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 근처에 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 없이 많은 '만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목 때문에 골라 든 책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니, 예전 카페 했던 기억이 난다.

절대 우아하지도 멋이 있지도 않는, 상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딱 호수 위의 백조 같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면 발 닿는 서점으로, 커피를 좋아하면 근처 카페에 가서 괜찮은 책을 골라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제일 좋다.

책을 고르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골라지지 않을까, 싶다.

결혼 생활도 그런 것 같다. 상상과 꿈이 아닌 치열한 '현실'뿐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부부에서 부모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 노 부부(?)로 나아가는 시간 앞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 본다.

우리의 시간에는 대로도 있었지만, 길이 없어 만들기도 하고, 장애물도 치우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래도 함께 지나왔다.

하지만 그 길을 같이 온 사람과는 아직도 삐걱댄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그러기에 한 몸같이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책을 한 권 골라 카페 순례를 갈 예정이다.  

돌아보니 순간마다 책은 늘 곁에 있어 수 많은 '만약' 을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더불어 저자와 저자의 책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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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자가 사진을 보면서 '말'을 들여다 보길 원하고 있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지만 시는 시간을 관통하므로, 그래서 [시인의 사진]이다.  

사진은 각자의 기억과 기록의 다른 방향에서 그나마 가장 실제를 포착한다고 볼 수 있다. 삶을 사진으로 말한다면 수없이 많은 조각난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끔 펼쳐보는 사진들, 아니 오늘의 사진으로 떠오르는 사진을 보면 온전한 기억보다는 파편적이다. 사진이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나아가는 순간과 행위의 모습들, 덧붙여 기억에 남은 것은 이전과는 같은 적이 없는 실제와 감정이 들어 있다.

남기고 싶은 순간을 찍지만, 남겨진 그 모습을 다시 수정하면서 기억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감춰지고 왜곡된다. 또 동일한 사진을 보고서도 서로가 다른 공감을 나누고, 같은 지점에 있지만 우리의 눈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거나 다르게 투영한다. 

그래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려면 기록보다는 사진이 더 실제에 가까울 거 같다. 

하지만, 난무하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멋있다.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실제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는 것도 다른 것이 많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그래서 말을 할 때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말 해 보라고 권한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보여지는 그대로 말하면서 아니면 다시 확인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루빈스 컵' 처럼 눈의 착각과 다름을 인식하기(대화할 때, 어떤 이는 컵에 대해, 누구는 얼굴에 대하여 말한다면 결과는 상이하다.)

-평가보다는 사진 찍은 것처럼 관찰로 말하기(약속 시간 늦은 친구에 대하여: 늦잠 잤구나, 게으르다, 얘는 항상 늦어가 아니라 10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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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글 답다. 인간의 시선으로 그린 아담과 이브 이야기다.

낯선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고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 때가 떠오른다.

아담과 이브, 서로에게 새로운 피조물은 시작은 '그것'으로 불린다. 그것들은 서로에게 매우 낯설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서로의 시선을 교차하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기록한다. 그러면서 그녀, 그에서 '우리'가 된다.

아담의 다정하고 선한 마음, 이브의 아름다움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서로는 짐작과 가정과 추측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하며 실험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수많은 결점들과 다름을 인정, 수용하면서, 그냥 다가 온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는 고백으로 나아간다.


*사랑은,

'이러한 사랑은 이성과 통계의 사물이 아닌 듯하다. 이 사랑은 그냥 다가오며, 어디에서 오는지 아무도 모르고 설명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78쪽).'

*이브를 욕하지 마,

'금단의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밤栗이라고 그 뱀이 장담하더란다. 그녀가 말하길, '밤'은 낡고 곰팡내 나는 농담을 뜻하는 비유적인 말이라고 그 뱀이 알려주더란다(24쪽).'

*'우리'라는 단어,

최근 배우 예지원이 함께 한 세계테마기행 타이티 편을 보면서, 그들은 늘 우리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우리도 밥 먹듯 우리를 사용하는 데 아주 많이 다르지요.

*다큐를 농담으로, 농담을 다큐로, 살아가는 데 호환이 필요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자고요. 담 주는 대학 동기들 만난다.

*벌써 2월이다. 한 것도 없는 데 시간만 지나갔다고 볼멘 소리도 들리지만, 잘 지내왔잖아. 아담이 일요일마다 '잘 버텼다(15쪽,18쪽,21쪽).'로 지내다 어느새 '일요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쓸모가 있다(29쪽).'는 고백까지 우리는 매일을 좋아하면서 살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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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성경을 읽을 때, 아니 읽어야지 할 때에는 그 시점에는 분명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거의 안다는 식의 건성으로, 건너뛰기와 오독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성서를 열다'에서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가해한 세계 앞에서' 라는 말이 덧붙여있다. 

이제껏 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성서의 낯선 세계를 만나야 하고 그 속에서 너 자신을 열어 보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렇게 성경과 마주한 사람들로, 파졸리니, 에리히 프롬, 본회퍼, 윌리엄 포크너를 언급하고, 타종교, 동양 경전 등까지 성서와 비교하기까지 한다. 

