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인가 보다. _ 필라테스 수업 한 강좌를 잃었지만, 유퀴즈 빌 게이츠를 만남.



원래로 따지면 본방으로 볼 수 없었을 프로그램이다. 이날 애매한 시간에 퇴근하였다. 배는 몹시 고파서 중간에 뭘 좀 먹었는데, 집에 와서 밥을 또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이 병어찜 등 반찬을 다양하게 만들어놔서 저녁밥이 또 꿀맛. 과식의 경계를 가볍게 넘기고~ 티비 앞에 앉아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3)의 남은 부분을 본다고 앉았는데, 졸다깨다를 반복했다. 아 이 영화는 진짜 첨부한 다음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중고서점 주인이 건네는 한 마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불안을 그리는 천재라고 생각해요. 두려움과 불안은 다르다는 걸, 그녀에게서 배웠어요."는 영화에 스며든 시적 긴장의 중심을 짚어주는 언어입니다. 라고 누군가 그랬다. 가장 명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식곤증에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어느덧 영화는 끝나 있었고, 현재 시각은 920분이라고 나온다. 이건 결석 빼박이다. 필라테스 다시 시작한지 1년쯤 되는데, 오늘까지 하면 결석이 이틀이다. 첫 결석은 (내 기억이 맞다면) 엄마 수술 때문에 입원하셨을 때 면회일을 조정하지 못해서 가지 못했을 때이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참 어이가 없기도 하지. 티비로 변경해서 멍하니 리모컨을 돌리다가 유퀴즈에 멈췄다.


케데헌의 메기강 감독이 나오고 있었다. 뭐 그것도 뒷부분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바로 다음이 대박 빌 게이츠가 나왔다. 나는 대한민국의 예능프로에 빌 게이츠가 나왔던 저간의 사정이 궁금했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인가. 혁신의 그룹으로 삼성을 꼽았고, 이재용이 핸드폰을 선물로 줘서 돈이 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조세호가 사진을 찍자고 청하자 조세호의 핸드폰을 보더니 자기 것과 같은 거라고 말한다.

 

다음 날,  방송 중에 그가 추천했던 책들이 궁금해서 중앙일보 기사를 검색했다. 
다음과 같은~ 그는 "일주일에 네 번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다. 햄버거는 실패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생각 주간'이라는 것을 둬 매년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책만 읽은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팩트풀니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등 3권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 대해 "혁신 역량이 뛰어난 나라"라며 "지난 20년간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책 검색한다고 백만년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봤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그럼에도 떠올리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서재마을 지인들의 발자국 따라 오후와 저녁 시간을 보냈다. 
끝으로 11년 전에 내가 끄적였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내 리뷰를 다시 봤다. 찌질하게도 제목 옆에 (작성중)을 붙였더라. 11년째 작성중이란 말임??? 
남편에게 빌 게이츠가 유퀴즈에 나왔다는 말을 하자, 알고 있다면서 빌 게이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성추문이랄지, 언론을 조정 했달지 ...
아 ..........정말이지 얘기가 왜 또 여기로 빠지냐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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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8-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쩐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했더니 백만년 만에 이카루님 글이 올라와서 였군요.
자주 글을 접했으면 좋겠어요. 자꾸 몽글몽글해지게.

icaru 2025-08-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좋으네요! 주문진의 아드님 댓글이 페이퍼 첫머리에서 반짝거리네요 ㅎㅎ 일상 대화라도 나누고 싶기에 곧 즐거운 페이퍼 읽기 하러 잉크님 서재 반문하겠슴다!!

icaru 2025-08-2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 잉크님은 오타를 싫어하시는데 이거참 ㅎㅎ

단발머리 2025-08-30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은 알라딘 안 오시는 시간에도 여전히 바쁘셨네요~~ 필라테스 수업 멋져요. 저는 집에서 요가매트 펴놓고 홈요가 하는데 실제로는 동영상 틀어놓고 누워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잠들기도 하지요.
저도 빌 게이츠 영상 봤어요. 100만원짜리 문제 단번에 맞추었습니닼ㅋㅋㅋㅋ 놀라운 건 말이지요. 남편 분의 그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에서는 제가 큰애에게 ㅋㅋㅋㅋㅋㅋ 너, 빌게이츠 왜 이혼했는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25-08-30 10:42   좋아요 2 | URL
그니까 자장가 용도로 ㅋㅋㅋ 단발머리님이 그러신다면 그것도 신박한 운동 요법이 되는 것임. ㅋㅋ 저는 아주 진지한데요, 그게 그러니까 생존형 운동을 합지요 절박하게 그리고 또 밤에 잘 좀 자려고 ㅠ
근데 님 저희 남편님이세요? 이혼 이야기를 시작으로 애들과 저녁먹는 내내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사람이다.. ... ㅎㅎ은퇴 이후에는 거대한 재산을 쏟아 부으며 말라리아 퇴치, 백신 개발, 기후 위기 대응 같은 일에 “지구의 미래”를 붙잡듯 매달려 왔다는 거.
누군가는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또 누군가는 “이만한 추진력을 낼 사람 또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저는 후자쪽인 거 같아요. 최근에 <빌 게이츠, 지구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김영사에서 나온 책을 볼 일이 있어서 더 그런 듯헙니다.

