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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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2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속의 우수작 일렉트릭 픽션을 읽기 전까지는 알고 있지 않은 작가였다. 대상 수상자 예소연 작품에 대한 궁금함 혹은 갈망 때문에 거의 20(2005년 한강의 몽고반점 이후니까)만에 사봤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니까.


이상문학학상 수상작품집 속의 우수작 

일렉트릭 픽션 중에서 


삶이란 이미 뭉쳐버린 반죽 같아서 이것과 저것으로 분해할 수는 없지만, 그는 진짜 삶이라 부를 만한 것은 문 안에 있다고 느꼈다. 문 밖의 일은 문 안의 삶을 위하여 수행하는, 견디는 무엇이었다. 세상에는 반대로 사는 사람도 많았다. 문밖의 삶을 위하여 문 안에서는 몸뚱이를 씻기고 눕히는 일만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가졌거나 너무 적게 가졌기 때문이라 짐작하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 헤아려보기도 했다.”

 

익명이 되려고 서로 최선을 다하는 이곳에서 자신이 505, '여기'에 있다고 고백한 사람, 배려와 무례가 섞인 문장들이 아주 조금 열어놓은 문,. 그 틈으로 나는 김수영처럼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꾸"느라 가구를 끌어 옮겼던 이, 자우림처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기분으로 옷을 벗어 던지며 흥얼거린,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믿었던 이를 돌아본다.”

 

일렉트릭 픽션에서는 1층의 필로티식 주차장을 빼고 2층부터 6층까지 스물다섯 가구쯤은 살지만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문밖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도시 풍경에 흔한 빌라촌에 사는 ''는 에너지 공기업의 한 사무실에서 유일한 계약직으로 일한다. 8년째 재계약을 거듭하며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전 직원이 사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날, 나오지 않고 사무실을 지키더라도 아무도 왜 안 나왔냐고 묻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으로 추정(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할 수 있는 이 인물은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이는 단순히 악기를 배우는 것에서 넘어서 무기력한 삶에 작은 자극을 주는 소재로 설정되었다. 현대인의 무기력과 소외, 익명성의 빛과 어둠 등을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풀어냈기에.

8년째 계약직이라같은 자리에서 일하지만 이름조차 잘 불리지 않는 사람. 고용은 보장되지만, 그 보장이 곧 "갇힘"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안정에 안주해야 하나,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나?’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 작고 반복적인 하루가 쌓여가면서, 그 틈새에서 발견하는 작은 자유, 예기치 못한 변화의 불씨, 계약직 신분 자체가 현대 사회의 노동 현실, 제도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데 문 밖의 일은 문 안의 삶을 위하여 수행하는, 견디는 무엇이었다.’라고 했다.

 

일렉트린 픽션을 읽은 게 계기가 되어 찾아봤더니, 김기태는 이미 봤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 소개되었던 그 작가였고, 더 찾아봤더니 24년 국제 도서전에서 특별히 핸드폰에 사진으로 담아두기까지 했었던 바로 그 책이었던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들어가서


 


두 사람의 인터네셔널 중에서


롤링 선더 러브

 

사람들이 클래식을 듣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 증류해서 색과 맛과 향을 없애기. ”

 

맹희는 자신의 따뜻하고 웃긴 친구에게 선물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조등

 

통계학이란 숫자 안에 숨은 메시지를 꺼내는 일이랍니다. 라는 옛교수의 말은 멋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메시지는 숫자 안에 숨은 것이 아니라 그가 참석하지 못하는 회의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해진 결론에 봉사하도록 숫자를 가공하는 일이 그의 몫이었다. ”

 

회사에서는 업무적인 유능함이 인간적인 호감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

 

결혼이란 적령기에 옆에 있던 사람과 하는 것이며, 돈을 모으려면 꼭 해야 하지만 돈을 모아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죽음만큼이나 미룰수록 좋지만 사람 구실을 하려면 하긴 해야 하며,...”

 

 

전반적으로 현실적인 듯 보이면서도, 자조하는 듯 미묘한 어조의 문제적 평범함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진지한 테마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철저한 서비스 정신 같은 것도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말이 좀 싼티가 나는데, 포장하면 이런 것이다. 특정하고 숭고한 문학적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사회적 고충이나 대중 문화의 코드 등을 잘 버무려 평범함이라는 콩코물을 뿌려 주어서, 독자로 하여금 고단한 인생살이에서 한발짝 물러나 일상을 관조하게 한다. 약간의 유머도 한 스푼 넣어서. 그렇다. 소설가는 퇴근길에 당신, 책을 보는 독자들이 훨씬 인생살이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설에 붙은 이희우 평론가는 이 작품집의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찾았다.

