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았다. 여러 개의 페르소나들을 가지고 있다. 돌아오는 길엔 또 비가 내렸다. '이제그만!' 주문을 외며 왔다. 6시간 동안 서서 말을 했다. 땀이 많이 났다. 다리도 부었다. 모든 게 축축했다. 다른 사람 앞에 서는 일도 '이제그만!' 해야겠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든다. 자꾸만 다운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하는 행동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설명이 필요하다. 꼭 해야만 하는가... 무엇 때문에... 안해도 되잖아...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베트남에 대한 저마다의 소망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굉장히 담담하다. 비오는 날 긴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내용에 깊이가 없다는 건 아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가볍게, 몸도 그렇지만 마음의 솜털조차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가는 나라다. 그렇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나라가 죽음이다. 번역을 참 잘했다. 번역자가 아주 솜씨가 있지 않고서는 전달되지 않는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구릉, 서오릉, 서삼릉, 장릉, 광릉, 영릉... 조선왕릉에 가는 이유는 숲속을 거닐 수 있게 때문이었다. 조선왕릉은 자연과 한몸을 이루고 있다. 붉은 칠을 한 홍살문사이로 멀리 왕릉이 보인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고 있다... 왕릉을 가기 전 책을 읽었더라면 조금 더 달리 보였으리라. 순전히 숨을 크게 쉬기 위해 택한 곳이 왕릉이었으니까,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이 무척 편하다. 최고의 명당이니까... 인생을 반으로 나눈다면 꿈의 시절과 현실의 시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리포터'를 봤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보다. 10년 전 봤을 때와 내가 많이 다르다. 화면은 더 장중하고 환상적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속의 굳은 살만 많이 만져졌다. 9와 3/4칸에 숨겨져있는 호그와트행 기차타는 장면만은 1편의 추억과 더불어 마음이 설랬다. 10년만 젊었더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산까지 가는 길은 햇님과 소나기가 서로 다투기까지 했다. 그래도 햇님이 힘이 셌다. 열다섯시간의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오롯히 나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서로의 역동으로 치유가 되었다. 나의 주된 정서, 쓸쓸함과 외로움의 근원에 다가가 위로했다. 아직까지는 놓고 싶지 않고 간직하고 싶다는 나의 바램을 리더는 인정해주고 보호해 주었다. 더이상 다가 올 수 없게 만드는 나의 모습, 나를 둘러싸고 있는 벽의 높이와 폭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다. 조금씩 틈을 만들어 가고 있고, 집단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참여했다는 자체를 대견하게 여겨줬다. 함께 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치고선 바로 시흥으로 달려갔다. 교감직무연수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 몇일을 고민하여 만든 자료는 하나도 못쓰고 질문과 대답으로 두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감정, 발령이라는 막연한 불안과 걱정 뿐 아니라 지나간 시간의 후회와 자책을 고스란히 받아줬다. 리더의 자리까지 가기 위해 노력했던 그네들의 지치고 고단한 마음과 몸에서, 그래도 상담자라고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에서 내 마음 속에서는 여러가지의 감정들이 오갔다. 우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듣기와 말하기를, "자~ㄹ"하도록 당부하고 돌아왔다. 감정의 바다 위에 떠있는 인지라는 배(船), 곧 감정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는 집단상담의 리더말씀이다. 늘상 생각이 먼저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감정에 많은 생각이 머무른다. 감정, 느낌, 정서... 뭘까? 예비교감선생님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그러면 교사들도 학생들도 행복할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덥고 습한 바람이 불더니 소나기가 억수같이 내렸다. 오는 길은 그야말로 앞이 깜깜했다. 아주 조금씩 움직여 겨우 왔다. 처음 차를 끌고 나간 날이 꼭 이러했다. 그때는 눈까지 내렸다. 살면서 이런 때가 가끔씩 있다. 혼자만 남아 있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 주변에 아무도 없는 느낌이 가득했다. 길위의 차들은 아주 조심조심,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조심이 필요한데. 인도(人道)가 차도(車道)보다는 우선되어야 하는데. 사람은 간데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길 가다가 한번쯤 차 한잔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아 본 경험이 있으리라. 그리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며 주저하는 발소리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씩 날아온 비행기 편지, 설레며 살며시 책갈피에 꽂아 둔 편지, 대여한 타자기로 써 내려갔던 긴 장문의 편지들, 상사병이 사라진 지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스펙으로 대차대조표를 맞춰서 서로의 짝을 찾는 청춘들, 섹스리스의 부부들, 노인의 성은 드러낼 수 없는 욕망으로 치부하는,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절보다 훨씬 더 불행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영화 '써니'를 보면서, 그 누구에게도 찬란했던 한때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적어도 그러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시간을 능동적인 태도로 좌우했던 순간들, 어찌보면 시국을 걱정하는 시위대 속에서 어처구니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을지라도, 그 순간에서는 최선이었고, 최고의 선택이었던 그녀들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볼 즐거움과 행복했던 순간이 없다면 남은 생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