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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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낯선 사람을 접할 때의 이런저런 계산에 관한 책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나 자신만 생각해봐도,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당혹감 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타인의 말에 대한 근심, 누군가를 만나고 판단 오류를 범하거나 상처를 받았거나 하는 일들로 마음쓰여 할 때가 많고,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삶의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인 셈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그 사람에 관해 이런저런 (친절한지, 위험한지, 재밌는지, 지루한지) 판단을 하지만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대개의 경우 범하는 오류, 즉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잘못된 전략, 그것도 매우 고집스럽게 장기적으로 의존해왔다는 것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 심장한 부분은 "맥락" 부분이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대화의 내용보다 맥락을 고려하는 것인데, 고등학교 국어 심화 화법과작문에서나 나올 법한 이 맥락을 안다는 게, 진짜 쉽지 않다.

인지 심리학자 아트 마크먼도 "타고난 기질, 능력, 성품, 그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황이다. 라고 했다던데, 이 책과 정통한다.

책에서도 나오는 일화이지만, 상황을 무시하라는 집단 교육을 받은 사람이 우직하게 임무를 수행할 경우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 블링크 등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다. 도서관에 가면 2권 이상씩 보통 비치되어 있는 책이고,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는 드물게도 오랫동안 서점가의 스테디셀러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쓰는 작가인데, 그 유명세와 나는 인연이 없었는지 이번에 처음 접한 작가이다.

원래 기자의 글을 좋아한다. 왜냐면, 잘 읽히기 때문이다. 하하.

그런데 이건 외국 기자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국내의 조중동 정치사회부 기자들 그밖에 매경이나 서울신문이나 등등 죄송하지만,,, 앞으로보고 뒤로보고 거꾸로보아도 아니옳시다 이다....) 

어그로 끌기 위한 정말 열폭하는 기사와 기사제목을 상당히 많이 접하고 산다.) 

 

 

 

 

위싱턴포스트 기자 생활을 10년 했고, 뉴욕 지부장까지 지냈더라. 명쾌하고 평이한 문체라서 작가에게 고마웠는데, 기자 출신이었던 것. 게다가 소설가나 문인처럼 수미상관의 얼개를 사용한 것도 드라마틱하다.

2015년 텍사스주 휴스턴 도로에서 어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과 경찰관의 비극적인 일화(?)를 제시하고, 글의 마무리도 그 일화를 통해 매듭짓고 있다.

12개의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라니, 이 책을 두고 말콤 글래드웰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를 잘 알겠다.

이 중 실비아 플라스 편을 상세히 옮겨와 본다.

영국의 1960년대 가정에서는 도시 가스로 인한 자살률이 상당했다고 한다. 실비아 플라스가 목숨을 끊은 1962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5,588명이 자살했고, 그중 2469명이 실비아 플라스의 모방 자살이었다. 그러다가 북해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고, 가정에 공급되는 화학적 성질이 바뀌면서, 자살률도 점차 줄었들었다고 하는데,,,,,

<벨 자>에서 플라스의 주인공은 자살을 할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다. 그냥 아무 방법이나 되는게 아니다. 추운 2월의 밤에 실비아 플라스에게 딱 맞는 방법이 공교롭게도 거기 부엌에 있었다.

1958년부터 1982년까지 25세~44세(플라스는 서른 살에 죽었다) 영국 여성의 자살률을 보여주는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자.

                                     
                                

플라스가 자살한 1960년대 초, 영국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0명이라는 경이적인 쉬에 도달했다. 가스 중독 사망 때문이다. 천연가스로 전환 완료된 1977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 자살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실비아 플라스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그녀가 "달콤하게, 달콤하게 들이마실" 일산화탄소 같은 구름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낯선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실수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관념, 그리고 그 관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구축하는 제도와 실천을 알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남는 것이라곤 개인적인 것뿐이다. 쉽게 속아넘어가는 등반가, 부주의한 그레이엄 스패니어, 불운한 아만다 녹스, 저주받은 운명의 실비아 플라스 등등.

* 8쪽 아래에서 셋째줄 : 그는 왜 소애성애자 -> 소아성애자

* 54쪽 아래에서 넷째줄 : 가까운 사람들한테서들은-> 사람들한테서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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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4-0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나온줄은 알고 있었는데 위에 소개해주신 실비아 플라스 이야기 읽으니까 완전 소름!!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icaru 2020-05-07 13:20   좋아요 0 | URL
답글 달아 주신 것 한 달이나 다 지나서 알게 되다니요 ㅠ;;
진짜 흥미롭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인데, 평이하고 쉽게 썼기 때문인 거 같아요 ㅎ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
앤디 퍼디컴 지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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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 다다르면

인생의 수많은 나다운 답들이

수두룩 쌓여 있다.