책읽는나무 2025-09-0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좀 커피 타서 자리에 앉아 icaru 님 서재에 바로 달려왔네요.^^
어젠 왜 그리 바쁜지? 평소 느긋한 주말을 보냈는데 말이죠.ㅋㅋㅋ
젊은 친구들 늦은 아침 챙겨 먹이고 오후엔 종교 활동? 한다고 통도사 절에 다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다녀오고 빈 친정에 들러 마당에 밀림처럼 자라난 풀 뽑고…정말 정신 없는 하루였네요.
저 퍼펙트 데이 영화처럼 좀 평온하게 사는 게 제 꿈인데 말입니다. 저 영화를 삼분의 이 정도 본 것 같아요. 보다가 잠들고, 일이 생기고…ㅋㅋㅋ 근데 저 서점 주인이 대화가 기억납니다. 저도 듣고서 오잉? 했었는데 딱 인용해주셨네요. 남자 주인공이 늘 집에서 독서를 하던데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했더랬는데 아..하이스미스 책을 추천받아 읽는구나. 나도 읽어보리라. 다짐만…ㅋㅋㅋ 그리고 전 그 영화에서 공원의 공중 화장실이 그렇게나 세련되고 깨끗하단 걸 첨 알았네요. 그것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ㅋㅋ
우리 나라에도 공중화장실 괜찮은 곳들이 종종 있던데 대부분 이름난 공원 또는 휴게소 장소에 설치되어 있던데…
암튼 영화도 영화지만 남편분이 병어찜을 하셨대서 깜놀했네요. 병어찜 박나래 어머님 레시피를 유튜브에서 봤거든요. 한 번 따라해봐야지. 했지만 생선조림은 좀 자신이 없는지라…남편분이 요리를 잘하시나봅니다. 꿀맛이라 필라테스 수업도 결석하시고.ㅋㅋㅋ

빌 게이츠 저도 잠깐 봤어요. 진짜로 유퀴즈에 나오다니? 하면서 봤었네요.
빌 게이츠 본인이 젊은 시절엔 직원들을 쥐잡듯 했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보통 성격은 아닐 것 같아요. 성추문 거기다 아동 성추문 논란을 생각할시엔 저도 빌 게이츠에 대한 호감도가 확 떨어졌긴 합니다만..재산을 기부하여 기후 위기에 힘을 보탠 공적은 높이 평가하는 게 맞지 싶어요.
그날 저와 딸이 재산의 99%를 기부했대. 1%를 가지고 삼형제 나눠주고 남는 게 있나? 얘기했더니 대문자 T인 남편이 부자한테 1%도 죽을 때까지 써도 남는 돈이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다 알아서 준비해놓고 기부했을 거다. 라고 말해서 또 듣고 보면 그럴 것도 같구요.ㅋㅋㅋㅋㅋ 그래도 전재산을 기부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예전에 유퀴즈에 경주 최씨 만석꾼 부자 가문의 후손이 나오신 걸 잠깐 봤었는데 그 집의 할아버님? 조상님이 나라를 위해 전재산을 기부했다고 하고, 현재 진주의 김장하 어르신도 거의 전재산을 국가에 기부하시고…이런 일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기부하려면 어서 부자가 되어야?ㅋㅋㅋ

이와중에 저 분홍 표지책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갑니다. 저 책도 명사들이 추천 참 많이 하던데…그래도 icaru 님은 벌써 11 년 전부터 읽고 계셨네요.^^

icaru 2025-09-01 11:25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은 글부자 텍스트양도 질도 와아! 진짜! ㅎㅎ 유퀴즈에 경주 최씨 후손이 나왔었단 말이죠? 다음에 찾아볼 일입니다^^ 주변 지인중에 하이스미스의 책을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저도 리플리 밖에 몰라요 그것도 원작을 읽었던 것은 아닌데~ 불안과 두려움이 다르다는 걸 글로 보여 줬다는게 막연하게 나마 느껴지는 거예요. 그게 뭐였을지 ㅎ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하는게 생략없이 그대로 나오는데, 다소 부담스럽기도 ˝왜 편집을 안 허냐!˝ ㅋㅋ 하면서 빌 게이츠는 자기가 자기입으로 직원들에게 엄격했다고 (후회하면서) 회상할 정도면 진짜 그때 아마 거대한 부를 축척하지 않았을지 싶기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