통속성- <롤링 선더 러브>는 리얼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대중적인유행과 접속하여 그 통속성을 사랑스럽게 다룬다.

핍진성- <무겁고 높은>의 고등학생 역도 선수 송희는 진로에 대한 일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승패를 떠나 무게와 힘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물을 규정하는 관습적인 정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물의 작동 방식을 기술하는데, 송희는 바벨을 던질 때의 그 가벼운 느낌에 천착하고 의미를 규정한다.

무난함- 요즘말로 육각형 같은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조등>이다. 성실하고 유능하고 적당히 예의바르고 생애 주기에 따라 과제를 무난하게 수행하였고, 다음 미션, 그 다음 미션에 집중해 나간다. 하늘에서 떨어져 한쪽 전조등을 고장내 버린 기이하고 요상한 일이 있었어도, 이내 잊어버리고, 토끼같은 가족들이 있는 예쁜 풍경 속으로들어간다.

허구적이거나 모순된 보편성- <보편 교양>을 보면, 수험생 자녀들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하아- 제목처럼 보편적이지 못한 교육의 왜곡된 현실을 목도하게 한다. 곽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교양을 전달하고자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신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의 내면의 갈등은 실제 현상 교사들의 어려움을 대변할 것이다.

 


나머지는 책에서 확인하시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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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30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가 이 책을 좋아해서 표지는 익숙한데 전 아직 읽어보기 전입니다. 8년째 계약직… 그 부분이 마음에 다 와닿네요. 8년째이든 15년째이든 모든 직장인은 결국 다 계약직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고용 보장이라는 건 이제 어디에서도 불가능한 일…

자주 오시니깐 참 좋아요! ☺️🤩😎

icaru 2025-08-30 17:13   좋아요 1 | URL
저도 근래들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을텐데, 뭐랄까요. 트렌디한 것을 반영한 작품에서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시사점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막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맞아요 8년째 계약직이며 뭐 거의 정직이죠 ㅎㅎ 결국 다 계약직이죠..
거의 실시간 댓글 비슷하게 단발머리님께 글을 받으니까 우아! 되게 흥분되고 신선하네용

단발머리 2025-08-30 17:15   좋아요 1 | URL
자주 오시면 이런 흥분되고 신선한 순간들이 계약 연장됩니다. 최소 8년 이상이요 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25-08-30 17:19   좋아요 1 | URL
알라딘 마을서재 마케팅부장님이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8-30 17:22   좋아요 1 | URL
진짜요?…. icaru님이 그러시다면 그렇다고 해야겠지요 ㅋㅋㅋㅋ제가 많이 부족해서 요즘 쪼금 스산한가요? 다시 한 번! 파이어! 🔥🔥🔥

잉크냄새 2025-08-3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동인문학상이 이윤기의 <숨은그림찾기1> 딱 한 권 있는데 헌책방에서 모아보려고 해도 이상은 많은데 동인은 안 보이더군요. 판매부수의 차이인 걸까요?

그리고 마지막이 너무 시크합니다.
네, 나머지는 책에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icaru 2025-08-31 13:25   좋아요 0 | URL
이윤기 와아 진짜 추억의 이름이라는 ㅎㅎㅎㅎ 잉크님 서재에도 책이 꽤 ~~~ 많이 ..그래서 집주인 노릇을 하는 ㅎㅎ 저는 그렇거든요 ㅠㅠㅠㅠ 이 작가는 동인문학상 수상하면서 데뷔했고, 이상문학상은 근래 들어 우수상을 수상하는 듯해요. 동아일보 신출문예에 등단한것도 22년인가라는 것을 보면.. 제가 과제 완결력이 떨어져서 ㅎㅎㅎ 완결을 못 짓네요. 진짜 말하지 작품에서 할말이 더 많은데,,, 제가 방언 터질까봐 수습못할까봐 무서웠어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5-08-3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작년에 여기 저기서 추천하던 책이어서 눈에 익네요.
읽어봐야지. 하면서 그대로 잊혀져 있던 책입니다.ㅋㅋ
책 평을 보다가 어떤 분은 텔레비젼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을 어디서 본 것 같아요?
<솔로 지옥>같은 상황도 있나보군요.
근데 엘리베이터를 탈 때의 조심스러움!ㅋㅋㅋ
앞집과 맞닥뜨리면 어색한 순간의 초단위가 부담스럽긴 합니다. 엘리베이터 이야긴 엄청 공감되네요.
그리고 8년 째 계약직..ㅜ.ㅜ
암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로군요.
읽여봐야겠군요.^^