다만,

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호흡을 따라 숨을 쉬며

조용히 저 가슴 밑바닥으로 가는 길,



바로 명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술이다.





사실 내 삶에 명상이 필요하다는 자각에 이른 것은 최근 2년도 안 된다. 명상 혹은 마음 챙김, 수련 같은 것이 내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마흔통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의미했고, 면역 체계가 엉망이 되어선지 급격한 체력저하로 혼란스러웠다. 사람은 그런 존재인가보다. 삶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결국 나의 내면이 나를 구해줄 것임을 아는 것.



인간의 정신은 참으로 연약하다. 나의 힘듦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있는 나를 인식했을 때,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알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존재하기 위해서 명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걸음 물러나 일상의 혼란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를 갖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말한다. 명상에서는 목적지와 여정이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우리가 때로 삶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모종의 목적지에 도달하려고만 애쓰느라 여정에는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는데, 잠깐씩 멈춰 서서 호기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얼른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저 꾸역꾸역 나아가기만 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최종에 당도한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마저 내 자신이 저지른 짓을 걱정하는 데에 허비하게 되는 것.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마음을 현재에 머물게 함으로써, 나중에 후회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려 할 때 자제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한결같이 정확하게 자각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충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분별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그런 지혜는 심오한 내용이 담긴 책으로도 배울 수 없다.



지혜는 삶을 경험으로 이해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데 명상이 그 경험적 이해를 키우게 도와줄 수 있다. 자비와 수용이 그런 것처럼, 현재 존재하는 삶도 푸른 하늘의 원리를 따른다. 지혜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지혜의 공간에 더 익숙해지고 우리의 본능을 더욱 신뢰함으로써 우리는 분별 있는 지혜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더욱 현명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아빠 다리를 하고 등을 곧게 펴고 눈을 감고 코를 통해 숨이 드나드는 데에 모든 주의를 집중한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숨을 통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숨을 특정한 방식으로 쉬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실체를 관찰하기만 하세요.”



인생의 진정한 수수께끼는 내가 죽고 난 뒤가 아니라, 죽기 전에 생기는 것이다. 죽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전 생애를 한데 묶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면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유발 하라리도 말했다. 자신이 숨 쉬는 것을 관찰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전까지 자신이 읽었던 모든 책과 대학 시절 참석했던 모든 수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자신의 정신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으며 그것을 통제할 능력도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몇 시간만의 명상으로도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감각이 쾌적하면 더한 갈망으로 반응한다. 화가 날 때마다 분노의 감각적 실체보다 분노의 대상-누군가 한 일이나 말-에만 집중한다. 내 고통의 가장 깊은 원천은 나 자신의 정신 패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이다. 내가 뭔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내 정신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반응한다. 고통은 나 자신의 정신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더한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 걸음이다.



과학은 정신의 신비를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뇌는 물질로 된 신경세포와 시냅스와 생화학 물질의 연결망이다. 정신은 고통, 쾌락, 분노, 사랑 같은 주관적인 경험의 흐름이다. 실제 수행이란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철저하게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하고, 그럼으로써 정신의 기본 패턴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의식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수수께끼이며, 열이나 가려움 같은 일상적인 느낌 역시 황홀이나 우주적 합일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시적인 쾌락이나 색다른 경험의 희열에 빠져들고 한번 그렇게 발을 들이면 언제나 그것을 무언가로 충족시켜야 한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본 사람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것이다.






대개의 인간군상들의 일상은 비슷한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이 겪을 불쾌한 경험을 내가 대신 경험한다는 접근이 참신하다.





69쪽 : 나로서는 병상에 접근하는 _>명상

71쪽 :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나는 때대로 _>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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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3-10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중 하나가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읽은 책 중에서는요.
리뷰 한줄 한줄이 마음에 와닿네요.

icaru 2020-03-11 16:47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역시!!
현재에 집중하라는 표현들과,, ‘알아차림‘이라는 단어가 많았거든요.
요즘 같은 날들은 명상이 절실한 것도 같고,,,
이런 것을 도모하기엔 너무나도 산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ㅠㅠㅠ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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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행동 가운데 가장 의문으로 여겨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책을 원껏 곱게 읽기만 하면 될 것이지 왜 자꾸 끄적거리려 하느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물론 찾을 수 있겠다. 첫째, 휘말되어 버리기 전에 여흥(문학의 경우는 감상, 비문학의 경우는 정보) 남겨 둔다는 것, 둘째, 이 책을 토대로 하여 생각의 단초를 확장해 보자는 것.

지금껏 남긴 글들을 읽어보면, 대부분의 내용이 첫째 이유에 속한다.

