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모를 기분에, 이빨이 날듯 말듯한 근지러움 같은 그런 애매모호하고 집중해도 풀어내기 힘든 그런 기분, 휩싸여 지냈다. 몇 권의 책은 읽었지만, 굳이 뭘 쓴다고, 아니 끄적이겠다고 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애써 피해 다녔다.
그런 차에 읽은 '삶을 견디는 기쁨'이다.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받아 들이고, 힘들면 잠 좀 자고, 음악 듣고, 시를 짓고. 산책하고, 삶에서 고통은 당연지사이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게 가지고 태어났으니, 그저 받아 들이라고, 결국 누구에게 칭얼대어도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중략)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81쪽).'
힘이 되면 받아 들이고 아니면 말고, 견딜 수 있음도 기쁨이 되니, 견뎌 보는 기쁨도 누려보고 싶다. 매번,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는 삶이니, 일어났던 수많은 괴로운 일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즐거웠던 순간들에게 마음을 주고 싶다.
책을 펼치면 명언, 그림, 시들이 가득하여 행복하게 사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행복은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반짝이고 있다. 눈을 돌리고 거둬들이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한 수고 정도는 견뎌낼 만하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S. 루이스)는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 신참 악마 웜우드에게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하여 충고하는 31통의 편지이다. 특히 '사랑하는'으로 시작되는 편지에서 편견은 깨졌고, 환자는 사람을, 원수는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글을 재해석해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저자가 글 쓰는 데도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
:작별곁에서(신경숙)는 읽다 보니, 지난번에 읽은 글이라 덮었다.
:성경 한눈에 보기 구약(전희준)은 구약에 관한 성경 공부를 끝내고, 공부하면서 이해가 잘 안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읽었다. 개론서로 충분했다.
:에세이의 준비(강보원)는 글을 좀 잘 써보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서 집어 들었다. 준비는 형식이다, 글을 쓰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기, 연필 깍기, 책상 정리, 책 읽기까지 내가 글을 쓰기 전에 하는 모든 일들이 준비에 해당한다. 준비라는 말은 많은 위안을 준다. 나도 준비 중이다.
:추락(J.M. 쿳시)은 번역을 엄청 잘했다. 그냥 빠져든다. 아들이 자꾸 떠올랐다. 각자 잘하자. 자신의 일만 잘해도 된다, 주제와는 좀 먼 듯하지만 암튼, 그랬다.
:더 나은 실패(김미현)는 조금만 읽어서 아직이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 빨리 흘렀다. 2달 간 구약 성경 공부와 2년 가까운 논어 공부를 마쳤다. 도서관 봉사를 하고 있다. 퇴직하면서 한 주에 배우는 하루와 봉사하는 하루를 정했는데, 그런대로 지키고 있긴 하다.
내일은 부모님 보러 간다.
다음과 같이 살아봐야겠다.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아직 알지 못한다.(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182쪽/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