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를 따라 이곳 저곳을 다녔다. 종로서적도 생각나고, 파주 지혜의 숲, 서울도서관, 삼중당 문고판도 생각났다. 고개를 뒤로 젖혀 볼 정도의 높은 천장까지 닿아있는 책장에 사다리를 걸치고 책을 찾아보고 싶다. 책이 가득한 그 공간, 책 냄새, 책장넘어가는 소리 등등이 떠오른다. 그렇게 읽다보면 환상과 현실에서 분명한 자리를 잡을거고, 분명 좋은 생각을 하게 될 거고,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꽃샘추위로 바람 부는 쓸쓸한 날에 1호선을 타고 달려가 시집이 가득 꽂힌 그 아래에 쪼그려 앉아서 읽었던 책들이 그립다. 아직도 코끝에 달려있는 아련한 기억 속의 책냄새, 그 냄새를 맡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 다녔던 도서관들도, 책 속에 갇혀 있고 싶었던 그날들로 달려가고 싶은 날이다. 책여행자를 따라가는 길은 상쾌했다.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책들, 책이 만들어주는 한단어, 한문장, 그 속의 그 길을 따라 계속 걷고 싶다. 가득 내려온 커피까지, 햇살이 내려 앉은 창가까지 오늘은 덤이 많아서 즐거운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