icaru 2025-08-31 13:29   좋아요 1 | URL
와 책나무님 어떤분의 텔레비전 보는 것 같다는 말 찰떡인데요!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딱 알겠어요. 저와 책나무님 어떤분의 텔레비전 보는 것 같다는 말 찰떡인데요!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딱 알겠어요. 저는 이 작가가 정말 기존 작가들하고 달랐어요. 요즘 소설가들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어서 유사한 풍의 작가가 있을 수도 있을텐데 제가 모르는 걸수도 있겠지만 ㅋㅋㅋ 계약직 8년은 일렉트릭 픽션이라는 작품인데, 이상문학상 25년도 수상집에 있는 작품이어요. 이 책은 아니고,,, ^^ ㅋ제가 막 헷갈리게 써놔서... ㅋ 이 책(두 사람의 인터네셔널) 뿐만 아니라 써낸 모든 작품이 기념비적이었단 뜻으로 돌려서 이해하셔도 되용.. 일요일 오후 우리 젊은 친구들 점심 고민하시는 건 아니시죠 ㅋㅋㅋ 맞다구요? 저도... 언제 다 키우나요... 졸업하고 싶어라

 

인생이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인가 보다. _ 필라테스 수업 한 강좌를 잃었지만, 유퀴즈 빌 게이츠를 만남.



원래로 따지면 본방으로 볼 수 없었을 프로그램이다. 이날 애매한 시간에 퇴근하였다. 배는 몹시 고파서 중간에 뭘 좀 먹었는데, 집에 와서 밥을 또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이 병어찜 등 반찬을 다양하게 만들어놔서 저녁밥이 또 꿀맛. 과식의 경계를 가볍게 넘기고~ 티비 앞에 앉아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3)의 남은 부분을 본다고 앉았는데, 졸다깨다를 반복했다. 아 이 영화는 진짜 첨부한 다음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중고서점 주인이 건네는 한 마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불안을 그리는 천재라고 생각해요. 두려움과 불안은 다르다는 걸, 그녀에게서 배웠어요."는 영화에 스며든 시적 긴장의 중심을 짚어주는 언어입니다. 라고 누군가 그랬다. 가장 명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식곤증에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어느덧 영화는 끝나 있었고, 현재 시각은 920분이라고 나온다. 이건 결석 빼박이다. 필라테스 다시 시작한지 1년쯤 되는데, 오늘까지 하면 결석이 이틀이다. 첫 결석은 (내 기억이 맞다면) 엄마 수술 때문에 입원하셨을 때 면회일을 조정하지 못해서 가지 못했을 때이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참 어이가 없기도 하지. 티비로 변경해서 멍하니 리모컨을 돌리다가 유퀴즈에 멈췄다.


케데헌의 메기강 감독이 나오고 있었다. 뭐 그것도 뒷부분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바로 다음이 대박 빌 게이츠가 나왔다. 나는 대한민국의 예능프로에 빌 게이츠가 나왔던 저간의 사정이 궁금했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인가. 혁신의 그룹으로 삼성을 꼽았고, 이재용이 핸드폰을 선물로 줘서 돈이 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조세호가 사진을 찍자고 청하자 조세호의 핸드폰을 보더니 자기 것과 같은 거라고 말한다.

 

다음 날,  방송 중에 그가 추천했던 책들이 궁금해서 중앙일보 기사를 검색했다. 
다음과 같은~ 그는 "일주일에 네 번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다. 햄버거는 실패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생각 주간'이라는 것을 둬 매년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책만 읽은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팩트풀니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등 3권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 대해 "혁신 역량이 뛰어난 나라"라며 "지난 20년간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책 검색한다고 백만년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봤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그럼에도 떠올리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서재마을 지인들의 발자국 따라 오후와 저녁 시간을 보냈다. 
끝으로 11년 전에 내가 끄적였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내 리뷰를 다시 봤다. 찌질하게도 제목 옆에 (작성중)을 붙였더라. 11년째 작성중이란 말임??? 
남편에게 빌 게이츠가 유퀴즈에 나왔다는 말을 하자, 알고 있다면서 빌 게이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성추문이랄지, 언론을 조정 했달지 ...
아 ..........정말이지 얘기가 왜 또 여기로 빠지냐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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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8-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쩐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했더니 백만년 만에 이카루님 글이 올라와서 였군요.
자주 글을 접했으면 좋겠어요. 자꾸 몽글몽글해지게.

