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아침에 어느 초등학교를 지나며, 세 낱말을 봤다. 지혜인, 예절인, 건강인이었다. 이 세 가치로 아이를 가르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한 성적 이외의 가치로 아이를 가르치기 어려우리라.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된 고등학교. 스스로 하는 학습보다는 정답을 외우는 학습으로 같은 말만 하는 앵무새가 된 아이들. 나도 그런 고교 시절을 보냈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그 시절을.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그 시절을. 2018년의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1, 드라마 'SKY 캐슬(JTBC, 2018)'도 그 연장선이리라. 그리고 여기, 입시강사였던 이가 있다. 이제는 창업교육 전문가가 된 이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스탠퍼드의 디스쿨의 교육과정을 국내 상황에 맞게 연구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전 인원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역할분담, 의사소통, 정보공유, 의사결정,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중에서 (54쪽)


'(스탠퍼드) 교육은 먼저 작은 활동을 주고, 이 활동을 완수하게도 하고 실패하게도 합니다. 수없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면서 스스로 정신의 변화를 맛보게 합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스탠퍼드 교육의 특징입니다.' -'고무줄에 담긴 스탠퍼드의 지혜' 중에서. (108쪽)


 '참여형 수업은 (스탠퍼드) 디스쿨의 교육 철학을 한국에 적용한 결과입니다. 참여형 수업의 커리큘럼은 티나 실리그 교수의 발명사이클에 입각해서 ‘상상력→창조성→혁신→기업가정신’ 단계를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짜여졌고,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구체적인 직업이나 역할을 경험하게 합니다.' -'1억짜리 수업을 집에서? 스탠퍼드식 창업놀이' 중에서. (193쪽)


 지은이가 명문대에 간 이들에게서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감을 못 보고. 사춘기의 두 딸에게서 가르침의 힘을 보기 어려울 때였다. 스탠퍼드의 디스쿨(D School) 교육을 알게 된 지은이. 앞날에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교육이 그에 알맞음을 이야기한다.


 난 명문대에 간 이들의 학업 성취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노고를 칭찬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이 그들 가운데 많은 이에게 무언가를 결여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그렇다. 특히, 함께 느낌과 상상, 그리고 스스로의 힘. 이 셋이 그렇다. 앞날에는 이 셋이 빛을 낼 것이라 누구나 말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 이 셋을 기르는 가르침의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다른 대안들과 많은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야 하겠고.

 아이가 없는 나에게 이 가르침이 아직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혹시 앞날에 만나게 될 나의 아이에게 올바르게 다가가고, 올바르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 나무위키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8%99%EB%AA%85%EC%97%AC%EC%9E%90%EA%B3%A0%EB%93%B1%ED%95%99%EA%B5%90%20%EC%8C%8D%EB%91%A5%EC%9D%B4%20%EC%9E%90%EB%A7%A4%20%EC%8B%9C%ED%97%98%EC%A7%80%20%EC%9C%A0%EC%B6%9C%20%EC%82%AC%EA%B1%B4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요와 책만 있다면 - 인생의 중반,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임성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좋아한다. 이야기를.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나는 더 나아간다. 우리 가족 안에는 나아가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걸어온 걸음 안에서 새로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듣는다. 그렇기에 우리 가족은 자신과 서로의 안을 볼 수 있고, 자신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 굴절된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잘 이겨 낸다. 그런데, 인생의 오후가 되면 우리는 달라지기에, 이야기의 힘이 더 절실해지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맞울림과 헤아림을 더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래서 결국, 책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그래야 하고. 그렇게 인생의 오후에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안내서 같은 책. 여기 있다.

 

(사진 출처: 한겨레출판 네이버 포스트)


 '젊음의 독서가 성공을 위한 읽기였다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의 욕망을 읽어내기 위한 독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독서입니다.' -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중년의 시간' 중에서. (21쪽)


 '사람이 중년이 되면 급격한 성격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절망과 비참함, 무가치함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잃은 듯 공허하고 허무해 방황합니다. 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까지 인생 전반기에 소홀히 해왔던 내면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중에서. (49쪽)


 5가지 큰 묶음, 34가지 작은 묶음. 그 안의 60여 권의 책 이야기다. 인생의 오후를 맞은 이들. 그 시기에 추위를 만난 이들. 그들을 위한 도움말이다. 그들에게 담요와 책만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기에. 추위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에. 이야기라는 따스함으로.

