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으면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진심으로 글을 쓰는 데도, 그리 노력을 하는 데도, 독자의 호불호에 따라 밥은 먹을 수 있나 싶기까지, 하지만 좋아한다면, 사랑에 빠지면, 글을 놓을 수 없다.
재능이 있다면 벌써 '책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을 건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204쪽에 저자가 옮겨 온, 시인 유진목은 산문 [재능이란 뭘까]에서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쓰는 재능'을 두고 "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주고 살려두면서 다른 선택도 못하게 하는 저주"라고 썼다. 오늘도 불행한 재능을 사랑하는 작가들에게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독자가 응원을 보낸다.
손흥규 '너를 기억하는 풍경'은 1980년대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 마을에서 자란 다섯 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연작 소설이다.
60년대 태어나 70년대 학창 시절을 지나 80년대에 대학생이 되고 90년대 결혼에 이르러 어른이 되기까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기억들은 단편적이고 흩어지다 새로이 각색되어, 그 기억들이 온전히 내 것일까,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풍경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 69쪽
세월이 흐른 뒤에도 준은 그날을 잊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날. 다시 태어났기보다 방금 태어난 것처럼 혼란스럽고, 그냥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깊은 슬픔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던 날. 내 것인데도 내 것인 줄 몰랐던 감정이 내 것임을 알게 된 날이었다. 적어도 그때부터.....
-어느 날 대숲에서, 86쪽
세상의 모든 소리는 어느 정도 ...... 울음을 닮은 듯했다.
-가난한 이야기, 135쪽
자신을 기억해주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영은 낯설고 신기했다. 기억하는 나와 기억되는 나는 다른 존재 같았고, 이러한 불일치야말로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사실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가 오지 않는 저녁, 194-195쪽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대도 이대로 곁에 머물면서 네가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테니 무슨 말이든 해주렴. 그래 그렇게......
-손금, 229쪽
진짜 그리움은 영사가 아니라는 걸. 그리움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고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감정이어서 언제나 동사라는 걸.
박경리 '약이 되는 세월'은 시간이, 세월이 약이다가 절로 느껴진다. 감히 글을 쓴다면 이처럼 써야 한다를 한 꼭지씩 읽을 때마다 실감한다.
-약이 되는 세월, 58쪽
지난날에도 이런 좋은 봄날이 여러 백 번 있었을 텐데 - 잃어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어야 약이 되는 세월도 많지만 모두 빈손만 펴보고 어째서 이렇게 가난할까. 어떤 철학자께서 언어가 진실의 표현이라면 많은 말이 필요 없을 것이며, 언어를 사용할 때 벌써 이야기꾼은 비속해진다고 했다. 돌아오지 못하고 가버리는 것을 잃어버릴지라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저마다 말고 글로 추억을 만든다. 하고 많은 말과 글은 얼마만큼이나 추억을 만들어놓았을까. 꿈에 본 숲, 흐르는 구름, 탱자나무 울타리의 놀, 마음에 비친 천만 가지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얼마만큼이나 기록해 놨을까. 참말을 하려면 그럴수록, 참말을 쓰려면 그럴수록 철학자의 말씀대로 비속해지고 말이 많아질 뿐, 진실은 저 혼자 아무도 몰래 둥둥 떠내려가 버린다.
오션 브엉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는 글을 읽지 못하는 엄마에게 쓴 편지 이야기, 베트남 역사와 맞물린 여성의 삶은 슬프고 비참하고 또한 슬프다. 1부 103쪽까지 읽고 덮는다. 살면서 한때, 잠시라고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오죽하면 그 잠시에라도 기대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