icaru 2025-08-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좋으네요! 주문진의 아드님 댓글이 페이퍼 첫머리에서 반짝거리네요 ㅎㅎ 일상 대화라도 나누고 싶기에 곧 즐거운 페이퍼 읽기 하러 잉크님 서재 반문하겠슴다!!

icaru 2025-08-2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 잉크님은 오타를 싫어하시는데 이거참 ㅎㅎ

단발머리 2025-08-30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은 알라딘 안 오시는 시간에도 여전히 바쁘셨네요~~ 필라테스 수업 멋져요. 저는 집에서 요가매트 펴놓고 홈요가 하는데 실제로는 동영상 틀어놓고 누워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잠들기도 하지요.
저도 빌 게이츠 영상 봤어요. 100만원짜리 문제 단번에 맞추었습니닼ㅋㅋㅋㅋ 놀라운 건 말이지요. 남편 분의 그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에서는 제가 큰애에게 ㅋㅋㅋㅋㅋㅋ 너, 빌게이츠 왜 이혼했는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25-08-30 10:42   좋아요 2 | URL
그니까 자장가 용도로 ㅋㅋㅋ 단발머리님이 그러신다면 그것도 신박한 운동 요법이 되는 것임. ㅋㅋ 저는 아주 진지한데요, 그게 그러니까 생존형 운동을 합지요 절박하게 그리고 또 밤에 잘 좀 자려고 ㅠ
근데 님 저희 남편님이세요? 이혼 이야기를 시작으로 애들과 저녁먹는 내내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사람이다.. ... ㅎㅎ은퇴 이후에는 거대한 재산을 쏟아 부으며 말라리아 퇴치, 백신 개발, 기후 위기 대응 같은 일에 “지구의 미래”를 붙잡듯 매달려 왔다는 거.
누군가는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또 누군가는 “이만한 추진력을 낼 사람 또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저는 후자쪽인 거 같아요. 최근에 <빌 게이츠, 지구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김영사에서 나온 책을 볼 일이 있어서 더 그런 듯헙니다.

책읽는나무 2025-09-0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좀 커피 타서 자리에 앉아 icaru 님 서재에 바로 달려왔네요.^^
어젠 왜 그리 바쁜지? 평소 느긋한 주말을 보냈는데 말이죠.ㅋㅋㅋ
젊은 친구들 늦은 아침 챙겨 먹이고 오후엔 종교 활동? 한다고 통도사 절에 다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다녀오고 빈 친정에 들러 마당에 밀림처럼 자라난 풀 뽑고…정말 정신 없는 하루였네요.
저 퍼펙트 데이 영화처럼 좀 평온하게 사는 게 제 꿈인데 말입니다. 저 영화를 삼분의 이 정도 본 것 같아요. 보다가 잠들고, 일이 생기고…ㅋㅋㅋ 근데 저 서점 주인이 대화가 기억납니다. 저도 듣고서 오잉? 했었는데 딱 인용해주셨네요. 남자 주인공이 늘 집에서 독서를 하던데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했더랬는데 아..하이스미스 책을 추천받아 읽는구나. 나도 읽어보리라. 다짐만…ㅋㅋㅋ 그리고 전 그 영화에서 공원의 공중 화장실이 그렇게나 세련되고 깨끗하단 걸 첨 알았네요. 그것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ㅋㅋ
우리 나라에도 공중화장실 괜찮은 곳들이 종종 있던데 대부분 이름난 공원 또는 휴게소 장소에 설치되어 있던데…
암튼 영화도 영화지만 남편분이 병어찜을 하셨대서 깜놀했네요. 병어찜 박나래 어머님 레시피를 유튜브에서 봤거든요. 한 번 따라해봐야지. 했지만 생선조림은 좀 자신이 없는지라…남편분이 요리를 잘하시나봅니다. 꿀맛이라 필라테스 수업도 결석하시고.ㅋㅋㅋ

