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는 과연 기교만 배우는 곳일까?


지난 주에 아이들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놀고 있는데, 문창과에서 시를 공부하는 큰 아이가 나에게 기사 하나를 공유하면서 어떤 나이 많은 작가가 문창과를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기사 말미에 권혁웅 시인이 그 내용에 반박하는 인터뷰가 짧게 실렸는데, 역시 권혁웅 시인이 제대로 대응했다고 말해줬다. 아이는 중학교 시절 문창과를 가고 싶다고 예고를 선택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예고 문창과에서 시를 공부했고, 지금은 3년째 대학 문창과에서 시를 공부하고 있다. 시 공부는 오래 했지만, 소설은 거의 공부한 적이 없어서 황석영 작가가 누군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이가 공유한 것은 조선일보 기사였다. 워낮 짧은 기사라 그 글만 보고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황석영 작가는 아마 무슨 강연에서 문창과 출신 소설가들을 비판했거나, 문창과에서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역시 조선일보 답게 앞뒤 내용은 다 잘라먹고 그저 비판했다는 것만 툭 던져놓았다. 이런 류의 비판은 그 맥락이 가장 중요할텐데, 어떤 맥락에서 정확히 어떤 지점을 비판했는지를 알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조선일보 기자는 조선이라는 쓰레기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 답게 그런 기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암튼 아이는 그저 비판했다는 내용만 보고 화가 난 것 같았고,권혁웅 시인이 자신들, 그러니까 문창과 재학생들 편을 들어줬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었자면 좋았겠지만, 집에 갈 시간이 가까운 시점에 아이가 이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일단은 아이의 감정에 장단을 맞춰주면서, 자세한 내용은 알아보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검색해보니 조선일보 기사와 달리 연합뉴스 기사에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황석영 작가가 말한 핵심은 이런 거라고 볼 수 있다. 문창과에서 공부하고 등단하는 소설가들을 보면 서사와 철학이 빠진 느낌이란 얘기였다. 문창과에서 글쓰기 기술은 잘 배웠는데, 경험이 부족해서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얘기였다. 이런 정도의 비판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정말 실제로 그런가? 문창과에서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단지 글쓰기 기술만 가르치고, 다른 것들은 가르치지 않는가? 젊은 혹은 최근 등단한 소설가들이 정말 글쓰기 기술만 좋고, 서사와 철학이 부족한가? 


황석영 작가 본인의 발언을 보면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한 작가가 워낙 많아 문학상 본선에 올라오는 작품이 모두 무난하고, 문장과 구성이 좋지만 작품들이 다 똑같다"면서 "이 때문에 신춘문예 심사를 하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고 기사에 나와 있다. 그가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본인은 10년 넘게 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냥 "다 똑같다" 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창과 그러니까 문예창작과를 다녀보고 싶었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문창과가 없어서 국문과를 복수전공으로 공부했었다. 확실히 국문과 공부로는 소설 쓰기 공부를 할 수 없었다.한창 소설 습작을 하던 무렵에는 다른 학교 문창과 학생들과 교류를 제법 했었다. 그들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라 느끼며, 나도 문창과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교류했던 문창과 재학생 한 사람 글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황석영 작가의 강연 전체를 다 듣지 않은 입장에서 그냥 "비판했다."는 사실만 갖고 더 떠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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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6-04-14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 씨는 만나보기를 할 적에 문창과 이야기를 꽤 했습니다.
이 가운데 2007년치 한겨레 만나보기에서는 제법 찬찬히
‘왜 한국 문예창작과가 오히려 글쓰기를 망가뜨릴 수 있는가‘ 하고
풀어낸 대목이 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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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씨 말씀)
“나이 든 사람의 노파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대개의 경우 작가가 되려고 하는데 글을 어떻게 쓰는지, 실질적으로 배우고 싶다 해서 문예창작과를 많이 갑니다. 문창과가 이렇게 많은 나라는 달리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창과를 증오하는 건 아니지만, 참 좋지는 않은 게 어느정도 비슷하고 무난하게 구성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훈련을 시키는 것 같아요. 이건 마치 미술대학에서 석고 데생을 많이 시켜서 비슷한 경향의 화가들을 양산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그렇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표현으로 그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독특하게 자기 냄새가 나는 글이 필요합니다. 남과 달리 쓸 때 작가의 개성과 힘이 나타나는 거죠. 그렇게 본다면 저는 창작의 기본 같은 건 한 두세 달 정도 자습하면 되지 않나 싶어요. 지금 창작론이니 하는 기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그런 걸 한두 번 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건 결코 예술가에게 좋지 않거든요. 광범위한 독서와 체험이 젊은 작가들에게 중요한데 그 둘이 다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염려가 드는 거죠. 그래서 젊은 작가들한테는 문학 이외의 다른 책들을 많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한창 젊을 때인데, 더구나 소설 쓰는 사람은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정치 하는 사람들도 심기일전 할 땐 현장에 가서 일하지 않습니까. 작가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거죠.

또 하나,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황석영이라든가 아무개라든가, 그동안 대중독자와 접촉했던 브랜드 있는 작가들 몇을 빼고 다른 작가들이 충분히 재능을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능 있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이 출판시장에서 기껏 5천부나 1만부 팔리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면 일반 독자들은 그들을 다 놓쳐버린단 말이죠. 이걸 누가 제대로 소개하고 갈무리하고 정리해주고 할 것인가. 문학전문기자나 평론가들, 또는 문예지 편집진들 이런 사람들일 텐데, 이런 사람들 책임이 크다는 거죠. 가능성 있는 재능들을 발견해내고 독자에게 안내하려는 노력이 앞으로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0211513?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