9월 15일 자칫하면 이 나라의 전력망이 완전히 망가질 뻔한 상황을 무작위 순환정전으로 간신히 막은 후에 정부는 설비 용량이 큰 석탄화력 발전소를 엄청나게 지었고, 지금도 짓고 있다. 전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원래 있던 석탄 화력도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우리를 포함해 5개 정도의 나라만 신규 석탄 화력을 짓고 있다.) 역행하고 있고, 그래서 기후 악당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1년에 단 며칠 한 여름에만 돌리려고 자꾸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화력 발전소를 지어야 할까? 우리 에너지 활동가들은 거의 20년 전부터 태양광을 늘리면 신규 발전소가 없어도 한 여름 피크타임을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태양광은 한 낮의 가장 더운 시간대에 꾸준히 전기를 생산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100기가와트시를 넘어가도 여유 용량이 남아돌 정도로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줬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소의 설비용량을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중 일부(약 10~20% 가량)는 점검, 고장 등의 이유로 당장 사용할 수 없다. 이걸 제외하고 당장 언제라도 돌릴 수 있는 발전설비 중 현재 소비량을 감당하고 남은 비율을 공급예비율이라고 부른다. 2011년의 저 악몽과 같은 사건 이후로 언론은 자주 예비율이 너무 낮다고 지적질을 하곤 했다. 그걸 근거로 정부는 엄청난게 많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렇게 신규 석탄 발전소들이 늘어나자 예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전문가마다 혹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공급예비율이 10%를 넘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공급예비율은 전체 발전 설비에서 여러 이유로 멈춰있는 발전 설비들을 제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특정한 순간들을 제외하면 공급예비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는 걸 볼 수 없다. 이 공급예비율이 20%만 넘어도 사실 엄청나게 많은 발전 설비들이 일을 하지 못하고 놀고 있다는 뜻인데, 이게 50%를 넘는 순간이 한여름 아주 더웠던 한 낮에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봄과 가을에 우리가 적당히 쾌적하다고 생각하는 온도에서는 70%를 넘기기도 하는 것이다. 전체 발전소가 120개라고 가정하고, 20개가 점검 중이라고 가정하고, 100개는 언제든 돌릴 수 있다고 한다면, 1년 중 봄과 가을에는 70개가 놀고 있고, 한여름에도 가끔은 50개가 놀고 있다는 이야기다.


태양광은 지어놓으면 별도로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운영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햇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추니까.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면,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석탄 화력을 지을 것이 아니라, 태양광을 지었어야 했다. 그럼 평상시에 놀고 있는 발전소가 저렇게 많아질 필요가 없다. 겨울이던 여름이던 냉난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태양광이 충분히 해줄 수 있다.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언제까지 계속 점점 더 많이 전기를 쓸거라고 가정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다. 우리는 이미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 오히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가며, 다양한 방법의 수요 관리를 통해 총 발전 설비 용량을 과하게 늘리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AI 를 사용하고, 유튜브와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된 시대를 살고 있다. 당장 내가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많지 않지만, 내가 유튜브로 야구 영상들을 찾아보고,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순간 지구 어딘가의 데이터센터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AI 를 사용하지 않지만, 내가 구글에 특정한 단어를 검색하고, 그 검색 결과를 구글이 자동으로 AI 를 사용해 요약해주기 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검색하는 행위가 또 지구 어딘가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이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들에 의존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영상을 시청하고, 더 자주 AI 를 활용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글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규모가 큰 기업들은 대부분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만큼의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독 우리나라 기업들만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더 심해지는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들. 다양한 형태의 기후 재난들을 줄이려면, 바뀌어야 한다. 그냥 조금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쳬계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끓는 물 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 신세이고, 찜통 속에서 익어가는 옥수수 신세이며, 서서히 침몰하는 난파선에 갖힌 승객 신세다. 언제까지 그저 말로만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라고 떠들고만 있을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하고 정책을 바꾸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잘 알고, 노원 구청장 시절부터 공무원들과 함께(라고 쓰고 동원하여 라고 읽기)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김성환 의원은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나름 에너지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야 할 상황에 처하니 이렇게 헛소리를 한다.


아, 오늘 읽은 기사 중에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이제 더는 바닷물을 핵발전소들의 냉각수로 사용하기 어려워 지는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10년 안에 핵발전소 8기를 멈춰야 할 거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왔다. 현재 인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전기가 부족해도 핵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에 수소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핵 발전소 4기를 아직도 전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이를 수습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핵발전소를 수출한다고?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인간들은 먼저 자기들 집에 핵폐기물을 보관하고 방사능 오염수를 보관하고 살아보라. 그러고도 계속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인정해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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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30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에어컨은 엄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그냥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예전에는 선풍기 하나로 그럭저럭 버텼다면 올해의 경우는 홀랑 벗고 팬티 한장만 걸치고 선풍기 틀고 자도 새벽에 몇차례 깨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참에 일어나면 팬티가 땀으로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정말 너무 무덥단 생각이 듭니다ㅜ.ㅜ

감은빛 2025-08-16 17:2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에어컨 없이 이 폭염을 견디고 계시군요. 입추가 지나서 조금 기온이 떨어졌다고 좋아했는데, 다시 또 폭염이 시작이네요. 매일 매일 괴로워요. 저는 선풍기 두 대로 버티는데도 힘드네요.

yamoo 2025-07-31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 여름, 에어컨 없이 지내보고 다음 해 당장 에어컨을 샀죠. 에어콘 있고 없고는 올 해 같은 폭염의 나날에 삶의 질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밤에 기온이 28도라는 건 잠을 못자는 온도에요. 잠을 못자면 그 다음날 치명적...저는 그래요. 작은 냉풍기라도 장만하셔요~ 냉풍기는 중고로 사면 2-3만원이면 삽니다. 없는 거 보다 나아요.

핵발전소의 문제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에어컨의 시원함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ㅜㅜ

감은빛 2025-08-16 17:31   좋아요 0 | URL
2018년 여름 폭염은 정말 어마어마했지요. 저도 그 날들이 기억납니다.
제가 올해 여름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힘들어요.
버스 안이나 은행 같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곳에서는 저도 모르게 막 눈이 감겨요. ㅎㅎㅎㅎ

냉풍기 한번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

잉크냄새 2025-07-31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와 시골은 열대야의 체감이 다른 것 같네요. 이곳도 온도로는 열대야지만 그래도 밤에는 아스팔트가, 시멘트 아파트가 내뿜는 열이 없으니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공급예비율이란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예로 드신 120기중 50기가 가동되지 않는 경우는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이 내용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한여름 정전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공포 마케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군요.