빌 게이츠 저도 잠깐 봤어요. 진짜로 유퀴즈에 나오다니? 하면서 봤었네요.
빌 게이츠 본인이 젊은 시절엔 직원들을 쥐잡듯 했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보통 성격은 아닐 것 같아요. 성추문 거기다 아동 성추문 논란을 생각할시엔 저도 빌 게이츠에 대한 호감도가 확 떨어졌긴 합니다만..재산을 기부하여 기후 위기에 힘을 보탠 공적은 높이 평가하는 게 맞지 싶어요.
그날 저와 딸이 재산의 99%를 기부했대. 1%를 가지고 삼형제 나눠주고 남는 게 있나? 얘기했더니 대문자 T인 남편이 부자한테 1%도 죽을 때까지 써도 남는 돈이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다 알아서 준비해놓고 기부했을 거다. 라고 말해서 또 듣고 보면 그럴 것도 같구요.ㅋㅋㅋㅋㅋ 그래도 전재산을 기부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예전에 유퀴즈에 경주 최씨 만석꾼 부자 가문의 후손이 나오신 걸 잠깐 봤었는데 그 집의 할아버님? 조상님이 나라를 위해 전재산을 기부했다고 하고, 현재 진주의 김장하 어르신도 거의 전재산을 국가에 기부하시고…이런 일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기부하려면 어서 부자가 되어야?ㅋㅋㅋ

이와중에 저 분홍 표지책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갑니다. 저 책도 명사들이 추천 참 많이 하던데…그래도 icaru 님은 벌써 11 년 전부터 읽고 계셨네요.^^

icaru 2025-09-01 11:25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은 글부자 텍스트양도 질도 와아! 진짜! ㅎㅎ 유퀴즈에 경주 최씨 후손이 나왔었단 말이죠? 다음에 찾아볼 일입니다^^ 주변 지인중에 하이스미스의 책을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저도 리플리 밖에 몰라요 그것도 원작을 읽었던 것은 아닌데~ 불안과 두려움이 다르다는 걸 글로 보여 줬다는게 막연하게 나마 느껴지는 거예요. 그게 뭐였을지 ㅎ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하는게 생략없이 그대로 나오는데, 다소 부담스럽기도 ˝왜 편집을 안 허냐!˝ ㅋㅋ 하면서 빌 게이츠는 자기가 자기입으로 직원들에게 엄격했다고 (후회하면서) 회상할 정도면 진짜 그때 아마 거대한 부를 축척하지 않았을지 싶기도요 ㅎㅎ
 
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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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통합 도서관에 딱 한 권 밖에 없던 책을 빌렸던 터라 더 감질났던 거 같다. 드물게도 빌려 읽고 그냥 한 권 다시 구매한 책이다. 두께도 얇아서 마음에 쏙 든다.

작가는 이혼을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내는 일에 빗댄 다음 자신이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이 동화 벽지"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퍼붓는 비를 맞아 가며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던 길에 그만 가방이 열려 장 봐 온 닭이 로드킬되는 걸 목격해야 했던 작가는 비에 쫄딱 젖은 채 집으로 돌아와 그토록 피곤한 날에도 자신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자조적으로 말한다. "나는 혼자였고 나는 자유였다. 관리되는 것도 거의 없고 수도나 전기 같은 기본 시설마저 수시로 끊기는 집에 따라붙는 막대한 관리비를 지불할 자유가 내게 있었다.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다해 가는 컴퓨터에 글을 쓸 자유가 내게 있었다."

기묘한 유의 수동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일터에서 더 많은 직무를 맡기 시작했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집에 살면서도 별도로 생활하고 잠도 각방에서 잤다. 일터에서 까다롭고 보람찬 일과를 마치고 귀가했을 때 함께 영화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음에 여자는 만족스러워했다.

현대 가정을 둘러싼 변덕스런 정치가 한층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 터였다. 내가 아는 혅대적이고 외관상 힘있어 보이는 여자 중의 다수가 다른 이들을 위해 가정을 꾸리고도 보금자리에서 느껴야 마땅할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집보다 사무실이나 다른 형태의 작업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후자에선 그나마 누군가의 와이프 이상의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었다.

라고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내 인생에 대입해 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눈치를 보는 인생인 것이다. 휴식할 곳이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나로 존재하는 이 삶이 수고로워 죽겠는데,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생각이 많아지는 나.

