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몸을 깨워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34년 가까이 일하면서 쓰러진 3일을 제하고는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종업식을 한 후 명퇴 결정도 들었다. 더 이상 올 수 없는 곳을 휘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몇번이나 묻고 또 물었다. 이제 와서 어쩔까마는, 치열하게, 당당하게, 잘 해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주변인의 시선보다 내면의 나의 시선이 너무 강했고, 기준치도 높아 어렵게 돌아 온 적도 있었다. 돌아보니 나로 인해 주변인도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은 두고 두고 기도로 갚을 일이다. 새해 들어 와 '철학의 위안(알랭드보통)', '고독할 권리(이근화)'를 번갈아 읽으며 바로 동해로 떠났다. 바다는 여전했다. 나도 여전히 똑같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