 

 '지금부터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함께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Prologue '중년, 책과 함께 나이 든다는 것' 중에서. (13쪽)


 '중년의 책읽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돌아보고,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봅니다.' -임성미 인터뷰 중에서.1


 독서교육전문가인 지은이는 다양한 34가지 묶음에 알맞게 책을 소개해주고 있다. 중년이 만나게 될 마음, 심리, 건강, 복지, 노동 등 안에서. 60여 권을. 소설보다는 영성이나 심리, 철학 등 인문서가 많다. 지은이는 그 책들의 이야기로 바라고 바란다. 인생의 오후를 보내는 이들이 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또, 다른 이들의 안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자신도, 다른 이들도 이해하도록. 그 이해로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고. 그러면,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내게 되리라. 이렇게 이야기의 힘이 크다! 직시와 이해로 찾아오는 맞울림과 헤아림을 이 책 안에서 만나시라.

 아, 이 책을 읽을수록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이 더 길어진다. 


 

  1. 중년의 책읽기는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 임성미, 채널예스, 2019. 01. 10. ( http://ch.yes24.com/Article/View/37871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홀릭 2019-01-1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강의 참 잘하시죠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사과나비🍎 2019-01-18 22:51   좋아요 1 | URL
아, 딸기홀릭님~ 이렇게 누추한 서재에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분의 강의를 들으셨나 봐요~
저는 안 들어봤어요...^^;
강의를 들어봐야겠어요~^^;
그럼, 딸기홀릭님~ 금요일 밤! 즐겁게 보내시기 바랄게요~^^*

딸기홀릭 2019-01-1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추하다니요!!!^^
도서관에서 가끔 특강해요
4차시 강의랑 2차시 강의 두번 들어봤어요
이분 책도 그렇지만 강의 들으면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이 수십권씩 생겨요
청강전 주의사항이랄까...ㅋ
그래도 현장감있어 좋아요
기회되심 들어보셔요

사과나비🍎 2019-01-18 22:54   좋아요 1 | URL
^^* 아, 도서관에서 특강하시는군요~^^*
제가 은둔 생활을 했더니요...^^;
딸기홀릭님은 강의를 두 번 들으셨군요~
아, 강의를 들어도 독서 목록이 길어지는군요~
역시 이 분 대단하시네요~^^*
예~ 기회되면 들어보도록 할게요~^^*
친절하신 말씀 감사해요~^^*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니는 겨울이 다가오면, 으레 뜨개질을 하셨다. 그렇게 가족들의 옷과 목도리 등을 지으시고는 했다. 어느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 문양이 들어간 스웨터를 입혀 주셨다. 나는 그 옷을 자랑스레 입고 다녔고, 친구의 부름으로 그 집에도 갔다. 친구의 어머니는 놀라시며, 그 옷의 출신을 물으셨다. 그 출신은 어머니의 손끝이라고. 정성으로 어머니께서 지으셨다고 하니, 더 놀라셨다. 어머니의 솜씨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기에. 나는 그런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이제 어머니에 이어 여동생이 따스함으로 키우고 있고. 그리고 따스함을 잇는 이야기가 있다. 마리카의 이야기. 한 편의 동화 같은.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63쪽.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148~149쪽.


 마리카라는 여자아이가 첫울음을 낸다.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그곳은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나라. 흑빵 등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음식의 나라. 노래와 춤을 더없이 사랑하는 나라. 꽃과 나무 등의 정령을 믿는 나라. 그리고 엄지장갑이 함께하는 나라다. 그 나라에서 마리카는 자란다. 역시 따스함으로. 나라에서 정한대로 열두 살에 수공예 시험도 치르고. 열다섯 살에 사랑을 만나서 사랑의 엄지장갑을 뜨고. 마리카의 깊은 사랑을 받는 그는 야니스. 그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그런데,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시간, 마리카의 나라가 지워진다. 얼음 제국에 의해서. 그렇게 노래와 춤이 지워지고, 민속의상도 사라진다. 오직, 엄지장갑만이 이어진다. 털실로 쓰는 편지인 엄지장갑만이, 온기를 선물하는 엄지장갑만이. 그럼에도 마리카와 야니스는 순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야니스마저 연행되어 떠나고. 

  

 

(사진 출처: 작가정신 블로그)


 '비 갠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지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그네도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꽃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무지개가 아름다운 빛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

 슬픔의 눈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 뿐입니다.' -193쪽.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200쪽.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203쪽.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일상에서 작은 기쁨, 잔잔한 감동을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가와 이토 인터뷰 중에서.


