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한 세계'에는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 히라노 케이치로의 '결정적 순간', 두 사람의 '크로스 인터뷰'가 들어있다. 

'우리들의 실패'는 어떤 사건에 연루된 누군가를 인터뷰한 후 이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기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결정적 순간'은 고인이 된 사잔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하다 발견한 사진으로 윤리적 결단의 순간에 놓인 큐레이터가 화자이다.

두 작품은 안과 밖처럼 연결되어 있다. 전자는 이미 드러내어 폭로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후자는 드러내기 보다는 파국을 알기에 고민하며 은폐로 나아간다. 

진실(옳고 그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순간에 있게 된다. 알아버렸기에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진실에 대한 이러한 딜레마가 '근접'하다. 

진실을 마주 했을 때 결정적 순간에서 정의 또는 용기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위해 많은 머뭇거림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서로에게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그 간 선택이라는 길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개인의 선택도 이리 다양한 데, 연결되어 있지만 그리 보이지 않는 다른 이의 선택까지, 우리의 삶은 이렇게 서로 '근접'하고 있다. 

크로스 인터뷰에서 김연수가 말한 '미래적 시점'에서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상상'을 할 수 있고, 무한한 버전의 미래라서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을 보면서, 이전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사과나 교육 정도가 아니라 적합한 징계나 벌이 우선 되었더라면, 학생들의 선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슬픈 현실이다.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의 둔한 몸놀림이 아쉬웠다. 당연한 활동이 없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음모가 파생될 수 있다. 모든 것에는 '리더'의 역할이 가장 크고, 결과에는 리더가 책임져야 한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솔선수범, 언행일치 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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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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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중략) 그때 큰 집이 조금만 도와줬더라도 자신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말이었지요. (중략) 아버지는 서울에 남았다면 자신이 기자가 됐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서울 아저씨는 아버지가 가보지 못한 미래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35쪽)

제 기억은 정확한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요? 쉰 살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열네 살의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우리는 이 세계를, 시간을, 삶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 시간과 공간 속에서 깨어 있는 채로 경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눈을 감고 잠든 채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요? (60쪽)

나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보이지 않던 것을 보려는 건가. 이미 보이던 것에 집착하려는 건가. 하지만 기억 속 필름에 확실히 정착된 건 없었고, 필름도 없는 채 알아채지 못했던 무언가를 의식에 현상하려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110쪽)

왜 그때 그 상자를 열었을까. 다시 그 생각으로 돌아온다. 열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시회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세계가 어딘가에 있다면 지금 이 세계의 나를 잃더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 피해자가 있다는 걸 모른 채 전시회 성공을 기뻐하는 나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나도,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이 문제는 미래 세대와도 공유해야 한다. (167-168쪽)

제(김연수) 소설에도 어떤 시점이 있다면 저는 ‘미래적 시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과거의 일을 서술할 때 그 뒤의 미래까지도 다 알고 있다면 이미 기록된 과거는 수정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래는 끊임없이 갱신되니 과거 역시 끊임없이 수정될 것입니다. 무한한 글쓰기가 가능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략) 무한한 버전의 과거는 무한한 버전의 미래를 품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미래만 가진 사람에게는 결단의 행위가 없을 것입니다. (중략) 무한한 버전의 미래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을 해야만 합니다. (200-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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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말에서 상처 받은 자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을 골라 그저 작은 용기라도 주려고 애쓴 흔적이 들어있는 시집을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변명까지 하다니 살면서 나의 시간을 이리 헛되이 쓰고 있다는 게 말이 안되는 일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눈 앞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면, 너무 늦은 걸까. 책 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것도 마음이 닿는 것도 아무 것도 없이 그저 부유한 채로, 시간만 흘러간다.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천정 누수가 거듭된 위 집 검사에 의해 그 옆집으로 까지 관련되어 있다지만(이도 확실하지 않다. 검사 업자마다 실력 차가 있으니, 우리 돈 들여 검사까지 하여 이상 없다 하니, 검사도중 우리 옆집도 누수 중), 그 옆집은 세입자라 주인과 연락 또한 힘든 상황을 지나고 있다. 우리 옆집도 세입자라 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곰팡이 냄새가 지독하고 기침과 스트레스 등등으로 대야에 떨어지는 물을 아침마다 재고, 천정과 거실 벽의 물 번짐 정도를 사진 찍는 중이다. 

