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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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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멈췄다. 새로운 전염병 때문에. 그래도 남는 건 뭘까? 여행 작가 채지형은 말한다. 사랑이라고. 그녀의 책,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2021)라는 이름에서. 그녀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모두들 여행에 가면 남는 건 사진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 사진에 담겨 있는 것. 사진으로 투영된 여행자의 가슴에 담겨 있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그렇다. 여행의 기록에 담긴 것은 사랑이다. 찬란하게 빛나고, 다채로운 색채의 사랑이다.


 '돌아보니, 인생의 변곡점마다 피와 살이 된 여행의 순간이 있었다. 오늘의 나는 그 순간이 모여 이루어졌다. 가슴 찡했던, 후끈 달아올랐던, 소름 돋을 정도로 오싹했던, 넙죽 엎드려 절하고 싶었던, 무릎을 탁 치게 했던 길 위의 순간을 책에 담았다. 여행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에 대한 사연, 예쁜 쓰레기를 모으는 여행 컬렉터의 구구절절한 변명도 들어 있다. 신문과 잡지에 낸 글이 주를 이루지만, 처음 선보인 글도 적지 않다.' -prologue <여행, 너를 믿는다> 중에서. (7쪽). 


 여행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삶의 힘이 되어 준다. 사랑을 품고 있기에. 여행 작가 채지형에게도 그랬다. 지금은 여행이 멈췄지만, 세상의 곳곳을 다녔었던 그녀. 네팔, 핀란드, 미국, 스리랑카, 스위스, 인도, 일본, 타이완, 나미비아, 태국 등. 여기저기의 하늘을 보고, 이곳저곳의 땅에 닿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도 만났다. '여행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만남(140쪽)'이라는 그녀.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하늘, 땅, 사람. 그녀는 그 창문을 통해 무한하고, 끊임없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여행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며 밝히는 사연들. 또, 그녀가 여행하며 모으는 것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인형, 마그네틱, 패브릭, 커피, 차, 영수증, 엽서 등. 그중에 '인형은 여행을 하며 만났던 '그 사람'을 닮았다(258쪽)' 모은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인형은 정말 그곳의 사람을 닮았다.

 이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비롯되었고, 사랑을 남겼다.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길 위에 빛나던 순간을 소환해 주길 기대한다. 터널을 지나는 우리에게 한 줌의 햇살이 되기를, 어두운 방에 걸린 작은 창문이 되기를 소망한다. 여행이 보이지 않지만, 사라진 건 아니다.' -prologue <여행, 너를 믿는다> 중에서. (7쪽). 


 '나에게 여행은 해결사였다(138쪽)'는 그녀. '여행이야말로 나를 숨 쉬게 하는 이유(142쪽)'라는 그녀. 그녀는 누구보다 뚜렷한 여행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확실하다. 그래서 여행이 일상인 여행 작가가 되었나 보다. 그리고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그렇다고 여행 유전자가 없는 사람들은 실망하지 마시라. 여행은 분명 모두에게 주는 힘이 있다. 길 위에 빛나는 발자국을 남기던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 순간들은 한 줌의 햇살이 되고, 작은 창문이 되기도 한다. 사랑으로. 여행은 그런 것이다. 아쉽게도 전염병이 세상을 뒤덮은 지금은 이런 여행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처럼 여행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행은 꼭 돌아온다. 여행의 귀환을 기다리며 나온 이 책, 사랑이 담긴 이 여행 기록은 아름다운 기도다. '여행 다닐 때 꼭 엽서를 쓴다(282쪽)'는 그녀가 새로운 엽서 쓰기를 염원하며 하는 기도. 여행이 남긴 사랑으로 다시 여행을 부르는 기도. 사랑스럽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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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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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 먹고 마시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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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간 지 오래됐다. 코로나19라는 불청객으로 낯선 단어가 된 여행. 그 여행에 대해 누군가 말했다. 여행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새로워지고, 더 넓어진다고. 옳은 말이다. 여행에 약(藥)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에는 독(毒)도 있다. 다만, 그 독은 약에 중화된다. 그렇게 되면서, 약의 효능을 증진시키거나 감퇴시킨다. 여행 예찬론자들은 여행의 독으로 여행의 효능을 극대화시킨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동적(動的)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힘 절약주의자다. 그래서 정적(靜的)이다. 여행의 약효를 알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여행의 독이 여행의 약효를 많이 감퇴시키는 건가. 그래도 막상 여행을 하게 되면, 나름 즐긴다. 나에게도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행. 그런 여행이라는 낱말이 이제는 너무 멀리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힘 절약하며, 집에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영상이나 책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

