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낯선 사람을 접할 때의 이런저런 계산에 관한 책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나 자신만 생각해봐도,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당혹감 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타인의 말에 대한 근심, 누군가를 만나고 판단 오류를 범하거나 상처를 받았거나 하는 일들로 마음쓰여 할 때가 많고,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삶의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인 셈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그 사람에 관해 이런저런 (친절한지, 위험한지, 재밌는지, 지루한지) 판단을 하지만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대개의 경우 범하는 오류, 즉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잘못된 전략, 그것도 매우 고집스럽게 장기적으로 의존해왔다는 것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 심장한 부분은 "맥락" 부분이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대화의 내용보다 맥락을 고려하는 것인데, 고등학교 국어 심화 화법과작문에서나 나올 법한 이 맥락을 안다는 게, 진짜 쉽지 않다.
인지 심리학자 아트 마크먼도 "타고난 기질, 능력, 성품, 그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황이다. 라고 했다던데, 이 책과 정통한다.
책에서도 나오는 일화이지만, 상황을 무시하라는 집단 교육을 받은 사람이 우직하게 임무를 수행할 경우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 블링크 등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다. 도서관에 가면 2권 이상씩 보통 비치되어 있는 책이고,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는 드물게도 오랫동안 서점가의 스테디셀러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쓰는 작가인데, 그 유명세와 나는 인연이 없었는지 이번에 처음 접한 작가이다.
원래 기자의 글을 좋아한다. 왜냐면, 잘 읽히기 때문이다. 하하.
그런데 이건 외국 기자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국내의 조중동 정치사회부 기자들 그밖에 매경이나 서울신문이나 등등 죄송하지만,,, 앞으로보고 뒤로보고 거꾸로보아도 아니옳시다 이다....)
어그로 끌기 위한 정말 열폭하는 기사와 기사제목을 상당히 많이 접하고 산다.)
위싱턴포스트 기자 생활을 10년 했고, 뉴욕 지부장까지 지냈더라. 명쾌하고 평이한 문체라서 작가에게 고마웠는데, 기자 출신이었던 것. 게다가 소설가나 문인처럼 수미상관의 얼개를 사용한 것도 드라마틱하다.
2015년 텍사스주 휴스턴 도로에서 어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과 경찰관의 비극적인 일화(?)를 제시하고, 글의 마무리도 그 일화를 통해 매듭짓고 있다.
12개의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라니, 이 책을 두고 말콤 글래드웰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를 잘 알겠다.
이 중 실비아 플라스 편을 상세히 옮겨와 본다.
영국의 1960년대 가정에서는 도시 가스로 인한 자살률이 상당했다고 한다. 실비아 플라스가 목숨을 끊은 1962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5,588명이 자살했고, 그중 2469명이 실비아 플라스의 모방 자살이었다. 그러다가 북해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고, 가정에 공급되는 화학적 성질이 바뀌면서, 자살률도 점차 줄었들었다고 하는데,,,,,
<벨 자>에서 플라스의 주인공은 자살을 할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다. 그냥 아무 방법이나 되는게 아니다. 추운 2월의 밤에 실비아 플라스에게 딱 맞는 방법이 공교롭게도 거기 부엌에 있었다.
1958년부터 1982년까지 25세~44세(플라스는 서른 살에 죽었다) 영국 여성의 자살률을 보여주는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자.
플라스가 자살한 1960년대 초, 영국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0명이라는 경이적인 쉬에 도달했다. 가스 중독 사망 때문이다. 천연가스로 전환 완료된 1977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 자살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실비아 플라스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그녀가 "달콤하게, 달콤하게 들이마실" 일산화탄소 같은 구름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낯선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실수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관념, 그리고 그 관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구축하는 제도와 실천을 알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남는 것이라곤 개인적인 것뿐이다. 쉽게 속아넘어가는 등반가, 부주의한 그레이엄 스패니어, 불운한 아만다 녹스, 저주받은 운명의 실비아 플라스 등등.
* 8쪽 아래에서 셋째줄 : 그는 왜 소애성애자 -> 소아성애자
* 54쪽 아래에서 넷째줄 : 가까운 사람들한테서들은-> 사람들한테서 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