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축하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연신 읊조리며 눈을 돌리며 쌓여있는 책은 애써 외면하고 예전 같으면 가방에 한두 권 넣어갈 만한데도, 그냥 마구 다녔다. 마구 살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주 간단히? 요기 할 것으로 집어 든, '책의 말들'이다.

저자가 읽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책들의 말을 들었다. 경청했다.

여러 책들이 말하는 최소 100마디는 들었다.

어느새 상담 모드로 바꿔있다. 상담자가 만난 내담자는 다양하고 복잡하고 다른 여러 계층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아주 먼 곳에서 온 이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가 되니까.

책을 읽은 다음에는 김겨울 스타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부럽다. 나도 자라면서 만만치 않은 독서를 한 거 같은 데, 글 쓰는 데는 젬병인 것 같다. 어쩌겠나..

책을 읽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지난 밤은 너무 놀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위해 기도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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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를 현재의 사건들을 통하여 삶에 적용한 글이다. 그래서 매일의 삶을 기록한 일기 같다. 우리의 읽기와 쓰기가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회적 문제와 접촉하여 맞물려 있어야 한다고 되풀이한다. 즉 책 표지 글처럼, 작가에게 읽기와 쓰기는 미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므로, 공론의 장에서 이미 정해진 질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본질적인 질문과 진실에 합당한 적합한 말을 발견하여 적절한 순간에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말들은 배제되는 사람 없이 직접 닿을 수 있어야 하며,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공동으로 함께 끝까지 찾아내는 성실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타인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그대로 남겨 두고 '피해를 입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착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나에 대해서는 개인 각자의 몫으로 떠 안고 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하였지만, 알아볼 수 없는 글자만 남아있다. 그렇다면 내용 정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게 전부다.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는 데 도무지... 

뜨개질 열풍이 부는지, 친구가 양말과 조끼 뜨고 싶다 하여 온 종일 알려줬다. 무궁무진한 방법 중에서 양말은 가장 쉬운 스파이럴 삭스를 알려 주고, 조끼는 하루 만에 떠서 선물로 줬다. 역시 독학하면서 익히는 게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동생 생일이라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나 축하했다. 엄마는 최근 절친이 돌아가셔서 김장은 안 하기로 했다. 요즘 일기를 쓰시는 데, 읽어 보는 데 눈물이 났다. 글을 아주 잘 쓰신다. 아빠는 언제든 하늘나라 갈 준비를 다 하셨다고 자주 놀러 오라고 하셨다.   

결혼한 아들은 못 본지 몇 주 되니, 보고 싶다. 아무런 기미조차 없는, 너무나 시크한 아들.. 주말에 선물로 받은 김장을 가지러 온다 하여, 맛난 거 해 준다고 이거 저거 배송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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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아들이 결혼함으로써 그 빈자리는 실제로 많이 허전했다. 부모에게 손 빌리지 않고 결혼식을 했고, 손님들은 축하하는 청년들로 가득 차 흐뭇했다. 정부의 전세 자금이나 주택도 당첨되어 그들이 저축한 돈을 (특히 며느리의 저축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기반으로 십 년 동안 적은 월세로 입주한다 하였지만, 자식들의 저축은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양가 엄마들이 결혼하는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돈으로 전세 집을 마련해 주었다. 매우 매우 고마워했다. 나에게는 딸이 생겼다. 그저 예뻐서 이거 저거 마구 챙겨주고 싶었다. 조만간 집들이 초대에 응해야겠다. 

매주 이틀은 봉사 활동으로, 하루는 논어 배우기로 지냈다.  두 달의 봉사 활동은 끝났다. 논어는 진행 중이다. 

'작정하고 읽는 자는 늙지 않고 영원히 성장한다'는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을 읽었다. 그녀는 그 동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다르게 읽기를 통하여 감정과 사유를 통합하여 통합적 자아로 나아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계속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다. 특히, 다시 읽은 책을 펼칠 때는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에 빠진다는 말에 지극히 공감한다.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의식이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이번에 읽은 '성서와 만나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서를 읽을 때마다 달리 읽히고, 새롭게 발견되는 구절로 놀랄 때가 많다. 성서의 지은이들은 동일한 사건을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의미 부여를 달리 했고, 기록의 시점도 차이가 난다. 읽는 이도 또한 그 때의 왜곡과 지나침, 잘못 읽음을 이제 발견할 수 있고 나이에 따라 달리 읽혀진다. 하지만 그 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고 본다. 그 때는 그때의 상황과 마음의 넓이가 그 정도가 최대치였으니까. 그래야 책 읽기를 계속할 수 있다. 

황동규 '봄비를 맞다'는 늙음에 맞닿아 있는 자신을 인식하는 시다. '즐거운 편지'가 그립다. 나 또한 눈이 침침해지고(아직도 도수 높은 근시 안경을 끼고 있다), 머리에서 맴도는 단어들이 쌓이고, 입으로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어쩌면 마땅히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일까. 최근 대학 때 아쉽게 헤어졌던 후배와 연락이 되어 만났다. 이 나이에, 늙어가면서 만나도 될 사람이 생겼다.     