감은빛 2025-08-16 17:35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잉크냄새님. 제가 유독 더 힘든 것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아서 그런 것이겠죠. 실제로 아이들이 살고 있는 파주는 그렇게 못견딜 정도로 덥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GTX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 곧바로 공기가 다름을 느낍니다.

공급예비율이 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많은 분들이 모를 수 밖에요. 저도 에너지 분야 활동가가 아니었다면 알 기회가 없었겠죠. 그래서 제가 여기저기 강연 다니면 항상 이 개념을 알려드립니다. 실시간 전력수급현황 표도 꼭 보여드리구요.

희선 2025-08-02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해와 똑같이 에어컨 없이 지냅니다 지난해보다 더 덥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그래도 지난해에 일어났던 일과 같은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어쩌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것뿐 아니라 여름엔 비도 늘 걱정하겠습니다 더우니 비가 오면 많이 오기도 하니... 화력발전소 여전히 짓는군요 그런 거 몰랐습니다 그만 짓지... 좀 더 지구를 생각해야 할 텐데... 요새는 에어컨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말하기도 하더군요 집에 냉방장치가 없으면 아주 더울 때는 다른 곳에 가라는 말을 하더군요 라디오 방송 중간에... 아주 더운 곳에 사는 사람은 더위를 피할 곳이 있기를 바랍니다 저희 집은 낮엔 31도 밤엔 30도예요


희선

감은빛 2025-08-16 17:39   좋아요 0 | URL
의외로 여전히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들도 제법 많네요. 희선님도 그러시군요. 제 주위에도 몇 사람 있어요. 우린 만날 때마다 요즘 잠은 잘 자는지 서로의 잠을 걱정하곤 합니다. 희선님은 어떻게 잘 주무시나요? 어찌 견디시는지 궁금합니다.

폭서기 무더위 쉼터라는 것이 있어요. 열대야가 심한 날에 어디 냉방이 가능한 공간에 모여 함께 지내는 것이죠. 그럼 각자가 개인 집에서 냉방을 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사람들 간에 소통이 더 늘어나니까요. 저도 해마다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행사를 만들곤 했어요.
 


어떤 선행


지난 주 아니 지지난 주 어느 날이었다. 경복궁역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려고 잠시 주변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느 중년 여성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 분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노, 스미마셍. 체인지 머니." 그는 손에 일본 지폐를 한 장 쥐고 있었다. 환전 가능한 곳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영어로 "오케이. 웨잇 어 모먼트."라 말하고 잠시 생각했다. 평소 환전이란 행위를 해본 적이 없으니 환전이 가능한 곳이 어디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갈 길이 바빴다. 조금 더 고민하다가 "쏘리. 아이 돈 노 웨어 유 캔 체인지 유어 머니." 라고 천천히 말하고 출구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내가 나가려던 출구 바로 앞에는 은행이 하나 있었다. 아마도 은행에서 환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르게 몸을 돌려 다시 그를 향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잠시 지켜봤다. 그 아저씨가 적절한 답을 준다면 나는 돌아서면 될 것이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그도 난감한 것 같았다. 나는 얼른 그 일본 여성의 시야로 손을 뻗어 흔들었다. 


"아이 씽크 유 캔 체인지 유어 머니 인 더 뱅크. 아이 노 웨어 더 뱅크 이즈. 팔로우 미." 내가 가능하면 천천히 발음하려고 애쓰며 말을 했다. 그 분은 뱅크 라는 단어를 잘 못 알아듣는 듯했다. 내가 다시 천천히 뱅크 라도 한번 더 말해줬다. 그러다 일본어로 은행이 뭐였더라 생각이 들었다. 긴코? 이 단어가 생각나기는 했지만, 갑자기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팔로우 미 라도 다시 말하고 앞서 걸었다. 그는 아리가토우 라고 말하며 따라왔다. 출구 계단을 오르며, 은행 입구가 어디였는지를 떠올렸다. 분명 은행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지만, 그게 과연 언제였는지, 그 사이에 혹시 은행이 문을 닫지는 않았는지 불안해졌다. 불안한 마음이 들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는데, 뒤따라오는 그 분이 금방 따라오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금방 다시 발을 멈췄다. 은행 입구는 내가 생각했던 곳에 없었다. 그 곳은 주차장부터 공사 중이었다. 은행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은행은 있었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 입구를 알 수 없었다. 그 분을 향해 웨잇 히어 플리즈. 라고 말하고 입구를 찾아 여기저기 움직였다. 그러다 카페 입구에 뭔가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카페 저 안쪽 문 너머가 은행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돌아가 모시고 갔다. 카페를 통과해 안쪽 문을 열어드렸고, 그 분은 내게 두 세번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웃음으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가려던 곳을 찾아가면서 일본어를 1년 반 정도 열심히 배웠는데, 정말 단 한 마디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은행이란 단어 하나 생각이 안 나다니. 나중에 찾아보니 은행은 긴코가 맞았다. 긴코 라는 단어를 말했으면, 그 바쁜 와중에 조금 더 소통이 원활했을텐데. 암튼 그 분이 그 은행에서 무사히 환전해서 원하는 대로 여행을 이어가셨기를 바랐다.


부산에 살던 시절에 해운대나 서면 등에서 외국인들이 길을 물어보면 길 안내를 자주 했었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었고, 일부러라도 그렇게 영어를 써먹어 보고 싶기도 했었다. 이번에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 마디라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텐데,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만 떠들어버렸다. 이게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다.