 마리카의 일생을 그리며, 슬픔의 강을 건너 웃음을 만나라는 이야기다. 때마다 엄지장갑으로 '털실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따스함. 잠에는 자장가가 다가가고, 따스함에는 엄지장갑이 찾아간다. 그 따스함이 혈맥에 정겹게 흐르며, 고마움을 남긴다. 엄지장갑은 따스함이 고마움으로 이어지는 실이다. 따스함은 자라게 하기에 고마움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한 결, 한 결 아리는 슬픔에서 웃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웃음이 모여, 소소한 행복을 이루고. 그렇게 행복은 은은히 빛나는 색과 무늬로 우리의 곁에 머물고. 애써 찾지 않아도. '파랑새'처럼.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았다. (……) 그곳에서 만난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길 바란다.'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 중에서. (218쪽)


 라트비아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의 얼굴과 마리카의 일생. 따스함이 마리카를 자라게 했다. 마리카도 따스함으로 많은 이들을 자라게 했고. 그리고 마리카의 마지막에는 고마움으로 장식하고. 나도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그런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드린다. 이 이야기를 만나며. 고마움은 행복의 시작이다. 그리고 작가 오가와 이토의 바람처럼 라트비아의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어김없이 나에게 전해졌다. 처음 만난 그녀의 이 소설. 그 따스함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이 고마움은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녀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러하리라.




 덧붙이는 말.

 

 하나. '본문 중의 ‘ミトン(미튼)’은 통상적으로 엄지손가락만 분리되어 있는 장갑인 ‘벙어리장갑’을 가리키지만,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에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엄지장갑’으로 옮겼다'고 한다.

 둘. 이 책 마지막에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이 수록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 장석주의 인물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의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권하는 책, 아무래도 위인전이리라. 아이가 자라서 위인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선뜻 권하시리라. 나의 어머니도 그러셨다. 책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던 위인전. 그때, 귀한 친구였다. 나라를 구하신 세 영웅.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이 세 분의 첫 만남이 그 위인전으로 기억한다. 오래전, 사촌 동생들에게 물려졌을 그 위인전. 이제 위인전을 잘 읽지는 않지만, 공경하는 분들의 책은 소중히 하고 있다. 나의 서재 깊숙한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장석주 시인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열다섯 사람을 선각자라 부르며.


 '이 선각자들에 대해 깊이 알면 알수록 나는 그 비범함에 놀라고, 그것이 무른 영혼을 단단하게 다지며 나를 더 높이 도약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내 영혼이 처음엔 걷고, 그다음엔 뛰었으며, 나중엔 더 높이 도약하여 춤을 추었다.' -'서문' 중에서. (6쪽)


 '노자, 공자, 붓다와 같은 성인에서 레프 톨스토이,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허먼 멜빌, 아르튀르 랭보 같은 작가들, 프리드리히 니체, 체 게바라,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혁명가와 사상가, 그리고 화가 프리다 칼로, 기업가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6쪽)' 그들의 삶을 펼친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 하나, 뜻밖의 사람이 하나가 있었다. 스콧 니어링은 모르는 사람이었고, 스티브 잡스는 뜻밖의 사람이었다. 스콧은 불평등한 사회, 천박한 실용주의를 떠나 자연과 충만하고, 조화로운 삶을 산 사람이었다. 잡스는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버지. 다르게 생각하며,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꾼 놀라운 삶. 그렇게 보니, 선각자로 볼 수 있었다. 나도 애플의 단순함, 간결함, 존재 목적에 정확히 함치됨을 좋아해서 서서히 끄덕일 수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독은 복잡한 세속에서 벗어난 심리적 피난처일 뿐 아니라 심미적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외로운 것은 혼자라서가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온몸의 감각을 열고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달을 것이다.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빗방울이 종일 눈물을 떨구는 사연을 들으며, 물새의 웃음소리에 화답하듯이 웃어보라.'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중에서. (221쪽)


 시인의 선각자! 그분들 가운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비추면서, 고독을 이야기한 글이다. 고독의 달콤함을 말한다. 온몸으로 바람, 빗방울, 물새를 느껴 보자. 서로 이어져 있다. 혼자일 때, 더 단단하게 이어진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소로의 삶을 보면서, 이 글이 먼 곳에서 마음에 슬며시 다가왔다. 인연이 이어져 온 이 글. '혼자서 가라'는 말에서 또 깊은 울림이 증폭되었다. 혼자일 때, 자연과 뜻을 나눌 수 있게 되리라. 소리에 놀라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으며,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게 되리라.  


