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없이는 살 수 없다는 안 베르는 루게릭 병이 자신을 잡아먹는 시간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내고,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 

생의 마지막을 선택한 그녀의 마지막은 여름이었다.

그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미래를 도모할 수 없고 희망이 없다. 불능과 의존만이 있다. 

그녀의 시간은 정지되고, 손자들은 어른이 되고 계속 나이를 먹겠지만 자신은 영원히 쉰아홉 살로 남게 된다는 것, 현재형만 있다는 것, 언니가 눈 앞에 있지만 손이 아니라 시선으로만 꼼꼼히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촘촘한 바늘 땀으로 맺어진 인연을 풀어헤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무시무시하고 늘임표가 찍힌 슬픔을 느낀다는 것, 그녀처럼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는 없을 거다. 

얄밉게도 나는 그녀의 글에서 깊은 안도와 위로를 받는다.

생각해 볼 것은, 죽음을 타인에 의함이 아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그에 앞서 남이 나에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나도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의 의무로 해야 된다로 확장하여 생각해 본다.   

번역도 참 잘하셨다.  

약속이 있어서 생각이 모이지 않는다.

[나의 마지막은, 여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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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달력을 보니 오늘 하루가 더 숨어있었다.


아그네스 발차가 부르는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오겠지 /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 노래를 반복하여 듣는다 : Agnes Baltsa 'There will be better days, even for us'

노래 제목을 달리 보면 와 닿는 의미가 완전 다르다. 고통이 팬던트처럼 목에 걸려 있지 않도록 자신을 깨우치라는 가사가 있다. 


사진 시집, [아직 거기 있었구나]에서는 사진과 시가 각각 부족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둘 다 있어 채워지고 보완되고 있지만, 책으로 내야 할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는 것 같다. 순전히 책 제목에 이끌려 펼쳤다.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 늘상 있어 당연한 것들, 사라지지도 가버리지 않고 아직도 거기에 있는 것들이 마음을 헤집고 다닌다. 요즘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데, 예전 일은 오래도 남아 있다. 

산불로 모두 잃어버린 이재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보탠다. 나비 효과를 믿어본다. 

3월 31일이 있었구나,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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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 나오는 문장들을 모두 옮겨 적고 싶다.

첫 번째 문장만 적어본다.  

'나는 거의 팔십 년 간 글을 써 왔다. 처음엔 편지였고, 그 다음엔 시와 연설, 나중엔 이야기와 기사, 그리고 책이었으며, 이젠 짧은 글을 쓴다. 글쓰기 활동은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 활동 덕분에 나는 의미를 찾고,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더 깊고 더 일반적인 무언가에서 파생되는 것일 뿐이다. 그 무언가는 바로 우리가 언어 자체와 가지는 관계다. 이 짧은 글의 주제는 언어다(7쪽).'


존 버거는 '언어는 하나의 몸이며, 살아 있는 피조물이다(8쪽).이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부분을 텍스트로 끄집어 내어 알게 해 준다. 


존 버거는 채플린 몸짓, 사랑단풍나무, 새털, 다육식물, 나뭇잎, 바다로 가는 장어, 노래, 사진, 누군가의 대화, 그림, 정치가의 연설, 담론 등에서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언어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페르소나를 벗게 만든다. 말이라고 다 동일하고, 진실의 말은 아니다. 어떤 이는 본인조차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도 있으니...    


특히, 드로잉으로 표현한, 자연의 외양들을 텍스트로 읽어 낸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좌파든 우파든 정치인들의 의도도 알았다. 최근 산불로 피해 입은 지역에서 '사진 찍으로 왔제?'하는 주민의 말과 불편함 줄까 찾아 가지 못한 정치인이 진실되고, 본질적으로  for the people, by the people, of the people 정치를 하길 바래본다.

이러한 와중에도 존 버거는 시간은 선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적인 것이며, 역사로부터 알 수 있는 텍스트들이 현재에 희망을 준다고 한다. 