차례에 나오는 6가지 질문에 답해보는 맛도 있다. 각자의 답이 있겠지만, 정답(?)이나 오답을 가리기 위해 애쓰며 읽었지만 잡힐 듯하지만 한마디로 채점하지 못한 답만 남아 있다. 결국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리라. 중간 중간에 나오는 성경 구절이 책 읽기에 방해가 되었다면, 이 말씀들이 너무 익숙해서 그냥 넘기고 싶은 충동까지 싸우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지고 주의가 분산되니 어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변명한다.


그럼, 진지하고 정직한 자세로 답해보자.

성서는 어떤 책인가?

성서를 읽는 당신은 누구인가?

누가 성서에 들어가는가?

성서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성서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성서에서 무엇이 열리는가?


이 참에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긴 역사 속에서 다양한 저자들과 편집자들의 손을 거친 성경은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와 해석이 나오기도 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생겨나는 것 보면, 이 또한 '성서를 열다'와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닌지 애써 합리화한다.


더 생각할 부분으로 부록에 나오는 내용(151-153쪽), 인간은 '차악'을 선택하므로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여기면서 자신에게 '무고함'을 판정하는 궁극적인 힘을 부여하게 된다.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인간은 잘못했다 할지라도 '정당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며, 힘을 소유하게 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미리' 말함으로써 우리는 힘과 권력을 얻게 되며, 내적 갈등 없이 우리를 정당화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갈등을 외부화한다. 내면에서의 충돌은 사라지고, '나'가 아닌 '타자', '우리'와 '다른 타자들','저들'과의 갈등만 존재한다. '합리적인 나'와 '불합리한 타자','나'라는 의미 있는 존재와 '타인'이라는 무의미한 존재 사이의 갈등만 존재하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영화, '밀양'이 떠올랐다. 전도연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해 주려고 만났는데, 범인은 '나는 이미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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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대신 카렐 차페크가 쓴 [조금 미친 사람들]을 챙겨 떠났다.

사이 사이 멋진 삽화까지 그려 넣은 100년 전에 쓴 여행기라니, 놀랍지 않은가.

카렐 차페크는 기차를 타고 체코를 출발해서 몇몇 나라를 거쳐 가장 스페인다운 곳을 여행했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소위 유명하다는 곳을 다녔다.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 차가 있었지만 그가 다닌 길과 거의 유사했다. 

출발 전에 읽기 시작하여 그가 다닌 곳을 따라가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기시감까지, 카렐 차페크와 같이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서로의 좋아하는 영역과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거리야말로 가장 좋은 박물관(41쪽)'이라는 사실은 유사했다. 영어가 아니라 넘치는 스페인어, 낯선 문화, 그렇지만 이런 편안함과 풍성함, 즐거움은 뭐지, 여행은 이런 것이다, 이런 맛에 다니는 것이다를 처음 느꼈다. 

제목은 역자가 저자가 엘 그레코를 가리켜 한 말,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55쪽).'에서 [Trip to Spain] 대신 따온 것이리라. 

미치지 않고서야 가 볼 수 없는 곳을 다녀왔다. 한 때 세계에서 일등을 했던 스페인에는 뿌리깊은 뭔가 있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으니까, 아무 말로 끄적거린다.


*그러고보면 미쳐야만 지금을 온전히 살아 낼 수 있다. 

*꼬르타도 커피, 알람브라 맥주, 상그리아, 착즙오렌지, 에그타르트, 빠에야, 바깔라우, 젤라또, 하몽, 타파스, 츄러스 등 맛보았다. 

*부에르타 델 솔(솔광장)에는 다양한 크리스마스마스(122416) 조명으로 반짝거렸고, 곰동상, 제로포인트, 펠리페 3세 기마상 주변에는 사람들로 더 붐볐다.

*톨레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유적이 공존하는 장소이자 스페인의 옛 수도다. 특히 엘 그레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그림이 있는 산토도메 성당은 좁은 골목들 사이에 아주 작은 곳이었다.

*세비야 대성당의 콜럼버스 묘가 인상적이었고, 성당내 굳게 닫힌 개인 기도처가 곳곳에 있어 낯설었다.

*공항 검색대보다 더 철저한 검색을 통과하여 들어간 미술관이 인상적이다. 온전히 자국민의 작품만 있다 해서 더 놀라웠다. 

*육만봉을 병풍삼은 베네딕트 수도원, 보압딜이 알람브라 궁전을 이사벨 여왕에게 건네주고 눈물흘린 무어인의 한숨 고개, 좁은 골목길, 혼합된 고딕 및 바로크 양식과 아랍 양식의 건축물, 가우디가 영혼을 갈아 만든, 아직도 진행중인 성가족성당, 누에보 다리, 헤밍웨이가 작품 구상한 론다, 온전한 그들만의 문화 투우, 세상의 끝 호카곶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울림을 마음에 담아왔다.  

*구성진 목소리의 가수, 남녀 무용수, 기타리스트로 구성된 플라멩코를 보는 데 눈물이 났다.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라니, 끝없는 들판에는 몇 백년을 살아 낸 올리브 나무들이 도열해 있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아껴가며 읽는 중이다.

*내가 다닌 곳과 카렐 차페크가 다닌 곳을 사진으로 연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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