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 근처에 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 없이 많은 '만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목 때문에 골라 든 책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니, 예전 카페 했던 기억이 난다.

절대 우아하지도 멋이 있지도 않는, 상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딱 호수 위의 백조 같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면 발 닿는 서점으로, 커피를 좋아하면 근처 카페에 가서 괜찮은 책을 골라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제일 좋다.

책을 고르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골라지지 않을까, 싶다.

결혼 생활도 그런 것 같다. 상상과 꿈이 아닌 치열한 '현실'뿐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부부에서 부모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 노 부부(?)로 나아가는 시간 앞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 본다.

우리의 시간에는 대로도 있었지만, 길이 없어 만들기도 하고, 장애물도 치우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래도 함께 지나왔다.

하지만 그 길을 같이 온 사람과는 아직도 삐걱댄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그러기에 한 몸같이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책을 한 권 골라 카페 순례를 갈 예정이다.  

돌아보니 순간마다 책은 늘 곁에 있어 수 많은 '만약' 을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더불어 저자와 저자의 책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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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는 마음 -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정한샘(정림)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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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방문 리뷰 중 ‘눈을 감고 골라도 좋은 책을 안고 나가는 곳‘이라는 글이 있었다. (중략) 이곳에서 책을 안심하고 골라 가는 데에는 아주 큰 전제가 따른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분노하고 상처받는 지점이,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존재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웃고 우는 마음이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 그 전제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의 책들은 마치 외계의 다른 세상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 것이고 그저 한번 둘러보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어쩌면 까다로운 한 인간의 개인적인 취향을 통과한 책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집 센 곳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30-31쪽)

책을 사지 않고 나갔을 뿐인데 내가 골라놓은 책이 외면받는 기분이 든다. 선택받지 못한 책들은 외로워 보이기만 한다. 책방의 하루는 그저 낭만만 가득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밖에서 보이던 그 노란 책방의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나는 영영 모를 텐데도 내 마음대로 따뜻한 공간이라 생각해 버린 건 아니었을까. 끊어내지 못한 생각들이 이어지면 다시 말들이 주위를 돌기 시작한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책 좋아하면 책방 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94쪽)

어느 속상한 날
사람들은 작은 화면 뒤에 ‘누군가‘있지 않고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책방은 낭만이 있어야 하고, 책을 파는 사람은 친절할 거로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존경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환멸을 느낄 때가 많고,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지만 빨리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세상도, 개인의 상황도 온통 먹구름이다, 선물 받은 잔에 선물 받은 코냑을 따라 두고 이쁘다, 이쁘다 하며 마음을 추스르는 밤. (119쪽)

안다. 이런 수많은 ‘만약‘을 떠안고는 그 어떤 글도 읽을 수 없다. 읽을 수만 없나, 쓸 수도 없다. 이런 ‘만약‘들로 문장을 파헤치고 비난할 수 없다. 그 모든 ‘만약‘을 피해 갈 수 있는 글은 이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책의 첫 문장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이미 일어난 행위인지 열망이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므로 나의 ‘만약‘들은 이미 틀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만약‘들은 머릿속에서 정렬되다 곧 사라지고, 다시 읽기 시작한다. 다음 문장, 또 다음 문장에 경탄하면서. (127쪽)

이 작가는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썼으며, 그 삶은 세대와 지역의 차이를 빼고 보더라도 내가 겪고 아는 삶과는 너무나 다르다. (중략) 다른 삶을 발견하는 것은 종종 나의 무지를 발견하게 되고, 빈약하고 초라한 앎의 깊이를 마주하게 되는 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때론 부끄럽고, 때론 화가 난다. 어떤 때는 아무도 몰랐으면 싶은 나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도 된다. 그래도 발견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서 연결되는 것들에 나를 맡겨보고 싶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연결에 초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160-161쪽)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후의 삶.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바로 지금 살아내고 있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수도 읽을 수도 없다. 읽을 수 없으므로 쓰기를 멈춘다. 병과 죽음. 남겨짐과 애도를 빼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갑자기 몸을 부풀리는 순간이 있다. 주로 후회로 연결되는 기억들이다.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결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그냥 운다. (189쪽)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정말 어느 상황에서나 찾을 수 있는, 마음먹기 마련인 감정일까요? 만약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행복을 찾는 기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일까요?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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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자가 사진을 보면서 '말'을 들여다 보길 원하고 있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지만 시는 시간을 관통하므로, 그래서 [시인의 사진]이다.  

사진은 각자의 기억과 기록의 다른 방향에서 그나마 가장 실제를 포착한다고 볼 수 있다. 삶을 사진으로 말한다면 수없이 많은 조각난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끔 펼쳐보는 사진들, 아니 오늘의 사진으로 떠오르는 사진을 보면 온전한 기억보다는 파편적이다. 사진이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나아가는 순간과 행위의 모습들, 덧붙여 기억에 남은 것은 이전과는 같은 적이 없는 실제와 감정이 들어 있다.