가부장제 바깥에서 다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작은 구리 주전자에 터키 커피를 끓여 그 잔에 붓고 은 뚜껑을 덮곤 한다는 얘기를 하직 가게의 막내 형제에게 털어놓지는 못했다. 이건 내 글쓰기 일과의 작은 의례가 되었다. 자정부터 다음 날 이른 시간까지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지면에서도 어김없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글쓰기용 의자에서 한 발도 안 움직이고 밤을 거니는 방랑자가 된다. 낮보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슬프고 차분한 밤, 그리고 그 밤을 채우는 소리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 배관에서 올라오는 소리,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삐그덕대는 바닥 마룻장과 유령처럼 오가는 야간 버스 소리"

백수련 님의 에필로그


"손재주가 아주 좋았고, 집 안을 누구보다 깨끗하게 정리했고, 식혜나 고추장 같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었지만 할머니는 내겐 그런 것들을 조금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작가가 된 후 새벽까지 거실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는데,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온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아직도 그러고 있냐"하며 안쓰러워했다. "얼른 가서 자라, 병 날라"하지만 졸음 섞인 할머니의 목소리에 당신이 감히 꿈꿔 볼 수 없었던 어떤 고귀한 일을 하는 손녀딸을 기특해하는 마음이 한밤의 꽃향기처럼 비밀스럽게 배어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것밖에는 몰랐던 사람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물질적인 삶'과는 다른, 할머니의 눈에 보다 숭고해 보이는 정신적 세계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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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6-1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님 , 정말 오랜만. 잘 지내셨지요?

icaru 2023-06-14 14:50   좋아요 0 | URL
우아 나인님 너무나 반갑고 궁금한 아이디예요!!
잘 지내시죠? 아드님은 이제 성년이 다 되었겠어요!!
저 종종 들어가서 사진과 페이퍼를 본답니다~

최근에는 먹고사는 일에 바빠 격조하였지만 ㅎㅎ

icaru 2023-06-14 14:51   좋아요 0 | URL
나인 님이 유튭으로 올리셨던 피아노 연주도 가끔 생각하는데요 저는 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드디어!!
마침내!!!^^

icaru 2023-06-16 16:1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또 이 책하면 책나무님!!!

2023-08-04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8-0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아공 ㅎㅎㅎ

단발머리 2025-08-1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안녕하세요?
제게 항상 긍정과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예전 글 읽다가 달아주신 댓글 보고 인사하러 왔어요. 별일 없이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가장 큰 적은 역시나 한여름 무더위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icaru님~~ 심심하시면 한 번씩 놀러 오시구요!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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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궤적>을 읽으며 지난날 나를 거쳐 갔던 한때 친구라고 불렀던 이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 ‘참회도 아니고, ‘고운 추억도 아닌 감정의 실타래들을 가늠해 보았다.

는 서른 초반의 나이에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간다. 주변에선 모두들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모두가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에 그렇게 인생을 낭비하다가는 결국 낙오자가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은 최초의 한국 사람이 바로 그 언니였고, ‘는 그런 언니가 좋았다. 그러나 모든 인연이 그렇듯 특수한 (프랑스) 상황에서의 인연은 맥락이 달라지면 입장도 달라진다. <여름의 빌라>도 그렇고 그런 결을 모두 잘 살려낸 작가의 문체가 나는 참 좋았다. 다른 작품들도 그랬다. 좋았다는 점을 이렇게 강조를 하게 되는 이유가 있는데, 부모독서동아리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었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조심스러워하는 특유의 문체가 자신들과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찡해져서 중간중간 멈추기를 여러번 했구만. 독서모임 2년만에 처음으로 이 모임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 이 작품은 이러이러해서 요러요러한 부분이 마음에 쏘옥 들어오더라고요 등등 말하고 있는데 혼자만 열을 올리고 다른 이들의 냉담함이 느껴졌달까! 줌이라서 공기를 못 읽었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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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7-08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백수린 작가님 여름의 빌라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님 심성이 엿보여 작가님 더 좋아졌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감수성이 돋보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시간의 궤적>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났던 작품이었어요. <여름의 빌라>도 그렇고...
한 알라디너님이 알려 주시던데 백 작가님은 베이커리도 잘 하신다더군요? 그래서 더 좋아하기로 했어요ㅋㅋㅋ
서로 책 취향이 다를 수 있긴한데, 백수린 작가는 다들 좋아할만한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저도 좀 놀랐습니다^^
이카루님 살짝 섭섭하셨을 것 같은 마음 조금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래도 2 년이면...짧은 시간은 아녔네요^^

icaru 2022-07-08 14:42   좋아요 1 | URL
이런 저의 감성과 잘 맞는 좋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순전 책나무님 덕분이어요!
부독넷 모임은 음. ㅎㅎㅎㅎ 책 취향은 다른데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나가고 있었더랍니다. 아이 중학교 동급생 혹은 선배 엄마들 저 포함 아홉명으로 이루어진 모임인데요.
결정적으로 한분이 책 리뷰 나눌 때, 이런 문체가 재수없다고 하셔서 원래 직설하시는 분이지만, 괜히 제 마음에 비수가 찔린듯 흐흑 ㅋ 아무튼 말이죠~ 그 전 모임에서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라는 만화 에세이 이야기 나누면서, 제가 이해 못하겠다, 어쩌다 도리질 하며 시종 했던 게 그제야 떠오르면서, 하핫..
생각해 보니, 전 이 책도 그렇고, <친애하고 친애하는>도 그렇게 작가에 대한 이미 호감 100%를 갖고 독서를 했던 거 같긴 해요. 살림비용 이라는 책에서 추천글도 얼마나 백수린 작가가 잘 썼게요~