케틀벨 운동 모임


저번 글에 썼었는데, 동네에서 케틀벨 운동 모임을 하기로 했고, 그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사람들과 함께 케틀벨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갑자기, 너무 생각지도 않은 분들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조금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예전부터 운동 모임을 해보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재작년에 동네 언니들과 열심히 했던 달리기 모임이 작년에 갑자기 참여자가 확 줄어서 그만두었기 때문에 그 대신 다른 운동모임을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운동을 오래 하신 분도 아니고, 거의 처음인 분도 계셔서 첫 시간에는 케틀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운동의 기분 원칙들을 좀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전날 밤에 준비를 좀 했었다. 처음부터 무거운 무게를 들도록 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가벼운 무게로 정확한 동작을 익히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겠지만, 그래도 무게를 드는 운동은 무조건 부상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사항들을 꼼꼼하게 챙겨서 알려드렸다. 



다시 이어쓰기


여기까지 글을 쓰다가 중단한 것이 대략 10일 전이다. 그러니까 저 맨 앞의 어떤 선행은 2주 전이 아니라 거의 4주 전의 일이었다. 이 글을 한참 썼던 날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글을 두드리다가 딱 저 지점에서 임시 저장을 눌러두고 노트북을 닫았고, 그 날 이후로 이래 저래 바쁘고 여유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 망할 놈의 폭염. 더워도 너무 더웠다. 일을 해야 하는 날엔 일이 바빴고, 일을 쉬는 날엔 더위 때문에 책상 앞에 노트북을 펼치기 싫었다. 예전에는 폰으로도 긴 글을 자주 두드리곤 했는데, 더위 때문에 그 마저도 하기 싫었다. 안그래도 더운데 폰 들여다보다가 폰이 뜨거워지는 것이 너무 싫었다.


7월 중순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정말 도저히 에어컨 없이 집에서 버티는 것이 힘들었다. 새삼 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 이맘때에는 에어컨이 있는 혼자 사는 친한 친구들 집을 며칠씩 돌아가며 버텼다. 내가 막 억지로 재워달라고 한 건 당연히 아니었고, 에어컨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에어컨을 새로 설치한 후로 가끔 너무 더운 날엔 와서 자고 가라고 말했던 친구들이었다. 딱 작년 기억만 떠올려 보면 처음에 한 친구랑 저녁에 만나 놀다가 자연스럽게 그 친구 집으로 따라갔고, 더운데 자고 가라는 말에 같이 밤 늦게까지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낮에도 너무 덥길래 그 집에서 책을 읽으며 지냈고, 퇴근하고 돌아온 그 친구와 저녁을 먹고, 오늘도 열대야니까 또 자고 가라고 해서 또 잤던 것이다. 그 다음 날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발목이 아팠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발목이 부어서 걸음을 걸을 수 없었다. 집 안에서도 걸을 수 없어서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했다. 일단 일어나서 발을 디딜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며칠을 그 집에 갇혀 지냈는데, 다른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 집에 며칠 지냈으니 이제 자기 집으로 오라고. 나는 발목이 아파서 걷기가 어렵다고 답했었고, 그 친구는 차로 데리러 가겠다고 하고는 차를 몰고 왔다. 그렇게 며칠간 아파서 꼼짝 못했던 나를 받아줬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다른 친구네 집으로 옮겨갔다. 그동안 한의원도 가보고, 얼음 찜질도 해보고, 맛사지도 해보고 온갖 방법을 써봐도 발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보통 관절 통증이 짧으면 이삼일, 길어도 10일 남짓이면 낫는 편인데, 이번엔 좀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아무렇지도 않게 나으니까 걱정이 되지는 않았는데, 당장 매일 걷기가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친구 집에서도 아마 며칠을 지냈을 것이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발목이 괜찮아졌고, 아무 일도 없이 갑자기 아팠던 것처럼, 이젠 귀찮아서 찜질도 안하고, 맛사지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냥 나아버렸다. 그래서 한 2주 이상 비워뒀던 집으로 돌아갔었다. 


물론 그러고도 폭염과 열대야는 지속되었고, 에어컨 냉방이 되는 집에서 지내다가 돌아온 나로서는 우리 집이 더 견디기 힘든 곳이 되어 있었다. 한 며칠을 어떻게든 집에서 버텼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또 다른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그 친구는 앞서 두 사람만큼 친하지는 않아서 딱 이틀 머물고 돌아왔다. 암튼 매년 여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 동안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자기가 너무 어렵다. 올해는 또 어떻게 버틸 것인가? 여름이 끝날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일터에서 혹서기 열대야 대피소 개념으로 밤에 보드게임을 하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의 행사를 만들어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간에 휴가도 다녀와야 하고. 뭐 이래저래 어떻게든 버텨지겠지.


원래 이 글을 두드리던 날엔 뭔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려 이젠 무슨 말을 쓰고 싶었던 건지 잊어버렸다. 일단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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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들 많이 하셨는데요. 길 안내뿐만이 아니라 운동 모임 강습까지말이죠. 아 진짜 요즘 너무 덥죠. 부디 좋은 해결책을 찾으시길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감은빛 2025-07-29 12:58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덧이름처럼 바람이 많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날씨입니다. 집에 들어가는 일이 두려워요. ㅠㅠ

잉크냄새 2025-07-28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자전거는 열심히 타는데 근력 운동은 영 시작하게 되지 않네요. 근력과 유산소의 조합이 가장 좋다는데, 근력 운동은 소싯적 이후 손에 잡히지 않아요.

누군가 올해 여름이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는데 지구의 기후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들어선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

감은빛 2025-07-29 13:00   좋아요 0 | URL
근력과 유산소의 조합이 바로 케틀벨 스윙입니다. 아주 쉽고 간단한 운동인데, 효과가 또 뛰어난 운동이기도 해요.

스윙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 클린과 스내치까지 익히면 몸에 딱 필요한 만큼 근육이 붙으면서, 폐활량도 좋아집니다.
 