요즘 대화할 때, 타인의 눈과 의도를 거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본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들어 보면 그 사람이 자라 온 환경, 부모, 배경 전체를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언어는 하나의 몸이 되며, 살아있는 피조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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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표지, 제목에 끌려 구매한 책,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은 여성 작가 35인이 어디에서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글을 썼는지 소개하는 글이다. 여자로서 소설을 쓴다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동행자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던 시대 등, 대체로 악 조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 이제껏 읽은 그녀들의 글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녀들이 글을 쓰는 목적과 공간은 다양하다. 그녀들이 글을 쓴 공간은 어디든 간에, 치열한 삶의 공간이자 치유하는 곳이었다.   

동양인은 없었다. 아직도 동양에서 글쓰기가 서양보다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한강이 있었더라면,,, 아쉬웠다. 

저자의 바램처럼 작가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나아가 그녀들의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은 생겼다. 추 후 읽기 위해, 몇몇 낯선 작가들의 작품도 메모했다.

어린 시절, 앉은뱅이 책상에서 책 읽고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 쓴다고 원고지와 고군분투했던 기억까지,,, 요즘은 침대 프레임에 기대어 책 읽는 게 마냥 좋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산다는 거다. 자고 싶을 때 잠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책 읽고 싶으면, 책 읽으면 된다. 이 책을 보든, 읽기 싫으면 덮으면 된다. 그녀들이 그리 힘겹게 쓴 글을 이리 싶게 읽어도 되나, 싶지만.

35인 각자의 이야기를 짧게 나마 쓰고 싶지만, 책 속에 밑줄 긋기로만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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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가 읽혀진다. 

사람의 관계도 그렇지만, 삶의 방식과도, 누구를,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 때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잃은 건 없고 모든 게 공부가 된다(176쪽)고는 하지만, 시간도 사람도 열정도 감정도 등등 많이 많이 잃게 된다. 어쩌면 그리하여 공부가 되기도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씩 배움이 쌓이고 있는 중일까... 아님 사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걸까...

'다 하지 못한 말'은 한 여자가 진한 사랑을 한 후, 제대로 된 작별을 고하지 못한(208쪽) 말이 된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그 남자가 하지 못한 말도 듣고 싶다.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윤아 '다 하지 못한 말'

그저 스치는 바람인 줄

그저 지나가는 떨림인 줄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듯이 그저 그런 줄 

아직은 아직은 아니길

조금만 이대로 그 곁을

다시 날이 차도 지금 이대로

그 마음 안을 수 있기를

계절은 어느 새인가

이별을 향해 가고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말해주오

아직 다하지 못한 그 말을

계절은 어느 새인가

이별을 향해 가고

돌아봐도 돌아보아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말해주오

아직 다하지 못한 그 말을

아직은 아직은 아니길

아직은 아직은


* 유해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별들이
닿을 듯 내 손끝에 꿈을 꾸고 있지만
그대가 곁에 함께 있어요 이 순간
따스한 그대 숨결을 느끼죠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변해서
나의 눈이 가슴이 기억할 수 없지만
영원히 나의 가슴에 남아 있겠죠
아름다웠던 그대의 추억이
나에게 늘 한 사람
곁에 있어 행복한 사람
세상이 다 변해도 우리 사랑 영원히
다하지 못한 그 말
다해도 다 할 수 없는 말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워하며 힘들었던 날들에
매번 울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도
언제나 비워질 수 없었던 단 하나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었죠
나에게 늘 한 사람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언제나 내 마음이 그대 곁에 달려가
다하지 못한 그 말
매일 같이 하고 싶은 말
그대만을 사랑합니다
나에게 늘 한 사람
곁에 있어 행복한 사람
세상이 다 변해도 우리 사랑 영원히
다하지 못한 그 말
다해도 다 할 수 없는 말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덧붙여, 드라이브하는데 들리는 노래, 비비 '밤양갱'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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