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한번쯤 차 한잔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아 본 경험이 있으리라. 그리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며 주저하는 발소리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씩 날아온 비행기 편지, 설레며 살며시 책갈피에 꽂아 둔 편지, 대여한 타자기로 써 내려갔던 긴 장문의 편지들, 상사병이 사라진 지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스펙으로 대차대조표를 맞춰서 서로의 짝을 찾는 청춘들, 섹스리스의 부부들, 노인의 성은 드러낼 수 없는 욕망으로 치부하는,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절보다 훨씬 더 불행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영화 '써니'를 보면서, 그 누구에게도 찬란했던 한때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적어도 그러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시간을 능동적인 태도로 좌우했던 순간들, 어찌보면 시국을 걱정하는 시위대 속에서 어처구니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을지라도, 그 순간에서는 최선이었고, 최고의 선택이었던 그녀들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볼 즐거움과 행복했던 순간이 없다면 남은 생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