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 유일한 친구 모임, '오숙일미(다섯명 O숙, 한명 O미)'가 동해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에는 우리의 남사친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동성동본인 그 애는 나를 좋아했다고 전해 들었다. 여전히 그 애는 또 다른 오숙일미와 같다.  

가는 기차에서 바다가 보일 때 마이크로 나오는 기관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오늘 따라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우리 인생 또한 파도 같기도 한 데, 블라블라,, 

묵호에서 내려 현지인 맛집부터 여러 장소로 옛 추억과 다녔다. 특히, 헤어질 결심 촬영지에서는 최근 들은 말러 음악이 맴돌았다.

너와마루 와인, 정라진 찹쌀떡, 본인 여행책자를 챙겨 왔고, 친구들은 쌀, 드립커피, 올리브 오일로 답했다.

어디를 가나 다양한 방면으로 박학 다식하고, 기억력 또한 탄탄한 그 애의 이야기에 간간히 섞인 이야기들은 여기저기로 시간 여행으로 오갔다. 

그리 오래 만났지만 몰랐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더 끈끈해졌다. 서로를 더 자세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책(2025 소설보다 가을과 겨울/ 수전 손택 여자에 관하여)을 읽었지만, 갑자기 천정 누수가 진행 중이고, 어찌할 수 없는 반복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알라딘 서재가 저기 있는데, 코앞에 있는데도 외면했다.

그러면서 놀러 다녀 와서,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이번 친구들과 그 애와 다니면서, 

이러 이러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드러낸 순간, 어디 사람 같다, 어디에 산다, 자식은 이러하다, 배우자는 어떠 하다라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나를 포장해주는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 계획된 삶으로 자신을 몰아가다 순간 전혀 다른 환경과 연결된 순간이었다.    

육십대 중반이 된 그녀들에게서 능동적인 성인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야 서로를 제대로 알게 되었구나, 아니 나만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모든 일에서 가장 늦게 알게 되는 부분이 내게 허다했으니, 암튼, 더 편안한 모임이 될 수 있겠다, 멋진 남사친도 아주 조금 남은 감정까지 사라지게 한 시간이었지,싶다.  

'나이 듦은 본질적 특성상 남성보다 여성이 피해를 훨씬 많이 본다'는 손탁의 말에 동의한다, 이왕 여자로 태어났으니 이중 잣대의 시간에서 '자신이 살아 온 삶이 얼굴에 드러나도록(52쪽)'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어떻게는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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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시인과 독자 모두를 스스로 당당해지게 만들고 시인과 독자 모두를 편드는 '시인선'이다.

199명의 시인들이 말하고 있는 '시란 무엇인가'와 그들의 시가 들어있다. 

신형철이 펴내는 글에 언급한 시인과 독자 각자의 고충에 동감한다. 

*누구나 한 때, 나 또한, 시를 썼고, 시인이 되고 싶었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아남은 지금의 시인을 볼 때, 선망과 질투 어린 시선을 주게 된다. 시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 그래서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다.

*시는 이해하기 어렵다기에 시인들은 느껴보라 말하지만, 시를 읽는 우리는 유난스러워 보일 뿐이다. 주변의 불만 가득한 시선을 업고 시를 읽는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시를 위해 세상과 대결하고 있는 듯한 억울함이 있다. 

*시인선은 시인과 독자의 고충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시가 진실한 것을 위한 하나의 장소'라는 매리언 무어의 말처럼, 

슈타이거가 말한,  '회감, 즉 시를 읽을 때 과거의 감정이 잠깐 돌아오고 다시 체감되는 경험'처럼, 

시인선을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는 삶의 깊이를 얻는 것이다. 

예로, 청소년기를 떠오르면 장정일의 '삼중당문고', 첫사랑을 생각하면 김이듬 '겨울휴관', 지금 몰입해야 할 때는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과 김용택 '섬진강'이 딱이다.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던 시詩다.