 '요원한 것을 향한 갈망을 품은 자, '금단의 바다'에 유혹을 느껴 항해를 떠나는 자, 먼 세계를 갈망하고 미지의 곳으로 자기 몸을 밀어 넣는 자, 가능한 것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과 제 몸을 비비며 모든 사물과 친해지려는 자! 그는 분명 청년이리라.'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중에서. (277쪽)


 '오늘날 누가 카뮈의 소설과 산문을 읽어야 하는가? 나는 특히 제 행복을 유보하고 끊임없이 현실과 싸우는 청춘들, 고향을 잃고 세계의 저 먼 곳에서 헤매는 이들, 사막에서 자신의 목마름을 응시하며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이들, 운명이란 중력의 압력 속에서 무지와 광신에 맞서며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자기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세대에게 카뮈를 권유한다. -'가난조차 호사로 느낀 지중해의 영혼' 중에서. (242쪽)


 장석주 시인의 이 선각자 열전(列傳)들. 그의 솔직한 고백이자, 청춘들과 청년들을 위한 힘찬 격려의 목소리다. 저 멀리까지 들리는 사자후(獅子吼)다. 피를 끓게 하는, 열정에 가득찬 사자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 열다섯 사자후! 그 하나하나가 강렬하다. 또, 그 하나하나가 유연하다. 이 선각자들로 힘겨운 밤을 이겨내고,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자. 밤을 이겨 내고 '아침에 뜨는 별이 태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것처럼.


 '어른은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다. 더 나아가서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한다. 어른 되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뜻이다. 앎과 생활이 어긋난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 그러므로 어른-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어제보다 오늘 더 미더운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상갓집 개에서 성인으로' 중에서. (74쪽)


 공자님 말씀. '어른-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어제보다 오늘 더 미더운 존재로 살아가라고 하신다. 열다섯 사자후 가운데 하나다. 이 사자후도 강렬하며, 유연하게 나를 감싼다. 그렇게 숨결 하나하나에 사자후 하나하나를 깊이 담고, 장석주 시인처럼 고백하도록 해보자. '내 영혼이 처음엔 걷고, 그다음엔 뛰었으며, 나중엔 더 높이 도약하여 춤을 추었다'고. 그리고 나만의 선각자도 이어서 만나자. 만나고 또 만나자.   




 덧붙이는 말.


 하나. 이 글들은 2016년 한 해에 걸쳐 《월간중앙》에 연재한 것이라 한다.

 둘. 초판 1쇄 기준으로 오타가 있다. 218쪽에 1937년을 1837년으로. 

 셋. 책 말미에 참고 문헌이 정리되어 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12-24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메리크리스마스 하시고 늘 건강하소서!

사과나비🍎 2018-12-26 22:46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 카알벨루치님~^^;
제가 요즘 바쁘고, 제 두 어깨에 곰돌이가 앉아 있는 것 같았거든요...^^;
크리스마스 인사 말씀 정말 감사하고요~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기 바랄게요~^^*
참, 추워진다고 하니까요~ 추위 조심하시고요~^^*

카알벨루치 2018-12-27 00:22   좋아요 1 | URL
늦을수도 있지요 be happy

사과나비🍎 2018-12-27 23:44   좋아요 1 | URL
^^* 예~ 말씀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18-12-3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바 다 이루시는 한 해 되세요!^^:)

사과나비🍎 2018-12-31 21:20   좋아요 1 | URL
아, 겨울호랑이님~ 이렇게 새해 인사 말씀 남겨 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한적한 서재에 감사하게도 찾아오셨네요~^^*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가득가득 받으시고요~
새해! 건강과 행복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8-12-31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 더합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과나비🍎 2018-12-31 21:24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이렇게 잊지 않으시고 찾아오셔서, 인사 말씀을 남겨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먼저 이렇게 누추한 서재에 오셨네요~^^*
서니데이님도 새해에 복을 한가득 꼭 받으시고요~
또, 새해에도 뜻하시는 것을 다~ 이루시기 바랄게요~
건강과 행복이 함께 있으시기 바라고요~^^*
 
