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부터 지방에 홀로 계셨던 아버지가 우리집에서 지내신다. 내가 아이를 낳았던 5년전부터 엄마가 올라오셔서 아이를 봐주고 계시고. 이웃에 사는 동생들집도 왔다갔다 하시며 한달에 한두번 정도 아버지 계신 지방에 내려가셨었다. 아버지가 (우리 사남매들이 자란) 그곳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함께 사셨으면 하고 여러번도 말씀 드렸지만 아버지는

"언젠가는 그래야지, 지금은 아니다" 라고 하셨었는데,  2주전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지셨고, 서울로 모셔와 이런저런 검진을 받으셨다.

지금은 많이 쾌차하셨지만, 그 꼬장꼬장함으로 미루어보건데, 벌써 자리 박차고 내려가셨을 분이지만, 이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시는 모양이다.

 

이런 삶, 늙으신 부모님이 출가한 딸의 직장 때문에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삶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어떤 이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곤 한다. 아버님 혼자 끼니를 어떻게 챙겨 드시냐고.

지난 5년간은 우리모두 그럭저럭 꾸려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니다.

 

 

요즘엔 기력이 달린다. 계절을 타는 것일지도.

분명 정신적인 피로도가 만만찮아 그런 것일거다.

머리가 개운하지도 않고, 숙면을 취하고 있지도 않고.

내가 무엇을 근심하는지 짐작되는 바 없지 않지만, 그게 걱정거리라고 명명하기도 싫다. 규정짓는 순간 내 삶이 볼품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

 

'제테크 독하게 하라'라는 책 제목을 혐오했지만, 결국 제테크는 좀 아주 잘 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들기도 하는 요즘,,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눈 한번 딱 감자고 몇번을 마음을 다잡았는데도,,,, 거참...

 

실체 없지만 아주 막강한 녀석과 대치중인 것 같다.

 

'이 녀석을 잘 구워삶을 수 있을까? '

 

 

금요일 새벽 1시에 채널을 돌리다가, 종편 채널 중 하나에서 일본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마침 나왔던 장면은 초등 1학년 교실 풍경이었는데, 생글거리는 얼굴에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선생님. 제목이 마더이길래.

마더, 마더라면, 머릿속을 필터링한 결과 최근 어떤 대화 장면이 떠올랐다.

지인 둘이서

“명품 일본 드라마를 하나 봤다”, “뭐냐? 마더냐?” “아니, 장미 없는 화원이다.”라고 했던가...


계속 봤다. 여선생님으로 나오는 배우가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다. 빈 집에 혼자 들어왔을 때, 밖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심지어 그녀가 전공마저도 “(철)새 연구(?)”


아이도 불쌍해서 죽겠는거다. 싱글맘과 엄마의 애인에게 냉대와 학대(?)을 당하는 또래보다 체구가 너무나 작은 8살 여자아이였다.  


어느 장면에서였더라, 엄마의 애인이 커다란 검정 비닐봉투에 아이를 싸서 묶은 장면에서부터였던가,,, 뭐 이런 쓰레기 같은 경우가,,, 하며 어이가 없는 가운데, 내 눈에서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계속 눈물이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그 순간에도 엄마에게 ‘아저씨랑 숨바꼭질 놀이 하고 있었어!’ 라고 말한다. 학대를 당하는 순간마저도 쌩글쌩글 웃고 있는 아이는 반항이라는 것도, 싫다는 거부의 몸짓도 할 줄 모른다. 아이다운 징징거림, 신경질 혹은 짜증, 분노 혹은 화를 받아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낼 줄 모르는 것일지도.


 

 

 

슬픔이 찰랑찰랑 차오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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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3-2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힘냅시다!!!

icaru 2012-03-21 15:33   좋아요 0 | URL
하아~ (ㅎㅎㅎ 기압 넣는 소리죠? 한숨 쉬는 거 아니고요 ) 같이 힘내 보아요! 조선인 님

blanca 2012-03-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인 거예요? 눈물나요...icaru님도 저희 부모님도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icaru 2012-03-21 15:35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 님! 네~ 저 아이예요. 정말 작아요. 얼마나 귀여운지 새삼 또 슬하에 딸을 두신 분들이 무한 부럽고 ㅎㅎ 블랑카님을 위시하야..
부모님은 건강하셔야죠!!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비로그인 2012-03-2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이 찰랑찰랑 차오른다는 이카루님의 말에 마음이 아파요. 피곤한 마음이 쉴 곳이 있으면 좋겠네요. 토닥토닥..

icaru 2012-03-21 15:39   좋아요 0 | URL
어제는 마더 2~4편까지를 연달아 봤는데, 역시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들에서는 빵빵 터지고 마는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 우나, 나만 우나... 마침 울고 싶었는데 이것을 빌미로 우는건가 여러 생각을 해 봤는데,, 결국은 그거더라고요.
지치고 피곤한 마음 갈무리를 드라마 보고 울면서 해소하는 거구나..
뭐,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랄까
토닥토닥 해 주어서 참,, 따뜻해요 만치 님 흐흐..