'수유천' 영화에서 묻고 있는 '너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대답을 들어보면 도달한 사람이 없다. 그래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는 김민희가 돋보인다. 홍상수 영화는 누군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아 좋다. 그래서 꼭 보게 된다.

'동경 이야기' 영화에서는 부모님과 우리 남매들이 보였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결혼을 하면 자신만을 생각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대사와 상실을 경험한 시아버지와 혼자가 된 며느리는 서로를 공감한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에 대하여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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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질 수 있다면, 적어도 쓸데없는 감정 소모와 서로에게 상처 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저자가 또한 언급한 '가지 않는 길'이며, 'trade off' 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만질 수 있는 생각으로 형태와 물질을 만들어 낸 그 과정의 지난하고 힘들었던 시간과 상황, 노력보다는 성과나 결과에 초점이 가 있으니, 마냥 부러웠다.  

자식에 대한 생각도 이러한 거 같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와 선택이 있고, 어려움과 노력이 전제 되어야 번듯한 결과가 나올까 말까 하는데, 아들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함에도 그 결과를 미리 그려주려고 했던 거 같다. 

이렇게 좋은 날이 흘러가고,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다, 구체적이고 확정된 부분은 없었지만, 대체로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상황에서,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로 여행을 떠났다. 

다음은 어디로 여행 가자 하면서, 떠나기까지 다녀 온 여행의 감흥을 몇 번이나 곱씹기를 바랬다.

오자마자, 폭탄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폭탄이었다, 그 때만 해도 그랬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아들이 일련의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적은 A4용지를 내밀었다. 일방적이었다.

며느리 될 아이를 만나고, 이 불편한 감정을 추스리면서 시간이 흘러 다음 주말에 결혼식이다. 

몇 권의 책들은 건성으로 넘어가고, 남편과 나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방법과 내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자기 방식대로 밀고 나갔다. 아들 편을 온전히 들어주었다.     

이 때 생각을 만질 수 있다면, 아니 보이기라도 한다면, 서로의 갈등은 무해하고 이해를 넓힐 수 있었을까. 우리는 각자 백지 위에 인생을 그리고 있고, 그 인생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돌아보면 아들의 결혼은 우리의 결혼이 투영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이 개입되면서,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이 우리의 결핍을 메우려는, 그래서 미리 살아 온 우리의 아쉬움이나 실패를 최소화 시켜주고 싶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남편은 가네 마네로 온갖 싫은 소리를 마구마구 쏟아내더니, 그래도 아들과의 절연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오늘에야 양복을 샀다. 드디어 참석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리라. 며느리 얼굴은 기억날까, 양장을 입고, 폐백은 하지 않지만, 다음 주가 되면 아주 우아하게 품위 있는 결혼식을 준비한, 부모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마련한 혼주석에 앉아 있을 것이다.    

아들을 많이 사랑하는 남편과의 갈등이 힘들었다. 분리 과정으로 충분했다. 정말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고, 지방에 가서 살자고 하더니, 그래도 자식 근처에 살아야 한다나...

물건이든, 시간이든 함께 머리 맞대어 풀어나가지 않았으니, 그 사람의 생각을 만질 수는 없었어도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면 눈 빛, 몸 등이 말하는 틈새에서 긍정의 기미를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급히 서둘러, 애써 규정하고 보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드러내지 않는 한 그 누구의 생각은 만질 수는 없다. 다만 볼 수는 있을 뿐이다. 만지고 볼 수 있는 사이의 간극은 크다. 하지만, 저자는 넓고 깊고 커다란 틈을 우리가 만질 수 있도록 제본하여 제공했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동심원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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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오래 보기] 저자는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실한 내용으로 쓴 것을 독자들이 경험의 진술로 음미하는 것이 궁극의 읽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명백히 밝혀줄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최고의 논리를 전개해 줄 언어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이라는 문제로 돌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밖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페르소나)'를 찾게 된다. 즉, 저자의 페르소나는 글쓰기 뿐 아니라 읽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읽을 때 문장 사이에서 화자의 진정한 관점을 찾게 된다.

'고닉은 자신의 비판적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의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두 진술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인칭 개인 비평'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을 성취해낸다.(352쪽)'

아름다운 글(美文)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어야 하며, 독자는 그 행간에서 말하는 관점을 찾아 나의 경험과 만나는 게 독서의 의미이고 진술하는 것이 비평이지 않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팩트로 말 하고 팩트로 글 쓰고 진지하게 진심으로 살아보자. 

세월이 쏜 화살같다. 담 주부터 몇 주간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다녀온다. 준비할 게 많다. 에어캐나다 예매, 비자 및 국제면허증 발급, 호텔과 에어비앤비 및 렌트카 예약, 캐나다 국내비행기표 등등, 일단은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다녔지만, 처음으로 함께 떠나본다. 부디 같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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