이 책에서 탕누어는 말한다. 책 읽는 사람은 글쓰기의 필요를 느끼지 않고 좀더 즐겁고 자유로운 독서에 전념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어야만 자신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독서와 글쓰기의 최종적인 관계이다.

 

나는 물론 공식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단지 좀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발로에 의해 책을 읽을 뿐이긴 하다.

즐거움을 위해 독서에 전념한다고 말하기에 여전히 미진한 구석이 있다.

 

 

그러다가 겨우 혼자 생각해낸 결론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것도 모두 시간을 보내는 한 방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내가 처리해야 할 많은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 중에서도 이렇게 읽거나 쓰는 일이 좋았기 때문에

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시간을 보내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것을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으로 넷플릭스에 접속하기 시작하면 읽거나 쓰는 일은 그 직시 중지된다. 텔레비전이 가까이 있으면 내가 최고로 꼽는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독서'에서 '시청'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버린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보내는 저녁 시간이 당연한 일상인 시절이 있었다는 케케묵은 과거를 먼지 속에서 소환해 본다.

 

그러나 저러나 요즘 내가 독서가 어려운 (신체적인) 이유를 둘러대기 딱 좋은 부분을 책 속에서 찾아내고 만 것이다.  옮겨와 본다.

마흔이 넘어 막 인생의 변환점을 돌았을 때 우리는 아직 늙는다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한 상태이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아무리 피곤하고 아무리 큰 병에 걸려도, 아무리 밤새도록 술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어도, 하루 푹 자고 나면 모든 것이 회복되지 않았던가? 각종 기관과 내장까지 전부 저절로 관리되지 않았던가? (...) 눈은 늙어가고 있는 모든 독자가 가장 큰 자극을 받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글자 크기를 비교하게 되고 조명의 정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지어 부유한생활을 누리는 사람처럼 책을 읽는 장소의 편안함까지 따지게 된다. 이리하여 독서는 더 이상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자세를 잡고 힘들게 해야 하는 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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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0-02-1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뭔가 막 공감하면서 읽었었던 기억은 있는데 어떤 부분들이었는지 당최 기억나질 않다가....님의 인용문에서 그래 맞어!!!! 맞장구를 탁!!!ㅋㅋㅋ

저는 요즘 눈도 아프고, 목이랑 어깨,허리도 다 아프니 독서가 참 힘들더라구요.그러다 안읽다 보니,이해력도 차츰 떨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계속 읽어야 하는 건가?갈팡질팡 중입니다.
요즘엔 속 편하게 요리책만 그림책 보듯..그리고 열심히 티비 시청중입니다..ㅋㅋ
그러다보니 확실히 서재 들어올 일도 없어지는 듯도 하고...그래도 오늘은 간만에 서재 들어오니 님의 반가운 글도 읽게 되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님의 리뷰들을 읽다 보니 책들이 재밌어 보여 읽고 싶은 맘이 훅 생깁니다.
요즘엔 권태기인지 책에 푹 빠질만큼 재미난 책이 읽고 싶네요.책을 읽어도 흥이 나질 않고,그래서 삶도 무료하고 재미도 없고...원인은 애들 방학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지어 봅니다ㅋㅋㅋ

icaru 2020-02-19 13:34   좋아요 0 | URL
아아악!! 책나무 님 반가워요!! 이 책 읽으셨군요! 그 표현이 딱 맞아요~~
엄청 공감하고ㅡ 진짜 타성을 깨는 도끼의 내리침 같은 문장들의 향연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기록을 하려니 가닥이 잘 안 잡히더라고요 ㅎ,ㅎ
지금은 60대의 대만 독서가인데, 집필 당시는 제 연배였더라고요 40대중후반 ㅎ
ㅋㅋ 저두 짐 책나무님 서재 댕기러 가용~~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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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란, 아니 시골 생활이란 온전해지기 위한 나를 만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므로 시골에 대한 유용한 정보 같은 것은 없다. 온전함이란 완전함과는 조금 다르다. 완전하다는 것은 단 하나의 결점도 없이 완벽하다는 뜻이다. 온전함이란 눈에 보이는 결함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이 도시에서 나는 부자유스럽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고단하다. 시골 생활을 동경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언젠가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이유가 적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인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식했기 때문이라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_우리 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 , 보리

    

온전함이란 바로 미성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지금껏 나약해 빠져 있고 줄곧 어엿한 학벌에, 직장에, 마누라에, 부모에 의탁하여 온 당신이 이제 시골에 의탁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정수리로 찬물을 들이부을 것처럼 일침을 놓는 책이다.