책읽는나무 2022-07-08 15:53   좋아요 0 | URL
아...그러셨나요?
영광입니다^^
혹시 <문맹> 읽어보셨나요?
그 책도 백작가님 번역하셨던데 번역 후기문도 참 좋더군요.
찾아 보니 뒤라스 책 한 권도 번역했더라구요? 똑똑하기까지 한 백자가님인데!!!!ㅋㅋㅋ
근데 전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찾아서 읽어봐야 겠군요. 근데 읽었던가? 싶기도 한데요..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질 않네요? 제목은 친근한데 말입니다.
전 <나의 할머니에게>의 백작가님 단편이 참 좋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예전에 세월호 피해자 부모들의 심정을 기록한 책을 읽었을 때, 그 책 읽었다니까 책 좀 읽으시는 지인이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해서 좀 놀랐던 적이 기억 나네요.
한 번씩 나더러 책을 읽는 스타일이 좀 다르다고 해서...그런가? 싶다가도 알라딘 들어 오면 그래도 전 제가 좀 너무 쉽고, 흥미 위주의 평범한 책을 읽는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알라딘 세상은 수준 높고, 읽기 쉽지 않은 책 읽으시는 분들 많잖아요?
근데 저는 오프라인에선 좀 이상한? 책 읽는 사람 취급 받아서 좀 뭐랄까??? 내가 독특한가? 좀 그런 생각 종종 하긴 합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조금 위안을 받기도 하구요ㅋㅋㅋ
지금 책 한 권을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충격으로 확 몰입하여 읽었는데요. 6월 여성주의 책인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제목인데, 아마도 제 지인은 제목만 보고서도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그럴 것 같네요.
ㅋㅋㅋ
다른 면에선 나와 취향이나 성향이 정말 잘 맞는데 책 취향이나 드라마 취향이 많이 달라서 그냥 하회탈 표정 지음서 얘기 들어주기만 하고 있어요ㅋㅋㅋ
이카루님 독서클럽 얘기를 하시니 저도 갑자기 제 주변 지인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다는 게...그만^^

icaru 2022-07-11 21:55   좋아요 1 | URL
ㅋㅋ 하회탈 표정
저 문맹 읽었어요 책나무님 서재에 댓글도 달았었조 ㅋ 언어에 대한 절박함이랄까!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에 대해 저절로 존경심이 차오르더라고요! 친애하고 친애하는 에도 할머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아무튼 백수린 작가를 알게 된 건 좋은 친구를 새로 사귄 느낌이랄까요 ㅋㅋㅋ

기억의집 2022-07-0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책표지가 매력적이라.. 읽을까 했던 작품이네요. 이십대 친구중에 이십대 후반에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고 하더니.. 착착착 준비해서 가더라고요. 알바해서 안 먹고 안 사 입고 하더니 천만원을 모아 갔는데, 그 친구가 형편이 안 좋아 제가 패딩 줄테니 그거 가져가 하고 나선 그 패딩을 약속 날짜에 못 줬어요. 그 친구 화가 나서 연락 없이 프랑스로 떠났다 했는데.. 그게 이십년이 넘는데 프랑스에서잘 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단편 소개 읽으니 그 때 그 일 생각 납니다.