2012-03-20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1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3-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버님을 모실 수 있어 다행이네요.
힘내세요 마음의 힘을 서로 내야 일어설 수 있더라고요

icaru 2012-03-21 15:47   좋아요 0 | URL
넵!! 으샤샤!! ㅎㅎ 서로 내야, 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읽고 있어요! 서로, 의기투합해야죠!!! 맞아요!

잉크냄새 2012-03-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이미 어미보다 커져버린 때문인것 같아요.
전 저런 장면을 보면 가슴속으로 꼭 빌어줍니다.
"부디 상처가 되지 않기를"

icaru 2012-03-23 13:47   좋아요 0 | URL
아....!
동생이 같이 봤는데, 동생은 아이 생모로 나왔던 젊은 엄마가 미칠듯이 미웠다더라고요. 저런 엄마가 있을 수 있냐는 건데, 저도 동생보다는 많이 살아서 그런지,,,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고, 벼라별 상황이 다 있더라는.. 싶더라고요.

기억의집 2012-03-2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중간한 재테크는 하지 마세요. 저는 애아빠가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뭐다 재테크 한답시고 열을 내다가 뒷감당은 제가 다 했어요. 휴~ 저의 애아빠도 가난한 집 맏아들(본인 입으로 매번 그렇게 말을 해요)이라 우리집 가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부모형제까지 챙겨 줄 맘으로 재테크를 한 것인데, 그게 참 안 되더라구요. 저는 재테크란 소리만 들어도 진저릴쳐요. 전 무조건 모으자 주의에요. 그게 안전하고 그나마 목돈 만들 수 있는 방법이더라구요.
이러분 저러분하고 이야기해 보면, 타고난 재능중에서 큰 돈의 흐름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분들 말을 들어보면, 보인대요. 뭘하면 대박일것이라는 게요.
애아빤 금융쪽에 있어도 까 먹는데도 말입니다. 아마 애아빠가 가만 있어도 저희 집한채는 샀을거에요. 그나마 제가 성격이 낙천적이라 내 돈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위안을 하면서 살아요.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icaru 2012-03-23 11:49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엔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못봤었요.
재미를 못 본 정도가 아니라, 퇴직금을 사분의 일토막 내신 분이 저의 아버지고요. ㅠㅠ)
그나마 저는 님처럼 한푼두푼 모이는 게! 모으는 거지 하는 스타일이고요.
핫 근데, 제가 왜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ㅋㅋ

마지막 말씀엔 저 역시! 한답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해요 ^--^
저 역시 낙천적인거죠? ㅎㅎ

책읽는나무 2012-03-30 11:51   좋아요 0 | URL
울친정아부지도 퇴직금으로 주식 사셨다가 그것도 그때 IMF때였었나? 암튼..사신 것 모두 휴지조각 되는 것을 곁에서 본 순간 주식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심하게 깨달았죠.^^
울신랑은 부인들 집에서도 컴퓨터로 공부해서 재테크 잘 한다던데 알라딘 그만 들어오고,재테크 사이트 좀 들어가보라질 않나~ 소설책 그만 읽고 자기 개발서좀 읽으라질 않나~ 막 잔소리하면서 부추긴 적이 있었지만 꿈쩍 안했어요.
돈이란 것은 그냥 은행에 꼬박꼬박 정기적금 붓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대못을 박았거든요.그나저나 매달 정기적금 부을 돈도 없는데 그돈이나 좀 갖다줘봐~ 했더니 찍소리 못하더라구요.ㅋㅋ
저도 이렇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단 말씀에 한 표 더 추갑니다.
전 평소에 스스로 예민하고 부정적인 사람이라 여겼었는데
그럼 저도 낙천가였었군요.ㅎㅎ

2012-03-2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3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3-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짠합니다...
저희 늙으신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이야기 같아서요...
그리고 모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 죄책감도. ㅠㅠ.

마더, 저는 저런 드라마 못 보겠더라구요... 넘 슬퍼요. 실제로 얼마 전에
아빠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촌에게 강간당한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미칠거 같았거든요.
왜 이런 일들이 있는지..... 하지만 힘을 내야, 버틸 수 있겠지요. 화이팅!

제 댓글이 영... 쓸쓸하네요. 비오는 탓인가봐요. ^^

icaru 2012-03-23 12:53   좋아요 0 | URL
함께 산다는 것은 음 ,,,,
저희는 모신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이들 치다꺼리며, 빈집 지킴이 노릇을 하고 계신 수준이네요.
게다가 저희들 눈치를 보고 계신 것도 같고요. 히윰..

마더는 참,,, 드러마의 다양성이랄까 모성을 주제로 다각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 같아요. 문제는 눈물없인 볼 수 없다는 것인데,,, 또 입장에 따라 다른지..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이 일본드라마 보는 게 취미라는데, 이 드라마도 봤다더라고요. 재미있게 봤지만, 눈물은 어디서 흘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하더라고요 ㅎ
오늘 비가 오고, 인터넷에서는 어떤 여성 보컬의 사망 소식도 전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