윤석열 재구속과 에어컨 없는 삶


어제 밤의 핫이슈는 윤석열 구속영장 집행이었다. 늦은 저녁을 같이 먹자고 나를 불러낸 친구는 아직은 결과가 안 나왔겠지만. 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자꾸만 폰을 들여다본다. 나도 당연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당연히 구속될 거라고 예상했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 친구랑 헤어지고 사무실에 돌아와 밀린 일을 하다가 구속 소식을 접했다. 뉴스에선 4개월 만에 재구속이라고 알려줬다. 그랬구나. 저 내란수괴 놈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풀려난 지 벌써 4개월이나 되었구나. 그동안 왜 저 범죄자 놈이 저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라도 다시 구속이 되어 정말 다행이지만, 이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4개월이나 걸린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는 일제히 구속 소식이 터져 나왔는데, 다들 독방에 수감될 예정임을 알리며, 에어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폭염에 에어컨도 없이 갇혀야 할 상황이 안타까운 것일까? 아니면 불쌍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쌤통이다. 뭐 이런 마음이려나. 죄는 미워해도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듯이, 죄인 윤석열은 당연히 수감되어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교정시설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점도 당연하다. 여름마다 폭염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기후위기 시대에 에어컨 없는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지난 주부터 며칠 간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잠들기 전에 샤워를 하고 양쪽에 선풍기를 켜고 누우면, 워낙 피곤한 상태라 잠이 들기는 하는데, 꼭 새벽에 땀에 젖어 깨곤 한다. 그러면 다시 샤워를 하고 눕는데, 이때부터 잠을 못 잔다. 더워도 너무 덥고 습도도 높아서 선풍기만으로는 버티기가 어렵다. 괴로워하며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들면 정말 운이 좋은 날이고, 대개는 계속 괴로워하다가 날이 밝아질 무렵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일터에 가면 에어컨을 26도에 맞춰 켜고, 선풍기 하나를 에어컨 바로 앞에 두고, 반대편에 다른 선풍기를 둔다. 집에서도 선풍기를 양쪽에 켜 두는 것은 같지만, 에어컨의 존재가 확실한 차이를 만든다. 이제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에어컨은 필수품이 된 것 같다. 언제까지 이 집에서 에어컨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다가 결국 에어컨이 있는, 혼자 사는, 친한 친구들 집에 며칠씩 머물며 돌아다녔었다. 올해는 과연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확실히 잠을 잘 못 자니까 컨디션이 좋지 않다. 뒷목과 어깨가 뭉치고 허리가 불편하다. 얼굴 통증과 관절 통증도 평소보다 심한 날이 잦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당연히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하필 이번 주는 중요한 일정이 두 개나 있어서 일이 많은데, 일에 집중을 못하니 시간을 오래 잡아먹고, 그만큼 나는 더 피곤하고 힘들고 답답하다.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다.


박정희가 만든 최악의 정당법 조항들 개선 국회 청원


오늘 오전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지역 정당 운영위원 중 한 분이 국회 국민청원 링크 하나를 공유하면서 본인 친구의 청소년 자녀가 국회에 정당법 조항을 개선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내용을 읽어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조항들이었다. 바로 독재자 박정희가 516 군사반란 직후인 1962년 만든 조항들. 정당 창당 기준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 아무나 정당을 만들지 못하게, 그래서 자신이 오래도록 독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들이었다. 모든 정당은 중앙당을 서울에 두고 시도당을 최소 5개 이상 설치해야 하며, 각 시도당별로 최소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등록하도록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조항을 2011년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우리나라 정당법이 21세기에도 아직도 이 모양이라고! 라며 놀랐었다. 아니, 독재자가 본인 독재를 오래 유지하려고 만든 조항을 왜 아직도 안 바꾸고 그대로 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긴 세월동안 수많은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던 것일까?


녹색당 창당 이후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반드시 필요하고, 차별금지법 제정도 반드시 필요하고, 올바른 형태의 연동형비례대표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이 정당법의 독소조항들이라고.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여전히 이 조항은 살아남았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지 얼마나 지났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몇 명이나 있었던가? 민주주의를 말하는 정당이 여태 국가보안법도 그대로 두고,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에도 반대 입장이면서 말도 안되는 위성정당을 세워 편법을 저지르면서 정당법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재명도 다르지 않다. 그가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밝혀온 바에 따르면 그 역시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생각은 없어 보이고, 차별금지법도 제정할 생각이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당연히 손 댈 필요가 없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저질러 온 편법을 고수할 생각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나는 고등학생이 근현대사를 공부하다가 정당법의 이 조항들이 문제라고 스스로 깨달아서 국회에 청원까지 넣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이라니! 알고 보니 내가 아는 훌륭한 활동가의 자녀였다. 두 사람 모두 멋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아래 링크를 통해 국회 청원 참여를 부탁드린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38218C93B39E2152E064B49691C6967B?fbclid=IwY2xjawLcVVdleHRuA2FlbQIxMQBicmlkETFmd3VYaFM5QW1tQ1luY1huAR7IiupTuEi6wD9SO9dHHDBE2zEstlZrgLdowoICm8T3jKtVi6Y1SDVfJWOjWA_aem_T9GQswoB6_jWU7lUcPZJ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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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중독


20대 후반쯤의 나는 우유와 커피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우유는 유당분해효소인가 그게 없어서 국민학교 시절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먹어야 하는 것을 고문처럼 느꼈었고, 군대에서도 억지로 먹이는 문화 때문에 좀 힘들었다. 이후 입에도 댄 적이 없고 지금도 먹지 못한다. 가끔 우유를 사먹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외계인을 보는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든다. 그럼 당시에 커피는 왜 먹지 못했을까?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가끔 마시면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오히려 소화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왜 나는 커피만 마시면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었을까? 그 이후로 커피를 안 마셨다. 그런데 30대 초반에 출판사 영업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 크고 작은 서점들을 다녀야 했는데, 서점 사장님 혹은 담당자들이 우리가 방문하면 무조건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한 잔씩 타서 갖다 주시더라. 처음에는 고맙습니다만, 제가 커피를 마시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하며 사양했는데, 대부분 사장님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냥 종이컵을 내 손에 쥐여주며, 이거 한 잔이라도 대접해야 마음이 편하다며, 이거 안 마시면 섭섭하다고 하셨다. 한 두 곳 서점에서만 그런 곳이 아니라 가는 곳 대부분에서 그랬다. 결국 안 마실 수 없어서 억지로 한 잔, 두 잔, 세 잔, 네 잔 마시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커피를 마셔도 소화에 전혀 문제가 없게 적응이 되었다. 확실히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


출판 영업 일을 그만두고는 꽤 오랫동안 다시 커피를 안 마셨다.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일부러 찾아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약속이 있어 커피숍을 가게 되면 나는 늘 다른 종류의 차를 마시거나 쥬스를 마시곤 했었다. 내가 커피를 안 마신다는 사실을 잘 아는 지인들은 미리 알아서 다른 차를 주문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커피를 입에도 안 대고 지낸 시간은 제법 길었다. 내가 일부러 커피를 찾아 마실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 10년 전에 지금 이 일터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달라졌다. 일이 정말 많고, 야근도 많고, 늘 피곤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인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곤란했다. 그럴 때 믹스 커피를 마셔보니 확실히 각성 효과가 생기더라. 커피숍의 아메리카노도 가끔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내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아메리카노 보다는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믹스 커피에 더 손이 자주 갔다. 처음 한 동안은 일을 하다가 가끔 뭔가 머리가 멍 하거나 집중이 잘 안 될 때에만 믹스 커피를 먹었었다. 그러다가 점점 더 자주 먹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거의 매일 하루에 한 잔씩 마셨고,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하루에 두 잔을 마시기도 했다. 예전에 커피 못 마신다고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 과연 내가 맞았던가 싶다. 