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였으리라.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주어진 낱말을 넣어서, 짧은 글짓기를 했었다. 한 문장으로. 숙제로. 나름 고민해서 지었다. 생각보다 어려웠기에. 선생님은 어휘의 힘과 작문의 힘을 키우기 위해 그런 숙제를 주셨으리라. 지금도 낱말을 찾가다 보면, 그 낱말의 예문을 볼 때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대체로 좋은 문장들이다. 그렇게 한 문장이지만, 간결하고도 밀도 높은 문장은 지금도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문장이 적게 모인 짧은 글이라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글에 깊은 감동과 높은 재미를 담는 건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리라. 그런 내공 깊은 고수를 만났다. 소설가라 한다. 그의 소설을 만나지 않고, 산문을 먼저 만났다. 20년차 소설가의 산문. 20년 동안 돈과 바꾼 1500여 개의 산문 중에서 추린 산문. 126편.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 천지다. 괴력난신의 파노라마다. 미디어와 사이버 세상은 괴력난신 공작소 같다. 하기는 나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잡생각으로 점철된 괴력난신 덩어리다.' -'괴력난신' 중에서. (91쪽)


 공자님도 괴력난신을 가능한 줄여보자고 말씀하셨다는 그. 역시, 해학적으로 그의 나날들을 그리고 있다. 네 묶음으로.

 1부는 '가족에게 배우다'라는 묶음. 그 가운데 '어머니는 야담가'라는 산문이 있다. 맞울림이 온몸에 이어진다. 옛 여인분들처럼 우물가에서는 아니지만, 어머니는 야담을 곳곳에 담아 오신다. 난 경청하고. 또, '대출 세계관'에서 작가는 도서 대출을 말하지만, 아내는 은행 대출을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나도 대출이라는 낱말을 보면, 도서 대출을 먼저 생각한다. 작가와 같은 세계관인가. 동질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  

 2부는 '괴력난신과 더불어'라는 묶음. 그 가운데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라는 산문에서 열정을 말하는 그. 어린이가 열정을 바치는 것은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 되기 위함이라는 그. 세상을 바라본 생각의 눈이 깊음에 감탄이다.

 3부는 '무슨 날'이라는 묶음. '법의 날'에서 작가는 말한다. '법아, 법 없이 살 사람들을 더 이상 울리지 마라'라고. 나도 자연스레 중얼거렸다. 진실로 그래야 한다고.

 4부는 '읽고 쓰고 생각하고'라는 묶음. 그는 소설가이기에, 글과 책 이야기를 한다. 그 가운데 한 이야기.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세상'에서 말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세상이 무릉도원일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지금, 서평이라고 쓰고 있는 나. 왜 쓰고 있을까. 그렇다.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일지도. 그리고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아지기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보물 제2010호.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절로 웃을 수밖에 없는 소설.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는, 가진 자들의 체제와 권력에 대하여 날이 바짝 서 있으면서도 울음보다 강한 웃음기를 머금은 그런 웃기는 소설.

 (…) 다짐 삼아 얼밋얼밋 그려진 웃는 내 얼굴 보고 주문을 읊어본다. 웃어라, 내 얼굴! 웃어라, 내 소설!' -'웃어라, 내 얼굴' 중에서. (340~341쪽)


 예전에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1 - 남녀탐구생활'이라는 방송이 있었다. 일상 속에서 남녀의 각각 다른 심리와 행동을 재밌게 재연한 방송이었다. 공감에 공감을 했었다. 아마도 탐구 생활을 제대로 했기에 그랬을 거다. 소설가 김종광 씨도 탐구 생활을 제대로 했다. 훌륭한 생활 탐구가인 듯하다. '웃기는 소설'을 쓰고 싶다던 그. 이제는 '웃기는 산문'을 썼다. 그래서 웃었다. 마치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웃음처럼. 자연스럽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아픔과 슬픔을 녹이는, 꿈과 바람을 담은 그 미소. 옛 사람들은 수막새의 저 미소를 보고 그대로 웃음을 지었겠지. 나도 이 글들의 미소를 보고, 그대로 웃음을 지었다. 수막새에 그려진 웃음과 포개어졌다. 편지이자, 회고록이자, 기행문이자, 일기인 이 글들. 그 안에서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도 생활을 탐구하고. 그렇게 생활의 발견을 하나하나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나도 주문을 읊어본다. 웃어라, 내 얼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2-20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0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