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았다. 여러 개의 페르소나들을 가지고 있다. 돌아오는 길엔 또 비가 내렸다. '이제그만!' 주문을 외며 왔다. 6시간 동안 서서 말을 했다. 땀이 많이 났다. 다리도 부었다. 모든 게 축축했다. 다른 사람 앞에 서는 일도 '이제그만!' 해야겠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든다. 자꾸만 다운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하는 행동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설명이 필요하다. 꼭 해야만 하는가... 무엇 때문에... 안해도 되잖아...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베트남에 대한 저마다의 소망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굉장히 담담하다. 비오는 날 긴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내용에 깊이가 없다는 건 아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가볍게, 몸도 그렇지만 마음의 솜털조차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가는 나라다. 그렇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나라가 죽음이다. 번역을 참 잘했다. 번역자가 아주 솜씨가 있지 않고서는 전달되지 않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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