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하면,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 앞에서 주말마다 하는 영화가 떠오른다. 주인공 목소리는 유명한 성우 목소리로 덮여있고, 물론 화면에 잘생긴 사람은 어김없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다 똑같았다.
이제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막을 읽으면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본다. 나에게 영상 자막은 황석희가 최고라는, 그 말을 부끄럽게 여기실 게 분명한 작가가 18년 동안 번역가로서의 일상을 쓴 글이다.
내가 작가라도 책 표지를 보면 오글거렸을 거 같은 데, 작가 역시 고개를 절레 절레 하며 오그라든 손가락을 하나 하나 펼쳐가면서 쓴 글에서 번역가의 소소한 일상이 노력과 성실로 꾹꾹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때 번역가도 되고 싶어, 한 권의 번역서를 낸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앞섰다.
최고의 단어를 선별하고 뉘앙스를 구별하기 위해 조사 하나까지 몇 번의 머리와 입으로 굴러가면서 한 번역이지만, 다시 보면 오역과 아쉬움이 읽혔다.
작가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보이지 않은 이들의 노고와 수고로 함께 번역한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까지는 자신만의 고집, 반듯함, 정확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보고 진로에 대해 이러 저러 했던 때가 떠오른다.
우리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잘 번역하고 있는지, 그대와는 지금이 마지막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갈수록 비열하고 저열한 말로 후진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는 분명 당신 최선의 것을 주셨다는 것이 마음을 울린다.
*생일 선물로 데스크탑을 받았다.
*생일 파티를 부모님과 함께 했다. 그저께 보고 와서 전화해도 왜 오지는 않고 전화만 하냐고 하시는 아빠다. 하늘나라가 이제 코앞이라 하셔서, 자꾸 뻥친다고 대꾸했다.
*논어와 성경을 전체적으로 공부 중이다.
*손주의 늪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는 데, 요즘 실감 중이다. 하지만 아들 며느리가 오라 해야 보러 갈 수 있다. 그러면서 나의 부모님과의 시간들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