남기고 싶은 순간을 찍지만, 남겨진 그 모습을 다시 수정하면서 기억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감춰지고 왜곡된다. 또 동일한 사진을 보고서도 서로가 다른 공감을 나누고, 같은 지점에 있지만 우리의 눈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거나 다르게 투영한다. 

그래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려면 기록보다는 사진이 더 실제에 가까울 거 같다. 

하지만, 난무하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멋있다.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실제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는 것도 다른 것이 많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그래서 말을 할 때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말 해 보라고 권한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보여지는 그대로 말하면서 아니면 다시 확인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루빈스 컵' 처럼 눈의 착각과 다름을 인식하기(대화할 때, 어떤 이는 컵에 대해, 누구는 얼굴에 대하여 말한다면 결과는 상이하다.)

-평가보다는 사진 찍은 것처럼 관찰로 말하기(약속 시간 늦은 친구에 대하여: 늦잠 잤구나, 게으르다, 얘는 항상 늦어가 아니라 10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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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진 - NO. 1
홍재운 지음 / 서정문학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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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각적 감각으로 기록한 한 편의 시, 낱낱이 드러나는 상처의 증언이고, 거부할 수 없는 순간의 재현입니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서 파생되는 이미지는 비가시적 공간으로 펼쳐지고 재생산됩니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들은 전혀 다른 의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21쪽)

사진은 실제의 숲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숲이라는 개념 자체를 감각적으로 재조립한 풍경이다. (52쪽)

이미지는 문자보다 때로 더 강한 전달과 울림으로, 이동하는 감성을 포함하고 있다. (97쪽)

사진은 때로 편견을 허무는 해방이다. (중략) 카메라의 위치를 낮은 자세로 변형시킨 방법은, 낯익은 풍경을 낯선 풍경으로 재구성해 평범함을 허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이렇게 수평, 초점, 자세를 변형해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122-123쪽)

보는 각도에 따라 높이에 따라 우리의 눈은 다르게 제시하고 받아들인다. 같은 도시의 풍경을 전혀 다른 스토리로 번역, 반전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지요. 그리하여 이미지를 개념화하는 사진, 여행입니다. (143쪽)

사진은 단순한 조형 예술의 기록이 아니다. ‘지금‘이라는 순간이 철 구조물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되는 감각, 왜곡된 시간으로 늘어나는 세상을 발견하는 통로이며 사랑 움직이는 전복적 상상이다. (175쪽)

카메라의 눈은 이미지에 대한 강제 포착으로 일종의 폭력이다. 반면에 사람의 눈에 비친 사물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잊혀진다. (중략) 어쩌면 자주 카메라와 사진작가의 눈이 다르게 표현될 때가 있다. (중략) 기억과 기록이 다른 방향으로 분리되는 시선이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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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글 답다. 인간의 시선으로 그린 아담과 이브 이야기다.

낯선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고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 때가 떠오른다.

아담과 이브, 서로에게 새로운 피조물은 시작은 '그것'으로 불린다. 그것들은 서로에게 매우 낯설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서로의 시선을 교차하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기록한다. 그러면서 그녀, 그에서 '우리'가 된다.

아담의 다정하고 선한 마음, 이브의 아름다움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서로는 짐작과 가정과 추측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하며 실험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수많은 결점들과 다름을 인정, 수용하면서, 그냥 다가 온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는 고백으로 나아간다.


*사랑은,

'이러한 사랑은 이성과 통계의 사물이 아닌 듯하다. 이 사랑은 그냥 다가오며, 어디에서 오는지 아무도 모르고 설명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78쪽).'

*이브를 욕하지 마,

'금단의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밤栗이라고 그 뱀이 장담하더란다. 그녀가 말하길, '밤'은 낡고 곰팡내 나는 농담을 뜻하는 비유적인 말이라고 그 뱀이 알려주더란다(24쪽).'

*'우리'라는 단어,

최근 배우 예지원이 함께 한 세계테마기행 타이티 편을 보면서, 그들은 늘 우리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우리도 밥 먹듯 우리를 사용하는 데 아주 많이 다르지요.

*다큐를 농담으로, 농담을 다큐로, 살아가는 데 호환이 필요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자고요. 담 주는 대학 동기들 만난다.

*벌써 2월이다. 한 것도 없는 데 시간만 지나갔다고 볼멘 소리도 들리지만, 잘 지내왔잖아. 아담이 일요일마다 '잘 버텼다(15쪽,18쪽,21쪽).'로 지내다 어느새 '일요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쓸모가 있다(29쪽).'는 고백까지 우리는 매일을 좋아하면서 살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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