 가지 못하는 여행의 미련을 살짝 두고 있을 때, 프랑스 여행을 다룬 책을 만났다. 그런데, 프랑스 시골을 여행한다. 특이하다.


 '유럽의 매력은 파리, 런던, 뮌헨 같은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 있다. 물론 처음 유럽을 간다면 누구나 유명한 빅벤 앞에서,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긴 하겠지.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게 그 지역 주민의 삶과 정서와 어떤 개연성이 있고, 그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한국 사람들 중 남산타워에 가본 사람은 몇이나 있고, 63빌딩엔 몇 번이나 올라가 보았을까? 이런 구조물들은 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그다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밥상이다. 밥상에 뭐가 올라갈까? 그걸 알기 위해 나는 시골로 간다. 그곳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프롤로그 '시골 여행을 시작하며' 중에서. (17~18쪽).


 그렇다. 이 책에 글을 담은 문정훈 교수의 말이다. 서울대 농대 교수라는 그. 그는 시골을 좋아하고, 시골 밥상을 좋아한다. 그곳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이해하고자 시골로 가고 시골 밥상을 만난다고 한다. '세계 시골 전문가'라는 별칭이 있다는 그. 그이 책에 사진을 담은 장준우 셰프, 그리고 몇 명의 동행과 함께 프랑스 시골 여행을 시작했다. 시기는 아마도 2019년 7월 초인 듯하다. 장소는 부르고뉴 지방과 프로방스 지방. 지도를 보니, 프랑스의 중동부와 남동부 지방이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마콩, 브레스, 코트 도르, 보졸레 지역을.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론 강 남부, 프로방스 알프스, 프로방스 지중해 지역을 다녔다.

 포도밭에서는 나무 아래 땅을 제대로 관찰할 것을 그는 추천한다. 시골 여행의 백미라면서. 그리고 땅을 관찰하려면 흙을 직접 만져봐야 한다고 한다. 또, 포도뿐 아니라 떼루아가 와인이 된다고 한다. 떼루아는 포도밭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을 일컫는 말로 바람, 태양, 흙 등이다. 역시, 뭔가 안다. 이런 그브레스 지역에서는 토종닭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프로방스 지방에 가서는 꽃과 허브 이야기도 하고. 물론, 이 두 지방에서 꼭 들어가는 이야기는 와인 이야기고.


 '많은 이들에게 프랑스는 화려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내 머릿속의 프랑스 감성이란, 과한 듯 과하지 않고 어색한 듯 세련된, 그러니까 알고 보면 겸손한 그것이다. 이게 내 마음속 ‘프랑스다운’ 느낌이다.' -'페루즈 마을' 중에서. (89~92쪽).


 '우리에게 그가 처음으로 내놓은 안주는 토종닭의 벼슬볶음이었다.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하지만 닭벼슬볶음이다. 닭의 머리에 달린 그거. 치킨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먹지 않는 바로 그것!' -'도미니크 아저씨네 농장' 중에서. (79쪽).


 '웰컴 드링크를 한 잔 마시니 정원에서 갓 딴 샛노란 오이꽃 튀김이 식탁에 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본 오이꽃이 튀긴 오이꽃이라니!' -'레스토랑 라 샤사네트' 중에서. (230쪽).