한동안 일을 쉬었던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때는 당연히 커피도 몇 달 동안 입에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다시 시작하면 금방 다시 믹스 커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한동안 일하다가 오후에 좀 졸리기도 하고 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질 무렵 커피를 마시는 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한 잔 타서 마셔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거 점점 커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믹스 커피의 그 달달함. 즉, 설탕에도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남들보다는 훨씬 더 물을 많이 넣고 마시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 걱정은 덜해도 될 것 같다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믹스 커피를 타는 모습을 보니 보통 머그 컵에 물을 절반도 안 되도록 넣고 타던데, 나는 뜨거운 물을 절반 조금 넘게 넣고 잘 저은 후에 미지근한 물이나 찬 물을 컵에 가득 차도록 다시 채워서 마신다. 그럼 단 맛이 많이 희석되어서 마실 만한 상태가 된다. 암튼 요즘 갑자기 믹스 커피에 계속 손이 가는 내 모습을 깨닫고 이제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과 땀


정말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낮에 외부 일정이 있어서 좀 돌아다니다보면 금방 옷이 땀에 젖어 버린다. 그래서 속옷과 셔츠는 여벌 옷을 사무실에 두고 다닌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저녁까지 매장을 보다가 밤에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땀에 젖은 머리띠와 두건 등을 바로 빨아서 널어놓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낮에 여성 조합원 한 분이 매장에 오셨었다. 우리 매장엔 중고 의류이지만, 예쁘고 스타일이 괜찮은 옷들을 잘 손질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코너가 있다. 한동안 사람들이 그 코너가 있는지도 모르고 별로 판매도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기다란 행거 채로 밖에 놔뒀더니 오가다가 옷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날 매장에 오셨던 여성 조합원님도 거기서 화사한 색의 원피스 하나를 골라 결제하시더니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셨다. 낮에 어디 다녀오느라 옷이 땀에 다 젖어서 갈아입으려고 하셨던 것.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오셔서는 매니저님은 언제 오시는 지를 묻는다. 그때 매니저님은 세 군데 가량 외부 일정이 있어서 1시간 반이나 2시간 후에나 돌아올 상황이었다. 그렇게 말씀 드렸더니, 그 분이 갑자기 그럼 이거 좀 잠가주세요. 라고 하시며 뒤를 돌았는데, 등 한 가운데에서 목으로 올라오는 지퍼가 절반 정도 잠긴 상태에서 위쪽은 열려 있었다. 아, 이거 때문에 여성인 매니저님을 찾으셨구나. 그런데 매니저님은 안 계시고 지금은 남자인 나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나한테 부탁을 하셨구나.


상황은 이해했는데, 나는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뭔가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그 분은 등을 돌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기다리고 계셨는데, 나는 뇌에서 경고가 먼저 울리느라 멈칫하고 있었다. 암튼 그렇게 불편한 상태로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누군가 지퍼를 올려드리기는 해야겠지. 지금은 나 밖에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손을 뻗으며 한 번 더 확인을 받았다. 제가 올려드려도 되는 거 맞죠? 그 분은 그럼요. 제가 부탁드렸잖아요. 라고 답하셨다.


아까 얘기한 그 중고 의류들은 교환, 환불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안내를 하면 가끔 입어 볼 수 없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다. 옷가게라면 당연한 요구일텐데, 여기는 탈의실이 없다. 그나마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무 공간에 미닫이 문이 있어서 내가 밖으로 나오고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는 있다. 그래서 가끔 여성 분들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면 나는 일하다 말고 쫓겨나서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중고 의류는 거의 99%가 여성들을 위한 옷이다. 이렇게 옷이 잘 팔리면 좀 더 자주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다.


케틀벨 운동 모임


우리 동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는 조합원들의 자치를 통해 운영하는 운동공간이 있다. 여기서 여러 운동 프로그램들이 운영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운동 모임들도 자발적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쯤 전에 나는 어쩌다가 50대 60대 여성 조합원들과 대화하는 중에 케틀벨 운동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내 기준에서 케틀벨은 바벨이나 덤벨보다 훨씬 더 다양한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여서, 그런 이야기들을 전한 것이었는데, 그때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던 분 중 한 분이 나중에 나에게 케틀벨 운동 모임을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나는 혼자 집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그 운동공간을 이용할 필요는 없는데, 다른 분들에게 케틀벨 운동을 알려주고 좋은 자세와 적절한 강도와 횟수 등을 봐주기 위해서는 그 분들과 같이 운동모임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몇 해 전에 동네 50대, 60대 언니들과 달리기 모임을 운영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케틀벨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꽤 오랫동안 바벨과 케틀벨을 별로 들지 않았더라. 가끔 덤벨 정도만 들고, 대부분 맨몸 운동 중심으로 아주 짧게 운동하는 정도로 근력 운동은 별로 하지 않았다. 달리기에 집중한 탓도 있고, 게을러진 탓도 있고, 예전에 재밌어 했던 동작들에서 흥미를 잃어가고 있기도 했다. 