시골 살이에 대한 저자 자신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한마디한마디이겠지만, '시골살이를 이상향으로 삼지 않겠습니다.' 에다가 '지금 이순간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게요! '라고 첨언하며 등뼈를 직립하게 되네 와~

                                 

 

"반인간적이고 굴욕적인 도시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해 왔습니다.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기고, 혼마저 너덜너덜해진 시점에서 간신히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인생의 전부였던, 가정보다 더 절실한 공간으로 여겼던 직장에서 완전히 내몰렸습니다. .... '인생 2막'이니 뭐니 떠들어댑니다. 새장이나 형무소에서 풀려난 것 같은 멋진 후반생이 열린 양 기대하게 합니다. 추상적이고 입에 발린 겉치레 소리입니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들려주는 시골은 사실 살기등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막연하게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대충 취미나 즐기겠다고 시골로 향하는 사람에게 그는 이런 질문을 한다.

 

"농촌의 인구가 왜 그렇게 줄어드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이 멋지게 생각하는 삶을 왜 젊은이들이 저버리고, 당신이 기피하는 도시로 떠나선 정년퇴직해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여하튼 나이만 먹어가는 후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거의 야생동물의 최후 같은 죽음을, 말하자면 길에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결의는 가져야 할 것입니다. "

다음은 _김은령. <밥보다 책>에서 발췌

그는 전원생활에 반대하려고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가 말리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미성숙함이다. 젊어서도 죽기로 무언가에 자신을 걸어본 적 없는 사람이 나이 들어 은퇴를 하며 대충 유행에 따라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걸로는 인생이 오히려 더 비참해진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누구나 헨리 데이미드 소로가 될 수도, 타샤 튜터가 될 수도 없다. 이해도 없고 지식과 정보도 없는 시골생활에 관심이 쏠릴 때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답답할 때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인간세상은 어디나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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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
메리 파이퍼 지음, 서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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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 작업을 했던 저자 분에게 전화가 왔다. 2년만의 통화 내용은 집주소가 바뀌어서 우편물은 학교로 보내주었으면 한다는 용건과 함께 코맹맹이 소리를 캐취하시고는 건강 챙기라는 염려를 덧붙여 주신다. 통화가 끝나고 잠시후에 저자분의 문자 한통이 왔다.

" 건강 꼭 챙기셔요. 제 경험 상 건강은 그나마 유지는 쉬운데, 회복시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로 시작하는 따뜻한 문자.

정말 오랜만의 통화였는데, 용건 외에도 어떤 진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따뜻한 말.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롤모델로 대라고 하면 이 분처럼.

 

행복은 희망과 활력을 주고, 고통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모순 덕분으로 노년이라는 삶의 단계일지라도 인간의 영혼의 문은 더 넓어지는 것일지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 심리학자라고 한다. 큰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할머니이자 치매로 고통받는 여동생의 간병인으로서 인생의 굽이굽이를 헤치고 죽는날까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70세에 이른 작가.

 

출신지, 교육 및 경제 수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여러 여성들의 인터뷰와 자기 자신의 경험과 그 일화를 바탕으로 엮어낸 글이다. 많은 여성이 등장하지만, 특별히 세네명의 여성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주제를 관통한다.

 

 

여성들은 언제나 함께 일해왔다. 적어도 20만년 동안 우리는 아이들을 기르고, 음식을 찾아다니고, 부족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물을 길러 다녔다. (...) 우리는 여전히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을 사랑하지만, 21세기에 이런 우정을 유지하려면 좀 더 면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멀리 떨어져 살고, 서로 연락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문화는 친구 관계가 인생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한다거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들의 우정 안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하나씩 발견해나간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감정을 표정과 눈빛, 미소만으로 전달할 수 있다. 내 친구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부분의 대화가 '말하고 다시 말할 기회를 노리며 기다리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친한 여성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이런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에도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내가 첫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은 대학생 때였다. 재니스와 나는 1965년 여름 캔자스대학교 기숙사의 룸메이트로 처음 만났다. 재니스는 검은 머리에 짙은 눈동자를 지닌 아담한 여성으로 언제나 호기심과 활기가 넘쳤다. 캔자스시키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로 일하던 제니스의 아버지는 딸이 대학에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집안에서 톨스토이와 파스테르나크, 도스토옙스키를 읽은 첫 번째 소녀였고, 윌리엄 블레이크와 월트 휘트먼의 시까지 암송할 수 있었다. (...) 기숙사 방에서 만난 첫날 우리는 밤을 세워 인생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여럽 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이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 친구의 숫자에 관계없이, 우리가 그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60~70대에 들어섰을 때다. 이 나이게 되면 아이들은 다 자라고 직업적인 경력은 시들해진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우리는 여전히 가까이 사는 좋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친구는 우리가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우정과 이해, 위안을 넘치도록 제공한다. (...) 우리 나이가 되면 가까운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성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여성을 친구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존경하는 가치를 지닌 여성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

우정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관심과 시간,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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