 프랑스 시골 여행기.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닭벼슬볶음도, 오이꽃 튀김도, 그밖에 여러 진미도 맛보았다. 부르고뉴 지방은 버터와 크림을. 프로방스 지방은 올리브오일과 식초를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두 지방의 교집합이 있다. 바로, 와인이다. 부르고뉴 뫼르소의 와인. 이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다. 또,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품종으로 빚은 와인. 이건 레드 와인이다. 참, 부르고뉴에는 한국인도 와인을 생산한다. 박재화 씨로 일본 남성과 결혼했다고 한다. 라벨에 한자(漢字)로 천지인이 쓰여 있다고. 만화 '신의 물방울'에 이 부부가 생산한 뫼르소 와인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방스 지방에는 로제 와인이 유명하다고 하고.

 이런 식도락(食道樂). 무척 즐거웠으리라. 이런 프랑스의 시골 밥상은 그들의 삶과 정서를 담았으리라. 문정훈 교수는 프랑스다운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과한 듯 과하지 않고 어색한 듯 세련된, 알고 보면 겸손한 그것'이라고. 이런 감성이 담긴 프랑스 시골 음식! 맛보고 싶다!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 거다. 어느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갔었다. 그때 먹었던 시골 밥상. 텃밭에서 난 채소로 요리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의 논에서 난 쌀로 지으신 밥도 있었고. 그 밥상에는 외할머니의 삶과 정서가 담겼으리라. 그 시골 밥상을 받을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외할머니께서 안 계신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프랑스 시골을 여행하며 그곳 음식을 다룬 책을 보니, 그 생각이 났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의 삶과 정서도 생각했다. 글과 사진으로 만났지만, 그래도 내 미각을 자극하며, 여행의 약효가 나타날 수는 있었다. 생각하건대, 외할머니의 시골 밥상에 대한 기억이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또, 글과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정성이 보였기 때문이리라. 알맞은 설명과 솔직한 감상의 글. 거기에 감각적인 사진. 그들이 남긴 발자국은 아름다웠다.

 코로나19의 활개여행이 멀어진 요즘. 프랑스 시골 음식 여행기인 이 책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 그들의 발자국을 함께 밟는다는 것. 충분히 약이 된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새로워졌고, 더 넓어졌기에.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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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단단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김달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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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비에이블)


 나는 연애 상담 경험이 여럿이다. 친구나 아는 동생으로부터 들어온 연애 상담. 정작 내 연애는 지지부진이지만, 들어주기를 잘하니,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간혹 너무 아픈 사랑을 하는 이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살며시 들려준다. 가수 김광석도 노래하지 않던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나와 비슷한 도움말을 주며, 주로 연애 상담을 하는 유튜버가 있었나 보다. 이름은 김달. 처음 듣는다. 그런데, 유명한가 보다. 그의 책을 만났다. 책의 이름은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이고.


 '"그 어떤 관계도 당신보다

 소중할 순 없습니다.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그의 곁에 있지 마세요. 

 제발 아프게 사랑하지 마세요."' -작가의 말 '너보다 나,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 중에서. (12쪽)


 '희생과 침묵만이 답은 아니다.

 ......

 사랑받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사랑해줄 가치가 없다.' -'혹시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중에서 (35~36쪽)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매력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넘치는 사람이다.

 잊지 말자, 자신의 가치를 높게 여기는

 사람에게선 빛이 난다.'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중에서. (75쪽)


 이 책은 고민 상담에 대한 진심의 답이다. 주로 연애 상담이고, 의뢰의 주체는 대체로 여성인 듯하다. 남성인 작가는 보편적 심리와 남성만의 심리 등을 근거로 답을 제시하고. 그런데, 그는 심리학자도, 관계 전문가도 아니라고 한다. 이런 그가 어찌하여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밤새워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찾아낸 진심의 답을 전하려고 애써왔다'는 그. 그렇다. 공감의 비결은 진정성이었다. 그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정답은 없으리라'. '하지만 최소한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당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 그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그것에 모두 공감한 것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1이라는 시처럼.