혼자 다양한 케틀벨 운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도록 알려드리고, 이후 바른 자세에 익숙해지도록 어떤 방식으로 연습을 시킬 것인지, 그리고 데드리프트, 클린 앤 저크,스내치, 스쿼트, 푸시 프레스 등 동작 들을 바벨과 덤벨 그리고 케틀벨로 들어 올리는 자세와 각각의 고유한 특징들 등을 잘 알려드릴지 머리 속에서 금방 그릴 수 있었다. 확실히 나는 뭐든 가르치는 일에는 재능이 있고, 자신이 있다. 이번에 이 언니들과 재미있게 잘 해보면서 나중에 언젠가 운동 강사의 길을 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지금 나의 몸 상태와 나이를 생각하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거의 곧바로 들었다. 게다가 나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으니. 


어쨌거나 운동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맨 처음 시작할 때 이 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강조할 생각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무게를 잘 고를 수 있도록 옆에서 신중하게 살펴보고 조언해줘야 할 것이다. 가벼운 무게로 각각의 동작이 몸에 익을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도록 권해야 한다.


바로 엊그제 케틀벨 운동 모임을 하자는 제안을 승낙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벌써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일단 나부터 케틀벨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움직여 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보았던 영상들이나 시각 자료들도 다시 찾아보고, 가능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직접 말로 해보고, 써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준비를 잘 해서 다들 케틀벨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해야지. 이번 기회에 나도 다시 운동의 재미에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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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05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커피는 믹스 커피나 자판기 커피가 와따입니다. 음, 스멜, 맥스웰...
전 커피를 평소에 마시지 않는 편인데, 지금은 끊었지만 담배를 필 때 입가심 용으로 한잔씩 타서 마셔서 입의 텁텁함을 가시게 하곤 했죠.
믹스 커피 브렌드 맥스웰은 중국에서 출장 왔다 돌아가는 여사원들에게 선물로 들려보내던 노란 박스로 기억됩니다. 중국 관련 업무 종사자에게 돈을 걷어 오리털 파카와 맥스웰 한통을 귀국 선물로 주었는데 그때는 중국에 아직 커피 문화가 없던 시절이라 맥스웰이 귀한 선물이었죠.

감은빛 2025-07-10 13:43   좋아요 0 | URL
그죠? 잉크냄새님. 믹스커피의 중독성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오히려 담배는 거의 생각이 안 나는데, 믹스커피는 매일 생각나요.

그랬군요. 예전에는 믹스커피가 귀한 선물이었군요.
잉크냄새님이 알려주시는 이야기들이 정말 좋아요.
다음에도 또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언어 천재가 쓰고 언어 천재가 번역한 책


페이스북을 보다가 신견식 선생이 번역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봤다. 다카노 히데유키라는 저자는 25개 언어를 배워서 사용한 여행 작가라고 한다. 책 소개와 목차 등을 살펴보니 이 저자가 이렇게 많은 외국어를 배운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부딪혀서 계속 대화를 시도한 것과 부지런히 따라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책을 사서 읽어보면 명확히 알 수 있으려나?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저자도 저자이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신견식 선생이 번역을 했기 때문이다. 책 소개 페이지에 있는 역자 소개 첫 문단은 이렇게 적혀 있다. "25개 이상의 언어를 우리 말로 옮긴 한국의 '언어 괴물'. 저자는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25개의 언어를 배워 익힌 사람이고, 번역가도 책과 사전과 씨름하며 25개 이상의 언어를 우리말로 옮긴 사람이다. 


아, 이거 갑자기 외국어 25개 정도 못 배우면 인간도 아닌 것 같은 열등감이 든다. 제대로 할 줄 아는 외국어는 하나도 없고, 그나마 영어는 어떻게든 저떻게든 대화 비스무리하게 할 수 있고, 일본어와 중국어를 좀 진지하게 익히는 중이고, 그 외 잡다한 여러 외국어를 재미로 손을 대보는 사람 입장에서 뭐랄까, 의욕이 팍 식는 기분이랄까. 뭐 어차피 남하고 비교하려고 외국어 익히는 것이 아니고 해외 여행을 가보려고 외국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재미로 손을 댔으니, 그냥 느긋하게,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야지.















사실 이 책의 가장 신기한 점은 링갈라어, 보미타바어, 샨어, 와어 처럼 어디쯤에 있는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를 언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본 신견식 선생의 글에서도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내가 평생 저런 언어들을 익혀볼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저자와 번역가 덕분에 저런 들어보지 못했던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가. 


사실 젊은 시절이었던 20대에 독일로 공부하러 가려고 독일 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을 다니기도 했었는데, 이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독일어는 좀 더 잘했을 텐데, 현실은 유학은 커녕 짧은 해외여행조차 거의 가본 적 없이 늙어가고 있다. 이젠 실제로 어딘가 해외에 가보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해당 외국어를 들을 기회가 생기면 조금 알아들었으면 좋겠고, 읽을 일이 생기면 대충 읽을 줄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동기에, 종류를 막론하고 외국어를 새로 익히는 일의 재미를 느껴버려서 그 재미를 이어간다는 정도로 여러 외국어를 손을 대보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야금야금 외국어를 익히는 것은 재미는 있는데, 제일 큰 난관은 시간이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조금씩 해보는 것인데, 그마저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날들이 생기면 며칠씩 중단되고, 며칠 중단한 후에는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주말에 일정이 없는 경우엔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여러 외국어를 해보다가 평일이 되면 이삼일 이상 하나도 손을 못 대기도 한다. 그나마 듀오링고의 경우는 이 앱이 워낙 집요하게 얼른 들어와서 연속 학습을 이어가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기도 하는데, 낮엔 업무로 바쁘고, 저녁엔 늦게까지 긴 회의가 이어지는 날엔 전화기를 들여다 볼 틈도 없기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래도 한동안 중단했다가도 꾸준히 잊지 않고 다시 시작하기를 몇 해째가 되니, 여러 번 다시 들여다보면 저번에 익혔던 거네 하고 알아 볼 수 있게 되고, 딴 일 하면서 틀어놓은 노래 가서에서 스치듯 지나간 어떤 단어를 알아들으면  어떤 날엔 영화나 드라마 대사를 자막 없이 알아들어서 자신감이 막 솟았다가, 어떤 날엔 뉴스에서 빠르게 쏟아지는 말들을 거의 알아듣지 못해 절망하기도 하며 이렇게 외국어로 일희일비 하는 일이 이젠 재미있다. 뭐, 이제와서 대단한 목표나 의미를 찾을 필요 있나? 재미있으면 된 거지.