예전 기억이 난다. 지하철타고 통근할 때 매일 처음 만나는 노숙인에게 천원씩 기부하고, 한 주에 한편씩 시詩를 외웠던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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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명 가까운 시인들이 아직도 쓰지 않은 말에 조금 기미氣味를 보았다.

시를 읽는 이유는 앞으로 오는 시간을 미리 알려고, 지나간 시간에 용서를 빌려고, 현재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면서 살려고 읽는다. 

시인들의 고백을 듣다 보니 그들로 별반 다르지 않구나. 

그러나,

그들은 후회하는 용도로, 고백하는 용도로, 최악을 피하기 위해, 진실이 진짜가 아님에 위안 받으려고, 맑은 눈 하나를 더 찾기 위해, 사랑의 자취를 보내기 위해, 말에 베인 상처를 핥아주기 위해,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삶의 오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이 법이 되고 밥이 되는 때로 만들기 위해, 불량 시로 폄하하면서 까지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에서도, 자신들을 한번 더 동요하는 마음을 세상으로 내 보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우리가 환하게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시라 여겨진다. 

문학동네에게 고맙다.

최근 '더블 빌[Bliss & Jakie)' 현대 발레를 보았다. 숨죽여 보았다. 아주 간단한 무대와 선율, 절제되고 정제된 몸, 따로 또 같지만 다른 춤, 블리스에서는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면, 재키에서는 춤에서 뿜어 나오는 수 많은 아픈 감정이 서로 교차되면서 그냥 빨려 들어갔다. 특히 입은 의상은 무용수들의 춤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 줘 실력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관통 당하는 느낌이었다. 

시인들이 마지막에 쓴 말과 무용수들의 춤은 그 분야에서 최고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온전히 드러낸 최고의 정과 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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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굳게 믿었던, 확실히 알았던 나의 세계가 전복되고 그것을 인정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온전히 내 것으로 체화하고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데는 순간 순간의 확신으로 다져왔다. 타인에게 틈을 주지 않게 위해, 나의 빈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고 본다.   

[2025 소설보다 여름]에서 관통하는 글은 이 때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합리화하고 지금의 모습까지 된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든 의도하든, '느리고, 꾸준하게, 표정 없는 얼굴로 시간을 흘러 보내는 일(124쪽)' 쪽으로 다가가는 노인과 닮아가고 있다. 

'사랑했고 사랑 받았던 과거(54쪽)'에서 자유로워지고, 나아가 미워하고 후회하고 아픈 과거도 털어버리고, 현재의 시간에 밑줄 그으며 곱씹으며 매만지는 힘을 만들며 살고 싶다. 


육십 몇 번의 봄을 맞고 있다. 새롭다.

남편의 첫째 매형이 돌아가셨다. 자신과 타인 모두를 사랑하지 않은 분이셨다. 어떻게 살았든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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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기념일 근처에 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 없이 많은 '만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목 때문에 골라 든 책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니, 예전 카페 했던 기억이 난다.

절대 우아하지도 멋이 있지도 않는, 상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딱 호수 위의 백조 같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면 발 닿는 서점으로, 커피를 좋아하면 근처 카페에 가서 괜찮은 책을 골라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제일 좋다.

책을 고르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골라지지 않을까, 싶다.

결혼 생활도 그런 것 같다. 상상과 꿈이 아닌 치열한 '현실'뿐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부부에서 부모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 노 부부(?)로 나아가는 시간 앞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 본다.

우리의 시간에는 대로도 있었지만, 길이 없어 만들기도 하고, 장애물도 치우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래도 함께 지나왔다.

하지만 그 길을 같이 온 사람과는 아직도 삐걱댄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그러기에 한 몸같이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책을 한 권 골라 카페 순례를 갈 예정이다.  

돌아보니 순간마다 책은 늘 곁에 있어 수 많은 '만약' 을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더불어 저자와 저자의 책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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