불변의 진리라 여겼던 물은 아래로 흐른다가 아니라 위로 거꾸로 흐른다는 걸 직접 경험 중이다. 30여 년 가까운 주상 복합 아파트라 그럴 때도 되었고, 살다 보면 온갖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모르쇠로 일관할 일이 아닌데, 연락 두절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어쩌자는 걸까, 결국 변호사에게 의뢰한다,까지 왔다.

옆집 주인과 공동으로 우리 돈을 들여 위의 두 집을 함께 검사하기로, 그러나 위의 옆집 주인은 세입자에게 떠 넘기면서 뻐팅기기까지, 세입자는 자주 부재 중이라 문앞에 전화번호 붙이고 기다리는 중이다. 

새로운 사실은 세상에 누수 업체가 이리도 많다니, 더더구나 누수전담 변호사까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경험치를 넓혔다. 

그 간 선거에는 투표지 부족도 있었고, 지금은 멕시코와 축구 경기 중이다. 심판이 편파적인 거 같다. 우리 편이 필요하다. 

그러고보니 이때까지 내 편이 네 편보다 많았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았다. 

지금은 김연수X게이치로 '근접한 세계'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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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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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11쪽)

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38쪽)

저녁의 소묘 2


목과 어깨 사이에
얼음이 있다.

그게 부서지는 걸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더 어둡다

손끝으로 더듬어 문을 찾는 사람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알지 못한다

그가
나가려는 것인지
(어디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64쪽)




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80쪽)

겨울 저편의 겨울 2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중략)

숙제를 풀지 못하기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때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중략)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97-99쪽)

저녁의 소묘 5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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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브루그만이 블로그에 쓴 짧은 에세이, 그는 각 에세이에서 성서적 주해 방법을 이 시대의 사회 문제 하나하나에 차례로 적용한다. 특히 [미국이 만든 가난(Poverty, by America)의 저자 매슈 데즈먼드의 분석 결과에 성서 본문을 연구하여 그 역사의 움직임과 실체를 알아내고 그 혼합물에 사회학을 덧붙인 다음, 다시 그 위에 성서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활동을 오늘날 하나님의 활동에 결합하는 신학적 관점을 덧붙인(27쪽) 글이다. 

'공공선'과 '사사로운 이익'이라는 난제에서 발생하는 위기와 실제 현실에서는 타협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정책과 법규에서 믿음이 요구하는 이것 아니면 저것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교회는 언약에 기초한 경제의 주장이 우리가 공공 영역에서 해야 할 실천에 필수 불가결한 점을 자주 가르치지 못했던 것을 가르치고, 제시하지 못했던 해석을 제시(186-187쪽)하면서, 교회가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회 현실을 응시하여 구조적 경제 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37쪽)고 주장한다. 교회가 그저 자선 활동이나 하며 개인 차원에서 선행이나 하라고 독려하는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될 정도로 현실의 위기가 절박하다고 고발하고 있다. 이제는 교회가 그렇게 안이한 도피에서 벗어나 공공의 장에서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고, 우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길을 적극 모색하며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190쪽). 

또한 그리스도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의 의무라고 알려준다. 특히 배제와 가난의 재생산에 참여할 때 부끄러움을 당연히 느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연대에 관하여 양심의 가책을 당연하게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이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넉넉하지만, 모든 이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넉넉하지 않지만(10쪽), 우리는 공동체의 선을 위해서 가진 것을 포기하고 공동선에 투자하고, 보이지 않는 분리와 수 많은 배제가 아닌 성실함과 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공익을 챙기는 삶에 집중하면서 공동선을 찾는 일을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내외 문제들을 보면, 공동선보다는 개인, 국가의 이익을 기반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온다. 국민을 공감하는 위정자가 세워지길 기도한다. 우리의 선택을 통해 공동선의 가능성을 기대한다.  

추신) 글을 참 쫀쫀하게 잘 쓰셨다. 어렵고, 새로운 사실에 부끄러웠지만 좋았다. 특히, 파라오, 솔로몬의 부요의 기반, 마가 복음 10장 부자 청년에 대한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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