아참, 그런데 이 책 원제가 궁금하다. 지금 이 제목은 아마도 한국 출판사가 지은 제목일 것 같은데, 지구 정복이란 단어를 저 저자가 썼을 것 같지가 않아서. 책을 사서 판권 페이지를 열어보면 알 수 있겠지.



요상한 통증의 나날들


이 서재에 자주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나는 남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통증들을 갖고 있다. 하나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인데, 원인은 교통사고로 명확하다. 얼굴을 크게 다쳤던 나는 눈 밑에 뼈가 깨져서 인공뼈로 대체했고, 코 밑에서부터 눈까지 심하게 다쳐서 감각이 사라졌다. 만져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살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신경이 죽어버린 부위에 가끔 아주 심하게 통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종류도 다양하고, 강도도 다양하다. 조금 묵직한 통증인데,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의 통증이 좀 자주 나타나고, 가끔은 날카롭고 쎈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날엔 눈을 뜨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두통이 함께 찾아오기도 하고, 여러 감각이 정상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하기 어렵다. 출근해야 하는 날에 이런 통증이 찾아오면 어쩔수 없이 사정을 설명하고 쉴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통증은 관절 통증이다. 이건 교통사고를 당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증상이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의 원인을 몰라서 많이 답답했다. 그러다가 많이 찾아보고 병원과 한의원에도 몇 군데 다녀오고 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다 류마티스 인자 검사를 받았는데, 없다고 나왔다. 이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분명 증상은 류마티스 관절염이 거의 분명한데, 병원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하고. 퇴행성 관절염이나 통풍과 같은 내 증상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반복한다. 다행히 내 증상은 며칠 지나면 씻은 듯이 낫거나, 오래 가더라도 이삼주면 완전히 나았기 때문에 그냥 증상이 나타날 때에만 불편해도 참고 지나가곤 했다. 그러다 가끔 아주 극심하게 관절이 붓고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날들이 생겼다. 긴 시간동안 그렇게 지냈다. 의사들도 정확한 병명을 찾아주지 못한 채로. 아주 가끔 통증이 심하면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저주파 마사지를 받고, 가끔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그러다가 작년 늦여름에 우연히 지인께서 내 증상을 듣더니, 본인이 똑같은 증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시더니, 나중에 정확한 병명을 알려주셨다. '재발성 류마티즘' 덕분에 병명을 알고 정확한 증상을 알고 나니 가끔 심하게 아파도 안심이 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아팠는지 모르게 나으니까.


위 두 통증이 가끔 번갈아 나타나거나, 가끔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통증으로 고통받는 나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은 쉬이 이해하지를 못한다. 친한 사람들도 그렇다. 몇 년 동안 수십번 설명을 해줘도 다음에 또 엉뚱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께는 정말 고마운 마음이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용하다는 한의원이나 정형외과 등으로 나를 데려가려는 혹은 꼭 가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여러 곳의 정형외과 포함한 병원과 한의원을 몇 년 동안 다녔다는 이야기를 설명하고 또 설명해도 다음에 또 그러신다.


최근에 두 가지 일이 있었다. 5월 말에 태양광 발전소 청소를 앞두고 있었다. 미리 사다리를 구해놓고, 홍보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참가자들도 제법 모집해놓았다. 준비는 거의 완벽하게 되어 있었는데, 발전소 청소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관절 통증이 찾아왔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이었다. 양쪽 다리의 서로 다른 관절이 붓고 통증이 심해서 걸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일어서거나 앉는 것도 힘들었다. 아침엔 어떻게든 일터로 출근을 했는데, 갑자기 통증이 더 심해져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조차 엄청 힘들었다. 첫날은 그래서 일터에서 조퇴했는데, 거의 등산을 해야 할 정도로 가파른 언덕을 걸어서 올라갈 자신이 없어서 일터 차량을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발전소 청소 하루 전 날, 아침에 나오는데, 통증이 좀 심했지만, 그래도 차가 있어서 출근을 했다. 주차하고 일터로 걸어오는 길에 왼쪽 무릎은 그래도 조금 나은데, 오른쪽 발목은 도저히 디디기가 어려워서 질질 끌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서 출근하던 매니저님이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내일 발전소 청소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다. 나도 그걸 걱정하던 중이어서 둘이 한참 논의를 했다. 다음날인 토요일에 내가 어떻게든 출근해서 매장을 보고, 매니저님이 발전소 청소를 진행하시라고 했다. 청소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매니저님을 위해 아주 자세하게 내용과 전체 행사 진행 대본을 써드렸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이사장님께 보고까지 마쳤다. 그날은 저녁에 태양광 발전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아파도 조퇴도 하지 못하고 억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 그러니까 저녁이 되기 전에 갑자기 발목이 덜 아픈 느낌이 들었다. 오른발에 무게를 실어 디뎌봤는데, 통증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침 내 강의를 들으러 온 이사장님께 갑자기 발목이 나아져서 내일 청소하러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발목이 완전히 낫지는 않을 것 같으니,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작업과 청소를 직접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전체 행사 진행과 안전 관리를 맡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사장님과 매니저님은 아침까지 발을 질질 끌면서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저녁이 되자 괜찮은 것 같다고 하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직접 본인들 눈으로 보고도 어쩜 이럴 수가 있냐 했다. 그래도 나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내가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아직은 조금 통증이 남아 있지만, 걷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청소 행사를 진행하러 갔다. 내가 직접 청소를 하지 않고 전체 진행과 관리 감독 역할만 한 것은 10년 넘게 이 행사를 반복 진행하면서 처음이었다. 나는 해마다 매번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많은 시간 일한 사람이었다. 이거 한번 해보니까 너무 편하긴 하던데, 조금 마음이 불편한 것과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기는 하더라.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바로 어제와 오늘 일이다. 갑자기 오른손 손목과 손등이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한 건 그제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점점 심해져서 한눈에 보기에도 퉁퉁 부었고 색깔도 달랐다. 게다가 밤에는 이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또 하필이면 얼굴 통증과 동시에 왔기에 더 힘들었다. 그런데 손목 통증이 너무 심하니까 얼굴 통증은 오히려 덜 느껴지는 효과가 있기는 하더라. 그리고 둘째 날이 어제였다. 무조건 출근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하필 오른손 손을 전혀 쓸수가 없어서 난감했다. 왼손으로만 씻었는데, 세수와 양치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나 싶었다. 아주 간단한 동작조차 왼손으로는 어색하기도 하고 정확한 동작이 잘 되지 않았다.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씻고 출근했다. 퉁퉁 부어오른 손목과 손등에 파스를 붙이고 손목 보호대를 단단하게 감아서 고정했다. 