icaru 2022-07-11 21:4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표지가 맘에 들더라고요 ㅎㅎ 아이코 그런 사연이 있으시군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저는 문체랄까 하는게 딱 마음에 들었거든요 근데 다들 제맘같지는 않은지 ㅎㅎㅎ
긍데 저도 갑자기 기억님의 그 친구분 근황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icaru 2025-08-2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팩트풀니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2251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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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의 기원>이라고 쓰고, <악의 기원>이라고 읽는다.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로 먼저 만난 <7년의 밤>을 통해서는 ‘이 작가다’라는 확신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훗날 듣기로 원작을 읽어야 한다고들 하긴 했지만.) 그러던 내가 정유정의 작품 <완전한 행복>을 읽고, 나서야 눈빛을 빛내며 작가가 천작한 사이코패스 악인의 심리 세계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작품을 다 읽고, 흡사 습작일기와도 같은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켰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목이 마르고 답답했다. 그들이 늘 '그'였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눈으로 그려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객체가 아닌 주체여야 했다. 우리의 본성 어딘가 자리 잡고 있을 '어두운 숲'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줄 수 있으려면.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지 그려 보이려면.”라는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세 번을 다시 썼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이 대작가가 세 번째 다시 쓸 때는 비로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작가인 ‘내’가 어린 시절부터 학습돼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깨버리지 못했다는 걸. 주인공인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맹수’인데. 인류의 2~3퍼센트는 이 사이코패스에 속한다고 한다. 물론 주인공 유진은 상위 1프로에 속한다. 이 책 속 유진처럼 폭발이 되려면 학대나 범죄 환경에 놓여 유전적 기질이 상호작용을 이룬다고 한다. 이 책의 영향이었는지 뭐가 먼저였는지 몰라도 읽으면서 금쪽 같은 내새끼의 역대급편을 몰아보기도 했다. 김혜수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소년심판을 보기도 했다. 악의 씨앗은 따로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답은? 아니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이다. 그러나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해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가 인간의 악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본성 안의 ‘어두운 숲’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으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203~206쪽

불길 같은 흥분이 신경절을 타고 온몸으로 내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현기증이 났다. 내가 칼을 쥔 게 아니라 칼이 내 손을 거머쥐고 여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눈앞이 와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칼을 쥔 손이 저릿저릿해왔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머릿속 어디가에선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실낱같이 열려 있던 이쪽 세상과의 통로가 닫히는 소리였다. 나는 내가 다른 세상의 국경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도, 돌아갈 의지가 없다는 것도.

이런 순간을 상상한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순간이 왔을 때, 나를 제어할 자신도 있었다. 정말로 이런 순간이 오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도 머리도, 오로지 교감 신경의 지시에만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너무도 쉽고 빠르게 상상의 경계를 넘어버렸다.

세상이 사라졌다. 위장에서 요동치던 불길이 성욕처럼 아랫배로 방사됐다. 발화의 순간이었다. 감각의 대역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내 안의 눈으로 여자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전지의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전능의 순간이었다.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해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다.

모든 걸 알게 된 지금에 와서야 나는, 내가 살인을 저지르리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하구언 길의 위험한 놀이를 그만두라고 스스로 경고했겠지. 그런데도 계속했던 건, 상상의 경계를 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 사회적 자아가 견고하다고 믿었다. 즐거운 한때와 인생을 맞바꿀 만큼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에 대한 과대평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이 어젯밤 운명의 손에 내 목을 내주게 만든 것이었다.



나는 다음 책은 <진이, 지니>로 정해 두고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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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6-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이카루님!!♡
너무 반가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더듬을 뻔~~ㅋㅋㅋ
또 이렇게 정유정 작가님 책을 들고 오셨군요?
전 ‘7 년의 밤‘ 소설 읽고,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또 소설은 읽으려고 사다 모으기만 하고, 그 중 ‘완전한 행복‘ 읽으려고 했었는데 말들이 많아 읽는 것을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잊고 있었는데 이카루님 글 읽다 보니 정유정 작가님 소설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년 심판‘도 평이 좋던데~^^
암튼, 더워진 날씨에도 잘 지내고 계신 거죠?^^

icaru 2022-06-21 08:19   좋아요 1 | URL
오모낫!!! 이리도 반겨 주시공~~ !! 역시 구관이 명관입니당~~ 좀 이따 책나무님 서재도 마실가야겠습니당~ 뜸하게 와도 한결같은 곳은 이곳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유정 님의 작품은 한번 꽂히니까 우아 가독성이 장난이 아니어요!! 쭉쭉 읽히더라고요!! ㅋㅋ 저도 작년에야 이 대열에 들어섰습니당 ^^

프레이야 2022-06-2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를 처음 읽었는데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밤새 읽었어요. 영화도 보았지만 소설이 더 무서웠어요. 이후 종의 기원은 낭독녹음도 한 도서에요. 대사 읽을 때 간접체험인 듯 묘한 흥분이 일더군요. 반가워요 이카루님 오랜만이죠^^

icaru 2022-06-23 21:58   좋아요 1 | URL
우아 종의 기원도 낭독하셨구나! 1인칭 주인공 내레이션인터라 더 뭔가 실감나셨겠어요 우아!! 묘한 흥분의 정체를 잘 알것같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