 그의 도움말. 어떤 때는 냉정한 듯하지만, 결국은 다정한 그의 도움말. 그의 이름처럼 밤하늘의 달이 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 달빛이 많은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쉼을 주리라.  


 

  1.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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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
이근대 지음, 소리여행 그림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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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마음서재)


 길에서 잠시 멈춰, 집에서 잠시 앉아, SNS에서 보는 짧은 글. 그 글이 눈으로 들어와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함이 올라올 때가 있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나의 온몸에 스며들어 채우는 그 감성. 나를 살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를 치유하며. 여기, SNS에 그런 짧은 글을 올린 이가 있었나 보다. 그의 책을 만났다. 마치 봄과 같이 따스하고 포근한 책. 그런 그림과 글이 있는 책.


 '산다는 것은 사랑의 설렘에 젖어 아름다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소중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랑을 통하여 자기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나' 하고 자신에게 감동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하여 진정한 나를 만나고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 '사랑으로 살아가는 그대에게' 중에서. (6쪽)


 '괜찮다.
 눈물나도 괜찮고
 마음 아파도 괜찮다.

 눈물이 나는 건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마음이 아픈 건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중에서. (170쪽)


 우선, 책의 얼굴이 예쁘다. 노란색의 따스함과 구름의 포근함이 좋다. 이런 책에 담긴 글과 그림. 역시, 예쁘다. 글은 시 같았다. 그림은 동심(童心)을 담은 듯했고. 시집이라는 이름표를 찾았으나 없으니, 수필집인가 보다. 시집 같은 수필집. 그런데 작가 안내를 보니, 정말 시인이었다. 시인의 시집 같은 수필집. 시든 수필이든 정말 봄의 감성이 가득한 눈부신 글이었다. 짧지만, 풍성한 글. 바다를 품은 물 한 모금이었다.


 사랑의 글이 많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잊고 있었다. 지독한 경쟁과 무거운 불안에 지치며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위로와 응원이 사랑을 상기시켜 준다. 그가 우리에게 보내는 손짓에 진심이 있기에. 그렇게 사랑으로 우리는 다시 살아가고. 그의 글이 고맙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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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고 - 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대하여
존 맥피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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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서평을 졸문(文)이라고 했다. 내가 댓글로 누군가에게. 반은 겸손으로. 반은 진심으로. 다음 댓글로 부연 설명을 했다. 내 글을 보면, 자꾸 고치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귀찮아서 안 한다고. 그렇게 급하게 쓴 글이 너무 많다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다. 막막한데, 급하게 써야 한다. 나도 시선(詩仙) 이백(李白) 할아버지처럼,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도 명문(名文)이고 싶다. 아니면, 시성(詩聖) 두보(杜甫) 할아버지처럼, 부지런히 퇴고(推敲)를 거듭하면서 뛰어난 글을 짓고 싶다. 개성이 다른 두 시인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리라. 아마 이백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퇴고를 하고 시를 썼으리라. 난 그냥 쓰면, 많이 부족한 글이고, 고치면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부족한 글이다. 게다가 퇴고의 연속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귀찮다는 핑계로 내 글은 대부분 첫 번째 원고인데, 간혹 두 번째 원고도 있다. 그러니, 부끄러운 글이다.


'내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조리 자신이 없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혔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로 써내지 못할 것 같고 작가로서 재능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내 글이 실패작이 될 게 빤히 보이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면, 당신은 작가임이 틀림없다.' -'네 번째 원고' 중에서. (257쪽)


 책이 많아 작가라는 오해를 가끔 받지만, 절대 작가가 아닌 나. 그저 졸문 전문가.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영락없이 나는 작가다. 작가들도 나와 같은가 보다. 단, 첫 번째 원고에서만. 논픽션의 대가라는 할아버지의 글이니, 옳으리라.