출근하니 마침 매장에 몇몇 친한 조합원들이 와 계셨는데,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이 나를 보자마자 걱정스런 눈빛으로 손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좀 부었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다가와 손을 들어올리더니 너무 심하게 부었다고 막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 친구는 작년과 지난번 발전소 청소 전에 발목 건을 아는 사람이라, 이게 지난 번 발목 건과 같은 증상이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제서야 내 팔을 놓아주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내 허리 근처까지 팔을 받치며 내렸다. 어제는 매장으로 찾아오는 친한 선배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내게 농담으로 어디 가서 싸웠냐고 물었다. 사실 사무실에 나오기는 했지만, 오른손을 전혀 쓸 수 없어서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려니 너무 어렵고 오래 걸렸다. 자꾸만 엉뚱한 곳에 클릭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판도 왼손 검지로만 두드리니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급한 일들을 보고 퇴근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붓기가 한결 가라앉아 있었고, 피부 색도 많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통증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어제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오른손으로 세수도 하고 양치도 했다. 어제 왼손으로 답답했던 걸 생각하며, 왼손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을 좀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해 마우스와 자판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어서 엄청 다행이었다. 어제 미뤄둔 일들을 재빨리 해치웠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어제 내 손을 붙잡고 걱정했던 친구가 다시 방문했다. 내 손을 보더니 다시 또 깜짝 놀랐다. 하루 만에 붓기가 거의 가라앉고 피부 색도 거의 돌아온 것을 보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게 내가 말한 그 '재발성 류마티즘'의 증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오래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작년 여름에 발목 통증은 거의 10일 정도 동안 심했었다. 


얼굴 통증도 관절 통증도 아무리 심하게 아파도 결국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게 계속 된다고 생각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빠르면 하루 이틀 안에, 길어도 이삼주 안에는 완전히 낫는다는 것을 알기에, 좀 심하게 아파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주말까지 가지 않고 오늘 거의 나아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어제에 비해 통증이 훨씬 덜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업무 관련해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서 다시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올해 안에 건설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발전소 부지 하나가 계통 용량의 한계로 추진이 무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건이 다소 불확실 요소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일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음 부지를 또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답을 찾기가 어려워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다. 에휴! 이제 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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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6-27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를 25개나 하다니...언어 괴물 이라는 표현이 딱 맞네요.
전 유창한 건 아니지만 중국어 의사 소통이 가능해진 이후로 영어 사용이 힘듭니다. 영어로 말해야 할 경우에도 중국어가 먼저 나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어가 먼저 나오는 경우는 없어요. 모국어와 다른 언어의 명확한 어떤 경계가 존재하나 봅니다. 그런 경험으로 볼때 25개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도 괴물이지만 그 25개의 언어가 상황에 맞춰 말로써 구사된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감은빛 2025-07-03 14:50   좋아요 0 | URL
아, 지난 번에도 잉크냄새님이 중국어 때문에 영어가 잘 안된다는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25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수준이죠. 가끔 유튜브에 서너개 정도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와서 틀어놓기도 하는데. 이렇게 잘 하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니 하나만 잘 해도 엄청 부러운데 말이죠.

저는 잉크냄새님도 엄청 부럽습니다.

카스피 2025-06-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외국어를 잘 하려면 그냥 맨몸으로 부디치면서 체득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 사실인가 봅니다.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인 그중에서도 힌국인과 일본인들은 완벽하게 외국어를 습득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외국어가 잘 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그러면에서 저자와 번역자 모두 참 대단하신 분들인것 같아요.
그리고 통증이 계시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하니 참 힘드시겠습니다.저 역시도 가끔씩 아주 심한 편두통을 앓는데 이 경우는 아픔을 참기위해 손으로 벽을 세게 두두릴 지경이에요(손의 아픔으로 편두통의 아픔을 잊고자..)
병원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픈 당사자는 참 커다란 고역이지요ㅜ.ㅜ

감은빛 2025-07-03 14:52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 그래서 저는 외국어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런 취지로 외국어를 알려주는 분들도 제법 많이 계시더라구요.

통증은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벌써 몇 해 동안 의사랑 상담하면서 이게 참 답이 없는 상황이라 결론을 내렸거든요. 카스피님의 편두통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cyrus 2025-06-2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빛님의 아픔이 글로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느껴져요. 저는 예전에 통풍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일시적으로 금주를 했지만, 술만 줄인다고 해도 통풍 발작이 안 생기는 건 아니더라고요. 통풍을 유발하는 음식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통풍 발작은 은빛님이 겪은 통증과 비슷해요. 통증이 생기는 부위가 벌겋게 부어올라요. 지금은 통풍 발작 횟수는 크게 줄어들긴 했는데, 어쩌다가 한 번은 손가락이나 무릎이 쑤실 때가 있어요. 저는 이 통증 또한 통풍의 일부로 여겨요. 조금이라도 통증이 느껴지면 진통제를 먹어요.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통증이 점점 커지거든요. 일해야 하는 평일에 통증이 느껴지면 곤란해요. 그래서 출근할 때도 진통제를 가지고 다녀요. ^^;;

감은빛 2025-07-03 14:56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께서 통풍을 겪고 있다는 말씀을 남겨주셨던 것이 몇 해 전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일인 것 같아요. 그때 맥주 이야기 하셨던 것도 기억합니다.

기본적으로 관절 통증은 염증 반응인 경우가 많아서 벌겋게 부어오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일부 의사들이 제 증상을 통풍으로 진단한 적도 있었는데, 실제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통풍이랑 제 증상은 좀 많이 다릅니다. 평소엔 이번처럼 막 그렇게 붓지도 않고, 이번처럼 벌겋게 색이 변하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가방에 진통제를 챙겨 다니는 편이구요. 일터에도 서랍에 늘 진통제가 있어요. 어디 갈 때 진통제가 없으면 불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