 '보통의 작가와 무대 위의 즉흥 연주자(아니 모든 공연 예술가)가 다른 점은,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은 수정이야말로 집필 과정의 본질이다. 단 한 줄도 북북 그어서 지우지 않는 완벽한 작가의 눈부신 초상이란 환상의 나라에서 온 속달우편일 뿐이다.' -'네 번째 원고' 중에서. (260쪽) 


 수정. 그것이야말로 집필 과정의 본질이다라는 글이 와닿는다. '네 번째 원고'라는 이름이 책에 붙은 이유겠지. 1931년에 태어나신 미국 할아버지도 퇴고의 중요성을 잘 아는구나. 전설의 저술가라더니, 역시.


 '"강하고 견실하고 교묘한 구조,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게끔 만드는 구조를 세워라. 논픽션의 설득력 있는 구조는 픽션의 스토리라인과 유사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조' 중에서. (62쪽)


 '독자들이 구조를 눈치채게끔 해선 안 된다. 구조는 사람의 외양을 보고 그의 골격을 짐작할 수 있는 만큼만 눈에 보여야 한다. ...... 한 편의 글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도달한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떻게 이 일을 할까? 반박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는 구조를 세움으로써 이 일을 한다. 처음, 중간, 끝.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첫 페이지.' -'구조' 중에서. (82쪽)


 구조라는 묶음에서 이 할아버지는 말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우리도 국어 시간에 배우지 않았던가. 글을 구조를. 특히, 논술할 때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로 쓰라는 가르침을. 그런데, 이 할아버지. 구조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다. 좋은 의미로. 아름다운 구조도 할 수 있을 듯. 마치 훌륭한 건축가들이 멋진 구조로 건물을 짓듯이.


 '"물러서, 창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생략' 중에서. (296~297쪽)


 '창의적 논픽션은 없는 걸 지어내는 게 아니라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생략' 중에서. (298쪽)   


 어느 과자 광고에서 말하지 않던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건 생략해야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도 뜻을 전할 수 있다. 부처의 뜻은 마음에서 마음으로도 이어졌으니. 염화미소(拈華微笑)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중국 송나라 휘종은 궁중 화가들에게 '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踏花歸路馬體香)'라는 시제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꽃향기를 어찌 그릴까. 어느 젊은 화가는 말을 따라가는 나비를 그렸다고 한다. 한시(漢詩)에서 이런 표현을 입상진의(立象盡意, 형상을 세워서 나타내려는 뜻을 전달한다)라고 한다고 한다. 뜻을 직접 말하지 않고 형상으로 뜻을 말하는 시인. 그래서 시는 함축적이리라. 이 할아버지는 논픽션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창의적 논픽션이라고.  


 이 '구조', '네 번째 원고', '생략' 외에도 '연쇄',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 '참조 틀', '체크포인트'라는 묶음의 글이 있다. 글쓰기 과정을 주제로 한 여덟 편의 수필. 손주에게 전하는 듯한 할아버지의 삶이 담긴 자상하고 꼼꼼한 글이었다. 경험으로 가르침을 살짝 귀띔해주는 그. 풍부하고 깊이 있다. 그도 글쓰기를 '자학적이고 정신을 파괴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노동'이라고 했다고 한다. 적극 공감이다. 고행을 견디는 수행자. 작가다. 그만큼 글쓰기가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이렇게 힘드니. 나도 앞으로 할아버지의 강의에서 들은 금과옥조(金科玉條)를 잊지 않고 지켜야 할 텐데. 고치며 네 번째 원고까지 가야 할 텐데. 이제, 첫 번째 원고 마무리다. 그런데, 졸리다. 또, 고치기 귀찮아졌다. 자고 싶다. 꿈에서 이백 할아버지와 두보 할아버지 만나서 뱃놀이 하고 싶어졌다. 글은 언제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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